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0년 5월 30일(일요일)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각호산 -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

* 산행거리: 14.5km

* 산행시간: 7시간 00분(운행시간 4시간 36분 + 휴식시간 2시간 24분)

* 산행속도: 보통걸음

* 산행인원: 11명

 

 

 

민주지산(岷周之山,1241.7m)!

충북 영동 용화면·상촌면과 전북 무주 설천면의 경계지점에 솟아 있으며,

대한민국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1200m급에 이르는 각호산(角虎山,1202m),

석기봉(石奇峰,1242m), 삼도봉(三道峰,1178m)을 좌우로 거느리며 맹주(盟主) 노릇을 하는 산으로,

예전엔 백운산(白雲山)이라 했으나 일제 때 지금의 이름으로 갈았다고 합니다.

직장산악회인 진등회원 11명이 진주공설운동장을 출발합니다.

서진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무주에서 일반도로로 빠져나와 49번 지방도를

한참을 또 달립니다.

영동군에 접어드니 호두나무가 가로수를 대신합니다.

포도와 곶감과 함께 영동을 대표하는 과일 중의 하나입니다.

첩첩산중을 오르는 버스가 힘겨운지 죽는 소리를 내며, 갈 지(之)자를 수없이 쓰기 시작합니다.

굽이굽이 휘돌며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이윽고 도마령(刀馬領,800m)으로 올라섭니다.

칼을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은 고개라는 뜻이라고 하며, 몇 년 전에는 도마령(都馬嶺)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고 하는데, 맞지 않아 없애버렸는지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나 온 영동 용화면 상촌리와 상촌면 둔전리를 가르는 고개로,

오늘 산행의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각호산과 민주지산 일대 산행안내도를 훑어보고선 산행에 나섭니다.

가파른 나무받침 계단을 1분 오르니, 상용정(上龍亭,840m)이란 팔각정에 닿습니다.

도마령에서도 보이며, 도마령을 내려다보며 오가는 차량들을 구경하는 모습이 한가로워 보입니다.

바로 위엔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영동456)이 있는 843.1m봉입니다.

정자에 올라 밑을 한 번 쓱 쳐다보고선, 곧바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비교적 부드러운 흙길이지만, 차츰차츰 가팔라집니다.

끊임없는 오르막길입니다.

어제 필봉산과 왕산을 8자로 그리며 6시간 남짓 걸었는데, 아직은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숨소리도 고르고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어제 이미 몸을 풀고, 오늘 산행을 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날은 오르막 타는 재미가 맛있고 꽤나 쏠쏠합니다.

산행 중 처음으로 조망이 열리는 전망대에 올라서면서, 왼쪽으로 능선이 휘어집니다.

가야 할 민주지산 등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바위를 타고 올라 각호산 정상을 딛습니다.

정상석엔 1176m이나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이보다 훨씬 높은 1202m입니다.

정상부는 온통 바위로 되어 있으며, 정상석이 일어나며 인사를 건넵니다.

나와는 초면인데 충청도 양반이라 그런지, 처음 간 산꾼에게도 살갑게 대합니다.

“어디서 왔나요?”

“진주에서요.”

“진주가 어디 있나요?”

“서부 경남이지요.”

“몇 명인가요?”

“보시다시피 11명이요.”

“왜 이제 왔나요?”

“가야 할 산은 많고, 틈을 내긴 어려워서요.”

다음에 오면 아는 체를 하겠다기에 그러마고 했지만, 언제 또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비록 약속 아닌 약속이지만, 괜한 약속을 한 건 아닌지?

좀 더 있으라며 붙잡지만, 잡는 손을 그만 뿌리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밧줄을 타는 곳도 두어 군데 나옵니다.

한동안 내려서니, 비교적 완만한 능선으로 안내합니다.

작은 오르내림이 있을 뿐입니다.

황룡사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납니다.

물한계곡 주차장 부근에 있는 황룡사와는 2.0km라고 합니다.

