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닌가벼어! 남도 가족들과 함께 한 정겨운 무등산 일주산행


 

산행일 : 2005. 6.25 (토) 흐림

같이 한 사람들 : 삼인산님 내외분, 김환기님, 박흥구님, 첨단산인님 내외분, MT사랑님 부자, 산수유님, 메주꽃님, 히어리 (11명)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무등산장 (09:29)

  ☞ 오성원(통나무의자가 있는 쉼터) (10:05~10:10)

  ☞ 꼬막재 약수 (10:17~10:20)

  ☞ 시무지기폭포 (11:47~12:05)

  ☞ 규봉암 입구 (13:01)

  ☞ 석불암 삼거리 (13:03)

  ☞ 석불암 (13:13~13:18)

  ☞ 삼거리 (13:24)

  ☞ 장불재 전 쉼터 (13:48~14:42. 점심식사)

  ☞ 장불재 (14:46~14:48)

  ☞ 장군봉 (15:23~15:35)

  ☞ 장불재 (16:00~16:15)

  ☞ 군부대앞 사거리 (16:31)

  ☞ 중봉 (16:41~16:44)

  ☞ 송신소 (16:51~16:52)

  ☞ 동화사터 (17:15~17:27)

  임도 (17:40)

  ☞ 늦재삼거리약수터 (18:00~18:03)

  ☞ 무등산 관리사무소 (18:16) 

산행시간 : 8 시간 47분 (사진 226장 촬영하느라 거북이 산행)

산행거리 : 약 13 km 내외

산행지도


 

  

산행기

 

  "여기가 아닌가벼" 

  여수에서 오시는 MT사랑님의 차를 타고 무등산장에 도착하니 이미 남도 산하 가족 모두들 우리만 기다리고 계신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먼저 호들갑을 떨며 반가움을 표한다.


 

  산장에서 꼬막재가는 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그늘 때문에 트래킹코스로는 그만이다.

오늘 산행이 거의 대부분 트래킹 수준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올걸 하는 후회도 든다.

얼음물처럼 시원한 꼬막재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 후 북산가는 삼거리 억새밭을 지나가던 모 산님이 하는 말

“시무지기 폭포 가는 길을 지나간 것 같네요.”

하며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후미조 여섯 명의 산님이 궁시렁거리면서 뒤따라간다.

계단을 내려가더니 얼마 안가서

“여긴가? 아니지, 저긴가?”

헤매는 모 산님.

“여기가  아니고 조금 더 가야 돼.”

김환기님이 일침을 놓는다.

모 산님 “여기가 아닌가벼어~.” 하며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산행들머리인 무등산장


 

꼬막재 약수터

 

가장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수국

 

북산가는 길 주변의 억새밭

 

  다시 뒤돌아서 앞으로 진행하다보니 앞서가던 일행과 만나고, 다시 여섯 명의 시무지기조는 폭포를 찾아 길도 없는 산길을 내려간다. 가도 가도 길이 나오질 않는다.

대략 2~300m는 내려간 것 같다.

“아직 멀었어?”

모 산님

“조금만 더 내려가 보고요.”

아무래도 모 산님이 정확히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왔다면서 기억을 못하다니…….

여기도 아닌가 벼~~. 죄송합니다. 다시 올라가시지요.”

헐~~~~!

여기가 아닌가 벼(최불암 시리즈)가 이번이 두 번째다.


 

  다시 주 등산로로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참외로 갈증을 푼 후 조금 더 나아가니 뚜렷한 길이 아래로 보인다. 이 길이라고 확신하는 모 산님.

따라 오던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며 앞서 내려간다.

“이번에는 ‘여기가 아닌가 벼’ 아니지?”

“믿어 주세요. 이번엔 확실합니다.”

길이 뚜렷한 것을 보니 맞긴 맞는 모양이다.

“얼마나 가야 돼?”

“조금만 가면 됩니다. 바로 저 아래에요.”

한참을 내려가다가 어차피 다시 올라올 길, 배낭을 길옆에 벗어놓고 내려간다.

그 조금이 500m는 내려간 것 같다.

