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신선대-상봉-억불봉-노랭이봉-동동), 지리산 조망은 못했어도

 

Mt. 0728  白雲山(1216.6m) * 億佛峰(1008m) * 노랭이봉(804m) - 전남 광양시

 

산 행 일 : 2007년 9월 22일 토요일
산의날씨 : 흐림. 산행 끝 무렵부터 비
동 행 인 : 신재균 님. 기광석 님

 

산행(도상)거리 : 약 13.7km
                         진틀 <3.2> 신선대 <0.5> 백운산 <5.1> 925봉 헬기장 <0.6> 억불봉 <1.5> 노
랭이봉 <2.8> 동동 마을

 

산행시간 : 7시간 25분 (식사 휴식 1시간 26분포함)
                진틀·2차선 도로·주차장 <0:55> 진틀삼거리 <0:21> 능선·무덤 1기 <0:45> 신선대
·점심식사 <0:18> ▲백운산 상봉·정상표지석 <0:30> 뜻 모른 문양 암봉 <0:21> 스텐 표지판
있는 안부 <0:24> 무덤 안부 <0:25> ×925봉 헬기장·삼거리 <0:25> ×억불봉 <0:20> 헬기장
삼거리 <0:14> 노랭이재·사거리 <0:08> ×노랭이봉(경찰고지)·삼거리 <0:38> 제철 헬기장 도
<0:10> 농로 <0:05> 동동 마을 정류장

 

참 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하동(2003년 수정본)지형도

 

 

                                                              신선대

 

백운산은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산이어서 자세한 소개를 한다는 것은 -다른 유명산
도 그렇지만- 지면만 축내고 눈을 피로하게 만들며 또한 식상하게 된다.
그러나 진상면 구황 마을을 출발하여 노랭이재로 올라 헬기장 삼거리-억불봉-동남능선-구황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산행코스는 아직도 찾는 사람이 그리 없는 줄 알고 있다.
특히 매화가 만발한 봄철이 제격이나 억불봉을 내려선 암봉구간은 주의가 필요하고 진달래 능선
에서는 조금은 지루했었는데 오늘 살펴본 억불봉 내림길이나 노랭이재 내림 길 초입은 좋았다.



                                                       오늘 산행 구간도
 
정맥종주 산행은 눈이오나 비바람이 부나 어지간하면 진행해야 하고 또 그리했었는데 내일은 추
석명절로 인한 교통체증을 염려하는 분들과 개인 사정 등으로 불참할 분들이 있어 한남금북정맥
마지막 구간 산행을 순연하기로 했단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듯 참여 인원이 적으면 회비를 더 내서 진행하는 방법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왕 결정되었다면 따를 수밖에 없으나 전례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소 요소에 설치한 등산 안내도
 
여수에 거주하는 신재균 님의 산행제의에 인근 백운산으로 정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광양에서 옥룡면 논실로 가는 시내버스는 오전 2회-06:20, 09:40-로 차시간을 잘 맞춰야한다.
여의치 못하면 답곡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하여 발품을 조금 팔면 된다.

 

순천역 시외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신재균 님을 만났는데 동료 직원 한 사람을 대동했다.
광양 목성아파트 앞에서 내려 길 맞은편 정류장으로 건너 가 논실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탄다.



 

                                                      외딴집 앞 갈림길

 

10 : 20 진틀에서 내려, 전에 토종닭 등을 기르면서 동동주를 팔던 외딴집으로 콘크리트길이 생겼
지만 옛길을 쫓아 진틀 마을 쪽으로 들어서자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우리를 따르고 산길 초입에
서는 한 여인이 신발 끈을 묶고 있다.


산길도 이제는 임도가 만들어져 버렸고 요사이 비가 자주 내린 탓인지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흐
르는 물소리가 경쾌하다.
블록조 슬래브로 새롭게 단장하여 민박 상호까지 내 건 외딴집 앞 계곡으로 내려서자 물이 넘쳐
흘러 바위를 조심스럽게 밟고 건넌다.

 


 

                                    비가 자주 내려 작은 폭포가 많이 생겼다.

 

이제부터 계곡을 우측으로 끼고 오르게 되는데 크고 작은 폭포(?)가 장관이고 산길 옆으로 심은

고로쇠나무도 3∼4m 크기로 자라 햇빛을 막아준다.
그러나 땀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고 바윗길은 상당히 미끄럽다.
아침 일찍 산을 찾았는지 벌써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이 10여 명이 넘는다.

