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시: 2005.8.6(토)

○ 소요시간: 약11시간(05:30~16:30)

○ 날     씨: 맑음(무지 더운 날씨)

○ 산행인원: OK사다리팀과 높은산님 일행, 그리고 본인 (25명?)

○ 산행코스: 정선군 남면 선평역→925m→950m→백이산(972m)→감투바위→칼날릿지→벽암산

                     당목이재, 마차재→곰봉(1,014m)→트리재→꼬부랑재→닭이봉(1,028m)→988m→능선→

                     정선읍 가탄마을 (도상거리 15km)

 

○ 산 소 개

 

백이산(972m)

  

백이산은 강원도 증산역에서 출발하는 정선선의 별어곡 다음 역인 선평역 서쪽에 병풍을 두른듯 솟은 산이다. 백이산의 모산은 두위봉(1,466m)으로 보면 된다.두위봉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은 자미원 수리재에서 살짝 가라앉았다가 죽렴산(1,059m)을 들어 올리고는 마치치에 이르러 서쪽 동강방면 곰봉(1,015m)으로 주능선의 방향을 튼다.이때에 북동쪽으로 또 가지를 쳐 달아나는 능선이 지장천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솟은 산이 백이산이다.

 

사북쪽에서 흘러온 지장천은 정선군 남면 무릉리(증산)-문곡리(별어곡)-유평리-낙동리(선평)를 거쳐 정선읍 가수리에서 조양강과 합류하여 동강을 이룬다.

 

두위봉,노목산,죽렴산,민둥산,지억산,백이산,닭이봉,천마산,곰봉 등에서 발원한 계류가 모여 수량이 풍부한 지장천은 하류쪽 낙동리와 가수리 사이의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백이산의 산행기점은 정선선 선평역이다.선평역을 빠져나와 철길을 건너자마자 조금 북쪽으로 보면 내려가는 길이 있고 밭머리를 지나면 바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보이며 능선에 오르면 남쪽으로 백이산 등산로가 이어지며 표지기가 간간이 보인다.

 

백이산은 居七賢동과 인접하고 있다.칠현은 고려가 망하자 마지막 임금을 모셨던 충신들 중에서 망국의 한을 품고 두문동으로 피신했다가 두문동보다 더 깊숙하고 은밀한 백이산 아래로 숨어 들어온 7명의 충신을 말한다.그래서 거칠현동이라는 지명이 생겼으며,7명의 충신이 고사리를 뜯던 장소가 바로 백이산 이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곰  봉(1,014.9m)

 

강원도 정선군 남면 광덕리와 신동읍 예미리와 운치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곰봉은 멀리 백두대간의 함백산 남서쪽 만항재

부근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두위봉(1,465m) 능선이 동강에 이르러 빚어 놓은 산이다.

 

만항재에서 북서쪽으로 달아나는 산릉은 백운산을 지난 두위봉에 이르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두위봉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지는 능선은 질운산-예미산-망경대산-매봉을 지나 계족산까지 뻗어 내린 다음, 실낱처럼 약해진 능선을 주천강과 동강이 만나는 영월읍 남쪽 남한강에 가라앉힌다.

  

두위봉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지는 산릉은 죽렴산과 마차재를 지나 곰봉을 빚어놓은 다음,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고고산, 완택산을 들어올리고는,그 여맥을 옥동천과 동강 속으로 가라앉힌다.

  

마치 형제처럼 이웃하고 있는 곰봉과 닭이봉은 산세가 곰이 엎드린 듯 육중하다거나 산꼭대기 바위들이 닭벼슬을 닮아서 산 이름이 그렇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 산 주변 토박이 주민들 얘기로는 아주 먼 옛날 곰봉과 닭이봉 일원이 대홍수로 물이 가득 찼을 때 물 위로 솟은 산꼭대기에 겨우 곰 한 마리가 앉을 수 있었던 곳이 곰봉이고, 닭 한 마리가 겨우 앉을 수 있었던 곳이 닭이봉이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닭이봉(1,028m)

닭이봉은 정선읍 가수리와 남면 낙동리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이 산은 1:50,000 지형도에는 닭계(鷄)자를 써서 계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계봉은 일제가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이곳 주민들은 한결같이 조상대대로 '닭이봉'으로 부르고 있다.

