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1년 7월 2일(토)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발산재 - 오곡재 - 미산재 - 여항산 - 서북산 - 봉화산 - 한치

* 산행거리: 25.8km(정맥거리 24.0km + 봉화산 1.8km)

* 산행시간: 10시간 45분(운행시간 8시간 50분 + 휴식시간 1시간 55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명(나 홀로)

 

 

 

제5구간에서 대곡산(542.8m)·무량산(583m)·가나무봉(528m)·깃대봉(521.7m) 등 500m가 더 되는

산줄기를 솟구치며 한껏 콧대를 높인 낙남정맥은, 발산재에서 한치에 이르는 제6구간에선

여항산(770m)·서북산(738.3m)· 대부산(649.2m) 등 600m가 넘는 산줄기가 이어져 더욱 장쾌함을

선사하며, 그 중에서도 여항산은 지리산 권역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산이자 조망이 활짝 열려

낙남정맥의 밋밋함을 깨뜨리는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주에서 마산남부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첫차(05:50)에 올라, 진주 이반성면과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을 가르는 발산재를 지나자마자 4차선 국도 2호선에서 빠져나와 버스에서 내립니다.(06:45)

대광산업과 수발사 갈림길을 거쳐 고종후 장군 신도비를 둘러보고선, 굴다리를 지나 옛 발산재

휴게소로 올라갑니다.

장마라곤 하지만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조금 낀데다 스멀스멀 옅은 안개가 밀려드는 발산재의

아침입니다.

국도 위를 가로지르는 야생동물이동통로를 둘러보는 등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버스에서

내린지 어느새 45분이 후딱 지나가 버립니다.

공중화장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자 장승 모양의 이정표(깃대봉 3.7km·오곡재 8.8km)가

반기며, 3분 남짓 가풀막을 타자 산턱으로 올라서며 왼쪽으로 꺾입니다.

2분 정도 편안하게 나아가다, 무덤단지를 지나자마자 Y자로 된 갈림길이 나옵니다.

능선으로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오른쪽은 아니며, 보다 뚜렷한 왼쪽의 비스듬한 길을 따릅니다.

점점 기울기를 더해 가다 좀 밋밋한가 싶더니, 발산재를 떠난 지 15분 만에 고스락이 꺼진

첫 봉우리인 300m봉으로 올라섭니다.

숲에 가려 별스레 조망은 열리질 않으며, 자연친화적인 나무의자가 앉았다 가라지만 아직은

아니라며 슬며시 물러섭니다.

서서히 내려서다 살짝 오르자 두 번째이자 작은 봉우리인 290m봉인데, 바로 아래 베긴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산복숭아 한 그루가 묵은 무덤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려서다 다시 조금 올라 솔과 잡목이 어우러진 325m봉에선 왼쪽으로 꺾어 밋밋하게 나아가며,

임도와 아주 가까워진 안부(205m)에 작은 태극기와 함께 흙구덩이가 하나 보입니다.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그것도 잠깐일 뿐, 퍼뜩 떠오르는 게 있어 궁금증이 이내 풀립니다.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여양리 일대에서 학살된 민간인의 유해를 발굴한다는 생각난 겁니다.

2002년 9월 몰아친 태풍 루사로 묻혀있던 유골의 일부가 유출되면서 말로만 전해지던 민간인

학살현장이 드러나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2004년 5월부터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나서 120여 구가

넘는 유골을 수습하였다고 합니다.

여양리 민간인 학살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진주 쪽에서 트럭에 실려와 군인과 경찰에

의해 200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며, 그들이 어디서 온 누구이며 그

인원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고 합니다.

숙연한 마음으로 3분쯤 오르자 225m봉인데, 여기저기 많은 구덩이가 보입니다.

구덩이는 가는 길 곳곳에서 나오며, 소나무에 둘러싸인 낮은 무덤이 있는 또 다른 225m봉을

지납니다.

