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3.8선 이북종자산,지장봉(보개산)을 찾아서


 

제2006090038호   2006-10-08(일)


 

자리한 곳 : 경기도 포천 관인면, 연천 연천읍. 신서면

지나온 길 : 늘거리-자연석굴-종자산-암봉-싸리군락지-임도-사기막고개-향로봉-임도-삼형제봉-화인봉-지장봉(보개산)-잘루목이고개-큰골(지장)계곡-매표소-중1리 마을회관

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 약17km(08 :05~ 17 : 35) 9시간 30분 (만보기:27.445보)

날 씨 : 맑음(가스 자욱)

함께한 이 :집식구와 둘이서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주는 만추-


한로(寒露) 

이 시기는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이다. 또한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등 여름새와 기러기 등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찬 이슬 맺히는 한로에 접어들면 농부들은 잠시 머뭇거릴 겨를도 없다. 새벽밥 해먹고 들에 나가 밤늦도록 일을 한다. 한로에는 찬 이슬 머금은 국화꽃 향기 그윽하고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이즈음 기온이 더욱 내려가니 늦가을 서리를 맡기 전에 빨리 추수를 끝내려고 농촌은 바쁘기 그지없다.

벼이삭 소리 슬슬 서걱이고 곡식과 과일이 결실을 맺는 때 북에서부터 남으로 내려오는 벼들의 황금빛 물결에 맞추어 벼 베기가 시작되고 단풍은 춤추듯 그 붉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다.

벼가 여물어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일 때 농부들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벼를 베거나 타작하는 날은 무슨 잔칫날처럼 부산하고 고될망정 수확을 하는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예전엔 길손이 지나면 꼭 불러 새참이나 점심을 함께 권했고,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돌려 먹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의 가을 들판은 너무도 다르다. 주인은 논둑에서 어정거리는 동안 콤바인이 굉음을 울리며 순식간에 논을 오가며 벼를 담은 가마니를 떨어뜨린다.

 

산행이야기

오늘산행은 무언지는 모르지만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여 38선 이북에 자리하고 있는 종자산과 보개산지장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집식구가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집에서 5시 출발예정으로 준비했으나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는데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고 준비과정이 지연되어 5시45분에야 자동차가 가득한 비좁은 도로를 천천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24절기 17번째인 한로인 날을 만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날이며, 개인적으로는 금년에 90번째 산행을 하는 의미 깊은 날로 조금은 특색 있는 장거리 산행지로 오래전부터 점찍어놓은 3.8이북에 위치한 바위산으로 이름도 재미있는 종자산과 보개산(지장봉)으로 정했다.

난코스로 집식구에게는 벅찬 산행이라 생각했지만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존중하여 집식구를 대동하는 긴 추석연휴의 마지막 일요일 이른 아침 향긋하고 맛있는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한산하고 막힘없이 43번 국도를 달려 추억의 38휴게소 앞 한탄강지루를 타고 37번 국도로 바꿔  달리다 우회전하여 87번 국도를 달리다 중리(늘거리마을)를 찾는데 한 번의 시행착오를 범하며 종자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도로가 끝나는 공간에 주차시키고 공터에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끝내고 본격적인 종자산행을 시작했다.(08:05)

              

  

                                                                        -종자산 정상과 기암-

 

종자산 (642.8m)

우리말로 '씨앗산' 이라 하는 종자산은 능선상에 나타나는 암봉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추가령 곡에서 발원한 한탄강이 철원평야를 지난 뒤 임진강으로 들기 전에 만나는 것이 종자산으로 북녘 땅이 건너다보이기 때문에 실향의 아픔을 안은 이들이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하다.

종자산이라는 산 이름이 붙게 된 유래는 이 산 중턱에 있는 굴과 관련이 있다. 옛날 3대 독자 부부가 아기를 못 낳아 고심하던 중, 굴속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후 아기를 낳았는데 그 후로 종자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밤나무 군락지를 지나는 초입은 부드러운 흙길로 가볍게 시작한 산행이었지만 서서히 급경사가 시작되고 어느새 바위지대에 길게 매달린 로프지대를 치고 오르니 생활 쓰레기가 널려있는 자연석굴에 닿았다.

대강 둘러보고 돌아서려는 순간 박재 같은 검은 물체 때문에 뒤돌아보니 흑염소가 바위에 서있어 산중에 동물박재라니 신기한 생각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움직이지 않아 실체를 확인해보려고 다가서니 빠르게 먼지를 일으키며 몸을 피했다.

자세히 보니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짝을 지어 심한경사로를 날렵하게 뛰어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바위능선 멀리까지 활동하며 배설물들로 영역을 표시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영력했다. 

 
 

 

                                                      -종자산 자연석굴에서 만난 흑염소와 안개로 조망 불량-

 

생각에 못 미친 단풍이야기

기대보다 별로이고 단풍이 들었다기보다 말라붙어 낙엽처럼 보이는 단풍이 이상하여 알아봤더니 “기상청 관계자는 단풍은 음지보다는 양지바른 곳, 강수량이 적은 곳,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에서 아름답게 나타나지만. 현재날씨가 일교차는 10도 이상으로 맑은 날씨가 대부분이나 기온이 높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평년에 못미친 단풍-

 

흐르는 땀을 닦으며 사각형나무의 정상목이 지키고 있는 종자산 삼각점에 올라선다.(09:20)

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아 산행미가 반감됐지만 로프와 암릉으로 이어진 산행미가 잔잔했던 지나온 마루금이 안개로 아득하게 느껴지고 가야할 봉우리들은 위용을 자랑하며 늠름하게 서있다.