양지 바른 아주 작은 봉우리를 차지한 무덤을 지납니다.

파릇파릇 곱게 자란 잔디를 이불 삼은 보금자리가 아늑해 보입니다.

이런 곳에 웬 무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무슨 사연이 있겠지만, 물어도 대답은 없고 궁금하지만 그냥 갑니다.

흙내음이 물씬 나는 푹신한 길을 나아갑니다.

 

물한계곡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쉼터 역할을 하는 봉우리에 닿습니다.

119 민주지산 제7지점입니다.

내왕이 많은지 반질반질한 길입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세 분이 올라오더니 슬며시 말을 겁니다.

산행 중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자 남정네들이라고.

산적도 없더냐고 되받으니, 산적에 업혀가길 바랬으나 못 만나서 무척 서운했다네요.

그럼 우리가 업어갈까 하니, 그만 손사래를 칩니다.

온 곳인 각호산으로 간답니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안녕히 가시라요.

대피소를 지나면서 서서히 높아지며, 민주지산으로 다가갑니다.

대피소는 민주지산 0.3km 지점이며, 인기척이 없는 걸로 봐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민주지산 정상에 다다릅니다.

1997년 9월 7일에 왔다가고선, 거의 13년 만에 다시 찾은 것입니다.

정상석과 삼각점(영동11)이 있는 민주지산!

맨땅이 드러나 그늘이라곤 없지만, 훌륭한 조망이 이를 대신합니다.

갔다 온 각호산과, 가야 할 뾰족한 석기봉과 펑퍼짐한 삼도봉이 잘도 보입니다.

오늘따라 시계(視界)가 참 좋은 편입니다.

저 멀리 가야산도 얼굴 잊어버리겠다고 성화를 부립니다.

그러고 보니 가야산도 꽤나 오래 됐습니다.

그래 알았다.

졸갑스럽게 굴지 말고 지그시 기다려라, 언제 내 한 번 가마!

정상주를 주고받으며 한껏 기분을 내며 일행을 기다리다, 조금 아래 물한계곡 주차장 주 갈림길

부근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조금씩 내놓으니, 그게 곧 산해진미(山海珍味)요 진수성찬(珍羞盛饌)입니다.

빠질 수 없는 반주는, 산에 오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바로 그 맛입니다.

한마디로 좋긴 참 좋습니다.

이녁도 한마디 하소!

 

먹고 마시고 배를 채우고선, 또 걸음을 내딛습니다.

몸은 무거워졌지만, 배낭은 가볍습니다.

주차장 갈림길이 두어 군데 나오더니, 산죽이 나오면서 운치를 한껏 돋웁니다.

진행을 방해하진 않아 더욱 그러합니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다 석기봉에 도착합니다.

뾰족한 바위산인 석기봉!

정상석은 커녕 아무런 표시도 없어, 푸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으로 1200m로 알고 있으나 지형도엔 1242m로 되어 있어, 민주지산 보다도 오히려 30cm가

더 높습니다.

이웃한 삼도봉 보다 높기도 하고 산세도 훌륭한 편인데, 사람 팔짜 못지않게 산 팔짜 또한

복불복(福不福)인가 봅니다.

늦게나마 아담한 정상석 하나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지겟자리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제발 좀!

 

석기봉을 내려서자마자, 육각정 휴게소가 나옵니다.

골초들이 한 대씩 물고, 시원스레 연기를 내뿜습니다.

젊은 한때 10년 가까이 하루에 한 갑 반을 피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결혼하고 한 달이 안 돼

딱 끊어버린 담배, 벌써 27년이란 시간이 아닌 세월이 흘렀습니다.

담배 끊는 사람이 독하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고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무조건 안 피우면 저절로 끊어집니다.

무슨 수학 공식이나 영어가 들어가지도 않아 어렵지 않으니, 누구라도 좋으니 시도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팔각정에서 2분 정도 내려가니 또 하나의 주차장 갈림길이 나오지만,

못 본 척 그냥 지나칩니다.

