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에 취해 황천 갈 뻔했던 거창 금귀봉, 보해산

 

산행일 : 2008. 2. 15(금).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거기2구마을 입구 삼거리 (09:49)

  ☞ 내장포마을 들머리 (09:57)

  ☞ 안부 (10:07)

  ☞ 금귀봉 (11:23~11:31. 837m)

  ☞ 큰재(안부사거리) (12:08. 큰재와 837봉 중간쯤에서 점심식사로 20여분 소요)

  ☞ 835봉 (13:35~13:46. 837봉에 오르기 직전부터 보해산 정상까지 사진 찍느라 거북이 산행)

  ☞ 보해산 (14:58~15:02. 912m)

  ☞ 임도 (15:52)

  사과과수원 (15:56)

  ☞ 외장포소류지 (16:10)

  ☞ 외장포마을 (16:12)

  ☞ 거기2구마을 입구 (16:17)

산행시간 : 약 6시간 28분 (5시간 30분 정도면 충분)

구간별 거리

거기2구마을입구→(4.3km)→금귀봉→(2.0km)→큰재→(2.0km)→보해산→(약3km?)→거기마을입구

총 산행거리 : 약 11 km

산행안내도


  

산행기

  금귀봉 들머리인 내장포마을 입구 오른쪽에 있는 야산을 오르다보면 아주 작고 낮은 지능선 위를 걸어가게 된다. 십여분 정도 가면 작은 안부가 나온다. 이 안부를 들머리로 삼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초반 10여분을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한 셈이다.

 

거기2구마을 표지석이 있는 삼거리. 오른쪽 길로 조금만 올라가면 첫번째 삼거리가 나오는데 삼거리의 오른쪽길로 올라가면 금귀봉가는 길이다.

 

곧이어 내장포마을이 나온다. 오른쪽 길로 가야한다. 왼쪽에 보이는 뾰족봉이 835봉, 오른쪽 뾰족봉이 금귀봉.

 

 오른쪽 작은 시멘트 다리를 건너면 들머리가 나오지만, 아스팔트길을 계속 따라 올라가다가 지도의 안부를 들머리로 삼는게 바람직하다. 정면 뒤에 보이는 산이 금귀봉

 

잔설이 남아있는 곳으로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잔뜩 부풀어 오른 생강나무 꽃봉오리

 

  금귀봉 정상 직전까지 숲 속 오솔길을 걸어간다. 반대로 해석하면 솔숲이 우거져 조망이 거의 없다는 말씀.

넓은 금귀봉 정상에 오르니 산불감시초소 안에는 초로의 감시인이 따뜻한 햇볕에 자울자울...

조망이 일망무제다. 동으로 가야산, 의상봉, 비계산. 남으로 박유산, 숙성산, 미녀산, 오도산. 서로 덕유산, 금원산, 기백산, 황석산, 거망산. 북으로 수도산, 단지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명산이 즐비한 거창 최고의 조망지이다.

  

금귀봉 정상 직전에야 보이기 시작하는 보해산

 

금귀봉. 왼쪽 리본이 많이 달린곳으로 하산을 해야 보해산으로 갈 수 있다. 눈이 쌓여있을 경우 무척 위험한 구간이니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갈것.

 

보해산 뒤로 수도산, 단지봉 능선이 펼쳐진다.

 

오른쪽 맨 뒤에 가야산, 사진 중앙 오른쪽에 의상봉(별유산)능선이 오른쪽에 비계산이  보인다.

 

남쪽에서 바라본 금귀봉 정상

 

금귀봉에서 바라본 거창읍 (줌 촬영)

 

왼쪽 맨 뒤로 황석, 거망산 능선, 그 앞으로 기백, 금원산 능선, 오른쪽으로 덕유산 주능선이 웅장하기 이를데가 없다.

 

  금귀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에 눈이 쌓여서 설상가상이다. 아이젠을 차기 귀찮아서 그냥 내려가다가 꽈당... 조심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다. 능선에 내려서면 안심이다. 여기서부터 837봉 아래까지도 조망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큰재를 지나면서부터 배가 고파서 어느 양지바른 바위 동쪽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고 보온병의 마개를 열어 바위 위에 올려놓는 순간, 녀석이 떼구르르... 30여m 아래 골짜기로 굴러 떨어진다. 이런 된장!

  

안부사거리 (큰재)

  

숲 사이로 보이는 835봉(왼쪽)과 암봉들 


 

  본격적으로 보해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저만치에서 한 산님이 뒤따라온다. 오늘도 고독산행이 될줄알았는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오셨어요?

“아뇨.”

부산에서 단체로 오신모양이다. 1등으로 오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산행대장인 듯싶다.

835봉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기암과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에 로프도 매어져 있지만, 다른 산에 비해 안전시설이 거의 없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이렇게 멋진 산에 안전시설이 안 되어 있다니... 

835봉 정상에서의 조망도 단연 최고다.

