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5. 12. 10. (토)
누구랑 : 홀로이
산행코스 : 금정자락 - 백양자락 (불태령-주지봉) - 덕천 주공아파트
산행시간 : 늘려늘려 4시간


 

큰 맘먹고 계획했던 월출. 금오산행이
연이어 줄줄이 무산되고
산을 향한 흠모를 안으로만 곰삭이고 있던 터에
꿩대신 닭이라고, 토실토실 웃자는 토욜 오후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집을 나섰으니(12:20)
님 향한 이 발걸음 누가 말리랴!

시간상, 거리상 부담없고
평소 눈도장만 수 없이 찍었던
백양산의 불태령(佛態領 )-일명 불웅령(佛熊領),
주지봉(蛛蜘峰)을 향하였다.
어느 님의 산행기엔 주지봉을
거미주, 거미지 字를 사용하여
"거미가 엎드린 연봉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혹자들은 낙타봉이라고 한단 세세한 설명.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영락없는 우람한 낙타등
언제나 스쳐 지나갈 뿐
고개들어 멀리 바라만 볼 뿐
불끈불끈 솟은 암봉의 기개가 와 닿는
오늘은 그 등 밟고 우뚝 서 보리라!

금정산의 신음은 깊고도 깊었다.
나무의 에이즈란 재선충앞에
벌목한 나무무덤들이 쉬이 눈에 띈다.
번잡한 산길피해 호젓한 오솔길을
진미 음미하듯 평안히 걷는다.
며칠 전 삐긋한 허리춤에서
적색 경보음이 감지되지만
걷다보면 오히려 치유되겠지
물리치료가 따로 없겠지
독단 반, 희망 반 겁없는 맘이 되고
등에서는 살포시 땀이 솟는다.

아무르산개구리 보호지역
만개한 갈대꽃이 화석마냥 멀쩡하고
인기척에 놀란 꿩이 푸드덕 날아 오른다.
머리 허연 두 남정네 씩씩히 걷는데
담배 연기 한 줄기가 휘익 같이 지나가고
카셑에선 요란한 풍악이 울려난다.
산 위에서 맡는 고약한 향기이다.
산 속에서 듣는 시끄러운 장단이다.

이어지는 침엽수림 빽빽히 들어찬 곳
알싸한 향기가 마냥 좋아 머무르니
몸매고운 까치떼가 숲 속에서 깍깍댄다.
가위바위보 추억어린 나무계단길 내려서니
동서남북 4거리 갈림길,
이어지는 만남의 광장거쳐
백양산 오름길로 힘찬 걸음 내딛는다.
눈 앞에 위용 드러낸 근사한 삼각 봉우리
찬 바람이 쌩쌩 볼을 스치고
불태령, 주지봉도 한 눈에 들어온다.

큰 배낭 짊어진 젊은 아빠뒤로
너댓 살 어린이와 엄마가 걷고 있다.
이어지는 오름길에 아기자기 암봉들
어느 새 엄마가 배낭을 대신 메고
아빠는 아이를 등에 업고 오른다.
지나가는 산객들이 수군수군 갸웃갸웃
아기가 힘겨울까?...배낭이 무거울까?

온 도심이 스모그에 휩싸여선
하늘도 건물도 무채색 천지이다.
지척의 상계봉만이 위용을 드러낸 채
산아래 마을들을 호위하듯 내려본다.
산 위에는 눈이 제법 왔었는지
응달진 곳 풀섶위로 흰 눈이 희끗희끗
오늘도 백양산엔 까마귀떼 요란하다.
공중에서 삼삼오오 군무를 하고
쉴새없이 우짖는 속내, 헤아릴 길이 없고!

2시간 행보끝에 첫 쉼을 가지고서
드디어 불태령(611m)에 올라서다!(14:35)
불편한 허리가 뻑적지끈 시위해도
산욕심 비우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조금 더 직진하면 백양산 정상이나
간신히 제어하고 右로 꺾어 진행한다.
의외로 너무도 선명한 산길 따라
철탑지나 칼날암봉 우뚝 서다.
구포로 이어지는 골짝바람 드센데다
한 발짝씩 조심걸음 이어지고
오랜 기다림끝 님 만난 인연인양
낙타 등 밟고 서서 맘껏 투정하다!
마지막 봉우리 돌탑이 반겨준다.(15:00)

우거진 잡목사이로 내리 쏟아지는 하산길
낙엽송, 솔잎이 켜켜이 쌓이고
주지봉 아래 골짜기엔 산새소리 요란하다.
짧은 산행에 아쉬운 심사
바위위에 퍼질러 앉아 석양에 젖는데
산 아래  님이 내려오라 재촉이다.
송림사이로 뉘엿뉘엿 지는 해가
산골란 노란자위마냥 마지막 빛 발하고
한 폭의 동양화속 방랑객이 되어
훠이훠이 산허리 미련속에 돌고돌다.


님이 불러불러 올랐는데

그 등은 쉬이 내어 주더라.

그 등은 쉬이 내어 주더니

돌아서는 발길은 잡고 놓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