올 가을은 단풍 산행을 최소한 한번이라도 하려고 했었으나 개인 사정상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번도 하지 못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에 가까운 지역의 반나절 산행을 겨우 하게 된다. 

11월 14일(일요일), 14시경에 집을 나서서 전철을 타고 상계역 1번 출구로 나오니 14시 30분경. 상계역 1번 출구에서 차도를 건너 좁은 골목으로 직진하니 곧 넓은 차도가 나오고 횡단보도를 건너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올라 오르막의 막다른 곳에 있는 재현중학교의 왼쪽에 나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내리막길을 지나 다시 돌계단을 오르니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불암산공원관리소가 나온다. 

아직도 때늦은 단풍이 몇 그루 가을의 서글픈 아름다움을 아쉬워하듯이 애처롭게 선을 보이고 있는 임도를 오르면 곧 능선길과 계곡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포장된 계곡길로 직진하여 오르면 목책을 쳐서 사람들의 손길에서 보호하고 있는 기암 한 개가 인상적인 곳을 지나게 된다. 

그 기암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그 기암의 못미처에 나 있는 다리를 건너서 2분쯤 길을 따라 나아가면 능선에 진입하게 된다. 곧 와이어로프가 쳐진 암릉길을 오르게 되고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서울 동북부 지역을 내려다보면서 오르는 암릉길은 6개월 이상 산행을 쉬어서 그런지 훨씬 더 운치가 있고 멋있고 정겹게 느껴진다.

돌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재미있게 배열돼 있는 돌다방쉼터를 지나서 이어지는 암릉길을 오르다가 가끔 뒤돌아보는 등 뒤의 조망은 자신이 터를 잡고 오래 살고 있어서 낯익은 곳인데 아파트 단지가 성냥갑들처럼 꽉 들어차 있는 인공의 도시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정화시켜 주는 두 명산의 모습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리고 지나온 암릉길의 정경도 삶에 지친 심신을 포근하게 위무해 준다. 불암산은 작은 바위산이지만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명산들 중의 하나임을 스스로 웅변해 주고 있다. 


 


오늘의 불암산 산행 들머리 - 불암산공원관리소. 


 


들머리의, 능선길과 계곡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목책으로 보호하고 있는 기암. 


 


기암 밑의 계곡을 건너 능선으로 진입하는 다리. 


 


돌다방쉼터. 


 


암릉길의 와이어로프지대. 


 


지나온 암릉길을 내려다보며... 1 


 


지나온 암릉길을 내려다보며... 2 


 

암릉 위로 팔각정의 지붕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는 모습과 기암을 바라보면서 암릉을 오르면 어느새 석장봉과 불암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불암정이라는 이름의 팔각정에 오르면 그 탁 트인 조망에 감탄하게 되고 산행의 보람을 무언으로 절감하게 된다. 

불암정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다가 암릉길을 나아가면 곧 능선 사거리를 지나서 조금씩 멀어지는 불암정을 가끔 한 번씩 뒤돌아보며 운치 있는 암릉길을 오르게 된다. 

북한산과 도봉산의 긴 능선을 가끔씩 뒤돌아보며 오르는 암릉길은 맑은 공기와 시원한 조망이 있기에 쾌감을 전신으로 느끼면서 무아의 경지로 다가서게 된다. 

느긋하게 산보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암릉의 정경에 취하고 뒤로는 장엄한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세와 그 밑의 도시의 조망에 취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하며 오르는 길은 망중한의 신선놀음이 아닐 수 없다. 

불암산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안내판이 붙어 있는 쥐바위 앞을 지나게 되는데 쥐의 머리와 닮게 생긴 기암의 모습에 내심 찬탄하게 된다. 


 


불암정 오름길의 기암. 


 


불암정에서 바라본 석장봉과 불암산 정상. 


 


불암정. 


 


암릉지대.  


 


북한산과 도봉산, 내려다본 불암정. 


 


와이어로프가 설치돼 있는 암릉길 1. 


 


와이어로프가 설치돼 있는 암릉길 2. 


 


석장봉의 기암들.


 


불암산 정상 부분. 


 


쥐바위. 


 

두꺼비바위를 지나서 오르기가 약간 까다로운 바위를 조심스럽게 올라서 두 개의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508 미터의 불암산 정상에 오르면 차갑고 세찬 늦가을 바람이 온몸을 때려서 잠시 석장봉과 수락산, 그리고 사방의 조망을 둘러보다가 하산을 재촉하게 된다. 

