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산~무등산~안양산(호남18)

1:25,000지형도=창평. 장동

2005년 6월 12일 일요일 맑음(17.6도~30.2도)   일출몰05:17~19:46

코스: 무동촌 897지방도11:30<0.6km>백남정재12:00<1.6km>▲북산777.9m12:30<2.5km>▲무등산1178.3m14:00<1.5km>장불재15:00<1.3km>936m암봉15:30<1.5km>▲안양산8531m16:00<1.2km>둔병치~ 안양산휴양림16:30

[도상13.4km/ 5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전라남도 담양군 남면에 있는 무동마을에서 백남정재로 올라 북산~신선대를 거쳐광활한 초원지대로 내려서면 정맥길 날등은 무등산 정상을 향하지만, 미사일부대를 들어갈 순 없는 노릇이어서 별 수 없이 꼬막재에서 장불재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따라야 한다.

장불재에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왕봉 입구의 군부대 철책앞까지 올라가서 무등산의 웅자를 감상하고 내림길 입석대 석간수로 식수 보충을 한 다음 안양산을 향하는 게 여러모로 산행의 묘미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신선대와 무등산   신선대와 무등산
 

이번 코스의 압권으론 단연 무등산을 꼽을 수 있는데 해발1,187m의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일대는 서석대·입석대·규봉 등 수직 절리상의 암석이 석책을 두른 듯 치솟아 장관을 이룬다.

광주 광역시에 있으면서도 1972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산의 이름을 있게한 무등산유래는 광주의 역사만큼이나 다난한데, 광주의 옛 이름은 무진주(武珍州) 라고 해서 처음엔 무등산도 무진악(武珍岳)으로 부른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서석산이라 하기도 했는데 정상을 중심으로 서쪽에 서석대가, 남쪽에는 입석대가 위치하고 있어 암석미를 뽐낸다. 특히 서석대는 마치 수정 병풍을 둘러친 것처럼 아름다워서 ‘서석의 수정병풍’ 이라고도 한다.

  옆에서 본 입석대
 

무등산이란 명칭은 고려 때 ‘무돌산’이 바뀐 것으로 ‘무돌’은 ‘무지개를 뿜는 돌’이라는 뜻에서 연유했다는 설과, 불교용어인 ‘無有等等’에서 비롯됐다고 하는 설이 있다.

부처님은 모든 중생과 같지 않아서 무등(無等)한 것이고, 가장 높은 자리여서 무등해서, 결국 무등산은 불교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명으로 보이며 실제로 무등산 자락에는 수많은 사찰과 고승들의 전설이 서려 있다.

지명 또한 지왕봉. 천왕봉. 인왕봉. 중머리재. 장불재. 서석대. 입석대..등등, 불교와 연관된 것들이 많다.

옆에서 본 입석대  옆에서 본 입석대 
 

후반부의 936m암봉에서 안양산까지의 능선이 백마능선으로 불리게 된데는 유선형의 완만한 능선자락에 흰색의 억새초원지대가 형성되서 흡사 백마가 말갈퀴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코스 가는길의 날등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남천, 장복천, 안심천은 모두 화순군의 동복땜을 거쳐서 주암호~보성강~섬진강으로 돌고돌아 광양만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서쪽의 광주땜으로 고여든 물들과 무등산 이후의 골짝물들은 영산강 물길따라 곧장 목포앞바다로 흘러간다.

입석대 석간수   입석대 석간수
 

가는길: 무동마을에서 백남정재까진 그냥 마을길 따라가면 되고, 백남정재 이후로도 산길은 유순해서 수월하게 650m봉으로 올라설 수 있다. 여기선 서북쪽의 북산과 서쪽의 무등산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초원지대 안부를 지나서 [독산451]삼각점과 이동통신탑이 있는 북산에 오르면 돌탑 서너기 쓰러져가고 있고, 그 아래 목장지대는 소똥이 굴러도 그늘에 쉬어가기 좋다.

안부 내려서기 전의 신선대는 이번 코스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직 절리상의 암석이다. 독립된 바위 7~8개가 직립해서 몰려있는 광경은 이번 코스 무등산의 예고편이기도 하지만 정상부는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안부 이후 오름길에서 남쪽으로 끝도없이 우회를 해야만 한다.

무동마을에서 백남정재로..   무동마을에서 백남정재로..
 

북산을 향하여   북산을 향하여
 

신선대   신선대
 

장불재에 도착하면 아무리 바빠도 정상 가까인 다가가야 정맥길 흐름을 읽어낼 수가 있다. 서석대와의 지능선 갈림길에 있는 군사시설물엔 초병이 거총자세로 지키고 있어 범접을 용인치 않는다.

삼각점[독산11]이 있는 천왕봉 정상(1186.8m)은 조국분단의 비극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야한다.

대충 눈요기만으로 끝내고 해발1017m의 입석대로 되짚으면 무등산의 진면목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바위가 곧추섰대서 붙여진 이름의 이곳은 높이 10~15m에 5~8면체 돌기둥들이  30여개나 통바위 혹은 삼사단으로 우뚝섰다.

이러한 현상은 원시상태의 용암이 지표상에서 식을 때 냉각면이 수직방향으로 갈라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서귀포 해안이나 한탄강 일대의 현무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둥모양의 절리, 즉 주상절리라고 한다.

입석대 오른편에 있는 돌밭은 입석대에 이어져 있던 돌기둥들이 쓰러져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입석대 돌틈새의 석간수는 꼭 한번 맛보고 가야할 중요 포인트다.

