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산)억새풀너머로 다가오는 그리움

- 일 자 : 2011년 9월 19일(토욜)
- 날 씨 : 흐림...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암곡마을~왕산마을~너른터~무장봉정상~왕산마을~암곡마을
  (총산행시간 4시간40분 점심/사진촬영시간 포함)

 

 

 

 ::::: 산행출발에 앞서 :::::
10월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게으르다고만 생각했던 가을이 조금씩 속도를 내기시작한다.
설악에서 옷을 입기 시작한 단풍이 다음주면 청량산과 주왕산으로 내려오고, 아마 10월말쯤이면 이곳 영남에서도 예쁜 단풍을 볼수 있을 듯 싶다.
그렇치만 단풍이 오기까지 마냥 기다릴수는 없는터라... 이번주는 경주 무장산으로 산행계획을 세웠다.
불과 몇년사이에 억새산행지로 유명해진 무장산은 산 높이도 그리 높지않고 유순해서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은 산이다.  

 


 


부산출발(08:10)~경주IC(08:50)~암곡마을임시주차장(09:30)~왕산마을(09:50)




경남에서 억새산행이라면...

먼저 떠오르는곳이 영남알프스다. 신불평원과 간월재... 그리고 재약산의 사자평까지...

1,000m가 넘는 고산평원에 펼쳐진 억새밭은 과히 가을명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3년전부터 이 명성에 도전장을 내민곳이 있으니... 바로 오늘 산행예정인 경주 무장산이다.

 

 

 

암곡마을 출발(10:00)~왕산마을(10:30)~무장사지 삼층석탑 갈림길(11:10)~너른터(12:10)~무장봉정상(12:50)



 



한산했던 산골마을이 갑작스레 많은 사람로 북적이게 된 이유는 바로 이 간판...

MBC 드라마였던 선덕여왕촬영 이후 하나 둘 입소문이 나면서 부터다. 

이제는 주말이면 120여대가 주차할수 있는 주차장이 부족해서..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암곡마을에 도착...

여기서 왕산마을로 차가 진입하지 못하고 입구 한쪽에 주차를 하고 기다렸다가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한다.

셔틀버스대기하는 사람도 만만찮고해서... 20여분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가기로 한다.
발디딜틈없는 차에서 사람들한테 밀려서 올라가는 것보다... 가을들녘을 느긋하게 걷는것도 좋다는 회원님들의 의견을 따라서~~~


 





 



무장산은... 토함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경주국립공원에 속해있다.
길섶 잘가꾼 배추밭을 지나 작은 개울 징금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산길이 열리는데...

산길이라지만... 임도수준의 넓고 완만한 길이라 오늘은 계곡 트래킹한다는 기분으로 올라야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에는 맑은 계류가 정상부근 너른터까지 내내 같이한다. 


물이 투명해서 바닥의 작은 돌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꼭 억새피는 가을철이 아니라도... 여름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구고 쉬엄 쉬엄 오르면 꽤 괜찮을것 같다.

 

 

 



 



길은 작은개울을 이쪽 저쪽 넘나들며...

한모퉁이를 돌면 또 다시 펼쳐지는 가을풍경속에 빨려들어가는 듯 산속으로 들어간다

 

물가에 서 있는 나무는 때이른(?) 단풍으로 산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마... 10월말경이면 이곳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층층나무 등 여러 수종이 노랑, 갈색, 다홍으로 색색이 물들것이다.

 



 

 

오늘 같이 한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지도상에 표기되어 있는 너른터에 도착.. 여기서 부터는 답답한 계곡을 벗어나 억새의 만남이 시작된다


때마침... 내내 잿빛구름에 가려있던 하늘이 환한 햇살을 내리고 그 속에서 억새풀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하늘거린다.



 

 

 

 

갓 피어난 억새풀은... 

가을햇살이 아래 엷은 은빛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람에 물결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수 있다.

그렇치만... 시간이 흐르면서 청순하던 억새풀도 윤기가 사라져 나이든 여인의 안색처럼 초췌하고 퇴색되어 간다.

지나고 나면 돌이켜 볼 수는 있어도, 다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우리네 인생처럼......


자연... 인생.. 사랑.. 사진... 모든것이 타이밍이다. 그런 연유에서 볼때 오늘 억새풀이라면 타이밍을 잘 맞춘것일까?

오늘 같이 서 있는 분들의 생각이 자뭇 궁금해진다.....^^



 

 



무장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광활한 억새밭은 온통 은빛색이다.

가을바람이 불때마다 파도치는 거대한 은빛물결은 산객의 마음을 통째로 앗아가 버린다.

이 가을... 억새밭 산정에서 마음속 진한 그리움이 물든다

이 보다 더 무엇을 바라는가?

이 가을... 이렇게 수준높은 자연의 교향악에 그저... 마음속 그리움을 느끼며 넋을 놓고 바라볼뿐........




 

 



정상은 평평한 분지처럼 넓다
동대봉산 무장봉 정상석에 인증샷을 남긴 후

정상을 한바퀴 둘러보니... 아름다운 천년의 미소 경주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사진게시판을 세워놓았다


무장산의 재미있는 유래는...

신라 태종무열왕이 삼국통일후 병기와 투구를 이 산에 묻었다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산시작(13:10)~왕산마을 주차장(15:10)~암곡마을(15:30)~콩이랑(12:50)~경북산림환경연구원(16:40)~부산도착(18:10)







 



인산인해를 이루는 정상을 내려와... 억새밭을 가로질러 하산길로 접어든다.
1km쯤 하산하면... 조금전 올랐던 넓은길과는 다른 느낌의 오솔길...

아직은 서먹한 가을이 길섶 낯선 손님처럼 서성이고....

이따금 나타나는 단풍잎위로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내려앉은 듯한 초가을의 숲길이 이어진다



 

 



오후 3시30분쯤 산을 내려와..

산행하면서 중간중간 과일이며, 막걸리를 마셔 배고픔은 아직 덜하지만..


예정되로... 맛집을 찾아 덕동호 부근 "콩이랑" 식당을 찾았다.
콩으로 만든 여러가지 반찬들이 푸짐하게 한상 올려지고... 느긋하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잠시 남산자락에 위치한 "경상북도 산림환경 연구원" 에 들렸다.

경주에는 워낙 갈만한곳이 많아 이곳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진사님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아직 단풍이 물들려면 이른 엉거주춤한 시간이라 훗날 다시 와야겠다. 

10월말이나... 11월초쯤 오면 예쁜 숲을 촬영하며 나름대로 늦가을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을것 같다.

중간중간에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어... 책 한권들고 오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