먼저 가신 분이 누웠다 일어나 이사를 간 236m봉을 지나 오르자 솔과 잡목이 어우러진 270m봉

인데, 이곳에도 수많은 구덩이가 있어 가슴이 아립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역사의 아픈 상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3분 남짓 더 가자 바로는 영봉산(靈鳳山, 395.2m) 갈림길이며, 정맥은 살며시 오른쪽으로 틀어

오릅니다.

5분 정도 더 가자 정상부에 구덩이가 하나 있는 365m봉이며, 오르내림이 크지 않은 밋밋한 길이

한동안 쭉 이어집니다.

그러다 2분쯤 치오르자 솔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355m봉인데, 그늘과 평평한 공터가 쉼터를

만들어줘 좀 쉬어가기로 합니다.

2시간 가까이 만에 처음으로 배낭을 내려놓고, 자두를 안주 삼아 얼음 막걸리로 깔깔한 목을

축이고 물로 씻어 내립니다.

후덥지근한 날씨라 땀이 많이 나는데다, 수분을 보충하려 물과 막걸리를 마시니 또 땀이 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 같습니다.

얼린 생수 두 통(2ℓ들이)과 얼음 막걸리 세 통(0.5ℓ들이)을 갖고 왔으니, 적어도 산행이 끝날

때까지 모자라진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355m봉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꺾이며, 잠깐 밋밋한 길을 따르다 안부(285m)로 내려서자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반성면 장안리 진안마을로 이어지며, 다시 밋밋한 길을 좀 오르자 Y자로 된 갈림길이 잇달아

나오는 지형도 상의 큰정고개에 닿습니다.

아주 희미하지만 꽤 넓은 길이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처음엔 오른쪽이지만 그 다음은 왼쪽으로 난

길로 서서히 오릅니다.

이어서 17분에 걸쳐 한바탕 땀을 쏟아내자, 길쭉하고 비스듬한 전망대봉으로 올라섭니다.

잠깐 내려서는 둥 마는 둥 다시 오르자 오봉산(五峰山, 524.7m) 갈림길이며, 1분 뒤 비스듬한

바위가 놓여 있는 525m봉에 다다릅니다.

진주 이반성면과 창원 진전면에다 함안 군북면의 경계지점이며, 오곡재 왼쪽 아랜 2차선으로

새롭게 단장한 지방도 1029호선과 군북면 오곡리 일대가 들어옵니다.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등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고선 살짝 내려서다 조금 오르자 526m봉이지만,

별스런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칩니다.

또 조금 내려서다 오르자, 삼각점(함안 414m)이 자리 잡은 523.0m봉입니다.

많은 지도에 522.9m봉으로 나오는 곳인데, 삼각점엔 524.4m이나 지형도엔 523.0m로 모두 제각각

입니다.

정상부의 잡목을 제거하여 공간이 열리며, 여기에도 자연친화적인 나무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한참을 완만하게 내려서다 잠깐 오른 385m봉을 내려서면 오곡재인데, 군북면 오곡리와 진전면

여양리를 잇는 아직은 고갯마루가 포장되지 않은 지방도 1029선이 지납니다.

오곡리 쪽은 이미 2차선 포장도로로 새로이 단장했으며, 여양리 쪽도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오래지 않아 제대로 된 2차선 포장도로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곡재는 비실재라고도 하며, 왼쪽으로 10m쯤 어긋나 길은 이어집니다.

오르막길을 따라 8분 만에 만난 첫 봉우린 소나무로 둘러싸인 445m봉이며, 밋밋하게 나아가다

좀 치오르자 바위와 잡목이 어우러진 558m봉입니다.

이어서 작은 봉우릴 하날 넘고 고스락이 꺼진 솔 잡목봉을 지나 내려서다, 10분 남짓 오르막을

타자 663m봉 갈림길인 630m봉을 밟고 섭니다.

왼쪽으론 지형도 상의 미산령(眉山嶺)을 지나 헬기장인 663m봉이 가까우며, 좀 더 내려서면

원효암(元曉庵)으로 이어집니다.

