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산-11] 민주지산
2012년 12월 29일
정다운 산악회따라 ~~한신,상록수, 요물
도마령 - 각호산(▲1,176M) - 민주지산 대피소 - 민주지산 ▲1,241.7m - 석기봉 ▲1,201m - 삼도봉 ▲1,177m -
삼마골재 - 황룡사 - 한천주차장
높이 1,242m이다. 추풍령에서 남서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다. 북쪽으로는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과
각호산(1,176m)이 이어지며, 남동쪽으로는 석기봉(1,200m)과 삼도봉(1,176m), 경상북도 쪽으로는 직지사가 이어진다. 산세가
부드러우며, 감천(甘川)의 지류인 송천(松川)의 발원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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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동유럽에
극심한 한파가 덮치고 있었다. 이 날, 영하 41도를 기록한 시베리아 최대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Novosibirsk)에서 촬영된 영상도 보여주고 러시아와 동유럽의 나라들에서는 이번 달 초부터 매서운 추위가 계속 되
고있고, 구소련·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는, 이번 달 초부터의 적설량이 1881년에 관측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
래, 최대 기록을 세워 인명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하루종일 전파를 타고 있으니 얼마나 추운걸까.
영하 41도도 넘어 50도라 하는데 얼마나 추운지 체감을 해 보지 않았으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상기온이 전세계를 강
타하고 있는 올겨울 눈산행에 빠져 100대 명산을 찾던 중 한신님이 민주지산으로 가잔다. 그것도 산악회따라..
내가 산악회따라 산에 가 본게 처음 백두대간을 산악회 따라 했으니 7년 만에 타보는 버스는 처음인데 반갑게 맞아주는
운영진의 인사에도 익숙치 않았다.
새벽을 달려 도마령 오르는 구불한 차도는 느릿느릿 기어오르다 시피하여 다행이 840m고지를 오르는데 차창밖 온
세상은 눈으로 가득 덮혀 있었다.
오늘 민주지산에 오르는 좋은 기운을 뜻하는 雪山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푼 마음은 벌써 두근거리고 추운 혹한도 하
얗게 비워지길 바라면서 상촌면 고자리와 용화면 조동리를 잇는 고갯길 도마령(刀馬岺)령에 우리를 민주지산으로 유
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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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령은 '칼을 든 장수가 말을 타고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있는 정상에서 구불구불 24굽이가 용화천과 함께
굽이친다. 2007년 행정안전부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는데 말로만
듣던 49번 지방도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어 기쁘다. 굽이굽이 고갯길 아름다운 선 -함양 오도재와 대관령옛
길도 생각나고..
인증샷을 하고 스트레칭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난 이런것도 어설퍼서리 다리만 종종대다 계단에 늘어서는 산객들속으로
걸어 올라 한 숨을 돌려 서니 상용정(上龍亭)이 영동의 이미지를 스캔하고 있었다.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우리는 자연스레 일렬로 도열되어 수북히 쌓인 각호산으로 갔다.
하얗게 내린 눈위로 산길를 걸으며 12월의 겨울산의 운치를 보여준다.
각호산을 걸어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을 내려오면 올 한해의 산행도 끝이 난다고 생각을 하니 괜한 낯뜨거움이 밀려오고
있었다.
저 멀리까지 보이는 덕유산자락까지 하얀 치맛자락 눈내린 산이 굽이치는 배경으로 한신님과 상록수님은 환한 웃음으로
사진기앞에 선다.
눈이 많이 온 산을, 겨울산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내 산친구들이 있어 혹한의 겨울에 추운지도 모르고 즐기고 있음에 좋구요.
벌써 각호산 정상이 보였다. 雪山이 한 눈에 들어오는 민주지산과 석기봉,왼쪽 삼도봉으로 해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산릉은 가까이 황악산까지 백설의 향연에 그저 사진기에 넣기 바빴다.
"처음 타보는 14.5키로의 기차놀이에 ㅋㅋㅋㅋ, "
각호산 정상에 벌써 앞서간 산님들이 정상에 있다.
낭떠러지 밧줄을 잡고 오르면 각호산 정상이다
옛날에 뿔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각호산이라 한다는데 뿔달린 호랑이가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비좁은 정상석에서 그림같이 펼쳐진 백두대간 능선이 눈 부시도록 우리들을 환영해 주데요.
멀리 남쪽으로 남덕유산도 흰 눈이 가득한 심산유곡을 이룬 각호산을 보았다.
나무들이 눈을 가득달고 나무서리되어 각호산을 장식하고 있다.
눈이 쌓인 길을 걸어 가네요. 각호산에서 이길을 3키로 넘게 걷다보면 보면 우뚝 솟아 있던 민주지산으로 ..
