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그리고 바람의 울림. 〔민둥산 - 강원 정선〕


 

 

증산초교 → 민둥산 정상 → 지억산 갈림길 → 화암약수 (P)


 

2010. 11. 6 (토)


 

청명 21명

 



 

 
 
 
 
 


            ◈ 가을의 여운은 짙어만 가고..


 

가을바람에 부서지는 억새의 흘림, 그 억새는 아련히 흔들리는 그 자체였다. 시기에

  맞서 애써 태연하게 가을을 잉태하게 했던 지난시간의 흐름이 자연 속에 묻혀 소소히

 잊혀져간다. 가을 속을 따라간다. 역동적으로 흐르는 찬 기운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산등성이에서 머무는 가을빛이 가을 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다.

 

 

 

 


 
 
 
 
 
 
 
 
 
 
 
 
 
 
 
 

 

 산중의 맑은 기운이 얼굴을 스친다. 부서지는 빛에 그을린 잎새의 번득임에 산목들은

힘찬 기지개를 펴고 있다. 수수한 숲속의 아침 창이다. 휘어져 오르는 산로는 구릿빛

색감으로 물들은 채 가을을 채색하고 흩날리는 낙엽을 모아 풍성한 길을 안내한다.

 

 

 

 


 
 
 
 
 
 
 
 
 
 
 
 
 


          ◈ 광활한 억새초원에 당도하며..


 

 가을의 산정이 조용하고 안정감을 준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찬연하게 드러나는 억새는

 태양을 먹으며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온 구릉을 덮고 바람에 몸을 맡기며 금빛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꿈속 같이 펼쳐지는 진중한 가을의 영화였다.

 

 

 

 


 
 
 
 
 
 
 
 
 
 
 
 
 
 

          한바탕 억새의 너울이 일며, 이 산정을 황금빛 연정으로 물들인다. 잔잔히 비쳐드는

      그 물결은 영롱한 가을의 탐미로움이며, 깊은 상념에 잠기게 하는 가을의 냄새인

것이다. 깊은 안개 속에서 아침을 맞는다. 능선 깊숙이 접어들자 파란하늘 속

        안개구름이 천천히 이동하며 천혜의 자연호수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듯 몽환적인

듯한 안락한 풍경을 유연하게 이뤄낸다.

 

 

 

 


 
 
 
 
 
 
 
 
 
 
 
 

 

       억새밭길을 거닐며 가을의 구도를 이루는 겹겹의 산 능선과 수평선의 구도인 억새바다에

  촉촉이 젖어들은 그 수려한 풍경에 나도 모르게 심취하여 있었다. 가을햇살이 뜨겁다.

바람도 없이 조용히 흔들리는 억새사이로 파고드는 가을빛의 따스함. 고결한 아침에

비쳐드는 민둥산정의 산문이다. 하염없다.

 

 

 

 


 
 
 
 
 
 
 
 
 
 
 
 

 

    저 광활한 은빛 초원이 열린다. 유장하게 흐르는 산 능선 따라 하늘길이 열려있다. 붉은

노을 같은 색감에 푸른 기운이 감도는 청람 빛 산정은 풋풋한 가을이 채색되어 있다.

   허공에 떠있는 유정한 흰 구름도 겹겹이 둘러친 산 능선을 감싸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 상봉에서의 장유한 힘을 느끼면서..


 

    민둥산 상봉이다. 한껏 펼쳐지는 가을의 비경이 찬란하다. 사위의 풍광이 하늘아래

수수하게 열려져 있다. 더욱 비대해진 가을 햇살은 강하지 않고 유연하게 산정을

      품고 있다. 생각 없이 한동안 바라본다. 그사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가을의 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온다.

 

 

 


 
 
 
 
 
 
 
 
 

 

   한 겹 두 겹 뭉쳐진 산정위에 살짝 낀 운무가 햇살을 받으면서 더욱 흐리게 한다.

          하늘을 향해 늠름하게 치솟은 고산준봉, 깊고 장대한 계곡의 아름다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산악미, 장려한 억새의 초원... 그야말로 자연다운 자연으로 눈부시다.

파스텔톤 엽서 속 풍경 그대로를 간직한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두 연인의 모습이 억새 잎 사이로 사알짝 엿보인다. 그윽하게

   그곳을 바라보며 가을의 깊이를 더없이 느낀다. 가을빛과 억새의 색채가 어우러지는

가을날의 공간속에서 작은 행복을 누리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소박한

기쁨을 얻는다. 평범한 가을날의 일상 속 모티브다.

 

 

 

 


 
 
 
 
 
 
 
 
 
 
 
 

 

          ◈ 억새의 향기를 품고 ..