원효암은 함안 사람들에겐 의상대 절이라 불리며, 함안초등학교 다닐 땐 때론 소풍 장소로

이용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10m 정도 가면 조망이 활짝 열리는 멋진 전망대가 나오는데, 작은 여항산이라 불리는 743.5m봉과

여항산(艅航山)이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좀은 뿌옇게 보여 아쉽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고픈 조망을 채우기에 별스레 모자람이 없습니다.

눈 아랜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여양리 둔덕마을이 잘도 보입니다.

 

이어지는 내리막으로 미산재(550m)에 다다릅니다.

함안면 파수리 미산마을 쪽으로 새로운 임도가 생겨 삼거리가 됐으며, 예전에 없던 야생동물이동

통로가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거의 다 미산령 또는 미산재라 부르는 곳이지만, 정작 지형도엔 엉뚱한 데다 미산령 표기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정표가 있는 나무받침계단을 오르자 야생동물이동통로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며,

밋밋하게 오르더니 나무받침계단과 돌계단이 나오며 가팔라지자 덩달아 힘이 듭니다.

전망대에 오르자 지나온 산줄기가 들어오고, 이어서 너덜지대를 지나자마자 743.5m봉에 다다릅니다.

오랫동안 여항산 정상 노릇(744m 또는 743.5m)을 하며 대접을 받았으며, 아직도 여항산으로 잘못

소개한 지도가 더러 있을 정도입니다.

크지 않은 바위 몇몇이 있을 뿐 삼각점은 없으며, 더러는 작은 여항산으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어느새 밥 때가 되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주먹밥 한 덩이에 몇 가지뿐인 반찬이지만, 그것도 어디냐 싶어 맛깔나게 먹어 치웁니다.

얼음 막걸리도 한몫을 거듭니다.

무더운 날씨로 많은 땀을 흘려 쇠잔해진 기력을 어느 정도 채우고선, 서둘러 진짜배기 여항산으로

떠납니다.

10분 만에 닿은 너덜지대 돌탑 봉우리엔 119 미산봉 정상이란 팻말이 있으며, 얼마 안 가 이정표

(미산령 1.3km·여항산 0.5km·돋을샘 1.2km·미산 2.7km)가 있는 배능재(700m)를 지납니다.

이어서 오르막이 나오는데, 남자 셋이 내려오다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엇갈립니다.

산행에 나선 지 6시간이 다 돼 가는데, 사람이라곤 처음 구경하는 셈입니다.

함안 여항면 주서리 좌촌마을로 이어지는 여항산 3코스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헬기장(760m)이며,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이번엔 2코스 갈림길이 나옵니다.

헬기장을 사이에 두고, 3코스와 2코스로 이어지는 길이 나뉘는 것입니다.

헬기장에선 여항산 정상인 갓바위가 가까이 들어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항산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커다란 정상석이 홀로 간 날 반겨 맞습니다.

1997년 2월 16일 함안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엔, 높이를 지우고 새로 새긴 흔적이 남았습니다.

1583년(선조 16년) 정구(鄭逑)가 함주도호부사(함안군수)로 부임하여, 함안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아 나라를 배반할 기운이 있다며, 남쪽에 위치한 이 산을 여항산(艅航山,

지대가 낮아 배로 건널 수 있는 산) 이라 하였으며, 대신 북쪽 낮은 지대에다 산을 대신한다며

높이는 뜻에서 대산(代山), 대산(大山)이란 지명을 붙였다고 합니다.

비록 남쪽에 산이 있긴 해도, 그 산이 배가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뜻을 부여해 나쁜

기를 제압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함안 사람들은 여항산을 각데미산 또는 곽데미산으로 많이 부르고 있는데,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많이 전사하여 저주받은 산이라 하여 갓뎀(God damn) 이라 욕하다 보니 갓뎀산이 되었다고 소개한

곳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전부터 각데미산이라 했다니까, 아무래도 그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1950년 7월부터 9월까지 미군과 인민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두고 치열한 격전을 벌이며 여항산의

주인이 19차례나 바뀌었다고 하며, 4km 남짓 떨어진 내 고향 함안면 강명리 강지마을도 보이긴

해도 그렇게 뚜렷하진 않습니다.

