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봉명산(697m)

1:25,000지형도=문경. 호계

2004년 9월26일 일요일 흐림(11~23도)   일출몰06:19~18:18

코스: 마원3리표석11:30<1.8km>과수원12:10<0.6km>안부12:30<2.0km>정상13:30<1.0km>무덤삼거리14:00<1.0km>능선14:30<0.8km>웅덩이14:50<0.7km>과수원15:20<1.8km>조령천 구도로 원점16:00

[도상9.7km/ 4시간 반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경상북도 문경읍과 마성면 사이에 솟은 봉명산(697m)은 봉황이 울고가는 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온 산이 짙푸른 송림으로 뒤덮혔다.

땅 속에는 석탄이 매장 돼 있어 한 때는 이 곳의 봉명탄광에서 채굴되는 노다지를 호주에 수출할 정도로 번성했었지만 그만큼 땅 속은 곪아 있다.

마을표석에서 본 봉명산    마을표석에서 본 봉명산
 

1950년도부터 91년도까지 천명이 넘는 종업원이 40여년동안 왁자했던 이 산 남쪽 외어리의 늘목마을에 비해, 옛부터 한적한 산골마을이었던 우물실골은 찾아드는 이 별로 없어 문경의 또 다른 비경지대로 남아있다.

산행내내 주흘산의 전모를 훑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백화산, 조령산, 포암산, 대미산등의 백두 대간과 성주봉, 운달산, 오정산이 호위하 듯 도열해 있어 조망 또한 최고다.

봉명산 후반부와 주흘산, 조령산    봉명산 후반부와 주흘산, 조령산
 

이 마을 뒤편의 삼국시대 석성인 정곡성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내는 텃밭으로 변하였고, 또 한 곳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금학사지를 들러보면 널따란 초원지대에 물웅덩이만 남았다.

문경새재박물관 앞마당으로 옮겨서 복원해 놓은 이 곳의 3층석탑은 산자수명한 이 마을을 전설로 전하고 있고, 우물실골은 마을 최상단에 있었다는 조천(潮泉: 물의 양이 음력따라 들고 나는 샘 )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조천의 맥을 잇는? 우물실골 최상단 샘    조천의 맥을 잇는? 우물실골 최상단 샘
 

전설과 조국근대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봉명산 산행길엔 운탄도로와 갱도가 지금도 남아 있지만 송림 무성한 명산 바라보기 산행을 끝낸 후에는 바로 곁에 있는 문경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가 있다.

이 산을 싸고 도는 신북천은 조령천~영강~낙동강따라 남해로 흘러든다.

외나무다리가 있었던 조령천    외나무다리가 있었던 조령천
 

가는길: 문경온천에서 조령천따라 지방국도를 1km쯤 내려오면 마원3리 마을표지석에서 마원교다리를 건너 병풍바위근처에 주차시키고 수백년된 느티나무가 있는 우물실골로 들어선다.

초입의 오른쪽 외딴집 뒷길로 해서 능선마루로 올라서면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널널하고 다복솔 오솔길이어서 촉감이 좋다.

초입의 병풍바위   초입의 병풍바위 
 

그러나 전설속의 조천과 운탄로가 있는 갱내출입구를 보려면 마을 안쪽으로 들어와 삼거리의 왼쪽 맨 꼭대기집 마당의 향나무 아래 조천의 맥을 잇고 있는 우물을 감상하고 되내려와 이번엔 마을 오른쪽의 과수원 포장길을 끝까지 따라간다.

이 곳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하면 금학사지가 있는 물웅덩이로 올라설 수 있고,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몇기의 무덤을 지나서 갱내 출입구를 볼 수가 있다.

갱내출입구 경고문    갱내출입구 경고문
 

무덤 이후론 아예 산길은 사라졌지만 막무가내로 능선 안부로 치올라 한참 진행하면 망부석이 양쪽으로 놓여진 잘 정돈 된 능선상의 무덤을 만나게 된다.

무덤직전의 안부에는 운탄로따라 금학사지로 갈 수 있는 키작은 비목나무 무성한 넓은길과 정상으로 향한 날등길이 있지만 남쪽 외어리마을길은 희미하다.

이정표가 되는 능선상의 무덤    이정표가 되는 능선상의 무덤
 

서서히 가팔라지는 낙락장송 오름길에서, 십여명 앉아 쉴 수 있는 진남교쪽의 조망 좋은 너럭바위를 지나면 등산로는 가풀막지고 좁아지면서 빗물에 씻겨진 잔잔한 너덜길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날등을 벗어난 우회로가 한참 이어지다가 주능선으로 올라 무덤 한 곳 지나면 무인 산불감시탑이 있는 삼각점의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석 뒤편으로 백두 대간 (포암산구간)    정상석 뒤편으로 백두 대간 (포암산구간)
 

1997년에 문경읍에서 심어놓은 정상석 주변은 울창한 수림을 제거해 사방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정상에서의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 외에는 없다. 되짚어 내려가는 길도 날등을 타려면 북쪽으론 천애절벽으로 형성 되 있어 망부석이 있는 무덤 삼거리까지 내려와야 한다.

운탄로에서 본 조령산    운탄로에서 본 조령산
 

여기서 북쪽의 운탄로 따라 세 곳의 너덜밭을 지나치면 산길은 사라지는데 이럴 경우, 계속 북쪽으로 진행하면 좁다란 능선길을 만나게 된다.

