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 이명산(봉명산~이명산~달구봉)

1:25,000지형도=성내. 하동

2004년 9월 30일 목요일 맑음(12.8~27.2도)   일출몰06:22~18:13

코스: 다솔사10:30<0.8km>봉명산11:00<0.8km>보안암석굴11:30<1.3km>깨사리고개12:20<0.7km>이명산13:00<0.6km>마애석불삼거리13:20<1.3km>달구봉(계봉)14:00<1.2km>499m봉14:30<1.2km>밤밭15:00<1.8km>직전마을2번국도15:30

[도상10.6km/ 5시간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경남 사천에 있는 봉명산 군립공원의 다솔사(多率寺)에서 보안암 석굴을 관람하고, 이명산(570m)너머 달구봉까지 치달아 하동군 북천면의 직전마을로 내려서는 이번코스는...!

짧은 거리임에도 문화유산 돌아보기와 한적한 공원길, 그리고 후반부의 억새 초원지대와 울울창창한 원시림코스를 두루 탐방할 수 있어 무척 아기자기하다.

달구봉 오름길에서 본 이명산 뒤로 봉명산까지..    달구봉 오름길에서 본 이명산 뒤로 봉명산까지..
 

초입의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한 천오백년의 고찰로, 부처가 열반에 들기 전의 모습으로 누워 있는 대웅전에는 와불 뒷면 벽의 유리창을 통해 사리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솔사는 문화유산 외에도 솔밭과 차밭, 대밭, 그리고 항상 일렁이는 억새밭과 삶에 대한 연민의 밭-다섯 개의 멋진 밭을 갖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이명산에서의 사천만   이명산에서의 사천만 
 

후반부의 마애석불 삼거리에서부터 달구봉 아래까지 연이어지는 약 2km에 달하는 억새초원지대는 그야말로 환희에 넘치는 낭만의 코스다.

능선길 북쪽으론 지리산 주능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고, 남쪽 망망대해로 펼쳐지는 삼천포와 광양만의 다도해는 너무도 아름다워, 산행 내내 산객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산행길 내내 조망되는 계명산과 지리산 주능선    산행길 내내 조망되는 계명산과 지리산 주능선
 

이번 코스 북쪽의 북천천, 직전천은 경전선 철로따라 곤양천으로 와서 남쪽의 무고천과 함께 사천대교가 있는 사천만으로 빠진다.

한편, 남쪽의 관곡천, 고이천 등은 곧장 사천만으로 빠져서 북쪽물들과 함께 남해바다의 파도속에서 뒤섞인다.

봉명산에서 본 사천만    봉명산에서 본 사천만
 

가는길: 남해고속국도 곤양나들목에서 용산마을로 들어와 다솔사 주차장에 내려서면 다솔사를 한 바퀴 돌아본다.

응진전, 극락전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된  이 곳의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맞배지붕 누각의 대양루는, 한 때는 쓰러질 듯 기운 것을 최근에 바로 세워 놓았다고 한다.

다솔사 대양루  다솔사 대양루 
 

사찰 왼쪽의 등산로로 접어들어 10분정도 오르면 [서봉암.../정상]이정표의 삼거리에 닿게 되는데, 왼쪽으로 가면 정상을 거치지 않고 보안암으로 곧장 갈 수 있다.

정상 오름길은 무척 가풀막지다. 천년송이 가득한 오름길 고스락엔 13m정도 높이의 팔각정 휴게소가 설치 되 있어 한번 쯤 올라볼 만하다. 빙 둘러 의자가 설비 된 이곳에선 진주시와 사천만이 한 눈에 보인다.

봉명산 정상의 전망탑    봉명산 정상의 전망탑
 

정상석을 거치는 내림길엔 헬기장이 있다. 사거리 넓은길로 나서서 얼마 못간[보안암0.7km]삼거리 이정표에선, 일부러 보안암엘 들렀다가 나와야 한다.

인공으로 마련된 대지위에 판형의 사암질 자연석을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고려시대 분묘형 석굴의 내부엔, 결가부좌한 석조여래좌상과 16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

보안암 석굴의 석조여래좌상    보안암 석굴의 석조여래좌상
 

보안암에서 되돌아 나와 능선길로 접어들면, 지금껏 잘 나 있던 산책로는 사라지고 비좁은 잡목 야산길이 456m봉까지 연결된다.

