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산 ***

 

산행일시: 2006. 3. 1(09:25~14:55  5시간30분)

동행: 오래 묵은 놈들과 함께 (3명)

산행코스: 증심사-새인봉삼거리-중머리재-장불제-입석대-서석대-한풀이재-중봉-동화서터-토끼봉-증심교

산행거리: 10.2Km

 

산행의 동기

2월 마지막날,졸라맨에게서 전화가 온다.

갑자기 오늘저녁 무등산으로 가잔다.

매달 월말이면 사업차 광주에 내려가는 터라 자기차를 타고 가자는 반강제적인 제의다.

1일날 북한산 숨은벽과 백운봉 그리고 영봉으로의 산행계획을 취소하고

거브기도 할 수 없이 3월1일의 선약을 뒤로하고 인덕원에서 만나 광주로 향했다.

뉴스에서는 밤에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한다.

어차피 늦게 출발한 터라 광주에서 잠을 자기는 좀 무리인 것 같고

서논산IC를 빠져나와 1박을 하고

다시 아침일찍 출발해 9시20분 정도가 되어 무등산입구에 도착했다.

 

산행의 시작

주차장에서 보는 무등산의 5부능선 이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장불재나 중머리재 정도의 능선은 짙은 구름에 휩싸여 산의 윤곽도 보이질 않는다.

저 정상부 틍선의 기상이 어떨지? 왠지 설레이는 산행이다

지난 저녁에 퇴근후 부랴부랴 배낭을 꾸린 탓에 빼놓고 온 것도 많다.

고도계,아이젠,가스,바라클라바 등등 산행을 시작하니 하나둘씩 잊은 물건이 생각난다

배낭속에는 여벌의 쪼끼와 고어자켓 뿐, 먹을 것도 없다.

다행히 두녀석들의 배낭에는 먹을 것이 있었다.

입구에서 간단히 물과 귤을 사서 챙겨 넣고

아이젠? 사기가 아깝다. 집에 두개나 있는데.... 그냥~

 

휴일이라 광주 근교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많이들 올라온다.

우리는 혼잡을 피해 증심사 입구에서 약수암쪽으로 올랐다.

오르다 보니 마을 주민 집 앞에 오래 묵은 우리들의 우정처럼

소담스런 자태의 항아리 두개가 보인다.

왠지 반가운 느낌은 정말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랄까!

  

(항아리 - 오래 묵은 장이 익어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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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맨의 무등산 등산기념 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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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약수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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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심교에서 부터 증심사로 오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약수암 방면인데 그래도 사람이 많다.

그들 대부분이 새인봉까지만 오르는 단순 산행자들 이었다.

새인봉 삼거리를 지나면서 인적은 뜸해진다.

 

(10:05 새인봉 삼거리로 오르는 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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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얼마나 눈보라가 쳤는지 이정표를 보니 알만하다.

 

(10:12 새인봉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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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졸라맨의 과속은 시작되고 내 앞에 보이는 것은 거브기만이 보일 뿐

한동안 졸라맨은 보이질 않는다.

 

(10:22 중머리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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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머리재를 못 미쳐 6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시산제 비슷한 행사를 하고 있다.

옷차림새를 봐선 산을 즐겨 찾는 사람들 같진 않았다.

좀 염려스럽게 보였던 것은 한 20대 중반의 여자가 청바지와 스웨터를 걸친 일상의 차림으로 올라와

행사를 하고 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여자의 몸새가 매우 움추린 상태로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다.

3월이라는 따스한 느낌이 만들어낸 나태함 이랄까

약수암을 지나면서도 운무가 깔린 중불재 방면에서 헬기가 계속 선회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떨어질 곳은 없는데... 저체온증으로 그쪽에서 긴급한 구조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아가씨도 빨리 하산하지 않으면 계속된 움추림으로 체온이 떨어질 것 같았다.

동행중에 여벌의 옷을 가져온 사람이 있으면 모르겠느데....

그냥 지나치면서 괜시리 염려스런 느낌이 자꾸 든다

 

(10:40 중머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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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머리재를 바라보니 바람이 꽤나 불고 있다.