봉화대로 가는 암릉길에는 예전에 없던 긴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어서 훨씬 더 안전해졌지만 산행의 재미는 많이 줄어들어서 서운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 때문에 노약자들도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됐으니 만인을 위해서 더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 물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구석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봉화대 쪽으로 하산하면서 정상 쪽을 뒤돌아보니 전에 없던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어서 카메라에 담고 내려서니 눈 밑으로는 봉화대와 봉화대에서 이어지는, 서울과 경기도 남양주시를 가르는 능선길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불암산의 주능선 끝자락 부근에는 신내동의 봉화산과 망우산, 용마산이 근접해 있다. 

목제 계단을 내려와서 암릉의 거북바위 옆을 지나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평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다가 곧 왼쪽에 불암사 하산길, 오른쪽에 상계역 하산길이 있는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사거리에서 10분 만에 헬리포트가 설치돼 있는, 해발 420.3 미터의 봉화대에 오른다. 


 


불암산 정상의, 두 개의 삼각점.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석장봉.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수락산과 석장봉. 


 


두꺼비바위. 


 


새로 설치된 정상표지석 - 해발 508 미터. 


 


오늘의 하산로인, 서울과 남양주를 가르는 능선길. 


 


봉화대 쪽으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본 불암산 정상. 


 


거북바위. 


 

땅거미가 밀려 내려오는 봉화대를 내려서서 방향표지판이 학도암을 가리키고 있는 길로 직진하면 5분 만에 오른쪽에 천병약수터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닿고 여기서 잠시 쉬다가 방향표지판이 공릉동을 가리키는 왼쪽 길로 내려서게 된다. 

10분 이상 걷다가 잠시 등로를 벗어나서 봉우리 위에 올라 목제 데크 전망대에서 서울의 야경을 조망해 본다. 아직 18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두워졌으니 일몰 시각이 얼마나 앞당겨졌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야경을 두루 조망하며 카메라에 담고 나서 헤드 랜턴을 쓰고 조심스럽게 내리막을 내려와서 등로로 나아가니 학도암으로 내려가는 오른쪽 갈림길이 나 있는 삼거리에 이르게 되어 공릉동 쪽으로 직진한다. 여기서 5분 만에 다시 중계본동으로 내려가는 오른쪽 갈림길이 나 있는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다시 3분 만에 좌우에 남양주시 별내면과 서울시 중계본동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 있는 사거리에서 방향표지판이 효성아파트를 가리키는 길로 직진하면 10분 만에 다시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를 만나는데 직진하는 효성아파트 방향을 버리고 왼쪽의 삼육대학교 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면 7분 만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를 또 만나게 되는데 직진하는 주능선길로는 아무 표시도 없고 오른쪽으로 꺾어져 삼육대학교의 사유지로 들어가는 철책의 열려진 철망문 쪽으로만 삼육대(제명호)로 가는 길이라고 표기돼 있다. 

어둠 속에서 드문드문 한두 사람이 불을 밝히고 나타나는 길을 걷다가 이제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호젓하고 어두운 길을 10분쯤 내려서니 눈앞에 제명호가 나타나고 제명호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느릿느릿 10분쯤 걸어 내려오니 삼육대학교 정문 앞에 닿는다. 

삼육대 정문 앞의 육교를 지나서 곧 나오는 버스 정류장에 닿으니 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장착시킬 틈도 주지 않고 석계역으로 가는 1156번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석계역 앞에서 내려서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4시간 30분이 걸렸고 그 중에서 약 4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약 3시간 50분인 셈이다. 

그 삶이 비록 누추하고 외로울지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희망과 여유를 갖고 조그만 기쁨에 만족하며 사는 삶의 행복이란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행복지수란 물질적 풍요가 높여 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부와 인맥을 과시하며 산에 오르지 않고 나 홀로 자유스러운 자연인이 되어 보폭이 좁고 느려터진 걸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아니 진정한 산행의 즐거움이다. 

주로 홀로 산에 다니면서도 산에 얽힌 잡다한 사연이 많아진 자신을, 오랜만의 산행을 통해 새삼스럽게 돌이켜보게 된다. 


 


불암산공원관리소의 계곡길에서 오르는 길과 남양주의 불암사에서 오르는 길이 주능선에서 만나는 사거리. 


 


헬리포트가 설치돼 있는 봉화대 - 해발 420.3 미터. 


 


천병약수터 갈림길. 


 


목제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서울 시내의 야경. 


 


목제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내동 봉화산과 망우산, 용마산. 


 


학도암 갈림길. 


 


삼육대학교 정문 앞의 육교.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