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를 보이는 5월 31일(토요일), 5시 50분에 집을 나와서 전철을 타고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충주행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6700원. 7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8시 35분경 충주 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을 나와서 택시 승강장 옆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니 8시 45분경 송계행 246번 시내버스가 도착해서 이 버스를 타고 9시 45분경 북바위산 들머리인 물레방아휴게소 앞에 도착한다. 요금은 3700원. 충주인 만수휴게소까지는 1150원인데 제천으로 들어오니 운임이 3배 이상 되는 셈이다. 잘못된 요금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6월 6일부터는 유가 인상으로 단축 운행해서 송계행 시내버스의 첫 차는 11시 30분이 된다고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방 산행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10시 정각에 물레방아휴게소의 오른쪽에 있는 국립공원 화장실 옆의 들머리로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쯤 지나자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고 너럭바위로 오르니 용마산과 월악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슬랩을 오르면 박쥐봉 정상도 가깝게 보이고 바위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잠시 나아가면 북바위와 용마산이 잘 바라보이는 전망대에 이른다. 북바위가 정면에서 가장 가깝게 보이는 이곳에서 북바위와 용마산, 월악산을 조망하며 자연이 빚어 놓은 걸작에 감탄하며 몇분쯤 머물다가 슬랩 지대에 설치된 계단을 오르니 사시리계곡 건너편의 박쥐봉이 가깝게 보이고 가파른 슬랩 위에서 자라는 몇 그루의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북바위산 들머리가 있는 물레방아휴게소. 
 


국립공원 화장실 옆의 북바위산 들머리. 
 


너럭바위.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월악산. 
 


덕주봉 능선과 용암봉 능선.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마산. 
 


슬랩 지대에 설치된 계단. 
 


슬랩의 소나무와 박쥐봉. 
 

계단을 다 올라서 완만해진 슬랩을 오르니 오른쪽에 북바위의 웅장한 모습이 눈길을 압도하는데 그 벼랑의 윗부분에도 가냘픈 소나무 한 그루가 생명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슬랩을 다 오르면 바위들이 많은 559봉 정상이다. 559봉을 지나면 다시 로프 난간이 설치된 너럭바위봉의 슬랩을 오르게 되는데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지만 그 암릉의 경관과 주변 산세의 조망은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너럭바위봉을 내려서면 북바위산과 신선대의 모습이 암봉을 오르는 재미를 예고시켜 주고 소나무가 있는 너럭바위에 오르면 마주 보이는 박쥐봉 능선 밑으로 사시리계곡을 옆에 낀 임도가 길게 이어져 있고 북바위산과 박쥐봉의 경계인 사시리고개 너머로 마역봉(마패봉)과 신선봉이 준수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옆에서 바라본 북바위. 
 


계단 위로 이어지는 슬랩. 
 


559봉의 슬랩. 
 


559봉 정상. 
 


너럭바위봉 - 해발 584 미터. 
 


돌아본 월악산릉과 559봉, 너럭바위봉. 
 


북바위산과 신선대. 
 


소나무가 있는 너럭바위. 
 


박쥐봉 능선과 사시리계곡을 낀 임도. 
 

너럭바위를 지나면 곧 해발 625 미터의 신선대 정상이다. 신선대 정상의 암릉은 우회해서 갈 수도 있지만 산행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공룡의 등 같은 암릉 위를 잠시 걷다가 내려서서 바위 밑의 그늘에서 15분쯤 첫 번째 휴식을 한다.

북바위산 정상이 가깝게 보이는 신선대에서 그야말로 신선놀음을 하는 기분으로 앉아 쉬다가 계단 두 군데를 내려서서 등로 옆의 기암을 지나 작은 너럭바위에 이르러 조망을 하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하얀 물체를 자세히 쳐다보니 뱀이 벗어 놓은 허물이다. 말라붙은 껍질을 보니 꽤 큰 뱀의 것인 듯하다.

다시 등로를 나아가니 “고통 받는 소나무”라는 안내판과 함께 일제 말기에 항공기 연료로 쓰기 위해 껍질을 두껍게 베어내 송진을 채취한 자국이 있는 굵은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데 죽지 않고 여태까지 살아 있는 끈질긴 생명력에 내심 연민 어린 갈채를 보낸다.

나무 계단을 구불구불 올라서 마침내 해발 772.1 미터의 북바위산 정상에 닿는다. 
 