 

닭이봉 산행기점은 동강이 아름답게 흐르는 정선읍 가수리 가탄 마을이다. 정선읍에서 가탄까지는 버스로 50분 거리(지금은 포장이되어 단축될 듯).농가라야 10여 호가 전부인 가탄 마을에 이르면 동쪽으로 병풍을 두른 듯한 닭이봉 침봉이 무너질 듯 올려다 보인다.(사실 닭이봉 정상바위는 단단하지 않고 푸석푸석한 바위 임)

 

닭벼슬을 빼닮은 닭이봉 정상 서쪽 아래로는 가탄 마을로 패어져 내린 트리골과 노장골 협곡이 동강과 함께 아찔하게 내려다 보인다. 동강 건너편으로 백운산(883m)과 만지산(716m)이 보이고 그 너머로 청옥산과  가리왕산이 아련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곰봉쪽 남릉을 탄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침침한 숲 터널 능선길을 따라 40분거리에 이르면 무덤이 나타난다. 여기서 북서 쪽으로 갈라지는 능선길을 타고 35분가량 내려서면 가탄마을 남쪽 신동읍 경계판이 세워져 있는 동강변에 닿는다.

  

※ 위에 쓴 산 소개는 대부분 '한국의 산하'와 '한국의 산천'에서 인용한 것이며 일부만 본인이 첨가

  

○ 산 행 기

 

텅 빈 驛舍는 詩를 생각하게 하고 매미소리는 무더위를 예고한다

 

아무도 없는 선평역사에서 기다린지 40분, 사다리팀과 높은산 님 일행은 도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발걸음이 느린 나를 위해 먼저 가라는 배려는 아닌지 스스로 문답 해 보고는 철길건너 야트막한 능선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여명의 시간......산 길은 고요하기만 하고 거미줄과 아침 이슬만이 산꾼을 맞는다. 발아래 선평 역사는 지난 영화는 뒤로한 채

녹슨 철길과 함께 조용히 서 있다. 매미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운게 날씨가 더울려나 보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를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막초 한 잔.....그리고 구름위를 걷다

 

산행시작 1시간 30여분 만에 백이산 정상에 선다. 사방 막힘이 없다.멀리 동남쪽 함백산과 두위봉,가야할

닭이봉은 물론 북쪽의 가리왕산과 동쪽의 거칠현봉과 정선지맥의 능선들이 선명하다.운무가 피어올라

산들의 허리를 휘감아 돌고 막초가 한 순배씩 돌면 아침 햇살을 받은 산꾼들의 얼굴은 신선의 얼굴이다.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란 이것을 말함이리라......

 

감투바위와 칼날릿지는 오름을 허락 않고 산꾼들을 자꾸만 아래로 내 몬다.

  

백이산 남쪽 바위는 옛날 벼슬아치들이 쓰던 감투와 비슷하다 해서 감투바위라고 한다.고만고만해 보여

직등하려 하지만 길은 아래로 우회해야 한다. 도봉거사님과 권태진 선배님이 先登으로 길을 개척한다.

감투바위를 우회하면 칼날릿지다.칼날릿지에서의 조망도 일품이다.서쪽 광덕리에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산허리를 잽싸게 감돌아 흩어지고 동쪽 지장천의 운무는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그 가운데 내가있고 산꾼들이 있다. 

 

칼날 릿지의 남쪽과 동쪽은 바위 절벽이고 서쪽은 작은 나무들이 버티고 있는 흙으로 된 90도 경사지대다.

나무와 바위사이를 뚫고 90도에 가까운 비탈을 내려가면 희미한 우회로가 있고 낡은 표지기가 1개 보인다.

