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3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6:30)
원주터미널(08:15)
주천(09:12)
법흥사일주문(09:32)
노송봉(10:05)
능선갈림봉(10:24)
구봉대산(10:38)
대왕봉(11:09)
널목재(11:26)
1070봉(11:57)
화채봉(12:37)
화채바위(13:00)
헬기장(13:32)
거칠치(13:42)
된불데기산(14:18)
소재(14:53)
구룡산(15:28)
노송봉(15:58)
한치(16:48)
두덕골농장(17:04)
황둔
원주역(19:17)
청량리역(21:13)

◈ 산행시간
약 7시간 32분

◈ 산행기

- 법흥리
원주까지 별 생각없이 고속버스를 탔다가 영월행 버스를 타야할 시외버스터미널은 한참 떨어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황급히 택시를 탄다.
1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가슴을 졸여가며 차가 막히는 원주시내를 가까스로 통과해 8시15분에 출발하는 영월행버스를 오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주천에서 택시를 타고 백덕산 등산로가 있는 법흥리계곡을 올라가니 곳곳에 펜션들이 보이고 구석진 골골마다 산장과 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 서있다.
들머리가 되는 법흥사일주문에서 내려 산행채비를 하려니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 그런지 냉기에 귓볼이 얼얼하고 손가락끝이 저려온다.


- 구봉대산
울긋불긋한 표지기들을 보며 살얼음 덮힌 계곡으로 들어가면 억새들은 서리를 뒤집어 쓴채 화려한 부활을 기다리고있고, 추위에 지친 새 한마리는 약한 비명을 지르며 나무위로 날라간다.
계곡을 버리고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니 노송들이 많이 서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파란 하늘사이로 몇년전 산우들과 같이했던 백덕산이 바라보여서 찬비를 맞으며 엉뚱한 곳으로 내려갔던 쓰라린 기억을 떠 올린다.
굵은 밧줄들이 걸려있는 암릉을 오르면 나뭇가지사이로 구봉대산의 멋진 암봉들이 보이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힙겹게 오르니 엄둔치를 지나서 주천강까지 길게 이어지는 남릉이 갈라져 나간다.
봉우리에서 북서쪽으로 꺽어져 시야가 훤히 트이는 바위지대로 올라가면 사자산과 백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힘찬 하늘금을 그리고있고 반대쪽으로는 가야할 구룡산너머로 수많은 산봉들이 머리를 들고있다.
암릉들을 휘돌아 작은 헬기장이 있는 구봉대산(900.7m)에 오르니 삼각점과 마지막 9봉을 표시하는 금속판이 서 있으며 나무가 많아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구봉대산의 암봉들



▲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본 백덕산과 사자산의 하늘금



▲ 구봉대산



▲ 구봉대산 오르며 바라본 된불데기산과 구룡산



▲ 구봉대산 정상



- 1070봉
9봉을 내려가 돌탑을 지나고 안부로 떨어져 굵은 보조밧줄이 걸린 암릉지대를 오르니 노송들이 멋지게 서있는 6봉이 나오고, 전망대같은 뾰족한 바위에 오르면 발밑은 천길 절벽을 이루고있어 오금이 저린다.
대왕봉이라고도 하는 5봉에 오르면 법흥리계곡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신라의 천년고찰 법흥사가 작게 내려다 보이며, 주위에 솟아있는 암봉들은 한폭의 동양화를 보듯 아름답다.
고도를 낮혀가며 3봉을 지나니 점차 육산으로 바뀌고 낮으막한 1봉을 지나 널목재 안부에 내려서면 법흥사쪽으로 고속도로같은 등로가 이어진다.
희미한 산길로 들어가 오래된 집터를 지나고 가파른 덤불숲을 올라가면 나뭇가지사이로 지나온 구봉대산의 암봉들이 보이고 사자산이 점차 가까이 다가온다.
암봉을 우회하고 잡목들을 헤치며 바위지대를 휘돌아 능선이 갈라지는 1070봉에 오르니 산길은 주능선이 있는 오른쪽 가해목 방향으로 돌아나가고 화채봉쪽으로는 길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새벽부터 서둘며 아침도 못 먹은터라 양지바른 곳에 서서 소주 한컵에 김밥 한줄을 게걸스럽게 먹고 오른쪽으로 삐쭉 솟아있는 삿갓봉을 바라보며 잡목숲으로 들어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자산



▲ 구봉대산의 노송들



▲ 6봉



▲ 5봉



▲ 5봉에서 바라본 백덕산과 법흥사



▲ 4봉



▲ 3봉



▲ 널목재



- 화채봉
싸래기 눈이 깔려있는 남서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잡목과 덤불들이 울창하고 족적도 희미하며, 삿갓봉에서 오두치로 떨어지는 산줄기가 워낙 뚜렷해 연신 나침반을 확인하게 된다.
책장처럼 결진 큰 바위들을 연달아 우회하고 능선만 가늠하며 덤불숲을 따라가니 나뭇가지사이로 남쪽으로 휘어지며 된불데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잡목들을 헤치고 흐릿한 능선따라 뭉툭한 화채봉(966.7m)에 오르니 산악회 표지기 몇개와 1500산 김정길님의 비닐코팅판이 정상임을 알려줄뿐 그저 평범한 봉우리이고 운일교에서 올라오는 서쪽 지능선으로 올라오는 길이 열려있다.
화채봉에서 남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조금씩 등로가 뚜렸해지고 표지기들도 간간이 보이며 특징없는 잡목숲은 남서쪽으로 이어져 올라간다.
사람의 일생을 아홉 봉우리에 비유한 구봉대산을 떠 올리며 지난 생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자니 숲은 고요하고 햇살만 따사하게 비춘다.
화채바위라 명명된 887봉에 오르면 멋있을 바위들은 모습을 감추고있고, 100여미터전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능선이 꺽어지지만 표지기들은 운학리방향인 서쪽 지능선으로 걸려있어 특히 여름철에는 독도에 주의할 곳이다.



