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에 덮힌 무등산을 담아왔습니다>

 

  

 

일시 : 2005년 12월 17일 토요일 (날씨 : 맑은 뒤 눈)  나홀로산행

산행코스 : 주차장 - 토끼봉 - 동화사터 - 중봉 - 서석대 -인왕봉(정상)

     - 입석대 - 장불재 - 중머리재 - 증심사 (약 5시간 소요)

  

  

  

연일 계속되는 눈이 내리고 쌓여 온 도시가 며칠째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움을 뒤로하고 눈을 돌려 쳐다보면 언제 어디서나 보이는

우뚝 서있는 하얀 눈 덮힌 어머님 품처럼 포근한 산 무등산이 있다.

오늘은 며칠째 백설로 옷을 갈아입은 산, 무등산의 서석대의 눈꽃과

 입석대의 웅장함을 사진으로 담기로 하고 토끼봉을 향해 걸음을 옮겨본다. (10:15)

계곡 위 철다리를 지나자 마자 시작되는 계단과 가파른 길이

미끄러움과 함께 더욱 힘들게하며 숨이 한번 턱 막힌다.

크게 한숨쉬고 오르기를 시작한 뒤 얼마후 토끼봉에 도착한다. (10:55)

오르는 길이 꼭 토끼등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다시 산장길과 중머리재길을 좌우로 하고

가운데 직선길로 옛 동화사터를 향해 발목까지빠지는 급경사길을 나무를 잡으며 한 발씩 옮겨본다.

날씨가 좋아 나무에 핀 설화가 햇살에 반짝이는 것이 보석을 매 달아 놓은 것 같다.

 

 

(동화사터 중간에서 바라본 담양의 불태산(왼쪽)과 병풍산(오른쪽))

(동화사터 입구에 눈꽃 핀 나무터널)

  

동화사터는 내가 무등산에 올때마다 느끼지만 무등산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장소가 동화사터같다.

양지바르고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양지바른 동화사터)

(눈 삿갓이 된 소나무)

(너무나 청명한 파란 하늘과 눈꽃)

  

따뜻한 양지바른 동화사터를 뒤로하고 사양능선을 타고 중봉을 향해 오른다.

이제는 강한 바람과 함께 친해져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앞을보고 '아-'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정말 생각한 것 보다

더 멋진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눈꽃에 뒤덮힌 산.

무등의 웅장함이 내 눈을 의심스럽게 하며 모든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한눈에 보이는 무등산 왼쪽(지왕봉)가운데(천왕봉)(인왕봉)오른쪽(서석대)

(구름을 이고 있는 무등산 지왕봉.천왕봉.인왕봉.서석대(천.지.인.이함께 서 있다)

(눈꽃에 뒤덮힌 솜털처럼 포근히 보이는 정상)

  

보면 볼 수록 신성스럽기만 한 어머니의 품같은 무등산이다.

멋진 설산을 쳐다보며 중봉을 향해 걷는 발걸음이 눈속에 빠지지만 너무나도 가벼운 느낌이다.

중봉 가는 길에 너무도 멋진 선물을 보았다.

며칠 지나면 크리스마스인데 난 이 곳 높은 데서 멋진 성탄트리를 밤새워 누군가 새워 놓은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눈이 의심스러워 손으로 만져본다. 정말 축복을 받은 것 같다.

  

 

(사양능선에서 만난 눈에 덮힌 성탄트리)

  

축복속에 가슴 설레며 중봉에 도착한다. (12:00)

중봉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워 떠날 줄 모른다.

 

 

(중봉에서 바라본 서석대)

 

(중봉에서 바라본 장불재와백마능선 화순 안양산정상(중앙)

 

(중봉에서 바라본 눈꽃히 활짝핀 서석대)

(중봉에서 바라본 중머리재와 4수원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석대를 향해 허벅지까지 빠지는 능선길을 내려선다.

이 짧은 능선길이 끝나고 힘든 급경사 눈길이 시작되는 구 군부대 정문앞에서 지나온 중봉을 돌아본다.

  

 

(지나온 중봉가는길)

(서석대 오르는 입구에서 바라본 서석대)

  

서석대 가는 길은 너무 많은 눈이 쌓였지만 산님들의 발길로

새로운 길이 열린 것처럼 눈꽃핀 설화사이로 하얀길의 오름이 계속된다.

새찬 바람과 눈이 간간히 뿌려지며 날씨가 흐려진다. 불과 1~20분지나면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멋진 서석대의 눈꽃 사진을 담지 못할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그런데 마음만 바쁘지 발걸음은 미끄러움으로 뒤로 물러서기를 몇번씩하며 조금씩 위로오른다.

