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새라고 불리는 백두대간 백화산


 

                        중부내륙고속도로 뒤로 보이는 주흘산의 위용
 


  백화산과 백두대간

 

  2005년 9월 25일 일요일 아침, 28명의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목동 G산악회주관)가 시원하게 뚫린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연풍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온 후 이화령고갯길을 오릅니다. 몇 년 전부터는 국도 3호선의 이화령터널이 개통되었고 또 최근에는 고속도로(이화터널)가 완공되는 바람에 등산객이 아니고서는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이화령에 도착합니다(09:12).


  오늘은 백두대간 제13구간(늘재∼대야산∼이화령) 제26소구간(사다리재∼백화산∼이화령)을 정복하는 날입니다. 속리산에서 청화산·조항산과 대야산을 거쳐 북진하던 백두대간은 장성봉을 지나 악휘봉 어깨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시루봉과 명품 바위산인 희양산을  솟구치고, 백화산과 황학산을 빚은 후 이화령으로 잠시 가라앉습니다.

 

  특히 시루봉에서 백화산을 거쳐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대간 줄기는 U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 시루봉에서 이화령까지는 직선거리로 3km에 불과하지만 무려 18km를 돌아가는 특이한 모습입니다.  


  백화산(白華山, 1,064m)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마성면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백두대간상의 주봉으로서, 충북영동군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위치한 백화산(白華山, 993m)과 이름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산입니다.


  문경시에서는 백화산을 봉황새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백화산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뻗은 산줄기의 모습이 마치 날개를 치켜든 봉황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주변의 화려한 기암괴석 암봉들과는 달리 펑퍼짐하고 부드러운 육산입니다.

 

 


  이화령(梨花嶺)

 

  이화령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과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 경계에 있는 고개이며, 높이 548m로 조령산과 갈미봉이 맞닿는 안부에 위치합니다. 조령산은 이화령에 이르러 북서에서 남동방향의 산세를 이루며, 갈미봉은 북서-남동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어 기복이 적은 이들 사면을 이용해 도로가 놓여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화령의 북쪽에 있는 조령이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연결하는 교통로로 이용되었으나 이화령보다 산세가 험준하기 때문에 이화령을 따라 국도가 놓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조령은 괴산군 연풍면의 고사마을과 문경시 문경읍의 상초리를 연결하는 통로로 이용될 뿐 차량은 물론 인적이 매우 드물게 되었지요.

 

  현재 이화령은 문경시 일대에서 생산되는 특용작물을 운반하는 수송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화령의 북동쪽에는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월악산국립공원이 있으며, 남서쪽에는 속리산국립공원이 있습니다(자료 : 다음백과사전).

 

 


  이화령∼황학산∼백화산

 

  이화령에 도착하니 경상북도에서 세운 거대한 이정표(돌비석)가 등산객들을 맞이합니다. 대간꾼들은 현수막과 태극기를 꺼내들고 기념촬영을 합니다. 큰 돌비석 뒤로는 두 개의 터널을 빠져 나온 차량들이 명지천을 따라 문경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쌩쌩 내달리고 있는 모습이 눈 아래 펼쳐집니다.

                                경상북도에서 세운 이정표


 

                                            G산악회의 회원들 


 

                          터널을 지나 문경시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오른쪽 등산로를 이용해 조금 가다가 군부대 쪽 길과는 반대방향의 대간 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파른 등산로가 처음부터 이어지더니 약 15분 후 능선에 올라서자 등산로는 아주 포근하고 부드러운 길로 변합니다.


  가을을 알리는 억새가 반겨주는 헬기장을 지나자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들이 등산로 왼쪽에 빽빽이 자라고 있습니다. 계속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가다가 등산로 왼쪽 시계가 트이는 곳에 서니(10:27) 문경의 지붕이라는 주흘산과 암산인 부봉이 맑은 하늘아래 선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헬기장의 억새

                                                     전나무 숲

 

                      문경의 지붕인 주흘산(왼쪽은 주흘영봉, 중앙은 주흘주봉)


 

                                 6개의 암봉으로 구성된 부봉


  완만한 등산로를 계속 진행하니 잡풀로 무성한 능선인데 이곳에서부터는 오른쪽으로 길이 꺾여집니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이곳이 바로 황학산(915m)이지만 아무런 이정표도 없고 또 생긴 모습이 해발 900미터가 넘는 산으로 보여지지 않는 매우 평범한 보통의 등산로입니다.