신선대 정상 - 해발 625 미터. 
 


신선대에서 바라본 사시리고개와 그 너머의 마역봉(마패봉), 신선봉. 
 


신선대. 
 


신선대에서 바라본 북바위산. 
 


등로의 기암. 
 


뱀이 나뭇가지 위에 벗어 놓은 허물. 
 


일제 말기에 항공기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자국. 
 


계단 위에서 바라본 월악산릉과 너럭바위봉, 559봉. 
 


구불구불 돌아 오르는 계단. 
 

북바위산 정상에서는 지척의 박쥐봉과 함께 포암산, 주흘산과 부봉, 마역봉과 신선봉 등이 조망되는데 앞으로 올라야 할 주변의 명산들을 바라보니 흥분을 억누를 수 없다.

산행객들은 대부분 정상에서 물레방아휴게소로 되돌아가는데 자신은 박쥐봉까지 종주하기 위해 반대쪽으로 내려선다. 정상에서 3분쯤 내려서니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데 용마산과 수리봉으로 가는 등로는 폐쇄돼 있다.

정상에서 뫼악동 쪽으로 25분쯤 비교적 완만한 등로를 내려가니 무덤 한 기가 있고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북바위산과 박쥐봉의 경계인 사시리고개다. 방향표지판에는 이곳이 해발 520 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직진하여 나무 계단을 오르니 곧 박쥐봉 들머리가 있는 임도 사거리에 이른다. 이곳의 방향표지판에도 해발 520 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10분 가까이 쉬다가 박쥐봉으로 오른다.

한참 나아가서 큰 바위 밑의 등로를 지나 들머리에서 45분 만에 전망 바위가 있고 정상에 뾰족한 바위가 있는 715봉에 올라서 전망 바위에 앉아 10분 남짓 쉰다.

715봉에서 몇분 더 나아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니 곧 미끄러지기 쉬운 두터운 흙길의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와서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가니 또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오고 그 내리막길에 걸쳐진 죽은 나무가 로프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나무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왼쪽에 리본들이 많이 매달려 있고 오른쪽은 가파른 내리막길인데 지릅재로 하산하는 길인 듯하다. 
 


북바위산 정상 - 해발 772.1 미터. 
 


북바위산 정상에서 바라본 박쥐봉과 그 너머의 포암산. 
 


북바위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역봉(마패봉)과 신선봉. 
 


출입이 금지된, 용마산과 수리봉으로 가는 등로가 있는 곳의 방향표지판. 
 


무덤 한 기가 있는 안부 사거리인 사시리고개. 
 


사시리고개 위의 임도에서 바라본 북바위산. 
 


사시리고개 위의 임도 사거리와 왼쪽의 박쥐봉 들머리. 
 


박쥐봉 들머리. 
 


커다란 바위 밑의 등로. 
 


전망 바위가 있는 715봉 정상.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로프 역할을 하고 있는 죽은 나무. 
 


지릅재 하산길로 추정되는 가파른 내리막길. 
 

리본들이 나뭇가지에 많이 매달려 있는 왼쪽 길로 가니 곧 아까 내려가려다가 되돌아온 가파른 비탈 아래를 지나게 되고 715봉에서 20분 만에 773봉에 이른다. 773봉을 내려서니 곧 오른쪽에 커다랗고 하얀 슬랩 지대가 있는 745봉이 보이는데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안부를 지나니 단단한 바위들로 이뤄진 암봉인 745봉이 눈길을 압도한다.

745봉을 지나서 바위 지대를 올라 역시 단단한 암봉인 해발 782 미터의 박쥐봉 정상에 오른다. 박쥐봉 정상은 정상표지석도 없고 바위틈에 삼각점만 설치돼 있다.

사방의 조망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박쥐봉 정상에서 30분쯤 쉬다가 북릉을 향해 내려선다. 북릉 하산길은 올라오던 길로 잠시 되내려가면 정상 직전에 나 있는 가파른 내리막의 갈림길이다. 그 길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쌍스틱으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힘겹게 내려가야 하는, 미끄럽고 가파른 능선길이다.

복잡한 등로를 구불구불 돌아서 내려가다 보면 완만한 비탈길도 밟게 되지만 대부분은 가파르고 미끄러운 흙길이다. 등로라고 보기 힘든 길을 한 시간이 넘게 내려서니 사시리계곡을 왼쪽에 낀, 평지에 가까운 등로를 걷게 되고 사시리계곡으로 내려서니 맑고 시원한 계류가 산행의 피로를 달래준다. 
 


