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는 길목에서(금정산-백양산 종주기)
산행한날 : 2005. 11. 30.(수)
산행코스 : 양산다방리 대정그린파크101동 우측 등산안내도(06:58) - 다방봉 - 장군봉(09:00) 

               - 고당봉(10:00) - 북문(10:10) - 동문(11:10) - 남문(11:50) - 만남의 광장(13:20)

               - 불태령 돌무덤(14:03) - 백양산(14:40) - 삼각봉(15:32) - 신라대학교내 버스승

                강장(16:19)   【총산행시간 : 9시간21분,  총산행거리 : 약 26km】
누구랑 : 혼자서(40대 중후반, 산행경력 약3년의 초보산객)  

 

  가을이 시작되던 9월의 어느날 태풍 "나비"의 잔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초보산객이 원대한 꿈을

품고 시작했던 금정산-백양산 종주가 만남의 광장 못미친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들어 실패한 이후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보리라 다짐했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다시 실패할 지라도 도전하는 자만이 이룰 수 있으리니....

또한 금정산-백양산 종주를 생각하시는 부산 근교에 거주하시는 모든 초보산객님들께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새벽에 일어나 부산히 움직인다. 다행히 요즘은 아침에 약수터 산행을 자주 하는 편이라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지난번과 비슷한 시각인 5시 20분경에 집을 나선다.

지하철에는 여전히 아침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명륜동 역에서 12번 버스로 갈아타고 다방삼거리에서 하차한다.(06:50)

 

  오늘의 산행기점인 대정그린파크가 눈에 들어오고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는 기분으로 오름을

시작하면서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각오를 다진다.

"오늘은 반드시 성공하자!"

누구나 하는 종주산행일지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새로운 도전이기에...

 

  산행기점엔 고당봉을 안내하는 표시기가 있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여기서 고당봉까지는 오늘이 세 번째이므로 낯설지 않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꾸준히 진행한다.

다방봉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지난번과 거의 비슷한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다방봉에 올랐어야 비로소 해가 솟아 있음을 알았다.

온누리에 아침을 알리는 그 빛은 명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지난번 산행 때와는 너무도 다르다. 그때는 악천후로 한치앞을 볼 수 없었다.
 
  장군봉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다방봉에서 장군봉까지 진행하는 동안은 군데군데 전망바위와 봉우리가 있어서 사방이 다 보이고

그 풍광이 여느 다른 산의 것에 못지 않으므로 전혀 지루하지 않다.

육산과 돌산, 가끔씩은 로프를 타는 오름길이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장군봉에서 보는 장군평원은 아침햇살을 받으며 서 있는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는 시간을 일시에 멈춰놓은 것같다.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있을까...잠시 꿈속에 있는 듯 하다.

갈길이 바빠 어느새 몸은 내림길을 시작하고 푹신하고 아름다운 전나무와 산죽 숲을 헤쳐 고당봉에

오른다.

 

  하늘이 너무 맑아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사방이 트여 더할나위 없지만 오늘은 종주를 해야하므로

지체없이 산행을 계속한다. 고당봉을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산님을 만난다.

반가이 인사하고 북문을 거쳐 원효봉 오름길을 한걸음에 내닿는다.

4시간여만에 동문에 도착하고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도시락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날씨가 차서 식은밥을 먹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약간의 간식과 음료를 산행 중간 중간에 쉬면서 먹고, 만덕고개에서 따뜻한 국수 한그릇과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로 예정했었다.
 
  동문에서 산성로에 내려서자 늘 그랬던 것처럼 어묵을 파는 트럭이 있다. 일단 어묵을 두 개 먹었다.

더 먹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점심 맛이 없을까봐 참는다.

남문을 거쳐 점심식사가 기다리고 있는 만덕고개에 내려선다.

아뿔싸! 이럴수가! 

있어야하는 국수파는 자리에 산불감시초소가 들어서 있고 음식을 팔던 차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

오늘 점심은 굶어야 하나...굶고 종주산행이 가능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그래도 간식으로 가져온 초코○○ 두 개와 약간의 음료는 남겨 놓았었다.

불태령으로 올라갈 때 힘들면 먹을 요량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백양산 진입로 계단을 올라간다.

오늘따라 계단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약간의 숨고르기를 한 후에 능선길에 도착하고 오른쪽 양지틈에 자리를 잡는다.

여기서 나머지 빵두개와 귤하나로 점심을 대신한다.

 

  만남의 광장으로 진행하면서 지난번 산행때 길을 잘못 들었던 곳을 확인해 본다. 길이 생생히 보인다.

지금생각해보면 길을 잘못 들일도 아닌데 그때는 온전치 못한 기후 탓도 있지만 무리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아님, 아직 초보산객에게는 종주를 허락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본격적인 불태령가는 오름길을 시작한다. 무릎이 아파오고 겁이 난다.

보통의 산행은 5-6시간이 대부분이다, 끝날 무렵에 다시 오름길은 생각만으로도 힘들다.

그래도 가야한다고 다시한번 다짐한다. 오늘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얼마나 올랐을까.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힘이 난다. 돌탑도 보인다. 40여분의 오름길이 별로 힘들지가

않다. 그동안, 굴곡이 심했던 청량산 정상오름길과 지리산 중산리에서 로타리대피소를 거쳐 정상으로의 가파른

오름길, 깃대봉까지 아홉봉을 올랐던 팔영산 등 주말마다 꾸준히 산행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나보다.

 

  드디어 백양산 정상에 서고 내친김에 삼각봉으로 이어간다. 다리가 굳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어본 적이 없다. 첫 경험이므로 더 소중하지만 그만큼 힘이 든다.

불태령 오름길의 만덕, 백양산에서의 진구조망, 삼각봉에서의 낙동강과 강서·김해, 가슴이 탁 트이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내가 산행을 하게된 이유중의 하나다.

삼각봉을 지나자마자 곧바로 신라대학교로 내려선다. 무거워진 다리를 조심스럽게 한발씩 내딛어

드디어 종착점에 도착한다.
 
  새벽바람을 맞으며 시작한 산행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두 달여 만에 다시 도전해서 첫 번째 종주를

마친다.  피로가 몰려오지만 그저 행복하다.

 

멋진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