아이젠을 신었는데도 눈속에 파묻히니 필요가 없다.

내려오는 분들은 미끄럼을 타며 내려가는데 어린애들 마냥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나도 부럽다.

  

 

(서석대 오르는 길)

  

날씨가 흐려지니 어서올라가서 설화에 묻힌 서석대를 카메라에 담아야지 하는 생각에

부러움도 잠시 느끼며 숨차게 오른다. 등에 땀이 한번 설이니 생각했던 서석대 밑에 도착한다.

이 멋진 장관을 담으러 사진동호회 여러분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도 옆에서서 나름대로 잘 나오려나 하면서 몇장을 찍어본다.

그런데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호주머니에 넣은 디카의 줌버튼이 빠르게 작동하지 않는다. 정말춥다.

 

  

  

  

  

  

(설화가 만발한 서석대)

  

 몇장 찍은사진 사이에 날씨가 갑자기 변하니 여기서 바라보는 정상인 인왕봉은 보이질 않을 정도다.

눈보라가 시작되는가 천왕봉쪽의 하늘이 어두워진다. 또 마음이 급해진다.

서석대 위에서 천왕봉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걱정했던 대로 인왕봉에 도착하니(12:50) 새찬 눈보라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고

서 있기도 힘든 강한 바람으로 몇 십미터도 앞이 안보이는 날씨로 변해있다.

아쉬움으로 쳐다보는 지금도 입산통제인 천왕봉이 보이질 않고 희미한 산님들의 형체만 보일 뿐이다.

바위뒤에 몸을 숨기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부질없이 조금 기다려본다.

 

  

(서석대 위에서 바라본 보이지않는 인왕봉.천왕봉 가는길)

  

여기까지는 멋진 경관과 설레임으로 배고픈 줄 몰랐는데 정상에서 둘러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전함에 갑자기 배가 고파지고 다리에 힘이 빠진 것 같다. 날씨가 더 흐려짐을 느끼며

세찬 눈보라를 가슴에 안고 두번 째 기다리는 입석대를 향해 조심조심 미끄러운 길을 내려선다.

 

 

(입석대에서 올라오는 산님들)

  

입석대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산님들의 식사장소로 변해있다.

거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입석대이다.

나도 떨리는 손으로 디카를 잡고 입석대 중앙에 핀 눈꽃나무 설화를 찍어본다.

  

 

  

  

  

  

  

(언제보아도 웅장한 입석대)

  

구석에 서서 꽁꽁언 김밥 한줄을 먹어본다.

목에 차가움이 갑자기 느껴지며 따뜻한 차한잔이 생각난다. 차가운 김밥에 몸을 부르르 한번 떨며 다시 장불재를 향해내려선다.

이제는 세찬 눈보라가 더 세진 것 같다.

하산길이 조금 힘들겠구나 하며 바라본 장불재는 눈에 덮혀 보이질 않는다.

  

(입석대에서 서석대로 오르는 산악회님들)

(장불재에서 입석대로 오르는 산악회님들)

  

입석대에서 내려오면서 만난 과천 월산악회님들이 세찬 눈보라를 헤치며 오르신다.

저분들이 도착하는 시간에 서석대는 날씨가 맑아졌으면 좋겠는데 멀리서 오신 분들이라 더 바래본다.

 

서 있기도 힘든 장불재에 도착하다.

불과 2시간전에 중봉에서 바라보던 그 맑고 아름답던 장불재는 없고

세찬 눈보라만 휘몰아 치는 장불재만 있다.

 

(눈보라에 파묻힌 장불재)

  

다시 아이젠신은 발을 몇번 쿵쿵거려보고 중머리재를 향해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로 접어드니 장불재의 세찬 눈보라는 어디가고 바람은 약해지며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정말 산의 날씨는 알 수가 없다.

 

눈내리는 중머리재에 도착하니 날씨때문인지 하산을 서두르는 분들로 분주하다.

이제 2km만 내려가면 증심사다. 함박눈속으로 조심스럽게 하산길로 접어든다.

 


(분주한 중머리재와 새인봉 가는길)

(부드러움의 무게에 꺾인 아름드리 소나무)

(중머리재에서 증심사 가는길)

 

(증심사 가는길 중간에서 바라본 함박눈 내리는 새인봉)

 

이제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끝나는 증심사입구다.(15:00)

오늘 오전에는 날씨가 그리도 맑고 화창했는데 지금은 눈이 내리는 을씨년스런 날씨다.

내려와 알고보니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단다. 정말 2주일째 눈이 내리는 날씨의 연속이다.

무등산에 설화가 없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찾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 산행을 마친다.

 

 

(눈에 덮힌 한적한 증심사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