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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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과 여유 사이

 

□ 산행개요

 

  ○ 산 행 지  : 부산 백양산(642m)

  ○ 산행일자 : 2006년 08월 26일(토요일) /흐린 날씨

  ○ 산 행 자  : 부산토요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 산행코스 : 어린이대공원-만남의숲-불태령-백양산-애진봉-삼각봉-갓봉-주례 보훈병원옆

  ○ 산행시간 : 7시간 00분

 

□ 산행일지

 

  04:10  부산 어린이대공원앞에서 출발

            금정산종주팀과 만남의 숲에서 합류하기로 한 회원들이 모인다. 국보님, 파란하늘님,

            들국화님, 햇살여인님, 꼽쓸이님, 이노님, 목마님, 그리고, 나를 합해 8명이다.

            깜깜한 길을 랜턴으로 밝히면서 수원지를 지나고, 삼림욕장 길을 따라 사거리에 도착한다.


  04:40~05:03  사거리 갈림길 /이정표(←백양산, →남문, ↑만덕, ↓어린이대공원)

            당초 종주팀과는 5시 전후에 만남의 숲에서 만나기로 예정하였는데, 우리가 공원앞에서

            출발하는 시점에 종주팀은 고당봉을 내려와 북문에 이르렀다 하니, 역시 짐작했던 대로

            종주팀의 속도가 느리다. 따라서, 만남의 숲에서 5시 전후에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한껏 여유를 갖고 쉬어가기로 한다.

 

  05:13~05:30  만남의 숲

            나무벤치에 앉아서 과일과 음료수를 나누어 먹으면서, 넉넉한 시간을 보낸다. 어스름하게

            날이 밝아 오는데, 천천히 올라가기로 하고 봉우리를 향해 출발한다. 불태령까지는 가파른

            오름길의 연속이다.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올라가는 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고...

            잠이 깬 산새들과 풀벌레들의 지저기는 소리가 정겹다.


  06:28~06:32  초소 봉우리

            산불방지 초소와 돌무더기가 있는 봉우리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운무가 스치더니 조망을 앗아간다. 맑은 날이면 여기서 종주팀이 걸어오고 있는 금정산

            주능선은 물론, 신불산도 조망할 수 있는데...

 

  06:38~07:07  불태령(불웅령)

            허수아비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마중을 나온다. 이로서 합류팀은 9명이 되는데, 종주팀은

            후미가 남문을 출발한지 20여분 되었다하니, 최소한 1시간 30분 이상이 지나야 이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들 배낭을 풀고, 가져 온 음식들로 잔치(?)를 벌이면서, 느긋한

            시간을 갖는다. 이럴 때 조망이라도 트인다면 더욱 좋을 것을...

            너무 기다리기도 지루하여 백양산으로 가기로 한다. 불태령에서 백양산 정상으로 이르는

            길은 백양산 산행로의 하이라이트이다. 숲이 드문 백양산 능선이지만, 이 길은 운치있는

            소나무숲이 군데군데 산재하고, 억새인지, 강아지풀인지 초목이 넘실거리는 평원과 같다.

            널찍하게 이어진 능선길을 허리높이까지 자란 초목사이를 걷고 있는데, 드디어 종주팀의

            최선두인 비상대기님이 따라붙고, 잠시 후에는 얼음폭포님도 나타난다.

 

  07:57~08:47  백양산(642m)

            백양산에 도착해서도 사위는 여전히 운해 천지다. 평소 후미를 걷던 합류팀은 선두가

            된 기분으로 종주팀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바람처럼님이 오면서, 한분 한분씩

            당도하는데, 모두가 박수로써 맞이한다. 32명으로 출발한 종주팀은 중간에 15명이 내려

            가고, 백양산까지 17명이 도착한다. 그중에서 여성회원은 정숙님을 비롯하여 4명이다.

            어이구, 지독한 분들...