쌓였던 눈들이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우리들의 복장으로는

저런 눈보라에 30분이상 노출되면 자칫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동쪽사면으로 돌아서니 바람이 잔잔해 진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 가는 길목에 샘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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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너덜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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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불재에 도착하니 바람이 무척 분다.

그냥 일반적인 바람이 아닌 눈보라이다.

입석대와 서석재를 거쳐 중봉에 이르는 구간까지 그 바람은 한시간 가량 지속되었다

 

(11:33 눈보라 속에 짙은 구름에 휩싸인 장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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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덮은 풀은 옆으로 스러져 겨울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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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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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대에 도착하니 잠시 바람이 잔잔해 진다.

그틈을 이용해 김밥 한줄은 나눠 먹고 풍광을 음미한 뒤다시 서석재로 향했다.

난 계속 불어대는 바람이 즐거웠다. 중머리재까지는 윈드스토퍼의 자크를 내렸지만

지금은 바람 때문에 다 올려 채우고 코드락까지 조인 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살을 에이듯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왠지 싱그럽게 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거브기가 문제가 생긴 듯하다.

사진을 찍어줘도 여느때와 달리 말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듯하다.

그져 인상만 찌푸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말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중봉까지 갔다.

녀석 나한테 춥다고 미리 얘길 했으면 그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11:52 입석대의 여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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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를 향해 북쪽 사면으로 돌아서니 여기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대고 그 와중에 피어난 상고대들이 천상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장관들이 펼쳐져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독사진도 찍고 상고대 사진도 십여장을 찍었다.

역시 거브기는 추위를 참기 위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사진을 찍어 줘도 별 반응이 없다.

그후로 난 계속 거브기의 안색을 살피면서 왔다. 무척 고통스런 느낌인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이 불기 때문에 멈춰설 수 없었다.

혼자만의 고통을 간직한채 다시 중봉으로...

 

(12:05 서석대로 가는 능선에 만발한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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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올 겨울 가장 아름다운 산행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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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의 모습이 보인다. 단순하게 눈이 내린 서석대가 아니라

눈보라가 만들어낸 서석대의 화장한 모습을 보니 더 멋있었다.

 

(12:33 서석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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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9 중봉가는 길에서 본 한풀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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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을 올랐다. 바람피할 곳을 찾아 밥을 먹기로 했다.

이제껏 오는 동안 점심을 미룬 것은 바람 때문이었다.

아래로 조금 내려가니 다른 팀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조금 더 내려가서 바위틈을 비집고 바람을 피해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거브기가 이상한 증상을 일으킨다.

턱이 굳어져 가는 것이었다.

녀석이 자꾸 입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계속 이상증세를 보인다.

아뿔사! 혹시 저체온증?

"야! 춥냐?" 고개를 끄덕인다. 밥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추운 것 같다.

일단 배낭에서 내가 가져온 여벌의 윈드스토퍼를 꺼내 입혔다.

점심을 먹는데도 잘 먹질 못하는 것 같다.

3월의 산행이라 도심의 따스함이 산행준비에 나태함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옷을 부실하게 입고 온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하기사 바람과 눈보라만 치치 않았더라도 괜찮았겠지만....

 

(13:22 하산길에서 본 중봉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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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서도 난 녀석의 안색을 계속 살피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체온을 올리기 위해 고어택을 입히고

비상용으로 가져온 온열 캡슐 2개를 터뜨려 몸안에 넣어 주려고 했다.

다행히 여벌의 옷을 입고 난 후 20여분이 지나니 안색이 좋아졌다.

해발 700미터 정도 아래로는 눈이 녹아서 가파른 등로가 질퍽거렸다.

신발과 바지는 흑탕이 되어 몰골은 말이 아니다.

 

(14:00 하산길 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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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등에 도착하니 주변 절에서 올라온 불자들 부터 학생들에 이르기 까지 사람들이 많다.

토끼등에서 증심교까지는 1.4Km로 약 25분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다.

짧은 하산길임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등로중 상당수가 질퍽대는 턱에 빨리 걸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증심교를 들머리로 5시간여만에 원점회귀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하산후 바라본 무등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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