물소리가 들리면서 숨겨진 무등의 비경 시무지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시무지기폭포


시무지기폭포”

  높이가 어림잡아도 20m는 족히 넘을듯하다. 가뭄 탓에 이끼폭포나 다름없지만, 비온 뒤에는 물줄기가 엄청나서 근처에 접근도 못한단다. 비온 뒤에 다시 한 번 와봐야겠다.

계곡탐험을 좋아하는 MT님이 폭포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온 뒤 폭포위쪽으로 길이 있을 것 같으니 그리로 올라가자고한다.

MT님의 뒤를 따라 김환기님과 첨단님이 뒤따라 올라간다.

난 배낭 때문에 할 수 없이 왔던 길로 되돌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삼인산님과 함께 졸지에 우준이의 보호자가 되어 주등산로로 다시 올라간다.

  

멋진 시무지기폭포

  

시무지기폭포 하단부

 

노루발풀
 

  주등산로에 올라 조금 가다보니 너덜길이다. 한참을 가니 규봉암 입구가 나오고, 규봉암을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석불암 오르는 삼거리에서 우준이가 석불암에 가보고 싶다하여 삼인산님은 아랫길로, 우준이와 난 석불암으로 향한다.

다시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다. 졸지에 4개조로 갈라져서 산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보조석굴과 그 유명한 지공너덜을 지나 석불암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버찌를 따서 우준이에게 건네준다. 버찌를 먹던 우준이가 ‘퇴’ 하면서 뱉어낸다.

“히어리 아저씨, 써서 못 먹겠어요.”

다른 버찌에 비해 이것은 정말 쓰다.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니 슬금슬금 숲 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지난겨울에는 네 마리나 보이던데…….

 

보조국사가 도를 닦았다는 보조석굴

 

지공너덜. 왼쪽 철탑있는곳이 장불재.

  

석불암


 

석불암 입구의 샘

 

석불암의 고양이

 

 

  너덜지대를 지나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던 삼인산님이 보이질 않아 그냥 앞으로 나아간다.

아까부터 우준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쉬었다갈까?”

“네. 히어리 아저씨.”

꼬박꼬박 말끝마다 ‘히어리 아저씨’를 붙이는 똑똑한 녀석이다. ^*^

평평한 바위에 앉아 락앤락용기에 넣어 가지고 온 복숭아와 파인애플 통조림을 꺼내 젓가락으로 먹을 만하게 잘라서 입에 넣어주니 잘 먹는다. 남들이 보면 다정한 부자지간으로 착각할 것이다. 실제로 우준이가 우리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은 할 때도 있다.

  장불재를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시무지기폭에서 헤어졌던 김환기님 일행이 따라 붙는다.

“어째 길 좋던가요?”

“길이 어디 있어. 치고 올라오느라 죽을 뻔 했구먼.”

“내 그럴 줄 알았지. 이번에도 ‘여기가 아닌가 벼’였구만.”

 

장불재 바로 전 쉼터엔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계시던 여자분들이 점심상을 펼쳐놓고  있었다. 진수성찬이다. 산에서 이렇게 걸게 먹어보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소주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그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질 않는다. 여기서부터 입석대가 시원스레 보이기 시작한다.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던 일행은 장불재를 지나 장군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장불재 바로 전의 쉼터


 

산상뷔페

 

쉼터에서 바라본 입석대 (줌 촬영)

 

쉼터 옆의 산꿩의 다리

 

장불재 올라가다가 보이는 입석대

 

장불재에서 바라본 서석대(왼쪽)와 입석대(오른쪽)

 

 

“아! 백마능선”

  그저 바라만 보았던 백마능선을 걸어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바로 이런 길이다. 무등산을 지금까지 숱하게 와보았지만, 이제야 이 길을 걷다니, 백마능선은 무등산 최고의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날씨만 좋다면 수만리의 염소 목장도 보일 것이고, 무등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무등산 최고의 조망지인데, 흐린날씨 때문에 무등이 뿌옇게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첨단산인님이 옆에서 한 술 더 떠 자랑을 하니 그 소리가 아름다운 시가 되어 허공에 흩날린다.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아니 백마능선″  -히어리 즉흥시-

 

털중나리 (백마능선에서)
 

백마능선. 왼쪽이 장군봉, 오른쪽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둥그런 봉이 안양산.


