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월요일), 남양주의 백봉과 고래산, 문안산을 종주하기로 한다. 8시에 집을 나서서 청량리의 미주상가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8시 40분. 5분 만에 정차한 9201번 좌석버스를 타고 마치터널을 지나서 첫 번째 정류장인 경성큰마을아파트 앞에 닿으니 9시 35분이다.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경성큰마을아파트단지 입구로 들어가서 구도로로 오르니 마치터널의 윗부분으로 오르게 되고 30분 전에 내린 버스정류장과 경성큰마을아파트가 내려다 보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구불구불 올라서 무슨 용도일지 모를 콘크리이트탑이 설치된 마치고개 정상부를 지나서 수십 미터 쯤 내려가니 좌측으로 백봉 들머리가 보인다. 이 곳에서 스틱을 펴고 도로를 건너 산행을 시작한다. 

십여분 후에 바위와 통나무의자 한 개가 있는 쉼터에 닿는다. 좌측으로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 호젓한 지릉길이 이어진다. 군용 헬리콥터가 굉음을 내며 백봉 주변을 선회한다. 나뭇가지에 가리워져 희미하게 보이던 골프장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곳에 닿는다. 골프장 너머로 문안산과 고래산, 운길산이 조망되고 비록 자연파괴의 주범이기는 하지만 잘 다듬어 놓은 골프장의 인공미도 볼 만하다.

  마치고개에서 40분 가까이 오르니 현위치가 ‘백봉산(2-3)스키장뒤’라는 소방서의 표지판이 설치된 육산의 봉우리에 닿는다. 이 곳에서 안부로 내려가서 다시 오르면 암봉인 511봉 전위봉이다.


 

마치고개로 오르면서 마치터널 위에서 바라본 경성큰마을아파트.


 

백봉 들머리 - 마치고개.


 

비전힐스골프장과 문안산, 고래산.


 

‘스키장뒤’라는 표지판이 있는 육산의 봉우리.


 

‘스키장뒤’라는 표지판이 있는 육산의 봉우리에서 바라본 511봉 전위봉.

 

   안테나가 설치된 암봉인 511봉 전위봉을 내려서서 안부에 닿으면 바로 앞에 우측의 비탈이 잘려 나간 511봉이 버티고 서 있고 안부의 우측 아래로는 스키장의 정상부가 내려다 보인다.

  너무 가파라서 능선을 따라 오르기 힘든 511봉에는 좌측에 우회로가 만들어져 있다. 안부에서 십여분 만에 우회로를 따라 돌아서 오른 511봉에는 무인산불감시시스템과 여러 가지 시설이 설치돼 있다. 511봉을 내려서니 짧은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바위 틈을 통과하여 내려가니 바위지대를 지나서 다시 육산의 지릉길이 이어지고 삼각점이 설치된 해발 587 미터의 백봉(柏峯) 정상에 닿는다. 백봉 정상은 좁지만 그 바로 밑에 넓은 헬리포트가 있어서 수십 명이 함께 앉아서 쉴 수 있을 정도이다. 백봉 정상에서 오늘 가야 할 문안산, 고래산과 운길산, 갑산, 예봉산을 조망한다.


 

511봉 전경.


 

암봉인 511봉 전위봉 정상부.


 

바위 틈으로 내려가는 511봉 내림길.


 

백봉 정상의 삼각점 - 해발 587 미터.


 

백봉 정상 바로 밑의 헬리포트.


 

백봉 정상에서 바라본 운길산, 갑산, 예봉산.

 

