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광양 백운산 어치계곡

 

산행일 : 2007. 11. 10(토).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구시폭포 (09:22)

   ☞ 갈림길 (10:02)

   ☞ 계곡 건넌 곳 (13:00. 계곡 건너기 전에 점심식사)

   지능선 (13:20)

   ☞ 주능선 (14:10)

   ☞ 상봉 (14:30~14:42)

   헬기장 (14:50)

   ☞ 계곡 (15:28)

   ☞ 갈림길 (16:40)

   구시폭포 (16:55)

총 산행시간 : 약 7시간 33분  (순수 산행만 한다면 4~5시간이면 충분함)

산행지도

 점선 코스는 길이 아예 없는 험로. 초보자는 저 코스를 피하는게 좋을 듯.

 

산행기

  몇 년 전에 어치계곡에서 매봉능선으로 올랐다가 하산 길에 밤을 맞아 길을 잃고 크게 헤맨 적이 있어서 그 길을 다시 더듬어 보고 싶었었다.

백운산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서 구시폭포에서만 20여분을 머물고야 만다. 예년에 비해 단풍색깔도 화려하기 이를 데가 없다. 자연의 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고,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지계마을에서 바라본 억불봉

 

구시폭포. 모양새가 소나 돼지의 먹이통[구시, 구유]을 길게 깍아놓은 듯한 모형이 바위, 절벽 사이에 있어 일컫는 말로, 이곳은 혹심한 가뭄이 있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안내판에서---

 

 

 

  첫 번째 갈림길에서 항상 다니던 매봉능선코스로 가질 않고, 계곡을 건너 어치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산님들이 다니지 않는 왼쪽 길로 올라간다.

잠시 후 길은 끊어지고(유실 된 것으로 보임) 넓은 계곡이 앞을 가로 막는다. 계곡을 대각선으로 건너면 길이 나타난다. 그 길을 다시 거꾸로 내려가 보니 여기도 계곡을 건너게 되어있다. 계곡을 건너 아까 올라갔던 길을 썩은 나뭇가지들로 막아놓고 리본을 매달아 놓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님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자칫하면 길을 잃기가 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주의 깊게 살피며 오르면서 길을 잃기가 쉬운 곳에 리본을 매달아 놓다보니 가지고간 리본(20여 개)이 거의 동이 나버렸다. 그만큼 길이 희미하고 유실된 곳이 많다는 이야기다.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면 경치는 빼어나지만 결국엔 길이 끊어지고 말아서 정상에 오르기가 어렵다. 계곡을 건너지 말고 오른쪽 리본이 많이 달린 곳으로 오르면 매봉 바로 서쪽의 안부에 오를 수가 있다.

 

어치계곡의 아침

 

무명폭포

 

무명폭

 

 

작은 폭포

 

 

어치계곡

 

 

 

  배가 고프다. 계곡으로 내려가 한 너럭바위 위에 소찬을 차리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보온물병의 물로 커피 한 잔을 탄다.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계곡 물 위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을 바라본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면 눈이 오듯이 우수수 낙엽이 떨어진다. 어찌 저리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할 따름이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길을 찾아 오르느라 더디기만 하다. 갑자기 산죽이 앞을 가로막으며 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위로 올라가도 없고, 아래는 계곡이고... 그때까지 길잡이 노릇을 하던 고마운 ‘그루터기산악회’ 리본은 계곡 쪽으로 매달려 있다. 왔던 길을 200여m 뒤돌아 내려가 보지만 그 어디에도 다른 길은 보이질 않는다. 지도를 한참동안 쳐다보아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할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가 10시 방향으로 계곡을 건너 급경사를 치고 올라가니 지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희미한 길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 길도 이내 없어진다.

무조건 지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길은 없지만 잡목이 그리 많지 않아 오를만하다. 근 1시간가량을 무작정 오르다보니 주능선이 나타난다. 이따금 산님들도 보인다. 

 

이곳에서 점심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노라니..... 아름답다. 

 

어치계곡 상류

 

지능선에서 바라본 억불봉

 

처음보는 풍광이다. 뒤로 주능선이 보인다.

 

  정상 바로 전의 히어리가 히어리를 반긴다. 녀석과 악수를 하고 정상에 올라 지리산을 바라보니 흐린 날씨 때문에 지리는 보이질 않는다.

매봉코스로 하산을 하다보면 무덤이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리본이 많이 달린 쪽은 매봉코스이고, 오른쪽의 리본이 하나(산경표) 달린 정비되지 않은 코스로 내려가면 어치계곡 최상류로 떨어지는 코스이다. 몇 해 전에 이 오른쪽 코스로 내려갔다가 길을 잃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맨 적이 있어서 그 원인을 찾아보고자 일부러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작은 헬기장에서 바라본 상봉(줌 촬영)

 

네가 나를 반겨주는구나... 아프지 말고 튼튼하게 잘 자라거라.

 

정상에서 바라본 도솔봉(왼쪽)과 또아리봉

 

백운산 정상. 정상석 오른쪽 뒤로 신선대가 보인다.

 

정상에서 바라본 주능선과 억불봉

 

정상에서 바라본 매봉 (왼쪽 뾰족봉)

 

헬기장. 오른쪽 길로 내려가게 된다. 매봉 가는 길은 왼쪽. 뒤로 지리 천왕봉이 보여야하는데... 흐린 날씨때문에 보이질 않는다.

 

  내려갈수록 희미해지는 길이지만 그런대로 계속 이어지다가 갑자기 산죽이 앞을 막으며 길이 없어진다. 360°를 돌며 세밀하게 길을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길은 보이질 않아 할 수 없이 산죽을 헤치며 내려가게 된다. 경사도 급하다. 이곳에서 다시 헬기장까지 올라가기엔 너무 많이 내려왔다. 몇 해 전, 이 험한 곳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내려갔으니, 온 몸이 생채기 투성이였던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려온다.

지금은 환한 대낮이고 사방이 멀리까지 잘 보이는 덕에, 지형지물을 유심히 살피면서 15분가량 풀숲을 헤치며 내려가니 계곡이 나타나고 아까 올랐던 길도 보인다. 방금 내려온 15분 거리의 코스만 개척을 한다면 아름다운 어치계곡에서 상봉에 오를 수 있는 최단코스가 될 텐데... 어느 지도에는 분명히 길이 있던데... 내가 못 찾은 것일까?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길을 찾지 못하다니...

 

 

 

 

 

 

 

 

 

 

 

 

 

 

 

 

 

 

  하산 길, 석양에 물든 어치계곡은 오전보다 더욱 아름답다. 아침햇살에 비친 단풍색깔보다 저녁노을에 곱게 물든 단풍이 더욱 더 환상적으로 보인다.

날머리에 다가갈수록 헤어져야할 어치계곡과의 이별이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구시폭포 상단에 내려서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어치계곡을 가슴속에 깊이 묻고서야 차에 오른다.     

 

구시폭포 상단부에서

 

구시폭포 상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