장불재   장불재
 

더 이상 갈 수 없는 무등산   더 이상 갈 수 없는 무등산
 

입석대 웅자  입석대 웅자 
 

통신시설이 있는 장불재를 지나서 936m봉 가는 암릉과 억새밭이 적절히 조화된 날등을 오르면 936m봉은 또 다른 장관으로 와 닿는다.

바로 아래 동서쪽 5km지점 화순읍에 수래바위산(363.4m)이라고 있지만 이름없는 여기야말로 수레바위산으로 지칭해야 옳을 듯 싶다.

수직절리현상의 바위들이 총석을 해서 마치 커다란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면서 본 936m암봉   가면서 본 936m암봉
 

고스락의 수레바퀴?   고스락의 수레바퀴?
 

돌아본 암봉   돌아본 암봉
 

백마능선 안부엔 이정표[장불재2.3km/수만리2구1.2km/정상1.3km]가 있고 화순 수만리 휴양림가는길은 제법 빤질빤질하다

도중에 널따란 헬기장 지나서 아주 넓은공간을 헬기장으로 조성한 안양산 정상에 오르면, [안양산휴양림1.2km]이정표가 장승처럼 버티고 섰고 화순군에서 제설한 오석 정상석이 있다.

삼각점은 동북쪽 끄트머리에 있는데 다들 그냥 지나쳐서인지 화강암 돌출부분만이 수풀위로 드러나 있다.

둔병재 하산길은 풀한포기 없는 육산으로, 높은 경사도만큼이나 미끄럽다. 안양산 휴양림에서 만들어 놓은 출렁다릴 건너서 휴양림 매표소앞에 당도하면 음료수를 제공하지만 돈은 내야한다.

백마능선에서 본 안양산   백마능선에서 본 안양산
 

산행후기: 무동마을 밀밭을 지나면서 저게 보린지 밀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어린시절을 시골서 보냈다는 한 분은 밀이 틀림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고개 갸웃뚱거려지는 것은 요즘 밀을 보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지나온 세월을 쉬 잊고 살아건만 산천은 의구해서 산 속엔 취나물이 지천이고, 검은등뻐꾸기는 오늘도 우릴 따라다니며 '홀딱벗고'를 외쳐대고 있다.

북산 아래 초원지대 그늘지고 바람 쉬원한 곳에 다들 퍼질러 앉아 중식들을 들지만 여기 저기 소똥이 자주 눈에 띈다. 한 분이 그 위에 퍼질러 앉았어도 밥맛 떨어질까 차마 말도 못꺼내겠다.^*^

요즘은 보기힘든 밀밭   요즘은 보기힘든 밀밭
 

돌나물   돌나물
 

찔레꽃   찔레꽃
 

신선대엔 몇 분이 올라가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고 우린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를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어댄다. 아. 그나저나 마주보이는 저 산을 오를 수가 없다니...! 절로 장탄식이 나온다.

한참을 우회를 하는 그 길에서 앞선이들이 곰취나물을 밟고 지나갔다. 저걸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리면 동의나물과 곰취나물이 어떻게 다른지 서로 비교가 될텐데, 곰취나물을 더는 볼 수가 없었다.

무등산에서 만난 광주의 한 시민은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을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다는데 대해서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 서울과 부산에 있던 미군부대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간다는데, 광주는 무등산을 왜 시민들에게 돌려주지 않느냐면서...

확인할 순 없지만 영내의 미사일은 광주권역도 벗어나기 힘든 구시대의 유물로, 그 것 몇 대 때문에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자연이 손괴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그는 강변했다.

그래서일까? 전에는 예사로 보아넘겼던 쇠그물망 너머의  천왕봉 주변 절승은 먼데서 바라보기엔 안타까움이 컸었다. 마치 휴전선에서 북녘의 금강산 구경이라도 하듯이...

붉은 토끼풀   붉은 토끼풀
 

민들레  민들레 
 

구슬봉이   구슬봉이
 

입석대 옆에선 미나리아제비가 한낮의 태양아래서 황금 빛을 발하지만 저놈만큼 촬영이 힘든 것도 드물다. 오늘도 한 컷 해 보지만 결과는 별로다. 그 옆의 야광나무라든가 백마능선의 산딸나무는 얼마나 사진찍기 좋게 생겼는가!

입석대의 전경을 잡아 내느라 앵글 이리저리 돌려대지만 지난하다. 그러던 차에 한 곳 발견한 장소는 일부러 촬영용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물처럼 보여서 반갑고, 거기선 입석대의 전모가 다 들어온다.

936m암봉 오름길에서 일행의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지금껏 뿌옇기만 하던 하늘이 갑자기 개여서 촬영조건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도 잠시, 광주시내 풍경이라든가 화순군쪽 산하를 도저히 잡아낼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미나리아제비   미나리아제비
 

야광나무   야광나무
 

산딸나무   산딸나무
 

안양산에 도착하자 선두 대장을 비롯한 일행 모두가 기다렸다가 함께 하산하기 시작한다.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진행을 해 왔고 무등산 자락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뺐겼으므로, 어림마을까지 진행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변경해서 안양 휴양림에서 끝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삼각점은 누가 캐 갔냐고 따지자, 우리는 모두 흩어져서 찾아보기 시작한다. 삼각점은 저 끝에 풀속깊이 감춰져서 겨우 찾아냈는데, 기저부분은 땅 속으로 파 묻혔다.

안양 휴양림 매표소 앞에서 버스가 올 동안 수돗물에 머리 감고, 바로 곁 편의점 비치파라솔 밑에서 시원한 병맥주로 피로를 푼다.

노루발  노루발 
 

위로   다른사진.산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