군데군데 탈출로가 나와 자신의 힘에 맞출 수 있어, 정말 좋은 산행지라는 생각입니다.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삼도봉으로 올라섭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삼도봉!

1990년 10월 10일 3도에서 힘을 모아 건립한 대화합기념탑이 있으며, 가야산이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지나 온 능선 일대가 빠짐없이 보이는 등, 조망 또한 참 좋습니다.

우리나라엔 이름난 삼도봉이 3개 있는데,

그 하나가 지리산 삼도봉(1499m,경남 하동·전남 구례·전북 남원)이요,

그 둘이 초점산 삼도봉(1248.7m,경남 거창·경북 김천·전북 무주)이요,

그 셋이 민주지산 삼도봉(1178m, 경북 김천·전북 무주·충북 영동)입니다.

높이로 보나 산세로 보나 가장 떨어지는 건 사실이나,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삼도봉은,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공교롭게도 삼도봉 셋은, 모두가 다 백두대간 구간입니다.

 

백두대간을 타고 가다 삼마골재 사거리에서, 바로 가는 백두대간을 홀로 보내고,

왼쪽의 나무발판을 밟고 내려갑니다.

삼도봉에서 백두대간과 만나면서 시작한, 잠시 동안의 동거가 끝나는 순간입니다.

곳곳에 받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었는데 휩쓸리고 패여 있어, 장애물 경주를 한다는 기분이

정도입니다.

설치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신경을 좀 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미나미골의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숲과 계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길손을 반깁니다.

개울을 건너는 곳에서 족탕을 하며, 고생한 다리와 발의 피로를 풀어 줍니다.

어찌나 차가운지 바늘로 찌르는 느낌입니다.

억지로 참으며 무릎도 식힙니다.

계곡 좁은 바위를 타고 떨어지는 제법 그럴싸한 폭포가, 눈길을 끄는 곳도 있습니다.

이름이 없나싶어 궁금해 하며 내려가니, 약 4분 뒤에 음주암폭포 0.1km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네가 음주암폭포란 말이지!

음주라는 글자에 한 잔 생각이 간절했으나, 지닌 게 없어 하산주까지 참기로 합니다.

가 보지는 않고, 그냥 지나갑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석기봉 아래 안부로 가는 길과 만납니다.

석기봉 2.3km, 삼도봉 3.0km, 물한계곡 주차장 2.3km 지점입니다.

개울을 두어 번 지나니 바로 아래 멋진 폭포가 있는데, 음주암폭포보다도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이름도 없고 성도 없으며, 아무 것도 없습니다.

계곡수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못 들어가게 막는 철조망이 있을 뿐입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나로선 어쩔 수는 없습니다.

무명폭포를 지난 바로 아래에서 개울을 연거푸 두어 번 또 횡단해야 하는데,

두 곳 다 위쪽으로 멋진 나무다리(목교)를 설치해 놨습니다.

비가 와 물이 불으면 건너라는 뜻인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생각입니다.

위에도 개울을 횡단하는 곳이 세 군데나 되는데, 밑에만 설치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그렇게 쓸데없이 웅장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개울마다 작고 예쁜 무지개다리라도 놓는다면, 물이 불어도 끄떡없이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황룡사 입구를 지나면서부터는, 다 내려왔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집니다.

황룡사 구경은 다음의 숙제로 남겨 둡니다.

그래야만 또 다시 찾을 것이기에......

포장길을 따른 지 10분도 안 돼 물한계곡 주차장에 닿으면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동동주에 부침개를 안주삼아 하산주를 주고받으며, 참 좋은 산행이었고 아주 좋은 하루였다고

덕담이 오갑니다.

요놈의 정이란 것은, 그렇게 또 조금은 깊어지나 봅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가슴이 따뜻한 이들과 어울려, 오늘처럼 하루를 같이 보내는 날도 있기에,

어려운 세상을 헤치고 살아가는 건지도 모릅니다.

