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털을 깔아놓은 듯한 무등산 지왕봉에 올라서서(토끼등~사양능선~지왕봉~장불재~중머리재 코스)

 

산행일 : 2005. 12. 24(토). 맑음

같이 간 사람들 : 무등산닷컴(舊삼인산사랑카페)가족(8명)과 광주 00산악회원(70여명)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증심사지구 주차장 (09:58)

 ☞ 삼거리 (10:07)

 ☞ 녹차밭 쉼터 (10:24~10:26)

 ☞ 토끼등 (10:44~10:51)

 ☞ 동화사터 약수터 (11:32)

 ☞ KBC(SBS지방네트워크)중계탑 (12:08~12:12)

 ☞ 구 군부대 삼거리 (12:28~12:31)

 ☞ 서석대 오르는 삼거리 (12:38~13:15)

 ☞ 지왕봉 (14:27~14:42)

 ☞ 장불재 (15:36~15:37)

 ☞ 중머리재 (15:58~16:00)

 ☞ 증심사 (16:24)

 ☞ 증심사지구 주차장 (16:40)

총 산행시간 : 6시간 42분 (5시간 30분이면 충분한 코스. 사진 390여장 촬영하느라 거북이 산행)

산행지도

 

산행기

  미남 공명 아우님 덕으로 00산악회산행의 군부대 위문 산행을 따라가게 되었다. 이번 산행의 가장 큰 목적은 평생 한 번 오를까 말까한 무등산 지왕봉에 오를 수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무작정 가게 된 것이다.

 

  증심사지구 주차장앞 쉼터에서 무등산닷컴 가족들과 공명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00산악회님들도 그들의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그 중의 한 여자 분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혹시 히어리님 아니세요?”

“누구시더라? 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내가 아는 분하고 너무나 닮아서 잠시 착각을 했었다.)

“제가 하루에요.”

“네? 진짜 하루님이세요?”

세상에나, 한 때 내 산행기에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던 고마우신 분이셨는데, 언제부터인지 댓글을 안달아 주셔서 몹시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오프라인 상에서 (물론 산에서) 처음으로 만난 “한국의 산하” 가족이다.

 

  한국의 산하 패찰(코팅해서 손수 만든 것과 올봄 아산 이상일님이 제작해 보내주신 패찰)을 2년인가 3년인가를 배낭에 매달고 다녔어도 그 많은 산님들 중 산하 가족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 많은 산님들이 한국의 산하라는 사이트도 안 본단 말인가?’ 라는 궁금증도 들고…….

언제부터인가 그 패찰에 자랑스럽게 써넣고 다니던 “히어리”라는 닉도 지우고 다닌다. 왜냐하면 쑥스럽기도 하고 알아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주차장에서부터 스패츠와 아이젠을 차고 오르는 덕에 차가 다니는 오름길이나 순수 산행로에서도 미끄러짐이 없어서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올라간다.

녹차밭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조금 뒤이어 올라오는 일행들(무등산닷컴 가족)이 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린다. 기껏 기다려줬더니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냥 지나가다니…….

  등로 주변에 예쁜 산새들이 많이 노닌다. 녀석들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추어 놓으면 날아가 버려 산새사진은 한 장도 찍지를 못 하게 된다.

 

 토끼등에서부터 엄청난 눈과 부닥친다. 오름길이 급경사인데 눈까지 쌓여있으니 평소보다 힘이 배는 드는 것 같다. 소나무 위에 쌓인 엄청난 눈 때문에 소나무 가지들이 축 늘어져서 언제 부러질지 모를 상황이다. 중간에 덕산너덜로 들어가 잠시 조망을 즐기려고 길을 벗어나 왼쪽으로 치고 나가니 눈이 허리까지 빠져든다.

덕산너덜에서 바라본 불태산(왼쪽)과 병풍산(오른쪽)

병풍산 정상 (줌 촬영) 
 

  동화사 약수를 그냥 지나쳐 사양능선에 올라선다. 눈길이 한 사람 정도만 다닐 정도로 좁게 나있어서 교행 시에는 둘 중 한 사람이 한쪽 발을 눈 속에 집어넣어야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 없다.

 무등산의 지붕 천,지,인왕봉이 하얀 양털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너무나 아름다운 설경에 취해 모두들 발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런 큰 선물을 받다니 대자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동화사터를 지나면서

사양능선에서 바라본 천,지,인왕봉
 

 

사양능선

 

  방송국 중계탑에서 일행들과 간식거리를 먹고 중봉으로 오르지를 않고 임도(작전도로)로 내려선다.

