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산행


일시 : 2005.08.16

Who : Me & My Wife

노정 : 공원관리사무소(무등산장)(2.4㎞)↔ 오성원660m(1.0㎞)↔ 꼬막재640m(3.1㎞)↔ 규봉암850m(1.8km)↔ 장불재(0.4㎞)↔ 입석대1,017m(0.5㎞)↔ 인왕봉,서석대(0.9㎞)↔ 장불재(1.5㎞)↔ 중머리재(2.1㎞)↔ 증심사  <<총계 13.7㎞(이정표 기준)>>


산행에 앞서-----

  재작년 지리종주(성삼재-대원사)때에는 생각 못했지만 작년 쌍계사-뱀사골 산행 때에는 꼭 광주 무등산에 가리라고 작심을 했었드랬다. 시간도 기력도 따라주지 못해 그냥 집에 왔던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춘천에서 광주까지 오기가 쉽지 않기에 이번엔 꼭 들리리라 생각했다.

 14, 15일 연곡사(피아골)-벽소령(1박)-백무동(한신계곡) 산행을 마치고 백무동-인월-남원-광주로 세번 버스를 갈아타고 광주 터미날에 도착하니 16시경이다. 막막했다. 어데로 가야는지 어떻게 주위를 파악해야는지? 터미날에 관광정보센터가 안보인다. 인터넷 검색도 신통치 않다. 나중 찾아보니 관광안내소도 문을 닫았다. 쉬는 날이라 그런 모양이다만 휴일에 관광은 본격인데, 근무형식을 조금 바꾸어 쉴 수도 있을 터인데.. 또는 간단한 리플렛 정도는 밖에 비치해 놓아두는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정류장 앞 안내 간판에서 대충 위치를 파악하고 옆의 신세계백하점에 들려 화장실에서 땀내 나는 긴팔 셔츠를 갈아입으니 한결 시원하다. 아내가 좀 걸으면서 생각하자고 한다. 그래 이 길이 금날로라면 광주의 중심일 터인즉 걸어보자 싶다. 금남로가 끝나면서 양동시장 가는 천변좌로로 걷다가 천변으로 내려 산보길을 걷다 쉬다 올라서니 양동시장이다. 시장을 휘돌아 보고는 지하철로 내려서서 도청으로 갔다. 도청근방에서 전화로 확인하니 도청발-원효사버스(1127번)가 06:20 첫차란다. 남도문화회관 앞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직접 기다리다 버스기사에게 다시 확인하고는 민생고를 해결하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서 금남로 4,5가 시장을 구경하고는 김밥 몇 줄을 사서는 도청 근처 모텔에 들어 샤워로 이틀간의 소금기 절은 몸을 씻어내니 날듯하다. 휴대폰 알람을 05:20으로 맞추고는 이내 피곤에 골아 떨어 진다. 기차와 대피소에서 선잠을 잤으니 이틀 만에 편안한 잠자리이다.


08/16 06:20 도청앞 분수대

  나는 미리 잠이 깨어 있는데 아내는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 깬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김밥 한 줄씩으로 요기하고 커피로 마무리. 길을 나선다. 밤새 화려했던 뒤안길들이 너저분하다. 여기저기 청소가 분주하다. 지하도 건너편에 벌써 버스가 대기 중이다. 그러고 보니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는 원효사가 없었다. 단지 도청-무등산 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다. 작은 버스에 자리가 별로 없다. 아내와 둘이 앉으니 별스런 눈빛들이다. 새벽의 단둘의 남녀라서 그런지? 아님 어울리지 않는 큰 배낭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앞줄에 앉은 사람이 좀 지나친 친절(?)로 산이야기를 하고는 길안내를 할테니 따라오라 한다. 건성으로 대꾸하고는 우린 둘이 갈거라고 했다. 꾸불거리는 잣고개 마루를 넘어 저수지(수원지) 옆을 통과하여 원효사 바로 앞 종점에서 하차(06:50). 사람들을 따라 오르다 보니 우측 중봉 길로 모두 가버리고 꼬막재 길엔 우리 둘만이 오른다. 상가 끝 직진하려다 길을 물으니 다리 건너 쪽이란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 맨 끝이 무등산장이다(아래 음식점이름도 무등산장이던데..)


07:30 오성원

  무등산장 우측 철망 옆길을 따라 산행시작이다. 지리산이야 높은 터라 바람도 많고 온도도 낮아 시원했는데 무덥다. 30여분을 걷다 쉬고 있는데 세분 등산객이 지나친다. 잠시 후에 오르다 보니 그분들이 쉬고 우리가 지나친다. 등산로 주변으로 편백나무가 자란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숲이 빽빽하다. 출발전 이름만 보고는 무슨 보호시설인가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옛날 주막거리나 쉼터 자리라고 한다.. <<공원사무소까지는 2.4km, 규봉암까지는 4.1km>>. 나무의자가 놓여 있어 잠시 쉬었다 가는데 바로 앞에까지 까투리가 많이 오간다.