사람 사는 게 별 것인가요?

이렇게 살면 되지요!

살다보면 답은 있습니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오늘만은 결코 가깝지 않은 내 사는 곳 진주로......

 

 

 

* 산행일정

09:25              도마령

10:05 - 10:20   각호산

10:38              황룡사 갈림길 안부

11:10              119 민주지산 제7지점봉

11:25              대피소

11:32 - 11:55   민주지산

11:57 - 12:47   물한계곡 주차장 주 갈림길(점심)

12:51              물한계곡 주차장 등성 갈림길

13:15              물한계곡 주차장 안부 갈림길

13:40 - 13:55   석기봉

14:00 - 14:05   육각정 휴게소

14:07              물한계곡 주차장 안부 갈림길

14:25 - 14:45   삼도봉

15:00               삼마골재 사거리

15:10               쉼터(삼도봉1.5km)

15:22 - 15:38   계곡(삼도봉 2.0km)

15:39              음주암폭포 옆

15:49              석기봉 갈림길(석기봉2.3km,물한주차장2.3km,삼도봉3.0km)

15:56              무명폭포

16:02              목교 이정표(민주지산7.3km,석기봉5.2km,삼도봉3.8km, 민주지산지름길3.0km)

16:17              황룡사 입구

16:25              물한계곡 주차장

 

   

* 구간거리(14.5km)

도마령 - 1.5km - 각호산 - 0.5km - 황룡사 갈림길 안부 - 2.6km - 대피소 - 0.3km - 민주지산

 - 2.9km - 석기봉 - 1.4km - 삼도봉 - 0.9km - 삼마골재 - 2.1km - 석기봉 갈림길 - 0.8km -

목교 이정표 - 1.5km - 물한계곡 주차장 

 

※ 이정표가 맞지 않아 혼란한 곳이 많음

   도마령의 각호산 등산안내도에선 각호산 - 민주지산을 2.8km로 해놨으나 이정표엔 3.4km

   이며, 민주지산 - 석기봉도 2.2km로 해놨으나 이정표엔 2.9km로 되어 있어 정비가 필요함

   (전체거리도 13.0km라고 했으나, 이정표를 이으니 14.5km가 됨)

 

 

도마령(1)

 

도마령(2) 

 

 도마령(3)

 

도마령(4) 

 

상용정 

 

843.1m봉 삼각점 

 

각호산에서 본 석기봉과 민주지산

 

 일행부부 

 

각호산 정상석 

 

각호산에서 나 

 

 각호산에서 일행과

 

황룡사 갈림길 안부 이정표 

 

119 민주지산 제7지점봉(1) 

 

 119 민주지산 제7지점봉(2) 

 

대피소 

 

대피소에서 나 

 

민주지산에서 일행부부 

 

민주지산 정상석과 삼각점 

 

민주지산에서 나 

 

민주지산에서 나 

 

민주지산에서 본 각호산 

 

일행들

 

민주지산 정상부 

 

민주지산에서 본 멀리 가야산 

 

민주지산에서 본 물한리 풍경 

 

석기봉 이정표  

 

석기봉 밑 육각정 휴게소 

 

철쭉 

 

삼도봉 헬기장과 석기봉 

 

 삼도봉 이정표

  

삼도봉에서 일행부부 

 

삼도봉 대화합기념탑 

 

 삼도봉에서 일행과

  

삼도봉에서 본 석기봉 - 민주지산 - 각호산 

 

삼마골재 이정표 

 

 쉼터

 

 쉼터 이정표

 

족탕 계곡 옆 돌탑 

 

족탕 계곡 

 

음주암폭포 

 

음주암폭포 이정표 

 

석기봉 갈림길 이정표(1) 

 

석기봉 갈림길 이정표(2) 

 

무명폭포 

 

나무다리(목교

 

물한계곡 안내석(1) 

 

물한계곡 안내석(2) 

 

 물한계곡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