7~8개의 케른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고스락에서 오른쪽으로 난 날등길 따라가면, 커다란 헬기장에서 산길이 뚝 끊기는데 진행방향 숲 속으로 등로는 살아 나간다.

내려다 본 보안암 석굴    내려다 본 보안암 석굴
 

울창한 송림아래로 말라 비틀어진 진달래나무가 걸치적거리는 능선길을 한참 따르다가, 북천에서 곤양으로 넘어가는 2차선 포장도로의 깨사리고개로 곤두박질 친다.

도로를 건너 철탑을 향하면 이명봉 오름길이 열리는데, 정상까지 계속해서 가파르게 올라치면 [理明山 想思峯]의 정상석이 반긴다.

이명산 정상    이명산 정상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는 하동의 금오산 뒤로 다도해가 펼쳐지고, 진행방향으론 백운산이, 그 오른쪽으론 장대한 지리산, 황매산, 자굴산, 와룡산이 시계바늘따라 다 들어오고 진주시가 분지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하산은 백운산을 바라보며 서북방향으로 내려서서 지형도상의 계봉을 향한다.

이명산 하산길에서 본 달구봉 뒤로 광양 백운산    이명산 하산길에서 본 달구봉 뒤로 광양 백운산
 

10분쯤 내려오면 [마애석불/동경산]이정표를 만나는데 마애석불쪽으로 15분쯤 가면,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측되는 마애석불과 시루떡 모양의 삼형제바위를 볼 수가 있다.

계명산(382m)을 연계하면서 그 길로 하산해도 무방 하지만, 되 올라와 달구봉을 향하면 황홀한 억새산행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뚫고가는 칡넝쿨지역   뚫고가는 칡넝쿨지역 
 

뿔당고개로 불리는 안부를 지나면서 정글을 이룬 칡넝쿨이 진로를 방해해도, 오름길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송림 무성한 한 봉우리 넘어서면 능선길따라 억새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잡목이 없어서인지 다도해상의 사천대교까지 조망되고, 너울거리는 억새속으로 선계는 한시간동안 이어진다.

달구봉 오름길에서 본 하동의 금오산(443.9m)   달구봉 오름길에서 본 하동의 금오산(443.9m) 
 

달구봉 정상에는 [이명산 시루봉]과 [달구봉]의 각기 다른 두 개의 정상석이 있는데, 한자 투성이의 한 개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이 산 꼭대기 용지에 사는 못된 용의 심술로 맹인이 많이 태어나, 그 못에다가 불에 달군 쇠와 돌로 메꾸어 쫓아냈더니, 이 후론 맹인이 태어나질 않았다'는 전설이다.

특이한 달구봉 정상석    특이한 달구봉 정상석
 

달구봉에서의 하산은 동북방향의 499m봉을 향한다. 처음엔 잘 나가던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부터, 계곡으로 쏟아지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한동안 벗어난다.

그러다가 다시금 날등으로 붙으면 빼곡한 침엽수림에서 더 이상 헤쳐 나갈 수는 없고, 능선 왼쪽의 우회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산길의 499m봉    하산길의 499m봉
 

그러나 그 길만 계속 좇다보면 경전선 이명터널이 관통하는 북천면 사평리 배암골로 떨어지게 된다.

마루금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능선으로 붙으면 널찍한 봉분 한 기 만나게 되고 이후론 하산길이 순탄하다. 밤나무단지를 벗어나 경전선 철로를 건너, 직전마을의 2번 국도상에서 산행을 마감한다.

종착점 직전마을    종착점 직전마을
 

산행후기:추석연휴 마지막날 남해고속국도는 전혀 막힘이 없어 부산 출발 두시간만에 산행시작이다.

다솔사는 전부터 한번 와 보고싶었던 곳이지만 단체와 함께하기 위해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냥 경내 한 바퀴 휘~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고, 숱한 볼거릴 뒤로한 체 산행길에 나섰다.

