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의 뻐국나리와 (규봉암, 입석대, 서석대, 사양능선코스) 야간산행

산행일 : 2005. 9. 3(土). 흐리고 소나기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무등산장 (13:57)

 ☞ 약수터 (14:33~14:36)

 ☞ 꼬막재 (14:44)

 ☞ 규봉암 (16:15~17:13. 소나기 피하느라 한 시간 가량 머물렀음.)

 ☞ 장불재 (17:45~17:48)

 ☞ 입석대 (18:03~18:12)

 ☞ 서석대 (18:23~18:40)

 ☞ 군부대터 중봉가는 갈림길 (18:56)

 ☞ 중봉 (19:02)

 ☞ 무등산장 아래 공원 관리사무소 (20:28)

총 산행시간 : 약 6 시간 30분 (규봉암에서 소나기를 피하느라 1시간지체. 사진촬영으로 지체. 5시간이면 충분한 코스)

구간별 거리 :

산장 →(약3km)→꼬막재→(3.1km)→규봉암→(1.8km)→장불재 →(0.4km)→입석대→(0.5km)→서석대→(약0.5km?)→구군부대정문 →(0.3km)→중봉→(약4km?)→공원관리사무소

총 산행거리 : 약 13~14km

산행지도

 

산행기

   금요일 밤.

“내일 퇴근하면서 집에 들르지 않고 무등산에 곧장 갈거야.”

“일요일에 가지. 토요일에도 산에 가?”

“무등산에서 뻐꾸기가 ‘나~리’하고 기다리고 있다니까.”

“????”

“뻐꾹나리라는 꽃이 있는데, 그 꽃사진 찍으러 가는 거야. 이번 주까지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

“일요일에 가면되지 꼭 내일 가야돼?”

“일요일엔 광주팀하고 보성 오봉산 가기로 되있거든.”

“그럼 내년에 가면 되지. 꽃은 내년에도 피잖아.”

“1년을 기다릴 수는 없어.”

“못 말려 정말. 내가 준비할 것은 없어?”

“점심 사먹고 올라갈 거니까 신경쓰지 마.”

 

  무등산장 아래 길옆에 차를 주차하고 비가 안올 것 같기에 허리쌕에 물과 비상식량만 조금 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출발을 한다. 날씨가 후덥지근한 것이 소나기가 한 바탕 올 것 같은 기세다. 재킷을 차에 두고 온 게 왠지 찝찝하다.

  쉬지 않고 약수터까지 올라가니 약수터주변이 물봉선으로 온통 빨갛게 물들어 있다.

산행 들머리인 무등산장

 

 

나 어떡해!  꼬막재 가는 오름길

 

 

꼬막재 약수터

 

약수터 주변의 물봉선

 

  지난주까지만 해도 꼬막재에서부터 장불재 사이에 많이 피었을 뻐꾹나리는 이제 거의 다 지고 있었다. 간간히 피어있는 녀석이 무척이나 반갑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뻐꾹나리만 150여 컷을 찍어버렸다. 아마존 같은 정글에나 있을법한 꽃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

아름다운 뻐꾹나리.  달팽이 더듬이 같기도 하고, 쭈꾸미 다리같기도하다.

 

꼬막재

 

꼬막재 부근의 뻐꾹나리

 

뻐꾹나리

 

마타리

 

쑥부쟁이

 

바늘엉겅퀴

 

두메분취?

 

마타리와 나비

 

억새가 피기 시작한다.

 

마주송이풀

 

참꿩의 다리

 

 억새밭을 지나 시무지기폭포를 그냥 지나치고 너덜지대에 들어서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규봉암에 거의 다다를 무렵 비는 세찬 소나기로 바뀌어 퍼부어댄다. 규봉암입구 종각에 들어가 비를 피하다가 쉽게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규봉암 관음전으로 자리를 옮겨 토방에 앉아 근심어린 눈으로 하늘을 쳐다본다.

뻐꾹나리. 규봉암 가다가

 

흰물봉선

 

시무지기 폭포 근처에서 만난 엄청 큰 버섯. 물병(0.5리터)과 비교를 해보면 그 크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규봉암 가기 전의 너덜에서... 가을이 오는가보다.

 

규봉암 종각옆에 있는 기암

 

  아까부터 한 남자가 요사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회용 우비를 입은 한 산님이 처마 밑으로 들어온다. 대구에서 오셨다는 그분과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요사체의 남자가 다가와 셋이 된다.