07:50 꼬막재

  의자 탓을 하면서 쉬었다 출발해보니 이내 조그만 안부다. 제법 실바람도 있고 여기서 쉴 것을 하면서 내리 딛는다. 몇 분을 못가서 앞서던 세분이 쉬었다 가라고 해서 보니 꼬막재 샘터이다. 장마 뒤끝이라 음용 부적합이라고 검사기록장을 적어 놓았지만 물은 시원하고 수량도 풍부하다. 시원한 물로 손을 닦는데 캔맥주 하나를 건네준다. 아내가 사양하다 내가 덥석 받아서 마신다. 갈증엔 생수보다는 맥주가 차라리 더 좋다. 이러저런 애기를 하다 보니 춘천에서 온 애기하며, 증심사의 조카네 식당애기를 하다 보니, 잘 아신단다. 산행 뒤에 자주 들리는 집이라 한다. 세상이 새삼스레 넓고도 좁다는 느낌이다. 또 우리가 먼저 출발한다.  평탄한 좋은 길을 트래킹하듯 산허리를 빙돌아 감으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억새가 우거지 곳을 지나가는데 아내가 여기에 평상이 있다고 한다. 돌아보니 너럭바위가 넓적하니 돌평상이다. 이내 따라 들어가서는 아침 김밥 상을 차린다. 불키지 않고 물병에 커피를 넣어 흔들어서는 냉커피로 삼아 김밥을 두 줄씩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그러는 와중에 또 세분 산님들 우리를 지나쳐 간다.

 바위길이 시작된다. 너덜강 지대가 시작되는가 싶었다. 무등산의 지공너덜이 시작이다. 장불재 거의 다 갈 때까지 펼쳐지는 너덜강의 그 바위들은 어느 때에 부서져 내린 돌들일까?


09:30 규봉암

  그 지공너덜 지대의 중심에 규봉암이 있다. 그냥 지나쳐 갈까 하다 20미터란 말과 식수를 보충할 겸 올라보기로 한다.  막상 올라보니 돌로 만든 축대위에 엄청 커다란 입석이 둘 있는데 관찰사와 무슨무슨 감투명과 이름들이 돌에 적혀있다. 예서체로 아주 크게 써놓은 글씨는 생각 외로 소중한 금석문이 아닌가도 싶었다. 시원한 식수를 채우고는 장불재를 향한다.


10:30 장불재

  끝없을 듯 하던 너덜강을 지나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생경스런 풍경이다. 철탑에 파라볼라 안테나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다. 장불재를 지척에 두고 오르는 길이 뙤약볕이다. 양 옆으로 많은 벤치들과 초당이 있고 화장실이 있다. 장불재 이편은 화순이라니 화순군에서 광주 보란 듯 꾸며 놓은 것일게다만 여름철 관리가 안돼 풀들이 무성하다.. 고개 마루 사거리에 사방이 시원한 곳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중머리재에서 올라오는 한분 산객을 만나 수인사를 한다. 산에 다니며 찍는 사진은 매양 외톨이다. 마침 둘이 함께하는 사진을 부탁하고 애기를 나눈다. 광주에 사시는 분들 느낌이 매우 친절하다.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11:10 입석대

  이정표로 가서 입석대, 서석대를 확인하고 작전도로를 따라 100여 미터를 올랐을까 싶었을때 뒤에서 내려오란다. 그길이 아니란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란다. 애기가 멀어서 안들린다. 아내가 소로길로 들어서니 그 분도 출발해서 오른다. 중간에 소리로 확인하고 흔적 적은 길을 따라 오르니 정상등로에서 기다리고 있다. 입석대 까지 안내하고는 서석대로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입석대 풍광에 감탄사 연발하며 사진을 찍고 석간수로 목을 축여 본다. 돌틈에 흐르눈 물에 댓잎을 끼워 흐르는 물을 받는다.

  나중에 보니 장불재 안내판의 우 상단 화살표 표시는 길을 건너 초원을 가로 질러 가란 말인 것 같은데 조심성이 없었다. 길을 따라 가다 우측 등로를 올라 타란 말로 초행자의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하다아주 옛날 퇴적암 지대에 산입됨 뜨거운 화강암 마그마가 유기하면서 팽창하다 금이 가는데 수직으로 쫘아쫙 갈라진 것이 입석이고 수평으로 갈라진게 너럭바위들이고 가로세로로 갈라져 풍화된게 돌알이라고 한다고 한다마는 그건 말이고 직접보는 눈맛이 엄청나다. 정연하게 잘려 세워진 돌기둥의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러고 보니 무등산 둥그스런 육산인듯 싶지마는 군데군데 보이는 바위지대는 모두 입석 절리로 되여 있고 이런 입석이 무녀져 내리면서 산기슭을 뒤덮은 곳이 지공너덜강이지 싶었다. 돌들이 모두 반듯한 면으로 잘려있다.