이런 길은 먼저 다녀간 사람이 있다니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곰봉 오름길은 사람을 지치게 하더니 닭이봉 첨봉은 아예 기를 죽인다.

  

칼날릿지를 지나면서부터는 부드러운 능선길이다.잡목의 저항도 없고 호젓하다.일행중에는 전리품으로

더덕도 가끔 캐는 모양이다. 약초에는 문외한이어서 그저 갈 길만 간다. 나는 언제나 저런 웰빙 산행을 할

경지에 이를까 생각해보지만 담배도 끊지 못하면서 무슨 웰빙 타령인가 하는 답이 나온다.

중간지점인 벽암산에서 이른 점심을 한다.  

 

마차재 임도와 고랭지 채소밭을 통과면서 한 낮의 땡볕을 받아서인지 점심을 먹은 후인데도 곰봉을 오르

는데 무척이나 힘이 다. 된비알이기도 하지만 체력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이리라.평소에 체력보강하고

운동을 해둘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제와 후회하면 무엇하리요.

 

곰봉에는 감시탑이 있으나 햇볕이 따가워 그냥 통과하고 그늘에서 잠시 쉰다.진짜 더운 날씨다.오늘 흘린

땀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트리재를 지나 꼬부랑재까지는 호젓한 내리막길이다.트리재부근은 고사목 군락이

인상적이다.

  

닭이봉 급경사를 앞두고는 기존의 내 페이스로 오르기로 한다. 어슬렁어슬렁 하면서 한발한발 내딛고

호흡도 조용히 하면서 오르니 어느덧 정상에 선다. 정상의 조망은 시원하고 깨끗하지만 너무더워 오래

지체 할 수가 없다. 이어지는 닭벼슬 모양의 바위봉우리를 2-3개 통과하면 988m직전에는 급한 내리막

길이고 988m봉이 마지막 難코스다. 다행히 쉽게 오른다.

  

닭이봉 하산 길에서 완전 다운되다.

 

988m봉 지나 안부에서 좌측으로 난 하산길을 찾기는 쉽다. 표지기가 많기 때문이다.그러나 길을 찾기는

쉬워도 내려가는 것은 고역이었다. 2km 조금 안되는 길이지만 좌측은 천애절벽이고 하산로 또한 바위길

급경사라 무릎에 무리가 왔고 체력은 이미 다했다. 또한 마지막 남은 물도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는 기쁨

에 안부에서 다 마셔 버렸다. 그리고 무슨 날씨가 바람 한 점 없이 쪄대니.......

 

닭이봉은 박영춘의 山사이트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늘 처음 와본다. 그것도 사이트에서 소개한 것과

는 역으로 올라 내려가니 죽을 지경이다. 갑자기 생면부지의 박영춘씨가 떠오르고 미워지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들어서 일까? 

       

男女有別 

 

지친 몸을 끌고 마지막 발걸음을 내려놓으니 무덤 2기가 있고 바로 옆에는 시멘드로 포장된 농로가

보인다. 그리고 먼저 하산한 일행들이 벌거벗은 채로 농사용 집수조에 받아 놓은 물로 알탕을 하는데

아니 ! 그 옆에 오늘 산행의 홍일점 이사벨라님이 바지를 갈아입으려다 내가 보였던지 갈아입는 것을 포기

하신다. 하루 종일 땀에 찌들었을 옷과 몸을 男女有別로 훌훌 털지 못하시다니.....

시간을 잘못 맞춘 내가 죽일 놈인가 ?

  

 

○ 사 진

 

백이산  운해


백이산  운해

 

칼날릿지에서 광덕리쪽 조망(멀리 닭이봉)

 

칼날릿지에서  남쪽조망(멀리 두위봉)

 

운해

 

벽암산에서 본 백이산(정상아래 우측 튀어나온 것이 감투바위)

 

트리재에서 본 닭이봉 첨봉

 

닭이봉 정상에서 본 북쪽 능선

 

닭이봉 정상에서 본 동강과 가탄마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