중봉에서 서석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결국 하산 길에 중봉에 들리기로한 계획은 시간관계상 장불재로 하산하는 바람에 멋진 서석대 사진을 찍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작전도로를 따라 군부대 삼거리, 아니 사거리에서 왼쪽 산으로 바로 치고 올라간다. 이 구간이 약간 힘이 들뿐 나머지 구간에서는 별로 힘이 들지 않는 그런 산행을 하게 된다.

작전도로로 내려가면서

특공대원들?
 

  서석대 오르는 입구에서 인자하게 생기신 00산악회 회장님이 회원들에게 점심을 먹고 오르도록 권한다.

우리 일행도 눈 쌓인 작전도로 한 가운데에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날이 봄날같이 포근해서 모두들 따뜻한 점심을 먹고 일어선다. 서석대에서 지왕봉오르는 길은 눈 때문에 통제되어 계속 임도를 따라 지왕봉으로 오르게 된다.

커브길 풍경

                                                      파란 하늘과 서리꽃(상고대)

빙화나 설화같은 한자어를 써야만 자신이 유식하게 보이고, 멋있다고 착각하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기나라 말과 문자를 갖고 있는 민족이면서,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동안 써오던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먹지는 못할망정 앞장서서 한자어를 사용하는 지식인들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빙화는 어름꽃, 설화는 눈꽃으로 불러야하는것도 우리산님들이 앞장서서 해야할 일이다. 의외로 상고대는 한자어인줄 알았는데 순수 우리말로 사전에 기록되어 있었음.


 

서리꽃(상고대)

 

  급커브길 모퉁이 개활지에서 멀리 지리산을 바라본다. 담양 병풍산, 불태산, 화순 옹성산, 모후산, 백아산, 순천 조계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솟아있다.

바람이 거세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천,지,인을 만나러 오른다.

군부대 철문을 통과하여 인원점검을 마치고 군부대내로 들어선다. 아들 같은 젊은 군인들이 군데군데 서서 우리를 바라본다. 지왕봉아래에서 군관계자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지왕봉에 올라간다.

멀리 지리 주능선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 (줌 촬영)
 

멀리 조계산(왼쪽)과 모후산(중앙 뾰족봉)도 보이고...

 

천,지,인을 오르다가

 

천왕봉(왼쪽 맨 뒤)과 지왕봉(오른쪽 봉우리)

 

서리꽃이 하얗게 핀 입석

 

  지왕봉 정상은 꽤 넓고 평평하다. 동쪽에 있는 천왕봉이 정상이지만 그곳에는 군 시설물이 있어서 오를 수가 없다.

천왕봉보다 불과 몇 미터 낮은 지왕봉에 올랐으니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광주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이렇게 조망 좋은 산도 드물 것이다. 멀리 월출산도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모두들 증명사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고, 사방을 둘러보며 조망을 즐기는 이는 많지 않다. 군 시설만 아니면 이곳을 개방하여 시민들이 마음껏 오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마 통일 후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일이 되면 군사대국이 되어버린 우리를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견제할 것이 뻔한데…….

  오늘 이곳에 올라온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끼이게 된 것은 너무나도 운이 좋은 것이다. 

지왕봉에서 내려다본 사양능선과 광주시가지

 

지왕봉 전경

 


 서리꽃 (상고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왕봉을 내려간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를 수 있으려나....

이곳에서 수고하는 군인아저씨들이 장하다는 생각도 들고, 측은하게 보이기도 하고, 내 군대생활도 떠오르고……. 만감이 교차한다. 군인들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뒤로하고 군부대 정문을 나선다.

눈이 없었으면 지루했을 임도를 따라 구군부대삼거리로 내려서서 장불재로 향한다. 그 사이 앞서 내려간 엠티사랑님은 올라왔던 사양능선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엠티사랑님이 6시까지 여수에 가야하기에 중머리재 부터는 일행들과 헤어져 속보 아니면 뛰어서 증심사까지 내려간다. 상가지역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엠티아우님을 만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천왕봉의 입석들

  

장불재

 

장불재에서 바라본 서석대(왼쪽)와 입석대(오른쪽)

 

장불재에서 바라본 서석대 (지난 14일 입석대와 더불어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됨. 줌 촬영)

 

장불재에서 바라본 입석대 ( 천연기념물 465호. 줌 촬영)

 


 중머리재

 

  영원히 기억에 남게 될 멋진 산행이다.

이런 아름다운 산행을 하게해준 00산악회 회장님과 산행대장님, 그리고 공명아우님께 뜨거운 마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