정상부의 전체적인 바위 모양이 갓을 닮았다고 하여 갓바위라고 하며, 정상석 아래 20 - 30명이

앉을 수 있는 넓고 큰 바위를 마당바위라 합니다.

여항산은 함안 여항면 주서리와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지만,

함안의 진산(鎭山)이라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진 않는 듯합니다.

지금은 진전면인 여양리는 원래는 함안군 여항면이었지만, 1989년 행정구역 개편 때 진전면으로

편입되었다고 합니다.

여항산에서의 조망은 글자 그대로 일망무제(一望無際)지만, 오늘은 가까운 곳은 괜찮지만 먼 곳은

뿌옇게 덮여 시원찮아 보입니다.

가야 할 서북산(738.3m)과 대부산(649.2m)·봉화산(674m)은 그런대로 들어오지만, 좀 멀어도

보여야 할 광려산(752m)과 무학산(760m)은 어림도 없습니다.

가시거리가 좋을 땐 내 사는 진주 월아산의 장군대봉(483.2m)과 국사봉(469m)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양 옆으로 사천 와룡산(801.4m)과 의령 자굴산(897.1m)도 같이 들어옵니다.

더 좋으면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1915.4m)과 중봉(1875m)까지도 문제 없지만, 예전에 본 걸

우려먹으며 짐작할 뿐 오늘은 그렇지 못해 무척 아쉽습니다.

 

갓바위를 뒤로 하고, 때론 밧줄을 잡으며 50m 남짓 바위를 타고 내려서자 1코스 갈림길(720m)입니다.

코바위를 거쳐 좌촌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며, 갈라진 채 얹혀 있는 사모바위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이정표 하나가 암만해도 잘못 됐습니다.

바로 정상 0.2km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상은 50m만 가면 되는데 0.2km란 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지나온 2코스 갈림길에 정상 0.2km란 이정표가 있었으니, 이건 1코스와 2코스 갈림길 사이의

거리인 것 같습니다.

잘 나 있는 길로 능선을 타고 갑니다.

비스듬한 바위지대를 밧줄을 잡고 내려서자, 얼마 안 가 위험한 바위지대이니 왼쪽으로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있습니다.

그냥 밀어 붙일까 하다, 몸을 사리며 우회하는 길을 따릅니다.

여항산 정상인 갓바위에 버금가는 바위지대이며, 여기도 밧줄이 매달려 있어 그걸 잡고

오르내리면 그렇게 위험하진 않습니다.

우회를 하다 보면 큰 바위 중간부분에 동굴이 있는데, 그걸 동굴바위라 하는 모양입니다.

동굴을 구경하고 목을 축이는 등 좀 머물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4분 만에 소무덤봉(669m)을

지납니다.

작은 돌이 나뒹구는 솔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자그마한 봉우리며, 등산로에서 뵈긴 하나 슬쩍 비켜

있어 일부러 들르지 않으면 정상을 밟을 순 없습니다.

소무덤봉에서 10분 남짓이면 작은 헬기장을 지나고, 크지 않은 오르내림 끝에 능선이 갈리는

710m봉으로 올라섭니다.

이정표(서북산/광려산·여항산/미산령)의 한치를 진고개로 잘못 표기하여 누군가 긁어놨는데,

한치에 진고개휴게소가 있어 온 혼란으로 여겨집니다.

오른쪽으론 558m봉과 질매재로 이어지나 꽤 묵었으며, 전망대에선 서북산과 진전면 일대가 잘도

들어옵니다.

크게 왼쪽으로 꺾어 6분 정도 가자 뾰족한 709m봉인데, 비록 잡목으로 둘러 싸이긴 했어도 남쪽

아랜 수십 길 낭떠러지임을 지나고 보면 알 수 있습니다.

 

5분 뒤 이정표(여항산 2km·서북산 1.9km)가 서 있고, 대촌(나뭇골)·별천 (상별내) 갈림길인

706m봉에 다다릅니다.

