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의 환상 데이트 그리고 소중한 만남 (거창 미녀산)

산행일 : 2007. 9. 30(일).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음,양기마을입구 (10:17)

   ☞ 음기1소류지 (10:29)

   ☞ 공동묘지(음기2소류지) (16:43)

   ☞ 참나무 삼거리 (11:09)

   ☞ 계곡 삼거리 (유방샘?) (11:19)

   ☞ 이마봉 (11:54~12:26. 점심식사)

   ☞ 무덤봉 (13:12~13:17)

   ☞ 헬기장 (13:18~13:45)

   ☞ 미녀산 정상 (14:09~14:11. 930m)

  생초마을 내려가는 삼거리 (14:27~14:48)

   ☞ 생초마을 (15:45)

총 산행시간 : 약 5시간 28분 (정상적인 산행을 하면 3시간이면 충분한 거리)

산행지도

하산을 생초마을로 하여 음기마을까지 걸어가려면 속보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을것임.  

석강초등학교는 폐교되어 ㅇㅇ미술전문학교로 바뀌었음.

  

산행기

미녀산 가다가 구례 산동에서 바라본 지리산 고리봉의 운해

 

  항상 그렇듯이 88고속도 가조들판을 지날 때마다 그림같이 아름답게 펼쳐진 별유, 비계, 보해산과 남쪽에 누워있는 미녀의 자태에 넋을 잃다시피 감탄을 하곤 했었다. 마치 미녀가 멋진 남성들(별유, 비계, 보해산)을 유혹하는 형상이니 이를 보고도 감탄을 하지 않는다면 산에 대해 문외한이거나 감정이 무딘 사람 일 것이다.

 

  음,양기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마을을 통과하여 작은 저수지를 지나 농로를 걸어 올라간다. 오른쪽 밭에서 밭일을 하던 노부부가 일손을 잠시 멈추고 밭 가장자리에 앉아 새참(나중에 알고 보니 찐 고구마)을 들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 고구마 좀 드릴까?”

“아, 예에. 주시면 고맙죠.”

내성적인 성격의 평소 나답지 않은 행동이다.

할머니가 건네준 아이들 고추보다 조금 큰 조그마한 고구마 두개를 받아 쥔다. 할머니의 따스한 정이 내손에 전달되어,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가슴이 찡하다. 배낭을 뒤져 사탕 몇 개를 드린다. 

“어디서 오셨소?”

“순천이요.”

“순천? 멀리서 오셨구만.”

 

음.양기마을 입구

 

음기2소류 바로 전에서 올려다본 미녀산

 

  구절초가 막 터지기 시작하는 들머리 공동묘지를 지나, 개울물소리를 들으며 숲 속을 걷노라니 솔 향이 진하다. 계곡 삼거리에서 오른쪽 가파른 길로 올라간다. 심심찮게 송이채취꾼들을 만난다. 한결같이 사람을 경계하는 무뚝뚝한 표정이다.

이마봉에 올라 오도산이 잘 보이는 멋진 소나무가 있는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뒤에서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하는 부부산님(거창산님)을 만난다.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게 된다.

헬기장에서는 물매화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녀석들과 한참을 노닐게 된다.

 

                                   오갈피나무?

 

                                                            까실쑥부쟁이

 

유방샘으로 추측되는 계곡삼거리. 오른쪽 유방봉쪽으로 올라간다.

 

                                                        흰까실쑥부장이

 

                    

                                                                  잔대

 

                                                                 별유산(의상봉)

 

미녀의 코와 입술(첨봉)이 보인다.

 

별유산 장군봉 왼쪽 뒤로 수도산이 보인다.

 

보해산의 멋진 모습

 

미녀 머리의 멋진 소나무. 뒤로 오도산이 보인다.(이곳에서 멋진 조망을 즐기면서 점심식사)

 

미녀의 가슴(왼쪽 큰 봉)과 입술, 코가... 정상은 왼쪽 큰 봉 너머에 있다.

 

미녀의 눈썹에 올라서서...

 

뒤돌아본 미녀의 머리와 코

 

미녀의 입술에서 바라본 가조들판

 

미녀의 입술

 

                                                      가는잎구절초

 

 

                                      산부추

 

 

                 

 

 

                                     물매화풀

 

합천호와 황매산(오른쪽 뒤)

 

분지형태의 가조면 들판

 

  어느 작은 봉에서 예쁜 구절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거창부부산님인줄 알고 고개를 들어보니 키가 껑충한 중년의 한 산님이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하고 정상을 향해 가는데, 저 만치 앞에서 송이채취꾼이 말을 걸어온다.

“많이 땄어요?”

우리를 송이채취하는 사람으로 보았나보다.

“예?”

“아, 등산객이시구나.”

“송이 좀 따셨습니까?”

“방금 올라와서 못 땄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한 개라도 땄으면 구경이나 좀 합시다.”

“아니, 한개도 못 땄다니까요.”

이때 뒤 따라오던 경상도 억양의 키 큰 산님이 한마디 건넨다.

“혹시 고향이 충청도 아니세요?”

뒤를 돌아보며

“맞는데요. 어떻게 아셨죠?”

내 딴엔 표준말을 쓴다고 쓰는데도 나도 모르게 충청도사투리가 튀어나오니 눈치 빠른 사람은 금방 알아챈다.

“혹시 C 대 안나오셨어요?”

자세히 쳐다보니 많이 본 얼굴이다. 세상에나! 옛날에 대전 유성 C 대 앞에서 우리 집이 하숙집이었었고, 그 남자는 우리 집에서 하숙한 하숙생이었었다. 그 당시 같은 공대를 다녔으니 선후배사이이기도 한 셈이고, 몇 년을 한솥밥을 먹던 한식구가 아니었던가. 25년만의 만남이다.

지금은 대구 모 공고에 재직 중이라는데, 살다보니 이런 인연도 다 있다.

“형님은 하나도 안변했네. 처음 볼 때부터 말투며, 몸동작이 영락없는 대학 때 형님이더라니까. 옛날 얼굴 그대로여.”

‘겉은 안 늙고 나이만 먹었나?’ 내가 생각해도 내 몸은 연구대상이다. ㅋㅋ

 

 

                      

                                           사데풀?

 

 

 

미녀산 정상. 정상석이 너무 초라하다.

 

                                     눈개쑥부장이

 

                

                                            흰자주쓴풀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가려는 후배를 꼬드겨 같이 생초마을로 하산을 한다. 하산 길은 산님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길은 뚜렷하여 길 잃을 염려는 없다.

하산이 거의 끝날 무렵 작은 개울을 몇 번 건너는데, 마지막에 잔디가 잘 다듬어진 밤나무과수원길로 들어서 습지를 지나면 논이 나오고 생초마을이 보인다.

후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황금들녁엔 이따금 요즘 보기 드문 메뚜기가 보인다.

그 메뚜기를 바라보는 두 남자는 어린시절 메뚜기를 잡으며 고향들판을 뛰어다니던 아름다운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왼쪽 리본 매달린 곳이 생초마을 하산길. 아직 점심을 먹지 않은 후배가 자리를 깔고 있다.

 

가는잎구절초

 

왼쪽 개울건너 잘 가꾸어진 잔디밭길로 가야한다.

 

비계산

 

                                             억새

 

 

 

석강리에서 바라본 미녀산. 왼쪽부터 무릎, 남산만한 배, 가슴, 얼굴(들창코), 풀어 헤친 머리칼 등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