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가을전령



딱 1년 만이네요.

넘실대는 초록세상에서 불쑥 얼굴 내민 상사화는 그 많은 색깔 중에 노랗게 화장을 하고 아는 채를 할까요.

진저리 난 화톳불더위에 대고 댄 탓에 누렇게 뜬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가을의 전령사이기에,

지표에서 나올까말까 굼뜬 사촌 꽃무릇들을 위해 눈에 확 띄게 하기위한 배려일 것 같습니다.

아니 벌써 꽃무릇들은 빨간 주둥일 꽃대궁에 올려 내밀고 있네요.

열흘 후쯤엔 여긴 또 다른 바다 - 진홍의 바다가 펼쳐지고 핏빛물살은 검게 딘 여름의 상처를 치유해 줄 것 입니다.

진초록커튼 사이로 숨어들어온 햇살이 핏빛물살을 타고 너울춤을 추면 고개를 낮춰보세요.

미세한 율동이 일구는 파도의 언어는 가을의 은밀한 연시입니다.

그걸 기대한 난 너무 일찍 나들일 했습니다.

열흘 후쯤 여기 빨간 바닷물에 멱 감아보세요.

떼 지은 꽃무릇처럼 맘에 맞는 친구들과 무리지어도 좋고,

가까운 이, 연인이면 더 좋겠단 생각도 들지만,

오늘 나처럼 혼자여도 각별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가을은 홀로 다가서야 멋지게 빨려들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꽃무릇이 일구는 진홍의 바다는 티끌 하나 없는,

선혈이 낭창한 원색의 힐링캠프이기도 합니다.

2012. 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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