 

백마능선의 작은 공룡

 

장군봉과 털중나리

 

장군봉에서 바라본 무등산 전경. 왼쪽이 서석대, 그 아래가 입석대, 한 가운데가 천,지,인왕봉, 오른쪽 능선 끝이 규봉암

 

  장군봉까지 가는 능선길은  나무가 없어서 한여름에는 무척 더울 것 같지만, 낮은 풀들이 종아리를 간지럽혀 그 감촉이 무척이나 좋다. 장군봉에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다시 장불재로 되돌아간다.

장불재 거의 다 와서 아까 ‘여기가 아닌가 벼’의 장본인이 “악!”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주저앉는다. 양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시무지기폭포를 치고 올라오면서 무리를 한 모양이다.

일행들이 달려들어 발바닥을 밀어주니 조금 나아지는가보다. 장불재에서 한참을 쉰 후 중봉을 향하여 일어선다.

  쥐가 난 모 산님의 배낭을 빼앗아 앞에 차고 걸어가니 사람들이 다 웃는다. 내 모습이 그렇게 우습나?

“웬 낙하산 부대?”

 

 

돌아온 장불재. 뒤로 장군봉이 보인다.

 

장불재에서 바라본 입석대. (줌 촬영)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 히어리. 삼인산님이 촬영한 사진

 

 

중봉가다가 올려다본 서석대

 

함박꽃. 중봉가다가

 

  옛 군부대터 한 가운데를 지나 중봉으로 가는 길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길이다. 가을에 억새가 필 때 이 길을 걷노라면 모든 이가 사랑할 수밖에 없다하여 “사랑로”라 불린단다. 뒤를 돌아보면 무등의 위용과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온다.

중봉에 올라 무등을 돌아보고 송신소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중봉가는 길. 일명 사랑로.


 

사랑로에서 뒤돌아보면 무등산의 멋진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하얀 억새가 물결을 이룰때 한 번 와보시는게 어떠실지...

 

중봉에서 바라본 방송국 송신탑

 

중봉에서 내려다본 사랑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 길이 시멘트길이라는 것이다. 시멘트를 모두 걷어내고 요즘 국립공원에 많이 설치하는 통나무를 깔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작은 바램이다.

 

한 번 해보겠다는거야? 모 방송국 송신소의 견공. 사납게 달려들더니 내가 이노옴하고 다가서니 멈칫거리고 있다. 철조망안에 있어서 전혀 위험하지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볼때마다 그 신비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민들레 씨앗

 

  송신소를 지나니 사양능선이다. 저 만치 아래에 동화사터가 있고, 그 아래에 샘터가 있어서 목마른 자들을 쉬어가게 하는 곳이다.

동화사터로 바닥난 물통을 채우려 내려가다가 계단에서 약간 발을 잘못 디딘 덕분에 오른쪽 발을 헛디뎌 푹 빠지며 중심을 잃고 뒤로 발라당하고 넘어간다.

몸뚱이는 수풀 속에 있고 발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창피해서 얼른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힘을 써서 그런지 오른쪽 종아리 한 가운데가 쥐가 나면서 근육이 딱딱하게 굳으며 부풀어 오른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몰려온다.

나도 모르게 “악!”하고 소리를 지르니 앞서가던 일행 중 한 분이 달려든다.

“발바닥을 내 쪽으로 힘껏 미세요.” 그렇게 해서 고통에서 빠져나온다. 감사, 감사.

손까지 내밀어 일으켜주는 그 분 덕분에 벌떡 일어나 병아리 눈물만큼 나오는 약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올라간다.

역시 산에서는 물이 제일 맛있다. 아니 이 세상에서 물이 제일 맛있는 음식이다.

 

사양능선


 

산딸나무. 사양능선에서

 

동화서터의 약수

 

숲속에 파묻혀 있는 동화사터

 

  얼마인가 내려가다 보니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고, 늦재 삼거리 약수터에서 마지막으로 목을 축이고, 우준이의 손을 꼬옥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내려가니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공원 관리사무소와 상가가 나오면서 산행은 끝을 맺게 된다.

모두들 무탈하여 아름답고 정겨운 산행을 하게 되어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임도


 

늦재 삼거리의 약수터
 

산행날머리. 우준이가 좋아서 테크노댄스로 산행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