이십분쯤 내려오면 물웅덩이가 있는 습지에서 오른쪽 언덕배기로 올라서면 빽빽한 초원지대의 금학사지로 올라서게 된다. 좀 더 진행하여 날등을 타면 신북천이 흐르는 북쪽 요성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금학사지서 본 봉명산 북면    금학사지서 본 봉명산 북면
 

그러나 정곡성으로 가는 날등길은 통행인이 없어서인지 짙은 정글속으로 사라지고 막상 진행할래도 높다란 봉우리를 넘어 도상1km를 더 진행해야 한다.

험로를 무리해서 진행하느니 차라리 우물실골로 내려와 지척의 마을 뒤편으로 올라 정곡성을 경유하여 문경온천으로 하산하거나 병풍바위쪽으로 내려오는 편이 수월하다.

오름길에서 본 우물실골과 이화령고개    오름길에서 본 우물실골과 이화령고개
 

산행후기: 나이 탓일까! 추석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내가 태어난 생가(안태고향)를 가보고싶었다.

이화령 너머 은티마을에서 할머니가 시집와 살던 곳, 어머니가 예천 용궁에서 시집와 살던 곳, 아버님이 일제 징용에 끌려갔다가 해방을 맞아 다시 돌아와 살던 곳, 내가 다섯 살까지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 곳으로...!

고향생각....! 코스모스    고향의 서정, 코스모스
 

아버님과 형님이 뒷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포수가 쏘아 놓친 노루를 수습하여 조령천에서 뱃살 갈라 온동네 잔치를 했던 그 곳으로...!

여름이면 모래 살살 뿌려 모래무지를 잡던 그 곳으로, 신작로가에 살던 큰고모집을 할머니가 나를 업고 다니던 그 곳으로, 아버님의 맹자왈 소리 낭랑하던 그 곳으로...!

우리집은 우물실골 맨 꼭대기에 있었다.

고염 열매    고염 열매
 

마원교를 피해서 소나무가지 얼기설기 걸쳐있던 외나무다리를 대신해 축조해 놓은 잠수교를 건너 마을 입구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건넌다.

하얀 달빛 아래 커다란 능구렁이 느릿느릿 기어가던 그 길을 포장도로 따라 마침내 옛 우리집에 닿았다.

도꼬마리    도꼬마리
 

문패도 없고 주인도 없는 옛집 봉당엔 마루도 없어졌고 섬돌도 없어졌는데, 슬리퍼 두켤레 가지런히 놓였다. 장작이 가득 쌓였던 마당엔 배추가 심어져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맨 먼저 오랜 향나무 한그루 그림자 드리운 우물로 향했다. 옆 자리엔 수도가 놓여졌다.

조개껍질버섯    조개껍질버섯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심어졌던 그 향나무 아래 샘물은. 손질을 않아서인지 바닥이 없어졌다. 옹잇돌에 붙어있던 약간은 까칠하면서도 푸르른 이끼는 언저리에만 약간 붙어 있다. 떠 먹을 수 없어 그 아랫부분 수로에서 수통에 물 받아 음미해 본다.

어릴적 뒷동산엔 옹달샘이 있었다. 그것이 조천이라면 마을 맨 꼭대기의 이 샘물은 그 맥을 잇고 있는 것이리라!

신나무 열매   신나무 열매
 

주인도 없는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뒤안을 돌아본다. 땅 속에 굴 파서 무우 묻어놨던 언덕에서 미끄럼타던 대나무 밭! 모든게 그대로다.

송아지와 어미소가 함께 했던 외양깐의 흙담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은 사라지고 지붕도 바뀌었다. 부엉이 우는 날 밤에 칙간가면 할머니 따라와 주던 그 곳은 두엄창고로 변해서 지붕엔 박꽃이 지고 있다.

진갈색주름버섯    진갈색주름버섯
 

명절이면 간잽이 고등어와 검정 고무신 사 오시던 아버님을 기다리던 집앞의 고염나무엔 고염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홍시 주워먹던 집 뒤편의 감나무도 그대로이고...! 홍시 두어개 줏어 먹어 보지만 옛맛이 아니다.

기왕에 예까지 온 거 봉명산엘 가 봐야지!

숲주름버섯    숲주름버섯
 

승합차 두 대 주차한 삼거리로 내려와 오른 쪽의 과수원길 따라 정상을 향한다. 길도 없는 숲속에서 갱도 입구를 만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땅 속을 후레쉬 터뜨려 촬영을 해 본다. 어린시절 이 곳엔 탄광이 없었는데...!

정상 내림길엔 누군가 소나무 아래 갈비 틈새를 헤집고 지나갔다. 송이라는게 아무데나 나는 것이 아님에도 호기심이 동했나보다.

농익은 으름열매
 농익은 으름열매 
 

가랑비가 솔솔 날리기 시작한다. 운탄로따라 금학사지로 내려 섰더니 무성한 으름덩굴 아래로 농익은 알갱이들이 지천으로 널부러졌다.

그 중에 성한 걸로 몇 개 맛을 본다. 어릴 땐 참 맛있었는데, 지금은 별로다. 형님이 따 주시던 땅벌 꿀맛이 그립다. 숲 속에서 말벌집을 봤지만 쌩쌩거리는 그들과는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촬영을 하다보니 초점이 잘 맞질 않았다.

말벌집    말벌집
 

그것도 약에 쓴다고 남획을 해대니 공개하기도 꺼려지지만 여하튼 말벌집이 있다는 건 여기가 바로 문경의 비경지대임엔 틀림 없다. 이 글로 인해서 고향 뒷산이 망가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산에 가시는 분들은 제발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고 보전에 힘 쫌 씁시다. 귀로의 문경 온천엔 읍민 노래자랑 첫째 날을 맞아 한마당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즐거운 명절..., 노래자랑    즐거운 명절..., 노래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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