 

  08:55  애진봉(愛鎭奉)

            백양산에서 바로 내려오면 애진봉. 봉우리라 할 수도 없는 안부인데, 널찍한 헬기장옆에

            표지석을 세우고 단장해 놓았다. 부산진구를 사랑하자는 뜻인데 민선구청장의 작품이다.


  09:03  584m봉

            애진봉에서 보면 제법 우뚝하게 솟은 봉우리다. 기력을 소진한 종주팀으로서는 다소 부담

            스러운 오름길이 된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철탑너머 삼각봉과 갓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조망된다.


  09:40  삼각봉(454m)

            삼각봉을 조금 내려가니 능선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사상쪽으로 이어지는 길. 우리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10:07  갓봉(405m)

            갓봉에서 다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은 개금3동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는 오른쪽.

            백양산에서 주례보훈병원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이나, 종주팀중 다리와 무릎에 통증을

            느끼는 분들이 있어서 하산시간이 많이 길어진다.

 

  11:10  주례 보훈병원옆 아파트 단지/산행종료

            주례삼거리 부근 음식점에서 해장국과 하산주로 종주팀의 장거를 축하&자축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서 각자 귀가.

 

□ 산행후기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處暑)가 지났건만, 늦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란다.

  그래서인지, 산악회에서 야간산행을 공지하였는데, 그게 금정산 대종주이다.

 

  종주란 산마루를 이어가며 걷는 것.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여러 개의 봉우리를 계속적으로 오르내려야 하므로,

  일반산행보다는 더 많은 체력과 끈기, 그리고 인내심이 요구된다.

 

  금정산 대종주는

  양산 계석에서 시작하여 장군봉과 고당봉을 오르고, 원효봉과 불태령, 백양산을 넘어서서

  부산진구 주례까지 이르는, 총 22.6km에 10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장거리 산행이다.

 

  어지간한 산꾼들도 부담을 가지는 산행이라서,

  발걸음에 자신있는 몇몇이 어울려 시도하거나, 단독으로 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왜냐하면, 자동차에 경제속도가 있듯이 산행의 보행속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걸어도, 너무 늦게 걸어도 쉽게 지치고 피로가 가중됨을 우리는 경험으로 느낀다.

  그러므로, 장거리산행은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선두와 중간, 후미로 나뉠 수 밖에 없는 것.

 

  그럼에도, 산악회에서 공지한, 함께 이동해야 할 장거리 야간산행에 대해

  평소 후미에 섰던 분들도 다투어 참여 신청을 하는데....

  나의 경험과 식견으로는 이건 너무 무모하고, 전체 산행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되었다. 

 

  보다 못해 금정종주의 어려움을 한껏 강조하면서, 별도 산행계획을 제안한다.

  역량이 되는 분들만 시발점에서 출발하고 그 외는 중간에서 합류하자고 하는 것인데,

  자칫 회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 같고, 운영진들과 다른 견해를 들어내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해서, 32명의 종주팀은 밤 10시에 양산 계석에서,

  9명의 합류팀은 다음날 새벽 4시에 어린이대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아니다 다를까 종주팀중에는 걸음이 늦은 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당초 예상했던 10시간 정도의 시간을 훨씬 초과, 13시간이 지나서야 산행을 종료할 수 있었으니,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산행이 되지 않았나 한다.

 

  그러나, 아무런 사고 없이 32명중의 종주팀중에서 17명이나 완주의 성취감을 맛보았고,

  평소 후미에 섰던 중간합류팀은 한껏 여유있는 산행으로 선두가 된 기분도 느껴보았으며,

  현명하게 중도하산을 선택한 분들은 절제의 지혜를 가져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므로,

  나름대로 뜻있고 의미있는 산행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 우리는 산행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

  고난의 극복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한계를 넓혀가고자 하는 것일까.

  자연의 다양한 모습과 변화를 함께하며 그 속에서 행복과 인생의 풍요를 즐기고자 함일까...

 

 

 

원문 및 산행사진 보기 : http://blog.daum.net/jame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