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속에 드러나는 고요한 통영의 풍경이 세월 속 떠다니는 시간 앞에 멈춰서 있다.

      작심한 듯 한곳에 머물러 있는 해풍의 진득함에 손을 놓고 유유히 기다리고 있다. 처마에

       구르는 훈풍 같은 그 기운을 마다하고. 허나 오래가지 못함을 내심 품고 있는 듯 슬그머니

우윳빛 속살을 내비친다. 조용히 아침을 깨운다.

 

 


 

조용히 아침을 깨운다.  [미륵산 - 경남 통영]


 

2011. 8. 12 [금]

 

숙부님과


 

케이블카 전망대 - 한산대첩 전망대 - 미륵산 정상

 

 


 

 
 
 
 
 
 
 
 
 
 
 

 

     [1]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흰 구름은 바다를 안고 있다. 대양의 움직임과 섬들의

오묘함이 여름의 선율을 자극하며 그 온기에 젖어있다. 실로 아득함이 느껴진다.

       발아래 잠긴 비경이 하늘을 향해 줄달음질친다. 그 속에서 물결치듯 떠오르는 섬들의

생명력에 싱그러움이 한없이 솟구친다.


 


 

 
 
 
 
 
 
 
 
 
 
 
 
 
 
 
 
 
 
 
 
 
 
 
 
 
 
 

        대양 속에 묻힌 산정의 풍요로움에 마음이 한결 드넓어진다. 평화스런 수림의 향연에

여름날의 기백을 엿볼 수 있다. 바다를 감싸며 잔잔한 향기를 풍기는 이 산정의

        수려함은 사면의 대양을 하늘의 통로에 옮겨놓는 듯하다. 애써 나타나지 않으려는 듯

섬들의 정숙한 모습에 몹시 당황스러움이 앞선다.

 

 


 

 
 
 
 
 
 
 
 
 
 
 
 
 
 
 
 

 

 드넓은 대양의 풍경에 마음이 광활해진다. 점점 오그라지는 검푸른 구름은 섬들을

       안고 대양 속으로 점점이 가라앉는 듯 하다. 혼탁해진다. 산정을 품는 애틋한 마음으로

진정시키며 해풍을 부른다. 그 바람 속을 거닐 듯 촉촉한 공기의 흐름을 몸둥이에

감으며 진중하게 흐르고 있는 울창한 수림에 심장을 기대본다.

 


 

 
 
 
 
 
 
 
 
 
 
 
 
 
 
 
 
 
 
 
 
 
 
 

     [2]


 

통영시가지의 여름날을 몸소 잔잔하게 느껴본다. 오존과 엷은 구름 띠를 가다듬으며

  하늘과 맞닿아 있는 예스러운 도시이다. 하늘아래 비친 통영은 한껏 정기를 머금은 채

      다음날을 기다리고 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떠다니는 유람선의 적적한 풍경이 海情을

  품게 한다. 해무 속에 피어오르는 섬들의 아스라한 향연에 나도 모르는 끈적한 탄음이

새어나온다.

 

 


 

 
 
 
 
 
 
 
 
 
 
 
 
 

 

한바탕 부는 해풍에 기지개를 켠다. 구름위에 걸쳐있는 해무의 역동이 이 산정을

            매혹적으로 물들인다. 거침이 없다. 공간속에 잔재된 자연의 힘이 시간을 아우르고 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광활한 여름날의 외침이 산정 속을 맴돈다. 깊은 허공 속을 넘나드는

          케이블카가 공기와 해풍을 가르며 산정으로 귀환하고 있다. 가슴속 깊이 밀려드는 모를

욕망이 거세게 인다.