11:30 서석대

  그늘 하나 없는 돌길을 올라 서석대 정상이다. 건너편 통제시설이 있는 곳이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라는데 눈도장만 찍는다.  멀리 뾰족하니 보이는 산이 백마능선 끝의 안양산이려니 싶다. 눈을 돌려 내려다 보면 광주의 모습이 아스라하다. 대구의 팔공산이 그러하듯 큰 도시 옆에는 명산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지만 여기처럼 시내에 가까이 이렇게 좋은 큰산이 있는 곳은 서울 말고는 드문 듯하다. 바로 옆에까지 철조망이 쳐있고 철조망 옆으로 샛길이 나있다. 아마 군사도로로 내려서는 것이겠지 하면서 길을 따라 내려선다. 중간 중간에 암릉쪽으로 샛길이 있고 모두가 서석대와 광주를 전망할수 있는 바위 전망처이다. 그중 한곳에서 아내는 무릎 보호대를 하고는 매우 가파를 산길을 따라 내려서니 도로에 안착한다.


12:10 다시 장불재

이정표가 헷갈린다. 도로 건너편에 표지석을 만들어 놓았으면 초행자도 헤메지 않을텐데... 친절한 광주 산님 아니었으면 빙돌아 무척이나 헤맷을 듯 싶었다. 표식따라 중머리재로 내려선다. 돌길과 단단하니 미끄러운 찰진흙 길이 점철된다. 조심스레 스틱에 의지한채 속보로 내려선다.


12:40 중머리재

  장불재 같은 평원이 펼쳐진다. 근처의 샘터에서는 시원한 약수가 콸콸콸이다. 목을 축이고 직진하면 들려 보고 싶은 새인봉이지만 시간관계상 증심사로 방향을 잡는다. 한시까지 조카네 음식점에 들려서 두시에 출발해서 광주역에 예약된 세시 기차를 타야지 서울에 도착해서 춘천까지 연결이 된다. 아님 막차를 타고는 기차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첫차로 춘천엘 가야하니 하루를 더 피곤해야 한다. 급한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여 내려서다 거의 다내려서서 헛다리를 짚고 주저앉았다. 내심 발목이 놀래거나 삐었으면 어쩌나 싶어 조심스레 운신을 해보니 뻐근하지만 다친 데는 없다. 바로 옆에서 아내가 쉬라고 한다. 한 십여분 남짓 휴식을 취하고는 발을 내 딛는다.


13:10 증심사- 산행끝

  증심사를 옆에 두고 지나쳐 삼거리에 내려오니 조카 사위가 일을 하고 있다.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는 보리밥 한상을 뚝딱 맛있게 해치운다. 5000원 짜리 보리밥 한상에 반찬이 스무 가지가 넘고 머리고기에 열무 쌈까지 이게 남는 장사가 될 것 같지 않아 물어보니 그래도 박리다매라나... 조카가 쉽지 않겠구나 싶다. 막상 조카하고는 전화로만 통하고 바빠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두시에 식당 문을 나선다.


산행 후기

두시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는 기사분에게 광주역을 가려는데 적당 처에 내려주면 택시를 타고 가겠노라고 했다. 생각에 증심사가 절이니 시내까지 무척이나 멀리라고 생각하였는데 몇 정거장 가지 않아서 도청을 지나 차가 정체되기에 금남로 4가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광주역에 도착하니 십오분 정도 여유가 있다. 표를 구입하고도 아직 개찰을 하지 않는다. 예약을 늦게 하느라 자리가 따로따로 이다. 일단은 따로 앉았다가 출발 후에 아내 옆에 앉았다. 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맥주 한 캔을 마시고는 중간에 천안까지 가는 젊은이하고 수원까지 가는 젊은이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용산까지 자다 깨다하면서 왔다. 청량리로 옮겨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보니 하필이면 이 열차는 판매원이 없는 열차란다. 이런 제길헐!!! 아내가 사온 햄버거를 그냥 조금 남은 규봉암 샘물을 마시면서 먹고는 남춘천에 도착, 택시를 잡으려 뛰는 사람들, 기다리는 사람들, 그게 싫어서 석사동 집까지 휘적휘적 걸어서 왔다.

3층 계단을 올라 집에 들어서는데 산에서 멀쩡하던 다리는 10미터도 못되는 계단 등산에 장딴지가 뻐근하다. 산은 산이고 집은 집인 모양이다. 우리 집 강아지 토토가 아들보다도 딸보다도 엄청 더 꼬리를 흔들며 반겨 준다.

  춘천에서 무등산 하나만 보고 등산여행을 떠나기는 좀 그렇고, 이번 지리산 산행길에 별렸던 무등산, 이름이 주는 느낌대로 1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언만 우뚝하니 점쟎은 모습으로 광주를 지켜 주는 든든한 좋은 산, 느낌 좋은 산행이었다.


  아내는 친구들과 가을에 한번 다니러 왔음 좋겠다고 한다.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산행에다 밤기차의 낭만과 꼬막재 너머와 장불재,  중머리재 근방의 휘날리는 억새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