   백봉의 헬리포트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25분 정도 쉬다가 남쪽길로 내려선다. 가끔 나타나는 미끄러운 진창길을 피해 내려가다가 방향을 보기 위해 자켓 왼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나침반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데 아무 것도 잡히는 게 없다. 등로의 바닥을 살피면서 되올라간다. 그러다가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 카메라를 꺼내 줌을 당겨 촬영을 시도하나 도마뱀은 이미 숲 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헬리포트의 바로 밑까지 올라가니 나뭇가지에 나침반이 매달려 있다. 나침반줄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주머니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나침반을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해 목에 건다. 나침반을 찾느라고 15분을 낭비하고 되내려간다.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지릉길을 따라서 여러 개의 봉우리를 지나서 안부로 내려와 406봉 전위봉으로 오르는 길에 좌측으로 꺾어지는 길을 발견하는데 일단 큰 철탑이 설치돼 있는 406봉 전위봉에 올라가 본다. 바로 앞에 있는 406봉을 보고 나서 406봉 전위봉 정상의 좌측으로 올라가 등로를 확인하니 찾기가 힘들어 나침반으로 북쪽을 확인하고 그 쪽을 주시하니 희미한 길의 흔적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가니 분명한 내리막길이 보이고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의 길은 아까 406봉 전위봉으로 오르는 안부 오름길의 좌측 갈림길에서 꺾어져 들어오는 길이다. 우측으로 진행하니 안부사거리가 나온다. 안부사거리에서 십분 쯤 더 진행하니 나무움막이 설치된 339봉 정상에 오르게 된다. 나무움막에 앉아서 십분 쯤 쉰다. 이 곳에서 백봉과 511봉, 511봉 전위봉, ‘스키장뒤’라는 표지판이 설치된 육산의 봉우리가 뚜렷이 구분되어 잘 조망된다.


 

406봉 전위봉으로 오르는 안부 오름길.


 

철탑이 있는 406봉 전위봉에서 339봉으로 가는 좌측의 길.


 

406봉 전위봉에서 내려와 406봉 전위봉 직전의 안부 좌측 갈림길과 만나는 삼거리.


 

339봉에 오르기 십 분 전에 나오는 안부사거리.


 

나무움막이 설치된 339봉 정상.


 

339봉 정상에서 바라본 백봉과 511봉, 511봉 전위봉, ‘스키장뒤’라는 표지판이 설치된 육산의 봉우리.


   339봉을 내려서서 5분 만에 정상부분에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둔덕 같은 봉우리에 닿는다. 소나무가 있는 정상부분에 닿기 십 미터 쯤 전에 남쪽으로 내려서는 우측의 갈림길이 있다. 이 우측의 갈림길로 가지 않고 봉우리를 넘어 직진하면 차산리로 하산하게 된다. 낙엽이 깔린 길을 5분 쯤 내려가다 보면 등로의 우측 옆에 무덤 한 개가 나타나고 다시 5분 후에는 비석이 있는 무덤과 큰 철탑이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된다. 그 곳에서 다시 7분 쯤 진행하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등로의 흔적이 희미해지는데 3분 후에 삼각점을 보게 되고 움푹 파진 빗물 배수로를 따라 내려가면 백봉 날머리인 수리너머고개에 닿게 된다. 질주하는 차들을 피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수리너머고개를 조심스럽게 건너면 고래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보인다. 수리너머고개가 백봉의 날머리이자 고래산의 들머리인 셈이다.

 

339봉을 지나서 처음 나오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작은 둔덕 같은 봉우리.


 

작은 둔덕 같은 봉우리 정상에서 10 미터 못미처의 우측 갈림길인 남쪽 내리막길.


 

무덤과 철탑을 지난 후에 나타나는 산불감시초소.


 

빗물 배수로를 따라 내려가며...


 

백봉 날머리 - 수리너머고개로 내려온 길.


 

고래산 들머리 - 수리너머고개를 건너서 오르는 임도.


 

수리너머고개.


   임도를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 올랐던 339봉이 좌측에 보이고 그 우측에 정상 못미처에서 우측으로 꺾어져 내려온, 작은 둔덕 같은 봉우리가 보인다. 그리고 두 봉우리 뒤로는 천마산이 올려다 보인다. 수리너머고개에서 임도로 오른지 10분 만에 임도의 정점(頂點)인 273봉 정상에 닿는다. 바로 앞에 339.4봉이 보인다. 임도를 내려서니 안부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좌측의 임도와 우측의 339.4봉으로 오르는 길로 갈라진다. 우측의 길로 오른지 10여분 만에 삼각점과 군용 나무상자가 있는 339.4봉 정상에 닿는다. 그런데 등로의 좌측에 군부대의 사격장이 있는지 총을 쏘는 소리가 요란하다.