20m쯤 아래 있는 널따란 마당바위는, 봉화산과 대부산은 물론이고 여항면 주동리 별천마을이

보이는 등 멋진 전망대입니다.

어쩐지 몸이 나른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어, 마당바위에 드러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다시 길을

나섭니다.

알게 모르게 체력소모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로 땀을 많이 흘린 데다, 물과 막걸리의 무게 또한 만만찮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와 닿는 모양입니다.

별천 갈림길(적십자수련원) 안부로 내려섭니다.

이정표(여항산 3.3km·서북산 0.6km·별천 3.5km) 아랜 약수터산장 판때기가 빌붙어 있는데,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만 그다지 밉상스럽진 않아 보입니다.

비교적 부드러운 길로 서북산으로 나아가는데, 볼 품 없는 자그마한 봉우리에 느닷없이 정북산

삼거리란 표지기가 있습니다.

이곳을 제법 많이 다녔지만, 나로서도 처음 보는 것입니다.

오른쪽 아랜 그전엔 본 기억이 없는 꽤 뚜렷한 길이 있는데, 진전면 평암리 상평저수지 쪽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새로이 등산로를 정비한 듯하며, 공식지명인지 모르지만 서북산(西北山)에 빗대어 정북산(正北山)

이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5분을 더 가자 서북산에 다다릅니다.

여항산과는 달리 헬기장으로 된 펑퍼짐한 정상이며, 정상석과 서북산 전적비와 삼각점(함안 11)이

있습니다.

진동만 서북쪽에 있다고 하여 서북산(西北山)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한국전쟁 때 미군과

인민군이 얼마나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지 퍼부은 포탄으로 정상부가 10m나 낮아졌단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고 합니다.

1950년 8월 미국 제25사단 제5연대 전투단 소속 중대장 티몬스 대위 등 100여 명이 이곳 서북산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하며, 그 뒤 주한 미8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그의 아들 리챠드 티몬스 중장과

제39사단 장병 및 지역민들이 그들의 넋을 기리고자 1995년 11월 전적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발산재를 떠난 지 어느덧 8시간이 다 됐습니다.

집을 나설 땐 어쩌면 대곡산(大谷山, 516.4m)까지 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었지만, 산행에 앞서

발산재에서 너무 어정거린 데다 무더운 날씨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아무래도 그건 무리란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고 한치(限峙)에서 끝장을 내기엔 너무 이른 것도 같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참으로 어중간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정상주 삼아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곰곰 생각한 끝에 대곡산을 포기하는 대신, 정맥에서 조금

벗어난 봉화산(烽火山)을 들렀다 한치에서 마무리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서북산을 내려서자마자 갈림길이 나옵니다.

가야사·배내이재란 표지기가 달린 바로 가는 인성산(仁星山, 644m) 갈림길이 더 뚜렷하여,

자칫하면 엉뚱한 데로 빠져 낭패를 보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정맥은 왼쪽으로 크게 꺾이는데, 웃자란 풀이 덮고 있어 길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낡은 표지기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수풀에 가려 그것마저 길잡이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갖고 간 표지기를 양쪽에다 잘 보이게 달아두고선, 반질반질하나 기울기가 상당한 내리막으로

임도가 가로지르는 감재고개(450m) 사거리에 닿습니다.

여항면 주동리와 진북면 영학리를 잇는 임도이며,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자 왼쪽엔 조림한

잣나무단지요 오른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임도를 타고 오르내리다 보니 봉화산과 여항산 등이 들어오고, 슬슬 치오르나 싶더니 임도는

오른쪽으로 저 홀로 보내고 바로 가는 산길을 따릅니다.

쭉 이어지는 가풀막인데, 다른 때 같으면 가볍게 오르련만 오늘은 제법 힘든 느낌입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깨나 쏟아내고선, 30m 남짓 떨어져 철탑이 있는 603m봉으로 올라섭니다.

철탑 쪽으론 평지산(491m)과 베틀산(449m)으로 이어지며, 정맥은 왼쪽으로 크게 꺾입니다.

웃자란 풀밭을 헤치며 좀은 밋밋한 능선을 따르다, 서서히 오른다 싶더니 9분 남짓 뒤 대부산으로

올라섭니다.