발목까지 쌓여진 눈을 밟으며 걷는 난 걸어온 등뒤를 쳐다보게 되고 벌써 저 멀리 있는 두개의 봉우리로 이어진 각호산의
둔덕을 넘었다.
가다가 걷다가 앞서가는 님들을 불러 세워 보았답니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리, 지금 하얀 겨울을 같이 느껴보자고..
햐얀 눈밭에 드러누워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데요.
지나온 각호산은 더 높이 나를 떠나 보내며 눈밭에 찍힌 발자국 거기 머물러 있으리라.
[대피소]
갇혀져 있는 좁은 공간을 넘 보듯이 스쳐지나 동요가락 융단같이 포근한 눈길을 마냥 걸어 보았다.
岷周之山이란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이라 했으니 사방천지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경은 운무속에
각호산에서 보던 산들이 어데 숨었는지 산아래 구름을 두고 있었다.
바람한점 없는 민주지산은 구름에 겨울산정을 느껴본다.
永東 동쪽 5리에 생사거두형生蛇擧頭形 (살아있는 뱀이 머리를 치켜 드는 형) 이 있으니 살아있는 개구리와 같은
산이다. 靑龍과 白虎는 물로 되었다.
巽脈으로 오는 산 아래 우측 물이 좌측으로 흐르며 乾破이다.
巽으로 와서 손으로 腦頭를 만들고 사좌 해향되었으며 가까운 案은 물이고 먼 案은 세 개의 봉우리다.
靑龍은 길고 白虎는 짧다.
앞에는 큰 개울과 대로이며 穴머리에 반석이 놓여있다.
六秀方에 높은 峰이 솟았고 內堂은 넓고 外堂은 좁다.
뱀이 변하여 龍이 되는 格이다. (성거사결)
백두대간이 흘러 가면서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천만산을 차례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과 같은 산줄기,윤선도의 풍수지리술을 엿볼수 있는 곳이라 옮겨 적어 보았다.
계곡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춥다. 민주지산 의자에 간이식탁을 폈다. 상록수님이 가져온 씨레기국에 말아 먹는
밥맛이 꿀맛처럼 술술 넘어간다. 씨레기국에 들깨를 갈아 넣었다니 더 꼬소하더라.
옆에 산님이 끓여준 누룽지도 한 국자 얻어먹고 나니 더 없는 눈꽃세상이 좋아 보인다.
한신님이 '요물'부르는 소리에 알게된 한국의산하 애독자 연지님과 같이 사진 한 장 남기며 민주지산을 내려왔다.
석기봉가는 길 2.9키로 이정목을 보고
경사진 길을 내려 석기봉으로 간다.
민주지산에 함박눈이 내렸다. 얼마인지 가늠되지 않은 적설량 대설주의보를 내렸는지 하늘에서 펑~펑 눈이 왔는가
보다.
산죽길도 또 다른 느낌으로 밟게 되고.
난 이런 운무속 산길이 좋다. 오직 겨울 빈가지가 덜덜 떠는 나무는 벌거숭이가 되어 괜시리 가슴이 아린다.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은 산이 아니라 아련한 마음으로 스며오는거 같은 산이 좋아라.
나무서리의 찬란함은 더욱 빛나고
석기봉으로 가는 암릉지대에 미끄러운 곳이 가까이 온다.
꽁꽁 얼어 붙어 있는 미끄러운 밧줄을 잡고 암릉구간을 간신히 되돌아 오르니
야호! 석기봉이다.
' 양반들 어째서 석기봉에선 두 손을 들지 않았는겨' 석기봉에 올라서 보니 '너무 좋아서 두 손을 내려놓은겨'
까만 바위위에 핀 두 산친구의 미소가 雪花못지 않다.
석기봉(石奇峯) 정상부 서편 암벽에 부각된 마애여래좌상(磨逢如來坐像)이 높이 약 6m 암벽에 있다는 걸 인터넷으로
알고 갔는데 찾을 수 가 없었다. 삼신상(三神像)이 있는데, 일신(一身)삼두(三頭)상(像)으로 암각되어 있고 머리위
에 머리가 2개 얹혀 있다는 마애불의 잔상만 그리며 삼도봉으로 걷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삼도봉이 점점 다가오고
널따란 눈밭이 펼쳐지고 산꾼들이 줄지어 삼도봉에 오르는 길목을 사진기에 담아 오르니
삼각형의 탑과 구슬이 위에 얹혀진 모습이 마치 하나 됨을 알리는 것처럼 삼도봉의 정상이다.