  황학산은 이화령과 마찬가지로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입니다.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이 산은 제3번 국도인 이화령 남쪽 6㎞거리에 솟아 있고 바로 옆에 덩치 큰 백화산(1,064m)이 있기에 잘 알려지지 않는 곳이지만 호젓한 산길과 산마루에 펼쳐진 큰 억새밭과 참나무 숲길은 어느 산과 비교해 보아도 뛰어납니다(자료 : 문경의 명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자 넓은 헬기장이 나타나는 데 이곳에서는 아까 보았던 주흘산과 부봉은 물론 그 뒤로 멀리 월악산의 정상인 영봉과 중봉까지 비교적 또렷하게 조망되어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부봉 뒤로 아련히 보이는 월악산의 영봉, 중앙은 주흘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백화산과 희양산


 

                        분지천을 끼고 조성되어 있는 분지리 


  백화산과 희양산이 보이는 바위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밑으로 내려서는 데 두 개의 로프가 걸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만 보고 오다가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팔의 힘을 써야하는 구간에 이른 것입니다.


  백화산 정상에 도착하니(11:50)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어 조망을 포기하고 정상 옆의 공터로 내려와 먼저 도착한 선두그룹에 합류하여 도시락을 꺼냅니다.

 

 


  백화산 정상에 뜬 헬기
  
  선두와 후미가 모두 정상 옆 공터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데 별안간 요란한 프로펠라 소음을 내며 헬기 1대가 정상을 한바퀴 돕니다. 정상에 모여 있던 일단의 등산객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우리도 덩달아 소리를 지릅니다.


 

                                정상을 선회하는 헬기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오늘의 행사는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게 된 서울의 한 고등학교(중동고)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백두대간 100개의 산을 동문들이 나누어 같은 날 동시에 등정한 것입니다. 나중에 보도를 보니 설악산과 지리산을 동시에 출발한 헬기가 정상에 오른 동문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간 줄기를 비행했다고 합니다.


  사실 필자는 백화산으로 오는 길목에서 이들을 만났고 며칠 전 신문보도를 통해 이런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뉴스는 이미 알았지만 막상 대간 산행 길에서 이들을 만나니 매우 반갑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마디 건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셔서 오늘과 같은 뜻 깊은 행사에 참가하였으니 매우 부럽습니다." 

 

 


  백화산 정상∼사다리재∼ 안말(분지리)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정상으로 가니 이곳에서 함성을 지르던 인파도 이미 길을 떠나고 매우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백두대간상의 산임을 알리는 아담한 규모의 "백두대간 백화산" 표석이 증명사진 모델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주변의 경관은 오르면서 본 것과는 달리 다소 흐려서 뿌옇게 보입니다. 

                                   백화산 정상표석


 

                                         가야할 능선


 


 

 

                                            쑥부쟁이


  다시 길을 재촉하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군락을 이뤄 피어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도 산행의 기쁨중의 하나입니다.


  한 구비를 돌아가니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앞서 가던 사람이 우회를 하지만 필자는 바위를 잡고 오릅니다. 밑에서 보기는 꽤 까다로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리 어렵지 않고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휘파람이 나올 지경입니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삼거리(평천지)를 지나자 남쪽의 뇌정산(991m)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입니다. 그러나 뇌정산은 잡목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가니 드디어 오른쪽 터진 곳으로 먼 경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13:30). 조령산과 주흘산 그리고 바위산인 부봉 뒤로 월악산의 영봉과 중봉이 또렷합니다. 이곳을 지나 잡풀사이로 겨우 보이는 뇌정산을 카메라에 담고 보니 사다리재입니다(13:52).


 

                                                큰 고사목

                 왼쪽은 조령산, 중앙은 부봉, 부봉뒤로 월악산 영봉

                                              주흘산

 

                                            부봉과 월악산


 

                                   남쪽으로 뻗은 뇌정산


 

                                사다리재 이정표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돌리고 있는데 뒤따라 내려온 몇 명의 등산객들이 하산하지 않고 이만봉으로 계속 진행합니다. 이들은 희양산구간을 통과할 계획이라는 데 벌써 오후 두 시가 다 된 시각이라 희양산을 지나 은티마을로 하산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걱정이 됩니다. 희양산 구간은 평소 봉암사(鳳岩寺)측에서 등산로를 폐쇄시키는 대신 부처님 오신날만 통과를 허용하므로 G산악회에서는 지난 사월 초파일 이 구간을 먼저 통과했습니다.


  필자는 중간에 백두대간 종주산행에 동참했지만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의 종주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대야산과 희양산을 넘어왔기에 앞으로 큰 일이 없는 한 대간 산행을 계속할 것입니다.         

   
  사다리재에서 사다리골을 따라 안말(분지리)로 가는 길은 가파르면서 중간에 너덜겅이 있어 별로 유쾌하지 못합니다. 희양산구간 산행시는 남에서 북으로 올라왔기에 이미 한번 지나간 길이어서 눈에 익지만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묘지 1기를 지나 한참을 더 내려와서야 계곡에 이르고 버스가 마을 안쪽까지 들어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땀을 씻습니다(14:40). 오늘 산행에 5시간 33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코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이화령/황학산/백화산/사다리재/안말입니다.  

 

                                             안말의 등산 안내도 


 

                          마을 민가에 피어 있는 다알리아


 

                                               시원한 계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