북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내려서 억새밭에서 갈림길을 만나 지도를 확인하고 왼쪽 길을 따르니 별안간 늪지대처럼 생각되는 안부에 싸리나무와 억새 잡초가 무성한 곳을 빠져나오며 자연의 신비함을 느낀다.(10:07)

 

 

 

-종자산 정상과 억새와 싸리군락지 저수지가 가뭄으로 바닥이 보인다-

 

잔돌이 깔려있는 계곡 길을 내려서 묘지를 지나 사기막고개 공터에서 향로봉으로 향했다.(10:34)

안부좌측 철조망 옆으로 나있는 등로에 시그널이 길안내를 확인해주고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자 집식구가 힘들어한 기색이 영력하며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큰소리로 위치를 확인하며 낡은 보도블록으로 헬기장을 표시한 향로봉의 바람이 시원하다.(11:21)

집식구가 올라오기를 기다려 포도그릇을 비우고 아득하게 어른거린 삼형제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초라한 지장산 정상목-

 

보개산<지장봉> (877.2m)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위치하며 함경남도를 통과한 백두대간 줄기가 강원도 북부에 들어서 남서쪽으로 분기한 임진북 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의 끝머리에 솟은 암봉이 바로 보개산(지장봉877.2m) 이다. 산의 상봉이 중의 머리같이 생긴 바위로 되어 있고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의 지붕구실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 최북방의 산이다.

매표소 팻말에는 `지장산'이라 표기되어 있으나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동국여지지도 등 모든 지리관계 문헌들은 `보개산'이라 기명하고 있다.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고대산(832m)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주릉과 종자산이 조망된다.

보개산은 봉우리와 시냇물 이름들이 모두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산의 상봉을 환희(歡喜)라 부르고 양쪽 가지는 불견(佛肩)과 삼봉(三峰)이라 이르며 찬취암뒤로는 무이지천(武夷之川)이다. 지족암, 용화사, 운은사 등 불교와 관련한 사찰들도 많았으나 6.25로 인해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흔적도 없다.

  

안부고개에서 바라보는 삼형제봉이 까마득하게 보였지만 잡초사이로 이어지는 등로는 초입부터 경사가 심하고 건조하고 잔돌과 낙엽이 덥고 있는 비탈길은 몹시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찍으며 힘겹게 올라서니 굵은 로프가 설치된 험한 암벽지대가 반긴다.

스틱을 손목에 걸고 긴 로프지대를 올라서니 119에서 사고발생시 연락하라는 삼형제봉위치 표시판과 ‘향로봉2.7km ~지장봉4.1km’를 알려주는 안내판과 지나온 마루금이 안개 속에서 너울거린다.(12:25)

위태롭게 걸려있는 급경사와 입을 맞추며 올라서니 우회 길과 로프가 길게 매달려있는 삼형제봉이 유혹하여 봉우리에 올라서니 세상이 발아래 깔려있고 100m가 넘어 보이는 직벽에 자생하는 소나무가 분재보다 아름다운 환상적인 전망에 넋을 잃고 한동안 바라본다.(12:35)

  

 

 

 -삼형제봉오르는 길목 단풍과 삼형제봉의 절경과 바라본 지장봉계곡-
 

완만한 내리막 그늘진 곳에서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끝내고 가벼운 오르내림을 이어가는 10월초순의 기온은 높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왔는지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무리지어 북에서 남으로 기러기가 초대라도 받은 듯 모여들고 있지만 무더위가 느껴지는 한로에 넉넉할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해간 물이 바닥을 드려내 목마름을 부채질한다.

가파른 오르막에 올라서니 소방재난본부에서 설치한 안내판이 화인봉 정상을 알려준다.(14:44)

긴 로프지대를 끙끙거리며 올라서니 폐타이어를 가지런히 쌓아올린 계단을 넘으니 보개산 헬기장이 자리하고 있고 사각나무에 흰 페인트글씨의 지장봉이 서있다. (15:14)

 

 -화인봉에서 바라본 지장봉과 관인북봉-
 

무릎통증을 느끼며 스틱에 체중을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잘루목이고개에 내려선다.(16:05) 

지체된 시간으로 예정했던 관인북봉-관인봉-선바위-매표소 코스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판단으로 큰골(지장계곡)로 하산을 결정하고 너덜과 포장, 비포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부지런히 내려서는데 누렇게 익어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조(서숙)밭에서 풍성함이 느껴진다.

 

 

  -잘루목이고개에서 지장계곡으로 하산하는 길목의 조와 매표소- 

 

계곡이 깊어서인지 매표소에 닿으니 태양이 보이지 않고 날이 저물고 있다.(17:17)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저수지를 감싸고도는 도로를 따라 마을회관(중1리,87번 도로)에 닿았고 아득하기만 했던 9시간 30분의 긴 산행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17:35)

캔 맥주 하나로 목을 축이고 정확히 18시에 도착한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늘거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주차된 자동차에서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라디오볼륨을 올리니 흘러나온 교통정보는 고속도로가 심하게 정체된다고 반복해서 도로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경기북부 국도는 교통정보 방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시원하게 뚫려있는 국도를 달리며 길었던 추석연휴로 느슨해진 마음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아련한 꿈과 희망을 염원하며 보개산 능선에서 북으로 이어진 안개를 바라보며~


 

2006-10-10


 

계백(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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