  

835봉 바로 전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왼쪽 뾰족봉은 박유산(712m)
 

835봉 직전의 기암

 

금귀봉

 

금귀봉을 올라간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835봉 직전의 풍경 (등산로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풍경이라 앞만 보고 가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박유산 (줌 촬영)

 

금귀봉

 

힘든 소나무

 

기백, 금원산 능선과 남덕유산

 

835봉 정상에서 바라본 별유산(의상봉),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미녀산 (왼쪽부터)

 

835봉에서 바라본 기백, 금원능선(맨뒤 왼쪽)과 덕유주능선(오른쪽)

 

835봉에서 바라본 보해산. 오른쪽 맨 뒤에 가야산도 보인다.

 

  835봉을 내려가 주능선을 타고 보해산까지 가는 길에는 중간 중간에 오른쪽 암릉길과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데,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암릉길을 택해 가게 된다. 암릉 동쪽은 천길 낭떠러지이고 서쪽은 완만한 육산이다.

작은 바위가 보이길래 그곳이 촬영 포인트로 적당할 것 같아서 그 바위 위에 팔짝 뛰어내리는 순간, 오른쪽 발이 미끄러지면서 악 하는 비명과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진다.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치는 것은 ‘죽었구나.’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주르륵 미끄러지던 몸이 갑자기 멈춘 것이다. 배낭을 멘 등은 뒤로 드러누운 상태로 바위에 붙어있고,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다리는 천길 낭떠러지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살아있구나!’

그때서야 철렁 내려앉았던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며 등골이 오싹해진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조심조심 바위를 잡고 일어선다.

만약에 이 바위가 조금만 더 경사가 졌다거나, 배낭을 메지 않았다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시체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거칠거칠한 바위와 배낭이 미끄러짐을 크게 줄인 것이다.

‘내가 언젠가 이러다 죽지.’

그래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스릴을 만끽하며 사진 찍는 즐거움 때문에 홀로산행을 즐기는데... 이번 일로 당분간은 다소 위축된 산행이 될 것 같다.

 

가야산 (줌 촬영). 앞 산(의상봉, 마령 능선) 능선 바로 밑에 마을(백학동, 상감월 )이 자리하고 있는게 신기하다. 

 

가야산 정상이 보인다.

 

왼쪽 뒤로 금귀봉. 오른쪽 앞산이 835봉. 835봉도 눈이 쌓여서 하산하기에 버거운 길이다.

 

의상봉 능선과 비계산 (오른쪽)

  

저 바위 위에 올라서면 엄청난 스릴을 느낄 수가 있다. 심장이 약하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절대 올라서지말것. 저곳은 산행로에서 한참 벗어난 곳이라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보해산

 

암릉 (줌 촬영)

 

오른쪽에 별유산이 중앙 맨 뒤에 가야산 정상이 빼꼼히 보인다. 이 장면을 촬영하다가 불귀의 객이 될뻔하였다. 산행로를 벗어난 위험한 곳이니 굳이 찾으려하지 말것.

 

가야산, 별유산(의상봉), 비계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기암. 수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암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길

 

저 암릉(바로 앞에 보이는 두번째 암봉 왼쪽 사면) 에서 떨어져 황천 갈 뻔 하였었다.

 

오른쪽에 의상봉(1,046m)이 보인다.

 

절경!

 

멀리 왼쪽부터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미녀산

 

정상 직전의 풍경

 

가야산 정상 (줌 촬영). 앞산에 백학동마을도 보인다.

 

의상봉 (줌 촬영). 저곳에서 한국의 산하 첫 만남이 있었는데...

 

보해산 정상(왼쪽)과 수도, 단지봉 능선

 

 보해산 정상은 금귀봉 정상과 마찬가지로 정상석이 없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거창군민들께선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하산 길은 마찬가지로 조망이 없는 오솔길이다. 왼쪽으로 잠깐 하늘이 터지면서 너럭바위가 나오기에 그 위에 올라가 잠시 쉬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선다. 근데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급경사가 이어지며 길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앞서간 부산 산님들의 발자국을 따라 내려가는데, 눈이 없어지면서 눈 위에 찍혔던 부산 산님들의 발자국도 동시에 사라지고, 길이 아예 없어져버린다. 어림짐작으로 왼쪽 남서쪽방향으로 백여 미터 정도 내려가니 갑자기 산을 가로지르는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다보니 제법 넓은 길이 아래로 이어진다. 산님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묵은 길이다. 5분여 정도 내려갔을까 갑자기 왼쪽 아래가 훤해 쳐다보니 임도가 보인다.

임도에 내려서니 왼쪽으로 계곡도 나오고 잠시 후엔 사과과수원을 지나게 된다.

  

보해산 정상. 이곳도 금귀봉과 마찬가지로 정상석이 없다. 왼쪽 리본이 매달린 곳으로 하산을 하면 원점회귀를 할 수가 있다.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수도산(왼쪽), 단지봉(맨뒤 중앙) 능선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보해산 능선과 금귀봉

 

너럭바위와 수도, 가야산 능선

  

임도

  

사과 과수원의 땡칠이가 무섭게 짖고 있다.

 

외장포소류지(작은 저수지)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외장포마을
 

뒤돌아본 보해산(맨 왼쪽 뒤). 왼쪽길로 하산을 하였고, 오른쪽길로 올라가 산행을 시작하였다.

 

봉황교에서 바라본 보해산(왼쪽)과 금귀봉(오른쪽)

 

마지막 산행이 될 뻔하였다. 언젠가 그날(황천 가는 날)이 오겠지마는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