잠시 후 요사채에서 모자가 건너온다. 대구산님의 배낭에서 쵸코바 하나가 나오고, 내 허리쌕에서 찰떡초코파이 한 개가 나와 아이(세살)의 손에 쥐어준다.

규봉암의 풍경

 

소나기와 함께 드리워진 안개

 

안개가 걷히고 가는 비가 또 다시 소나기가 되어 내린다.

 

규봉암 관음전의 문짝

 

규봉암 

 

  요사채의 남자가 커피잔이 아닌 손잡이가 달린 사기물컵(양이 많다는 뜻)에 커피를 들고 와 우리에게 권한다. 그렇지 않아도 비를 맞아 약간 을씨년스러웠었는데, 한 모금을 마시니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뜨거움으로 인해 속이 풀리는 것 같다.

“실례지만 여기 사십니까?”

“아니요. 서울에서 잠깐 다니러 왔습니다.”

“큰스님은 출타중인가보죠?”

“요사채 새로 지으려는 건축자재 지키시느라 지금 장불재에 계십니다. 장불재에서 여기까지 자재를 헬기로 공수해야하는데, 잦은 비로 공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잠시 후 아이의 엄마가 쟁반에 전을 들고 관음전 뒤에서 나온다. 그새 감자전을 부친게다. 출출하던 차에 이런 고마움이……. 인심 한 번 후한 절이다.

한 시간 동안이나 쏟아지던 소나기가 그치고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한다.

덕분에 잘 쉬고 잘 먹고 간다는 말을 그들에게 전하고 장불재로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장불재까지는 두꺼비가 갑자기 길을 가로지는 통에 처음에는 몇 번인가 놀랬지만, 나중에는 하도 많이 나타나서 놀래지도 않는다.

감자전

 

규봉암 종각 지붕

 

규봉암을 떠나면서

 

입석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서석대(왼쪽)와 입석대(오른쪽)

 

장불재에서 바라본 장군봉

 

  어차피 야간산행을 해야 할 것 같아 온 김에 입석대로 올라간다. 이후로 장불재에서부터 날머리인 산장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입석대를 보고 말잔등같은 오름길을 지나 서석대 상단부에 올라선다. 저 아래 장불재와 장군봉이 보이지만 기대했던 운해는 없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석대 상단부에서 오른쪽을 휘돌아 내려가다가 이정표와 철망있는곳에서 오른쪽 바위를 올라가려다 바로 머리위에서 누군가가 노려보는 것 같아 깜짝 놀라 상체가 뒤로 젖혀진다. 자세히 보니 사람 머리 크기의 불상이 머리만 떼어진 채로 바위 위에 올려져있는게 아닌가. 너무나 실물과 비슷하게 조각된 터라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온다. 서둘러 왼쪽으로 돌아 바위 위에 올라서서 서석대를 카메라에 담고 내려간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하산 길은 비에 젖어 미끄럽고 음산하기 짝이 없다. 헤드랜턴을 써야할 정도로 금세 어두워진다.

입석대

 

입석대에 들어서서

 

입석대의 동쪽부분

 

입석대 중앙부위

 

서석대 가는길

 

서석대 오르다가 내려다본 장불재(오른쪽)와 장군봉(왼쪽 뾰족한 봉) 그리고 입석대(사진 정 중앙)

 

서석대 상단부에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 부위

 

서석대 옆에서

 

부처님의 머리만....

 

장대한 서석대

 

중봉 가는 길

 

 중봉을 거쳐 텔레비전 중계소를 지나 사양능선에서 바라보는 광주시가지의 야경이 황홀하다. 나무위에서 자던 새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지나가는 산객 때문에 놀라서 날아가곤 한다. 그 소리에 외로운 산객도 놀란다.

  임도에 내려서서 직감적으로 동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만 하고 오른쪽으로 계속 올라가는데 그 오름이 끝나지를 않는다. 분명히 내려가야만 하는데 이상하다. 첨단산인님에게 전화를 하니 반대로 뒤돌아서 임도만 타고 계속 내려가면 원효사가 나온단다. 어쩐지…….

사양능선에서 바라본 광주시 야경

 

  원효사 입구에서 임도를 포기하고 약수터 위 산길로 접어들어 내려가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지난번에는 우준이 손을 잡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환한 대낮에 내려가서 그런지 금방내려간것갔은데…….

  멀리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어 오더니만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행 날머리인 원효사 지구 집단시설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