 

 


 

 
 
 
 
 
 
 
 
 
 
 
 
 

 

 해무에 가려있는 섬들의 아스라한 모습에 허하게 다가오는 마음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끝도 없는, 하늘과 길을 맺은 저 대양의 모습에도 무릇 황량한 생각이 차오른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저 바라보고 있다. 개념 없이 넋 놓고 우두커니. 그때,

   산정에서 들려오는 신성한 탄음이 고요하게 내쉬는 숨결과 혼합되어 자그마한 울림으로

가슴을 짓누른다.

 

 


 

 
 
 
 
 
 
 
 
 
 
 
 
 

 

    버젓이 섬들 위로 떠있는 구름 벗이 지쳐있는 대양에 몸을 기대며 또 하루를 약속한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기약 없이 떠도는 유한 세상을 이루도록 무한한 약조를 한 것이다.

창창하게 열려있는 세상 속 이야기를 나누며 한 몸이 된 그들. 자연에 막힘없이 자연

    그대로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그 정경은, 아마도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서 솟아난 주경이

아닌가 싶다.

 

 


 

 
 
 
 
 
 
 
 
 
 
 
 
 
 
 
 
 

아스라이 비쳐드는 하늘 길의 원숙함이 섬들을 잠재우고 있다. 바람 속을 헤매도는

    해무의 구도는 산정을 더 밝게 해 대양과의 소통을 이어준다. 검은 물결 속을 유영하는

       섬들은 마치 숨죽인 듯이 흐르는 산정의 해무를 가차 없이 껴안는다. 수면위로 떠오르는

수심의 온기가 여름날의 산정 속으로 말갛게 떨어진다.

 

 

 

 

 
 
 
 
 
 


 

    [3]

        안개 빛으로 솟아오르는 산봉의 찬란함. 녹색으로 치장한 산정의 우아함. 자연의 정서에

        부합되는 그 풍경, 자연에 좀 더 근원적으로 다가가려 생각하니 마음이 풀리어 흐뭇하고

가뿐해진다. 오른쪽은 알알이 맺힌 진초록 숲과 나뭇잎이 하늘을 막아 푸른 공기를

차단해 싱그러움이 있고, 왼쪽으론 노송 너머 산자락 위로 창창한 하늘이 검푸르게

트여 있다.

 


 

  

 
 
 
 
 
 
 
 
 
 
 
 
 

 

산봉 위를 거치고 지나가는 해무의 흐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름 볕을 받아서

    하얗게 빛나는 저 멀리의 S자 산허리 길을 대양이 인도하고 있다. 돌고 돌며 대양을

 휘감아 뻗어난 그 길은 여름날의 평화 속에서 쓸쓸함이 묻어나고 있다. 긴 하오의

     적막이 앞을 가린다. 낯 선이 하나 없는 그 길에서 무심을 찾는다.


 

          격정이 차오르는 듯한 말투로

 

「 아, 어쩜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통영의 생명이 넘쳐흐르네요.」

               「 가슴이 멎는 듯 합니다. 그지없이 피어나는 아득한 해무의 향연에 아련함이

묻어납니다.」

「 시간을 부여잡을 수만 있다면... 슬픔 속 하얀빛입니다.」

 


 

 
 
 
 
 
 
 
 
 
 
 
 
 
 
 
 
 

    발아래 펼쳐진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온한 풍경이 세월의 그리움을 떠오르게 한다.

섬 속에 갇혀 세월을 곱씹으며 한결같이 그 세월을 지켜낸 우직한 힘. 조용하게

떠다니는 여름날의 운기에서 장유한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인정한다. 그 힘은 세월 따라 변하는 시골의 원천이라고.

 

 


 

 
 
 
 
 
 
 
 
 

 

     저 굽이진 섬들에서 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머리위로 차츰차츰 내려앉는 차가운 운해의

밑둥이에 얼굴을 묻는다. 눈앞의 그늘이 바다를 가린다. 그 아래 여름바다의 굴곡된

       순간이 펼쳐진다. 정적이다. 한순간, 잠깐 스치는 무념의 순간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의 심유함이었다.


 


 

                            2011.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