정상석은 없고 표지기가 이를 대신하며, 삼각점엔 번호가 없으나 안내판엔 함안 423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지형도엔 대부산이란 이름조차 아예 없으며, 여길 봉화산(烽火山, 649.2m)이라 해놔 헷갈리기

딱 좋습니다.

여항산 정상은 743.5m봉에서 갓바위(770m)로 바로 잡았으나, 아직도 여긴 그게 아니니 언제나

제대로 될지는 두고 볼일입니다.

좀 더 가면 있는 진짜 봉화산은, 대부산에 그 이름을 빼앗기고 이름 없는 그냥 674m봉일 뿐입니다.

광려산이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일 뿐, 숲에 가려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별스레 바쁠 것도 없어 네모난 평평한 바위에 앉아, 정상주 삼아 또 막걸리로 목을 축입니다.

거의 두 통이 거덜 났지만, 아직도 말짱한 게 한 통 있으니 모자라진 않을 것 같습니다.

 

밋밋하게 조금 내려서다 잠깐 오르자, 봉화산과 한치로 갈라지는 636m봉에 다다릅니다.

이정표(봉화산 0.9km·한치 1.8km)와 많은 표지기가 달려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갈림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내려서지만, 봉화산으로 바로 나아갑니다.

내려서는 둥 마는 둥 하다 조금 오르면 참나무에 싸인 630m봉이며, 밋밋하다 좀 치오르나 싶더니

솔과 어우러진 멋진 전망대가 날 부릅니다.

여항산과 서북산 일대의 산줄기가 돌아가며 들어오고, 그 아래 보금자리를 잡은

고만고만한 마을들이 속속들이 드러납니다.

이어서 봉수대가 정상을 차지한 봉화산(674m)으로 올라섭니다.

오랜 세월 허물어져 있던 봉수대는 2006년 복원했다는데, 그 규모는 어디에도 빠질 게 없을 만큼

큰 편입니다.

2000년 10월 22일 봉화산악회에서 세운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으며, 지금은 봉화산이라 부르지만

파산 봉수대란 설명으로 봐선 원래 이름은 파산(巴山) 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름이 좀 덮였긴 하나, 조망이 활짝 열려 참 좋습니다.

광려산 일대와 상투봉(725m)은 물론 그 너머 무학산까지 들어오며, 지나온 대부산을 비롯한 정맥

산줄기도 눈에 쏙 담기니 반가움이 더합니다.

겨울과는 달리 숲에 가린 여항산과 서북산이 보이지 않음이 아쉬울 뿐, 과연 봉수대가 자리

잡을만한 곳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데도 대부산에다 봉화산 표기를 왜 했는지?

이곳에 한 번이라도 와 봤다면, 그건 아니란 생각을 아니할 수 없을 겁니다.

다시 636m봉으로 돌아가 정맥을 타고 내려갑니다.

꽤나 비탈진 내리막이 곤두박질하듯 쏟아지는데, 가고 또 가도 당최 끝날 기색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기도 해 더욱 조심스레 내려서는데, 어느 순간 독사 하나가 스르륵 지나갑니다.

요것 봐라 싶어 지팡이로 툭 건드리자, 대가릴 치켜드는 척 하다 그냥 사라져 버립니다.

짝퉁 땅꾼에게 대들어봤자 이기지도 못하고, 아까운 목숨만 버릴까봐 몸을 사린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명한 판단인지도 모릅니다.

한참을 내려서자 참나무 숲속에 널따란 마당바위가 나오는데, 높지도 않아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지만 그냥 지나칩니다.

수십 명이 앉을 만큼의 크기입니다.

 

좀 더 내려서자 이정표(봉곡 0.8km·한치 0.8km·봉화산 1.9km)가 있는 봉곡 갈림길 안부(270m)

이며, 5분 남짓 가풀막을 타자 끝 봉우리인 330m봉으로 올라섭니다.