 



 

                                        진틀삼거리와 구급함의 깨진 유리문

 

11 : 15∼31 삼거리에 닿기가 무섭게 배낭을 벗고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에 머리를 처박는다.
구급함 유리문이 깨졌다.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지 못했던지 아니면 불통으로 다급해
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나 안의 약품은 그대로 있으니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닌 듯 싶다.


계곡을 건너 우측으로 가면 '← 정상 0.3km' 이정표가 있는 능선으로, 좌측 골이 깊게 파이고 작
은 바위가 널려있는 곳으로 오르면 신선대 밑 한재와 상봉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신선대 방향으로 들어선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짙은 안개로 인하여 조망도 없고 습도마저 높다.
상대적으로 숨이 거칠어지고 땀이 줄줄 흐르지만 날 파리와 모기가 없어 좋다.
그런데 주황색 민달팽이가 나무 둥치에 혹은 땅바닥을 기어가므로 발길이 조심스럽다.
물이 흐르는 지점에 이르자 수년 전 아내가 비상식수터를 만든다며 맨손으로 파 놓은 옹달샘은
빗물에 쓸려버렸으나 물이 솟고 있는 것은 변함없다.

 

12 : 37∼13 : 14 신선대 북쪽으로 돌아 철계단을 타고 오른다.
이 곳을 찾을 때마다 느낀 것으로 정상 직전 바위를 붙잡고 오르는 곳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조금 전 지난 능선상의 무덤은 추석이 목전인데도 아직 벌초가 안되었었는데 신선대에 있는 무덤
은 풀을 깎은 것인지 아니면 제초제를 뿌려버렸는지 죽은 풀이 벌겋다.
명당인지는 모르되 요즘 세상의 후손들은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으로 여겨진다.
'요즈음 명당은 자동차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고들 하니 말이다.
느긋하게 밥을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나 바로 앞의 정상도 안 보이고 땀이 식으면서 등이 차갑다.

 


                                               백운산 정상표지석과

 

13 : 32∼38 백운산 암반에는 여러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중이며, 정상 표지석이 반갑다.
백운산 높이는 으레껏 1218m로 지리산 권을 뺀 전남의 최고봉으로 기억되고 있으나 호남정맥 종
주때 구입한 1:50,000 하동지형도를 보면 1216.6m로 표기하고 있다.

 

어쨌거나 암봉을 내려서 좌측으로 오르면 무덤 1기와 삼각점이 있고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매봉∼갈미봉∼쫓비산∼불암산 등을 넘어 망덕 외망포구에서 맥을 다하는데 나는

이 산줄기 마저도 호남정맥으로 표현했었다. 


 

                                                진틀로 내려가는 갈림길


                                                    1,107봉 헬기장

 

지리산 조망대에서 지리산은커녕 섬진강도 내려다보지 못하고 발길을 옮긴다.
진틀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통과하여 남도 가족 그리고 부산 산 님들과 함께 눈밭에 쪼그리고 앉
아 과메기 안주에 한 잔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1,107봉 헬기장에 이르자 그때가
생각난다.
진양정공 무덤 봉에서 혹시나 하고 둘러보지만 조망은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이상한 문양

 

14 : 03∼08 이상한 문양과 88이라 음각한 바위봉.
깃대봉을 지나 여수지맥을 따르면 똑 같은 표시가 있는데 그 뜻을 모르겠고 마침 "광양에서 왔
다"는 분에게 묻자 "모르겠다"고 한다.
정과 망치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좌우 대칭이 정확하고 근래에 페인트를 덧칠했는지 하얀
색이 선명하다.

 



                                                       백운암이 보인다.

 


                                                      안개 자욱한 산길

 

상백운암이 잠깐 내려다보이나 발길을 돌린다.
급한 내리막을 따르니 마치 계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혼동이 일어 잠시 서성이다 계속 진행하는데
사위가 막혀 현 위치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스텐레스 안내 표지가 세워진 수풀이 무성한 안부를 지나 봉우리 우측 사면을 따르다 무덤이 있
는 안부도 거슬러 간다.

 


                                                 시 한 수가 적혀있는 소나무

 



                                            925봉으로 이어진 억새밭

 

무덤이 있는 약 940봉을 넘으면 멋진 소나무와 누군가가 나무 판때기에 시 한 수를 적어 매달아
놓았으며 ×925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키 작은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춘다.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앞서가고 있다.
부지런히 쫓아가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무 막대기로 억새를 후려치면서 일부러
비틀비틀 걷는데 몹시 힘들고 귀찮은가 보다.
스치면서 얼굴 표정을 훔쳐보니 입이 댓 발이나 튀어 나왔다.

