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非我招住
我亦不知山
山我相忘處
方爲別無閑
-산은 나에게 함께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러가며 꼬디기지도 않았고
나 역시 산에 대해 속깊은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개뿔도 모른다.
이렇게 산은 산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알기를 굴러다니는 개 뼉다귀처럼 여기니
산은 산대로 제 멋대로 Free하고 나는 나대로 넘나드는 바람처럼 자유롭다.-
산행일시 ;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산행지 ; 경기도 양평 백운봉
산행코스 ; 사나사 - 백운봉
텅빈 사나사 대웅전 앞에 부처님 빽을 믿고 차를 떡하니 주차시킨 후 배낭메고 스틱잡고 아주 쬐끔 걷노라면
왼편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이런 작지만 예쁜 3단 폭포들과
햇볕이라고는 한 뼘 들어올 수 없는 원시림을 가득채우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남들은 1시간이면 널널히 오른다는 안부를 무려 2시간 30분만에 오르고
그 핑계거리는 그 놈의 소리들 때문에, 그 놈의 소리들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왼편으로는 장군봉을 지나 용문산으로 가는 길.
길은 있으되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오늘은 길이 길 노릇을 아니하고 딴청을 부리는 중
장군봉, 함왕봉 그리고 용문산 꼭데기- 개방되었다는데 저 곳을 오르려면 내 산행 발걸음으로는 하룻밤 중턱에서
1인용 소형텐트 신세를 져야되지 않을까.
전에 용문사를 지나 아늑한 비박터가 있었는데 지금도 여전할까. 궁금합니다.
백운봉 꼭데기 한 켠
분명 어느 누군가가 저 먼곳 백두산 어느 곳에서 힘겹게 짊어지고 왔을 돌덩이.
백두산에서 왔다는 이 돌덩이의 혼잣말 ----헌데 내가 왜 여기에 와있지?------어리둥절
손톱만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쓰잘데 없는 말들만 쌓여지는 사람사는 동네 양평읍내가 내려다 보이고
멀리 태백에서 출발한 한 줄 물줄기는 2박3일만에쯤 저 아래를 흘러 남한강이라는 이름으로 내려다 보이는
백운봉 꼭데기.
검은 빛으로 세월을 채워가는 나무 이정표가 스텐으로 세워진 빤빤스러운 이정표보다 얼마나 더 멋스러운가.
1000원짜리 김밥 두줄과 보온병 커피 한 잔, 그리고 담배 두가치에 넋을 놓고 앉았다가
불현듯 오래전 포사격장으로 죽을 둥 살 둥 내려왔던 기억에----
다시 한 번 도전해봐?
에그 아서라 마서라
하여 되돌아 내려오니 푸른 이끼에 맑은 물 가득한 산 작은 계곡이 반색을 합니다.
되돌아 내려오는 산 길 또다시 두리번 두리번 터덜 터덜.......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걷다 보니 어느새 사나사 대웅전 앞
내려오며 만났던 작은 3단 폭포의 계곡물이 어느새 앞질러 내려와 제법 큰 소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퍼질러 앉아 한 잔 커피.....
그리고 물 소리 듣고 바람 소리 듣고
다시 한 번 翠微禪師의 게송
山非我招住
我亦不知山
山我相忘處
方爲別無閑
고구마순, 감자눈, 오이, 고추, 쑥갓, 토마토, 고추, 상추, 청경채등을
한 날 한 시에 몽땅 심고 뿌려놓고 잠깐 나갔다 오니 제 멋대로 자라 있습니다.
큰 누님 오랫만에 오시어 "밭 꼬라지"를 보시며 한 말씀
-소꿉장난 하냐?-
-ㅎㅎㅎㅎㅎㅎㅎ-
나의 대답입니다.
* 취미선사의 게송을 제 멋대로 내 멋대로 해석한 점 죄송합니다.
* 지난 순천만 한국의 산하 모임에 집안행사로 인해 참석치 못한 점 또한
죄송합니다.(작년 3월 결혼한 딸내미가 첫손자를 안고 생일 케익 사갖고 오겠다기에......
그만 케익에 눈이 멀어)
무수히 많은 사진들을 뚫어져라 살펴보니 모든 님들 신수가 훤해지셨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유유자적--행복해 하실 모습 그려집니다
농사도 자식 농사와 같다고 하던데-
뿌려만 놔두시니 지멋대로 자란모양입니다? ㅎ
산행기 잼있게 읽고
첫손자 보심을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