60m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막바지라 그런지 그 이상으로 크게 느껴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솔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펑퍼짐한 봉우리로, 별스레 볼 것도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

이어지는 내리막으로 10분이 조금 넘자, 아직은 2차선인 국도 79호선이 지나는 한치(150m)에

닿으며 걸음을 멈춥니다.

발산재에서 한치에 이르는 낙남정맥 제6구간 산행이 완성된 것입니다.

국도는 여항면 쪽은 이미 4차선으로 확장되었지만, 고갯마루를 비롯한 진북면 쪽은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함안 사람들은 한대곡이라 부르는 한치는, 진고개휴게소의 넓은 주차장과 충렬공 이방실장군

태역비(忠烈公 李芳實將軍胎域碑)가 있습니다.

이방실 장군은 고려 충렬왕 24년(1298년) 여항면 내곡마을에서 태어났으며, 공민왕 10년(1361년)

20만 무리를 이끌고 수도 개성으로 쳐들어온 홍건족에게 처음엔 졌지만 이듬해 기어이 물리친

안우·김득배와 더불어 3원수이기도 한데, 그 뒤(1362년) 누명을 쓰고 셋 다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훗날 고려를 지킨 16명의 충신에 선정되었으며, 함안 이 씨의 중시조(中始祖)로 경기도 가평에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남은 막걸리로 하산주를 들이키고선 진동택시(055 - 271 - 2121)를 불러 진동으로 가,

마산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는 버스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내 삶의 보금자리가 있는 진주로!

 

 

 

* 산행일정

07:30             발산재(150m, 깃대봉 3.7km·오곡재 8.8km))

07:45             300m봉

07:50             290m봉

07:55             325m봉

08:10             225m봉

08:13             225m봉

08:20             236m봉

08:27             270m봉

08:30             영봉산 갈림길(영봉산 1.6km)

08:35             365m봉

09:15 - 09:20  355m봉

09:30             285m 안부 삼거리

09:38             큰정고개

09:55             비스듬한 전망대봉

10:03 - 10:13  오봉산 갈림길(525m봉, 발산재 7.39km·여항산 5.20km)

10:16             526m봉

10:24             523.0m봉

10:40 - 10:45  오곡재(380m, 발산재 8.85km·여항산 3.74km)

10:53             445m봉

11:22             558m봉

11:40 - 11:45  630m봉 삼거리(발산재 10.28km·여항산 2.31km))

11:53 - 12:00  미산재(550m, 미산 3.5km·산서 3km·의상대 2.5km)

12:23 - 12:55  743.5m봉

13:05             미산봉

13:11             배능재(700m, 미산령 1.3km·여항산 0.5km)

13:20             여항산 헬기장(760m, 여항산 0.2km·미산령 1.6km)

13:26 - 13:31  여항산(770m, 서북산 3.9km·봉화산 7.4km)

13:51 - 14:00  동굴바위

14:04             소무덤봉(669m)

14:14             작은 헬기장

14:27             710m봉 삼거리

14:33             709m봉

14:38 - 14:50  706m봉 삼거리(여항산 2.0km·서북산 1.9km)

15:04             별천 갈림길 안부(여항산 3.3km·서북산 0.6km)

15:15             정북산 삼거리

15:20 - 15:25  서북산(738.3m, 여항산 3.9km·봉화산 3.5km)

15:45             감재고개 사거리(450m, 서북산 0.9km·봉화산 2.6km)

16:25             603m봉

16:41 - 16:51  대부산(649.2m)

16:57             636m봉(서북산 2.6km·봉화산 0.9km·한치 1.8km)

17:02             630m봉

17:12 - 17:22  봉화산(674m, 서북산 3.5km·여항산 7.4km)

17:31             630m봉

17:36             636m봉

17:59             봉곡 갈림길 안부(270m, 한치 0.8km·봉화산 1.9km)

18:04             330m봉

18:15             한치(150m, 봉화산 2.7km·서북산 5.2km·여항 9.1km)

 

 

 

* 낙남정맥 제6구간거리(25.8km)

  발산재 - 9.55km - 오곡재(9.55km) - 2.25km - 미산령(11.8km) - 2.05km - 여항산(13.85km)