▲ 화채봉 정상


- 된불데기산
남쪽으로 꺽어져 베어진 나무들이 뒹구는 능선을 따라가면 표지기들도 사라지고 흐릿한 족적만 간간이 보일 뿐 거친 숲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깊숙하게 패인 엄둔계곡과 오른쪽으로 운학리의 마을들을 내려다보며 인적없는 잡목숲을 내려가면 참나무 거목들과 노송들이 곳곳에 서있어 위안이 된다.
벌목된 나무들을 넘어 억새가 우거진 넓은 헬기장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여서 된불데기산이 코앞에 우뚝하고, 백덕산에서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매화산에서 비로봉을 거쳐 남대봉으로 흐르는 치악의 주능선이 장쾌하게 펄쳐진다.
덤불들이 가로막는 급사면을 내려가 쌍무덤을 지나고 곧 양지말과 가마골을 잇는 거칠치로 내려서니 나무 한그루 쓰러져있을 뿐 그저 평범한 안부에 지나지 않는다.
쓸쓸한 고개를 넘어 가파른 능선을 올려치면 큰 암봉을 우회하게되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뾰족한 봉우리에 올라가니 가마골의 비닐하우스 몇동이 내려다 보인다.
다시 암봉을 우회하고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급하게 이어지는 바위지대를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응달지대라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온다.
힘겹게 한평 남짓한 된불데기산(908.3m) 정상에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고 역시 사방이 트여서 백덕산과 치악산은 물론이고 육백마지기가 있는 청옥산도 아련하게 보이며, 가야할 구룡산은 지척에 솟아있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된불데기산



▲ 된불데기산에서 바라본 백덕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



▲ 된불데기산에서 바라본 구룡산



▲ 된불데기산에서 바라본 치악산 주능선



- 구룡산
두무골로 연결되는 서쪽 지능선을 확인하고 남동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암릉지대들이 연신 나타나며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등로가 애매모호해진다.
낙엽에 미끄러지며 뚝 떨어지는 바위지대를 내려가니 표지기도 붙어있는 사거리안부가 나오고 한 봉우리 넘어 두무골과 피두리를 잇는 소재로 내려서면 이정표도 서있고 뚜렸한 등로가 기다린다.
넓직하게 잘 다져진 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바람이 많이 불어오고, 어디선가 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상처받은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괴기스럽게 들려온다.
봉우리들을 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소나무길을 따라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구룡산(953.7m) 정상에 오르니 이정표가 서있고 낡은 이정목 하나는 땅바닥에 뒹굴고있다.
따사한 햇살이 내려오는 헬기장에 걸터앉아 남은 김밥에 정상주 한잔을 마시고, 사방의 산봉들을 휘휘 둘러본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구룡산을 내려간다.



▲ 소재



▲ 구룡산 정상



- 한치
서쪽 능선으로 300여미터 내려가면 이정표가 서있고 두산약수로 내려가는 일반적인 등로는 직진해서 이어지다가 계곡으로 떨어지지만, 계획대로 서만이강까지 길게 이어지는 남서쪽 능선으로 꺽어져 들어간다.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낙엽만 잔뜩 쌓인 능선길을 따라가면 표지기들이 간간이 보이고 곳곳에 노송들이 서있으며 아름드리 참나무 고목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군락을 이룬 봉우리를 넘고 암릉을 휘돌며 능선을 따라가니 낮으막한 봉우리가 나오고 마을과 도로가 내려다 보이며 능선이 갈라진다.
오래된 표지기가 가리키는 지능선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와 남쪽으로 흐릿한 능선을 따라가면 나뭇가지사이로 푸른 서만이강이 내려다 보이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 소리가 들려온다.
소나무들이 빽빽한 봉우리를 우회하고 낙엽으로 뒤덮힌 펑퍼짐한 능선을 방향만 맞추고 내려가니 마전과 두덕동을 잇는 한치가 나오고 흐릿한 길이 마을로 연결된다.



▲ 나무사이로 보이는 서만이강


- 두덕골농장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한동안 내려가면 벌목된 나무들이 사방에 널려있어 발에 걸리고 길이 애매모호해진다.
짜증스런 산길을 이리저리 돌아 내려가니 농가가 나오고 펜션인듯한 가옥들사이로 내려가면 411번 지방도로가 나타나며 두덕골농장이라 쓰인 커다란 표시석이 서있다.
운학에서 하루에 세번 나간다는 원주행버스는 기다릴수가 없어 손을 잠깐 흔드니 산을 자주 다닌다는 청년이 흔쾌히 차를 세워준다.
아름다운 가을단풍이 어느 틈에 사라졌다는 푸념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면 운학천너머로 회봉산의 멋진 암벽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황둔에서 차를 내리고 50여분 남은 버스시간을 기다리며 난로불이 훨훨 타 오르는 중국집에서 더운 짬뽕에 이과두주 한잔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 두덕골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