  339.4봉에서 8분 정도 내려가니 산악행군로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 표지판의 화살표는 자신이 내려온 길을 가리키고 있고 이 곳에서 직진하는 넓은 내리막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십여 분 쯤 내려갔을까. 임도가 나오고 이 곳부터 산자락을 험하게 깎아 놓은, 사람들의 횡포를 보게 된다. 철탑이 설치된 곳으로 올라가서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간다. 한참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내려가니 트럭들이 올라오고 있는 넓은 임도가 나타난다. 좌측으로 꺾어져서 넓은 임도를 오르니 골프장을 만드느라고 임도 좌우의 산자락을 무참하게 절개해 놓았다. 그리고 고래산 오름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다시 오던 길로 되내려와서 아까 내려온 임도의 맞은 편에 나 있는 임도로 올라선다.


 

임도에서 바라본 천마산과 339봉, 339봉 우측의 둔덕 같은 봉우리.


 

임도의 정점인 273봉 정상과 그 뒤의 339.4봉.


 

273봉 내림길의 안부에서 좌측의 임도를 버리고 우측의 339.4봉 오름길로...


 

339.4봉 정상의 삼각점과 나무상자.


 

산악행군로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 - 직진하지 말고 좌측의 내리막길로...


 

산악행군로 표지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는 내리막길.


 

임도의 정경.


   사륜구동차나 오를 수 있을 듯한 가파른 임도가 이어진다. 임도를 오르다 보니 숲을 파 헤쳐서 평평하게 만든 후에 큰 철탑을 세운 곳에 오르게 되고 그 위로는 길 흔적도 희미한 산길이다. 낙엽을 밟으며 산비탈을 오르다가 말벌집이 한두 개도 아니고 열 개 이상 혹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를 본다. 벌들이 활동하는 계절에 이 구간을 지나치는 산행객은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고래산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산이다. 방향표지판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고 리본 같은 표시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산비탈을 오르다 보니 꽤 가파른 부분이 나타나서 등로에 주저앉아 간식을 먹으며 십 분 정도 쉬다가 다시 일어서서 등로를 진행하니 좌측에 급경사의 흙길이 나타나고 그 밑에는 두터운 낙엽이 깔려 있다. 잡을 것도 없고 무턱대고 오르다 미끄러지면 추락의 위험도 있어서 되내려와서 우측을 보니 사람들이 바위지대를 올라간 흔적이 보인다. 바위를 붙잡고 오르니 급경사의 흙길이 시작되는데 네 발로 기어 올라야 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암릉도 아닌 육산을 네 발로 기어 오르기는 또 생전 처음이다.

  가파른 비탈을 오르다 보니 헬리포트가 나타난다. 헬리포트 이후로는 완만한 지릉길이 이어진다. 헬리포트에서 14분 만에 삼각점이 설치된 해발 520.5 미터의 고래산 정상에 닿는다. 저 멀리 북서쪽으로 백봉이 보인다. 고래산 정상에서 십분 쯤 쉬다가 갈 길을 재촉한다. 마치고개에서 백봉 정상까지는 가끔 사람들이 있었지만 백봉에서 내려서면서부터는 산행객은 한 사람도 볼 수 없다. 거칠기만 한 고래산의 등로는 높이는 낮지만 명지산보다도 험하다.

  고래산 하산길은 오름길 만큼 가파르다. 두터운 낙엽 속에 등로의 흔적도 희미하고 낙엽 밑의 보이지 않는 진창과 빙판에 미끄러지다 못 해 가파른 낙엽길을 썰매를 타듯이 주저앉아서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한다. 이런 길을 30분 가까이 내려오면 등로는 서서히 완만해진다. 고래산을 내려서서 35분 쯤 진행하니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해서 지릉길을 8분 정도 진행하니 숲을 파 헤쳐 놓은 곳에 큰 철탑을 설치해 놓은 철탑삼거리가 나와서 절개지를 우측으로 끼고 좌측의 임도로 내려가니 재재기고개가 나온다.