773봉 정상.

 

올라야 할 745봉. 
 


돌아본 773봉. 
 


745봉 정상. 
 


745봉에서 바라본 포암산. 
 


돌아본 773봉과 745봉. 
 


박쥐봉 정상 - 해발 782 미터. 
 


박쥐봉 정상에서 바라본 월악산. 
 


박쥐봉 정상에서 바라본 주흘산과 부봉. 
 


박쥐봉 북릉 하산길에 바라본 북바위산릉. 
 

사시리계곡을 건너서 잠시 나아가니 사시리계곡과 송계계곡의 합수점인 박쥐봉 날머리에 이른다. 이때가 17시 20분경. 10시에 산행을 시작했고 1시간 30분가량 쉬었으니 실제 산행시간은 5시간 50분쯤 걸린 셈이다.

계곡의 시원하고 맑은 계류에 발을 담그고 간단히 씻으며 25분쯤 쉬다가 차도로 올라와서 10분 남짓 걸어 팔랑소휴게소를 거쳐 팔랑소로 내려간다. 시원하고 깊은 계류와 멋진 암반이 어우러진 경치에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다가 다시 차도로 올라와서 물레방아휴게소까지 걸어가니 18시 20분경. 원래의 계획은 하산 후 송계팔경 중 월광폭포와 월악산 영봉을 제외한 송계육경을 둘러보고 덕주사에도 들러서 작년 가을 월악산 산행시 어두워져서 찍지 못한 덕주사 경내까지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는데 하산이 생각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져서 동서울행 19시 15분 막차를 타려면 포기해야겠다. 동창교의 송계 종점에서 18시 18분에 출발하여 충주로 돌아가는 246번 시내버스의 막차도 18시 25분경 물레방아휴게소 앞을 지나는 것을 놓쳤으니 이제는 동서울행 직행버스의 막차 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 물레방아휴게소에서 시내버스 시각을 물어보고 몇 분전에 지나간 시내버스가 막차임을 확인하고 동서울행 직행버스가 서는, 덕주사 입구의 덕주휴게소 앞까지 15분 이상 걸어가니 18시 45분경. 급히 근처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 먹는데 산나물 같지도 않은 몇가지 나물이 들어있는 비빔밥보다는 함께 나온, 호박과 두부, 버섯을 썰어 넣은 구수한 된장찌개가 훨씬 더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덕주휴게소에서 동서울행 버스표를 12000원에 끊어서 10분 가까이 기다려서 동서울행 직행버스 막차를 타니 22시경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북처럼 생긴 북바위가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북바위산과 송계계곡 쪽에서 보면 박쥐가 날개를 펴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박쥐봉을 종주한 오늘의 산행은 사시리계곡을 경계로 붙어 있지만 분위기가 아주 다른 두 산을 이어 올라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맨살에 쿨맥스 티셔츠 한 장을 걸치고 산행을 하니 땀은 많이 나지만 산중에서, 특히 박쥐봉에서는 울창한 삼림의 그늘과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를 느끼기도 할 정도였다. 여름 산행은 날머리가 계곡이어서 간단히 씻을 수 있다면 산행의 피로와 더위를 날려버리기 좋은데 제천과 충주의 산들은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 많은 듯하다. 충주와 제천에 걸쳐 있는 북바위산과 충주의 박쥐봉은 반복되는 초행길의 산행에서 또 하나의 경이로움이었다.

이산 저산을 다니면서 산의 아름다움과 정취에 젖다보면 장자의 호접몽처럼 자신이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되어 있는 것인지 속과 선을 오가는 깊은 느낌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다.

산행은 자연의 이모저모를 경이롭게 바라보면서 삶과 자신을 돌아보고 비록 현실에 불만이 많을지라도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시리계곡. 
 


송계계곡. 
 


박쥐봉 날머리 - 사시리계곡과 송계계곡의 합수점. 
 


팔랑소 1. 
 


팔랑소 2. 
 


팔랑소 3. 
 


팔랑소 4. 
 


망폭대. 
 


송계계곡의 암반. 
 


덕주산성 남문. 
 


동서울행 직행버스가 서는 덕주사 입구.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