 


                                                        삼거리 헬기장

 

 

                                             최근에 설치한 듯한 철계단

 

15 : 23∼30 ×925봉의 넓은 헬기장.
나무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숨을 돌린 후 억불봉으로 향한다.
거대한 암봉을 넘어야 하므로 상당히 위험하다.
전에도 있었던 오르막 철계단 외 내리막에도 설치하였고 마지막 암봉의 철계단은 최근에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옷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쏟아가며 두 가닥 밧줄이 늘여진 고비도 지난다.

 


                                                             억불봉

 

 

                                                 바위가 바위를 이고 있다.

 

15 : 55∼16 : 10 억불봉의 지리산 조망대로 다가가 보지만 말짱 헛일이다.
사과 한 조각씩으로 목을 축이며 충분하게 쉬었고 남쪽 조망바위도 올랐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구황으로 내려가는 산길 초입은 그런 대로 좋아 보인다.
하지만 계획했었던 대로 동동 마을로 내려가려고 발길을 돌려 20분 후 헬기장에 당도한다.
그리고 키작은 억새가 어우러진 노랭이재 사거리에 이르자 시야가 그런 대로 트인다.

 


                                               노랭이재에서 본 수어지

 

 

                                                노랭이재에서 본 노랭이봉

 


                             노랭이봉에서 본 봉화산과 가야산으로 이어진 산줄기

 

 

                                                         옥룡들도 보이고

 

 

                                                       가야할 산줄기

 

16 : 52 작은 돌탑이 세워진 노랭이봉-경찰고지라고도 한다-
결국은 백운산 얘기가 나오고 만다.
도선국사가 108개의 암자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백운산은 억불봉, 도솔봉, 국사봉, 불암
산 등 불교색채가 짙은 지명이 많고, 구한말에는 호남의병들의 구국활동의 무대가 되었으며, 1948
년 여수 제14연대 사건 직후에는 빨치산들이 전남도당본부를 구축하는 등 역사의 한 무대로서도
등장한다.
이 곳 노랭이봉을 경찰고지라고도 부르는 것은 여순 사건과 연관이 있는 모양이다.

 

 

                                                  봉우리들은 안 보인다.

 

 

                                        제철수련관과 기운 듯 보이는 숲

 

17 : 15 제철 수련관이 내려다보이는 조망바위.
구름이 주능선을 휘감고 있으며 옛날 스님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헤진 옷에 헝겊을 대 덕지덕지
꿰맨 것 같이 숲 또한 그리 보인다.
빗방울이 들리기 시작한다.
발길이 바빠지나 길이 미끄럽다.

 

 

                                    헬기장 도로-휘어진 곳에서 내려가야 한다.

 

 

                                                            밤나무밭

 

17 : 30 제철 헬기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내려서면서 이정표를 보니 동동 마을은 0.85km 거리라
고 되어 있다.
도로좌측 임도로 내려서면 좌측은 철망 문이 길을 막았고 빗물에 휩쓸려 움푹 패인 고랑 같은 길
을 부지런히 걸어 밤나무 밭에 이른다.
좌측은 철망을 둘러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으며 우측은 울타리도 없다.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모기가 극성스럽게 달라붙는다.
벌어진 밤송이에 박힌 밤이 참으로 탐스럽다.

 

 

                                                         통나무 다리

 

 

                                                 마을 안길로 들어서고

 

17 : 40 통나무 3개를 질러 놓은 고랑을 건너면 '등산로' 팻말이 있는 농로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길도 좋으니 발걸음이 떠 빨라진다.
마을 안 길을 통과한다.

 

 

                                                     동동 마을 정자

 

17 : 45 동동 마을 정류장에 도착하여 광양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18시 30분이다.
조금이라도 편히 쉬고자 10여m가량 윗쪽에 있는 마을 정자 송학정으로 가니 집 대문 앞에 묶여
있는 발바리 한 마리가 앙칼스럽게 짖다가 제풀에 지쳤는지 조용해진다.

 

"꿈자리가 사나워서 산행을 말리고 싶은데... 하여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한남금북정맥 마지막 구간 산행대신 백운산을 휘도는, 지리산 조망처에서 지리산 조망은 못
했을지언정 무사무탈하게 산행을 마치고 아내가 하던 말을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