   - 3.95km - 서북산(17.8km) - 4.15km - 636m봉(21.95km) - 0.9km - 봉화산(22.85km) - 0.9km

   - 636m봉(23.75km) - 2.05km - 한치(25.8km)

 

  ※ 포항대정산악회에서 50m 줄자로 실측한 거리라고 함(2003.10.19 ~ 2005.5.15)

  ※ 일부 해발고도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교통비(24,500원): 진주 택시요금 3,300원, 진주 - 봉암(대정) 버스요금 3,900원,

                                 한치재 - 진동 택시요금 11,000원, 진주 시내버스 1,100원,

                                 진동 - 진주 버스요금 5,200원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자귀나무꽃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발산재

 

 

 

비비추

  

원추리꽃

 

 

 

 

 

 

 

 

 

 

 

영봉산 갈림길

 

 

 

355m봉 공터

  

비스듬한 전망대봉

 

오봉산 갈림길 

 

525m봉

 

523.0m봉

 

523.0m봉

 

523.0m봉

 

털중나리

 

오곡재

 

558m봉

 

630m봉 삼거리

 

630m봉 전망대에서 둔덕마을

 

630m봉 전망대에서 743.5m봉과 여항산

 

미산재 야생동물이동통로

 

미산재

  

미산재에서 파수농공단지

 

미산재 야생동물이동통로 굴다리

 

미산재 야생동물이동통로 굴다리

 

미산재

 

미산재

 

미산재

 

미산재에서 743.5m봉 오름길

 

미산재 임도와 오른쪽 멀리 오봉산

  

743.5m봉 너덜지대

 

743.5m봉

  

743.5m봉

 

743.5m봉

  

743.5m봉

 

743.5m봉

 

미산봉

 

미산봉

 

미산봉

 

미산봉

 

배능재

 

배능재

 

여항산 제3코스 갈림길

 

여항산 헬기장에서 갓바위 

 

여항산 헬기장

 

여항산 헬기장

 

여항산 제2코스 갈림길

 

 

 

 

 

 

 

바위채송화

 

여항산에서 봉성저수지

 

가야 할 산줄기(멀리 서북산)

 

여항산 바위지대 

 

여항산 제1코스 갈림길

 

사모바위

 

여항산 갓바위

 

여항산 갓바위

 

비스듬한 바위지대

 

 

 

바위위험지대 동굴바위

 

소무덤봉

 

작은 헬기장

 

710m봉 삼거리 

 

710m봉 전망대에서 서북산

 

 

 

 

 

706m봉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706m봉 마당바위에서 봉화산

 

706m봉 마당바위

 

별천 갈림길 안부

 

정북산 삼거리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

 

서북산에서 진북면 학동저수지

 

서북산에서 여항산

 

 

 

인성산 갈림길

 

노루오줌

 

노루오줌

 

 

 

 

 

감재고개 사거리

 

감재고개 사거리에서 봉화산

 

 

 

 

 

감재 임도에서 대부산과 603m봉 

 

감재 임도에서 603m봉 

 

감재 임도에서 봉화산, 대부산, 603m봉 

 

감재 임도에서 여항산 

 

603m봉 오름길에 돌아본 서북산 

 

603m봉 풀밭

 

603m봉에서 광려산

 

대부산

 

대부산

 

대부산

 

대부산

 

636m봉

 

636m봉

 

전망대에서 서북산과 706m봉

 

전망대에서 여항산

 

바위손

 

털중나리

 

봉화산

 

봉화산

 

봉화산

 

봉화산

 

봉화산

 

봉화산에서 광려산

 

봉화산에서 무학산

 

봉화산에서 진북

 

봉화산에서 한치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바위채송화

 

봉화산

 

봉화산에서 무학산과 광려산

 

 

 

 

 

 

 

너마당바위

 

봉곡 갈림길 안부

 

한치

 

한치

 

한치

 

한치

 

 

 

 

 

 

 구간 들머리와 날머리는 맞지 않으며 지도만 참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