 

       물오른 가을향기에 감싸인 산정을 따라 자적하게 발길을 옮긴다. 서편의 완곡한 능선과

 맞닿아 있는 연봉들은 은은한 광채를 받으며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계곡에도 어느새

    가을의 잔영이 뒤덮여지며 찾는 이 뜸한 음지로 바뀌고 있다. 가을과 이별이 다가오는

중이다.

 

 

 

 


 
 
 
 
 
 
 
 
 
 
 
 

 

완연한 가을빛이 물들은 산길에서서 기운찬 바람을 맞으며 장연하게 펼쳐진 장쾌한

   전망과 가을의 아련함을 동시에 접한다. 그리고 거대한 가을 앞에 새긴 여기 민둥산의

  찬연한 풍광을 만추의 느낌을 살리면서 가슴속 깊이 새겨놓는다. 또 순수한 기운으로

꽉차있는 이 산정의 내공을 느끼며 가을의 理想으로 생각해본다.


 

 

 

 

 
 
 
 
 


    자적하게 걸어온 능선위에 섰다. 유장한 산정을 에워쌌던 희미한 안개가 맑은

풍경소리와 함께 서서히 걷히고 선연한 가을의 창이 충만하게 열리고 있다.

저 산정에서 피어오르는 붉디붉은 추색의 향기가 구름 곁을 지나 빠르게도

묻어나온다. 

 

 

 

 

 

 
 
 
 
 
 
 
 

 

산그늘의 잔영이 계곡 쪽으로 짙게 타들어온다. 연이어져있는 능선사이로도 잔잔히

     퍼져나간다. 쓸쓸히 시들어가는 초록물결에도 번져 져 흙 갈색의 산형으로 변화시키며

    가을의 덧없음을 알리는 듯하다. 그러나 그 가을 무림 속을 타고 흐르는 잔영의 물결엔

가을의 순박함이 들어서 있다.


 

 

 

 

 
 
 
 
 
 
 
 
 


          ◈ 열정적인 시간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끝자락


 

       이 산정과의 만남이 멀어져간다. 조용한 산길을 지나 당도한 숲속은 오후의 빛에서

 생성되는 영롱한 가을의 이미지가 잠시나마 우리에게 시각적, 감각적 황홀감을

선사한다. 초록 잎은 붉은색으로, 붉은 단풍은 갈잎으로 변해 고즈넉한 산길에

     소록소록 쌓인다. 소슬한 바람이 갈 길속을 맴돈다. 蕭然한 그 길을 하염없이 밝고

지나보련다.

 

 

 

 


 
 
 
 
 
 
 
 
 
병화
 
 

 

 장중한 구름속에 의연히 드러나는 산정의 흐름이 요원하다. 빠른 시간 앞에 점점

 멀어지는 가을풍경이 아쉽기만 하다. 앞뒤, 옆으로 겹겹이 싸인 산등성이엔 분명

  가을이 닿아 있지만, 언제 변할지 모를 그 시간은 눈으로 감지되지 않는다. 무한한

허공에서 쏟아지는 선명한 긴 그림자가 중후한 내림을 시작한다. 끝 가을에 대한

상념이 촉촉이 젖어든다.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오다 불암사계곡에 발품이 멎는다. 능선위로 걷혀진 햇발은

        힘차게 자기 몫을 다하며 가을을 안고 있다. 물 오를 대로 오른 홍조 띤 단풍잎의 색깔에

       취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탁족을 하니 가을기운은 차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푸근함이

 느껴진다.

 

 

 

 


 

 

                  자연의 품속에서 멀어지면서 억새의 평원 길이 되살아났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위대함과 깊고 넉넉함을 느끼고 느끼면서 말이다. 자연,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나?

 ........

                영영, 그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순리이며 理致다.

이런 저런 생각에... 

가을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

 

     시작이 있어 끝을 맺었다. 장활한 창공속에 기댄 마지막 가을안개의 스친 아름다움과

          신비감이 일 듯 자연스레 펼쳐지는 광대한 풍광은 끝이 있을 것인데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연의 부분적인 시간속에 머물렀던 짧은 영화는 긴 시간으로 이어질 때만 행여

다가오는 것인가 기대를 걸어보지만, 자연 속을 걸어왔던 그 길은 우리 앞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다.


  

     끝 가을의 저편에서서 민둥산정과의 교감을 나눈 이날이야 말로 행복했습니다. 포근한

  날씨와 여리디 여린 가을빛의 도움으로 따스했던 그 미소를 다같이 思惟한 그 시간을

잊지는 못할 것입니다.

 

 

                        201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