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쉬운‥순백의 감동 [백덕산]







2013. 1. 27 [일]


평택 JJ 45명



(P) - 제1전망대 - 헬리포트 - 제2전망대 - 신선바위봉 - (P) (원점)  [4 / 30]

 



                 [1] -- 심설(深雪) 속 사유를 찾아서.


 조용히 흐르는 아침의 창이 신선하게 열려진다. 허공 속에선 잿빛시간이 하늘을

   가리며 길게 늘어져 있다. 고요히 접혀있는 산상의 바람이 어느새 가득 부풀린 채

하얗게 날아간다. 덩달아 팽팽해지는 산정의 몸체 속으로 깊숙이 스미어오는

안개가 부드럽게 날아오른다. 그리고 파도처럼 수북이 쌓여간다.

 



빛에 머물러 있는 하얀 숲의 진실이 오전시간을 감추는 듯하다. 가늘게 부풀어져있는

  흰 알갱이들이 나목의 밑둥을 감싼 채 정적에 쌓여있다. 오랫동안 시간을 기억하는지…

무수히 지져대는 바람소리에 애가 탈 지경이다. 아랑곳하지 않는 강인함이

그 시간을 억누른다.

 



능선 깊이 차오르는 심설의 정감이 흰 색등을 밝히고 있다. 겹겹이 메마른 연봉들은

  긴 산평선에 걸려있다. 물 만난 개선장군처럼 물밀 듯이 밀려오는 심설의 힘찬 기백에

뒤쳐지는 것 같다. 그래도 투명하게 번지는 빛의 생성이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며

유아스럽게 산상으로 옮겨간다.

 

 

 

  병풍처럼 쳐져있는 산상들의 장엄함이 천길 단애의 멋과 어우러져 영롱하게 산정

 틈 사이를 뚫고 선연하게 드러난다. 곱게 치든 설원의 색태는 산기슭에 머무르며

        넘실넘실 바람을 불러 모은다. 고요히 맑은 빛을 안으며 산중 속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겨울의 운기는 산정을 품은 듯 여기서 멈추어 선다.

 



                                               「직벽에 가까운 산등성이의 강인함은 무너진 어둠속에서 피어나 쌓이고 쌓인 산대의

                                            아스라함이 아닐까요.」

                                              「끊임없이 이어오며 생의 축대로 흔들리지 않는 그 범람이 분에 넘친 것은 아닌지요.」

                                              「그렇습니다. 세월에 씻긴 산정의 자취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오!! 세상에….」


                                             님과 님들의 대화가 잔잔히 이어진다.

 



                 [2] -- 전망봉에서 바라본 산중 풍광


         갖가지 모양으로 우뚝 선 산정들의 형상 속에 멀리 숨어있던 겨울의 우수가 조끔씩     

맑아지는 듯하다. 그 뒤로는 바람결에 쏠리며 흔적 없이 사라져가는 잔설이 빛의

      잔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능선에서 넘어오던 쪽 바람이 얼굴을 들이대며 느닷없이

잔설을 몰아낸다. 은빛이 흩날리는 낙화가 인다.

 



     만물연봉처럼 보이는 백색의 산맥들이 중후한 숨결을 내보이고 있다. 그 속에서 한결같이   

살아온 순백의 산정은 뜨겁게만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또한 깊이 내보이지 않는 속내를

감내하였던지 기억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사라지면 다시 생겨나는 착시의 현상이던가.

평온해지기를 바래본다.

 



겨울안개의 유심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협곡을 등지며 곱게 펴져있는 산등성이들의

        힘찬 고요에 풋풋한 마음이 생겨난다. 산 물결이 팽배해지면서 푸르디푸른 하늘 공기가   

 산빛으로 변해가며 운치 있게 뻗어 내리고 있다. 적빛으로 물들어가는 백산의 광경에

달궈져가는 눈동자가 비워져간다.

 



하얀 가지 넘실거리는 산정의 맥박은… 한순간 일제히 날아올라 날개 짓하듯 산창이

  하늘을 가린다. 허공 속에 묻혀 만가는 안개가 산정들을 앞에 두고 산상으로 곤두박질

치며 입김을 확 확 뿌려댄다. 아득하게 멀어지면 자리를 비워내고, 자리를 비워내면

가늘게 핀 산 능선에 커다란 산상화첩을 그리는 듯하다.

… 빛과 구름과 바람을 문다.

 



                                                     「진한 적빛에 희석되어가는 산창들이 소소한 하늘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림처럼 밀려드는 산정의 영상에 마음이 비워집니다.」

                                                     「소란한 바람만이 허공에 꽉 들어차 분주히 날개 짓을 해답니다. 그저 채울 때까지….」

                                                     「눈이 닿는 느낌으로 빛에 묻어가면서 저 산정들을 지나치는 관대의 대상으로 삼을

                                                   것입니다.」

                                                     「겨울을 따라가고 있는 설산의 명랑함이 더욱 짙어집니다.」

 


                   [하산]


 전망봉에서 님들과의 대화가 무르익어 갈 즈음 무지막한 암릉과 대차게 쌓인 눈(雪)으로

위험하여 도저히 진행을 못하니 원점 회귀하라는 부회장님의 얘기를 듣는다. 그저 아무

말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돌린다.

 



   산봉으로 스며드는 빛의 알갱이가 아주 연하고 부드럽다. 서서히 지워져가는 숨가뻤던

시간은 공간 속에 머무르며 또 다른 짧은 날을 기다리는 듯하다. 왜 그리 짧은 건지…

   빛을 머리에 이고 채찍처럼 휘두르고 있는 바람이 짖을 태세다. 얼른 몸을 피해야겠다.

 


 

                         ◈◈◈


   쌓이고 쌓인 적설량으로 산의 허리를 자르고 속을 감추는 산중의 속내를 모른 게 안타깝다.

 만년설처럼 자신을 꼭꼭 감추고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그 산정이 그저 무심하기만 하다.  

   그래도 눈을 아우르며 타고 오르는 님들의 움직임엔 그중 눈동자가 편안하다. 그러나 오늘,

 일률적으로 계산된 자연의 무엄한 행위에 몸을 맡기는 것이 과연 그 자연을 이해하여야만

되는 것인지 …. 그렇다면 무조건 다가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품을 넣고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