  비포장의 임도인 재재기고갯길은 좌측(북쪽)으로 가면 차산리로 가고 우측(남쪽)으로 가면 북한강변의 양수리로 빠지는 길이다. 임도를 다 내려와서 재재기고개에서 우측으로 조금 꺾어지니 문안산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보인다. 그런데 벌써 17시 30분이 다 된 시각이다. 일몰까지 한 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처음 오르는 문안산까지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서둘러서 등로를 오른다.


 

무시무시한 말벌집이 혹처럼 주렁주렁 달린 나무.


 

헬리포트.


 

삼각점이 설치된 고래산 정상 - 해발 520.5 미터.


 

삼거리.


 

철탑이 있는 삼거리 - 왼쪽의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안부사거리인 재재기고개임.


 

고래산 날머리 - 철탑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의 임도로 내려가면 나오는 재재기고개.


 

문안산 들머리 - 재재기고개에서 우측으로 꺾어지면 나오는 오름길.


   문안산 쪽에도 방향표지판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지만 리본이나 노끈 등의 표시기는 많이 설치돼 있다. 아무래도 북한강을 내려다 보는 조망 때문에 그래도 사람들이 이따금 찾는 모양이다. 들머리에서 8분 쯤 진행하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의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서울종합촬영소의 경고표지판 두 개가 보인다.

  직진하여 낙엽이 두텁게 깔린 지릉길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내리다 보니 서서히 어둠이 밀려 온다. 한 봉우리에 오르는데 시각은 18시 20분이 지났고 직진하는 길과 우측의 내리막길에 표시기가 보인다. 그리고 진행방향인 북동쪽으로 문안산 직전의 헬리포트인 528봉으로 추정되는 봉우리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그보다는 낮아 보이는 봉우리 한 개가 솟아 있다. 가까운 거리에 문안산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20분 이상 걸릴 것이고 해가 지고 나서 완전히 어두워지면 초행길에 안전한 하산을 하지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재재기고개까지 가서 아무래도 남쪽의 삼봉리보다는 가까워 보이는 북쪽의 차산리로 하산하려는 것이다. 지도를 보니 다른 지름길도 있지만 밤에 산길을 헤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길지만 안전한 하산길을 택한다.

  재재기고개로 되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석양이 황홀하다. 서서히 해는 지지만 일몰후 30분간은 희미하나마 빛이 남아 있다. 아까 오던 길을 유심히 살피며 그대로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며 낙엽이 두텁게 깔린 지릉길을 바쁘게 걷다 보니 완전히 어둠이 깔린 재재기고개에 닿는다.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편이 있는 맹골로 가서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우측(북쪽)의 임도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임도를 홀로 걷는다. 후래쉬를 켜서 울퉁불퉁한 땅바닥을 비추며 걷다가 한적한 마을에서 귀가하는 학생에게 버스 타는 곳을 물어 보니 맹골에 마을버스가 있는데 몇 분 전인 19시 20분에 마석으로 출발했고 다음 버스는 20시 20분에나 있다고 한다. 19시 30분 경에 닿은 마을버스 종점의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교통편을 물어 보니 30분 쯤 더 걸으면 청량리까지 가는 버스의 종점이 있다고 하여 또 걷는다.

어느덧 30분 만에 차산리의 버스 종점에 닿는다. 65, 65-1, 9201번 등 여러 노선의 버스 종점이다. 65번 버스를 타고 청량리로 가서 전철로 갈아 타고 귀가한다.

  백봉길은 호젓하고 나름대로 운치있는 지릉길을 걸었지만 수리너머고개에서 재재기고개에 이르는 고래산길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무척 가파르고 등로의 흔적도 희미하거나 아예 없으며 골프장을 만드는 공사현장이라서 산행객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는 곳이라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육산의 험한 구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겪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오늘의 산행에서 고래산은 예상하지 못한 시련을 안겨준 복병이었고 오르지 못 한 문안산은 조만간 올라 보기로 작정한다.


 

재재기고개에서 8분 만에 나오는 삼거리에서 좌측의 내리막길로...


 

안부의 경고표지판.


 

재재기고개로 되내려가면서 바라본 석양.


 

어둠이 깔린 재재기고개로 내려서서 돌아본 문안산 들머리.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