쓰러진 투구꽃    쓰러진 투구꽃
 

오르막 안부에서 몇 분은 보안암 단축코스로 빠지고, 헥헥거리는 땡칠이구간을 치올라 전망대에 올라서고보니, 동쪽으로만 전망이 트여서 제대로 전망대 구실을 못하고 있다.

타 지역 같으면 주변의 수림을 제거했을 터임에도 이 곳은 전망대보다 높이 솟은 송림들을 잘라내질 않아서, 여길 설계하신 분의 자연사랑에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산비장이   산비장이 
 

다솔사가 천오백년의 역사를 가졌으니 이 지역의 수림들도 사찰의 세월과 함께 했을 거라는 생각에, 울울창창한 거송들이 예사로 보여지질 않는다.

보안암 직전까지는 등산이라기보담 도심 속의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이어서 별로 달갑질 않았으나, 이후로의 산길은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저으기 안심이 된다.

능선길의 노간주나무   능선길의 노간주나무 
 

처음엔 보안암을 그냥 지나쳤으나 오름길 초입에 설치한 보안암 석굴의 내력을 읽어보곤, 하마터면 관전포인트를 놓칠 뻔 했구나! 하는 심정으로 경내 뒤뜰로 내려섰더니, 스님께서 놀라는 눈치다.

80년대 초에 제2의 석굴암이 발견됐다고 해서 한 때는 전 매스컴이 떠들썩 했었다. 규모나 조각면에서 훨씬 뒤떨어지지만 고려시대에 축조된 중요 문화재다.  

헬기장의 물매화    헬기장의 물매화
 

456m봉을 지난 헬기장에는 물매화를 비롯한 자주쓴풀과 미역취나물꽃이 여러개체 눈에 띄어 카메라 들이 대 보지만, 한낮의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림자 드리우고 접사촬영을 시도해 본다.

노간주나무 드문드문한 송림지대로 들어서자, 한 때는 전성기를 구가했을 키작은 진달래나무들이 말라비틀어져 산길의 흉물로 남아 있다.

철지난 철쭉   철지난 철쭉 
 

양지로 나서자 철지난 철쭉꽃이 철도 없이 여기저기 한두송이씩 피어나고 있어 고것마저 앙증맞게 보이고, 이 지역에도 산구절초는 무던히도 많이 피었다.

깨사리고개엔 타고온 산악회버스가 혹여 있을 중도탈락자를 기다리지만, 나이드신 산처녀들도 그냥 지나친다.

자주쓴풀    자주쓴풀
 

그러나 계속해서 급경사로 치오르는 이명산 오름길에서 뒤로 축축 처지기 시작하더니, 종내는 마애석불 갈림길에서 그냥 계곡따라 직전마을로 내려들 가신다.

나도 그 길 따라서 마애석불과 시루떡바위도 보고와야 겠지만, 체력소모를 줄일 양으로 그냥 지나친다.

 미역취     미역취
 

가끔씩은 쉬어가면서 억새가 무성한 능선길을 천천히 오른다. 한낮의 태양아래 은빛물결로 출렁이는 억새바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신불산, 화왕산, 자굴산, 만복대의 그 것보다 훨씬 찬란하고 황홀하다. 군락을 이룬 진노랑의 미역취나물꽃이 억새를 더욱 돋보이게하고 있다.

찬란한 억새   찬란한 억새
 

달구봉에서 내려온 499m봉 날등길에선, 빽빽한 노간주나무 틈새를 비집고 빠져 나갈 수가 없다.

한참을 우회해서 무덤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섰다. 발목이 푹푹 빠지는 송림 숲 속의 하산길엔 하얀 유액이 번져나오는 당귀젖버섯이 참 많이도 솟아올랐다.

당귀젖버섯    당귀젖버섯
 

한차례 수확이 끝난 밤나무단지로 내려서자 떨어진 밤송이보다 알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일행분들은 밤송이를 까지만, 나는 그냥 수월하게 알밤 한 됫빡정도 줏어서 배낭에 넣고 기분좋게 내려갔다.

그러나 그게 헛수고라는 것이,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쌂아서 쪼개 봤더니 모두가 벌레먹고 썩은 것들 뿐이다^^!

능선길에 따라다니던 산구절초    능선길에 따라다니던 산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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