이 삼도봉 꼭대기에 올라 보면 돌무더기가 한 곳도 아닌 세 곳에 쌓여 있는 것을볼 수 있고 이 돌 무더기에도 그 나름의 이야기가 묻혀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삼도의 경계를 이루어 충청, 경상, 전라 3도사람들이 모두 이 산을 바라 볼 수가 있지만이 산 꼭대기에 올라 보면 그같은 공동 소유의 생각은 잠시 사라지기 마련이어서 돌을 집어 돌무더기 위에 던지는 심사가 확실히 다 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충청도 사람이 산정(산꼭대기)에 오르면 돌을 충청도 쪽으로, 경상도사람이 오르면 경상도 쪽으로, 전라도 사람이산정(山 頂)에 오르면 전라도 쪽으로 던져, 저마다 자기 도의 몰무더기가 많이 쌓이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돌이 많이 쌓은 쪽의 도 가 길하고 성한다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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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히 더웠던 여름날이었지. 그 날은 '
백두대간길에서 섰던 그 날도 흩날리는 눈따라 오고 있으니 황악산을 바라보며 밤길을 걷던 고갯길을 터벅터벅 내려온던
옛생각도 잠시 머물러 길을 묻는다.
전설때문인지 우리 셋은 경상도 거창에 인연을 맺었으니 그곳에 서서 사진을 찍고 너무 좋아라 한신님은 거북이에 입맞춤도
쪽쪽~~ 아낌없이 준다.
여기에 쓰여있는 소백산맥이란 명칭은 일제강점기에 남겨진 불우한 역사의 잔재이기에 '소백산맥'이 아닌 '백두대간'의 우뚝
솟은 봉우리에로 바꾸고져 체계적 정립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모임을 만들어 서서히 수정해 나아갈 것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등줄기를 이루고 있는 백두대간에서 잘못된 명칭을 바로잡고져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북진하여 검은 하늘금을 그리며 설경 한 폭의 수묵화를 선사한다.
삼마골재에서 물한계곡을 따라 내려와야 했다. 뜨거운 여름 날 삼도봉 오를 때 물이 모자라 달달 거리던 그런 날도 있고
오늘은 계절을 뒤바꿔 놓았으니 이 복에 겨운 행복을 누려 부러울것 없으리.
계속 내려간다. 미끄럽고 눈이 만들어낸 길따라 앞서간 발자욱의 이정표따라 걸었다.
하얀 눈속에 빛나는 건 낙엽송의 색깔이 나를 잡고 우리가 전세내여 걷는 기분이다.
- 물한리 옥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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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산제곡(百日 山祭谷) 이야기
물한리에서 전해져 내려온다. 구한말인 19세기 말,
물한리 槐峴(괴재, 기재) 마을에 사는 金아무개라는 사람이 금광맥(金鑛脈)을
찾기 위하여 물한리 한 골짜기에서 백일동안 산제(山祭)의 치성을 드렸다.
그 결과,
金아무개는 결국 금광맥을 찾기는 했으나 이를 채굴(採掘)하지도 못한체 중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는 물한리계곡의 이야
기가 들리는 듯 겨울의 물소리는 내내 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계곡수로 보호로 들어갈 수가 없게 철조망을 쳐 놓았다.
각호산에서 내려오는 물, 민주지산에서 내려오는 물, 석기봉에서 내려오는 물, 삼도봉에서 내려오는 물 모두가 모여 이 물한계곡
으로 흘러 추풍령을 지나 금강으로 흘러가는 물굽이를 상상하면서 걷다 물한병 채우려던 것도 잊었다.
[좋은냄새나네예~ 더좋은냄새나네예~ 씹지도 않고 잘먹네예!!ㅎㅎㅎㅎㅎㅎㅎㅎㅎ]한신님의 유머에 웃다 황룡사에 발길이 머져
있었다.
조그마한 사찰 황룡사를 지나고도 물한계곡의 물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물한계곡을 읊은 시가 철조망에 걸려 내내 내려오는 발걸음도 천천히 지나치기 아쉬워 읽어본다.
"처음 타보는 14.5키로의 기차놀이에 ㅋㅋㅋㅋ, 차표파는 아가씨와 실갱이 하네 ㅎㅎㅎ, " 우리도 ㅋㅋㅋㅋ
한신님의 유머는 계속되고 우리를 타고 온 버스가 식당앞 마당에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에서 김치찌게와 무쇠솥에 끓였다는
두부와 맛걸리 한 잔으로 민주지산의 산을 내려왔다. 나무서리가 가득한 하얀 꽃길을 7시간 걸었다.
지는해
어쩔수 없지만
고운정
미운정
언제나 그 자리에...!
아듀
임진년...
버스를 타고 오면서 핸드폰속으로 들어온 산친구의 메세지가 새해를 알린다.
거리도 만만치 않은데 삼도봉까지 완주하심에 축하를 드립니다.
먼 걸음 때마침 아름다운 겨울서정에 피곤함을 멀리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산행입니다.
수고 많으셨고 새해에도 즐산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