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유산~ 매화산에서!!

언제:06-03-08
누구와: 산악회원(산악대장님. 고추장님. 제비꽃님)
어디를:별유산~매화산(남산제일봉)



<우두산 의상대 정상에서>


<뒤쪽의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한번쯤 오르고 싶었던 산.
욕망이 넘쳐 흐르면 언젠가 꼭 이뤄야 할 산행습관이 결국은 오늘 또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카페모임을 이곳 매화산에서 했었지요.
그들이 보여준 기암괴석들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던 별유매화산.
빼어난 산세와 어울리며 바위에 피어있는 매화 石花(석화)는 정녕 우리
산꾼들의 유혹의 대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의상봉에서 바라 본 가야산>


<의상봉에서 바라 본 가야산/의상봉 주위의 사람들>

어제 저녁 근무를 마치고 한숨도 눈을 부치지 못하고 산행 길에 오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버스에 자리를 차고 앉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지요.
그만큼 차 안은 산 벗님들의 꽉 차 있었습니다.
그 중에 지난번 지리산 천년송 능선을 함께한 고추장님도 있어 마치
나와 함께 동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순간에도 조금이라도 수면을 취해볼 양 둘 이는 고개를 숙여 봅니다.


<의상봉과 주위의 암봉들>


<고견사의 대웅전>

<산행시작>
11:00에 고견사 주차장에 닿습니다.
날씨는 의외로 화창하여 물깨나 먹겠구나 생각 하면서 물 보충을 합니다.
이른 춘삼월의 계절에 古見寺(고견사)로 향하는 나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계곡 옆에는 금방이라도 튀어 올라올 것 같은 생강나무 꽃망울이
노랗게 물들고 있으며 양지바른 언덕배기에는
아낙네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파릇한 새 쑥이 고개를 내밉니다.
누렇게 말라버렸던 낙엽송에서 머지않아 파란 잎새의 얼굴로 나를 반길 때
나는 또 무언의 발길로 산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고견사로 향하는 약간의 너덜 길 사이로 많은 송림이 우거져 편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 합니다.
  



<고견사에서 바라 본 의상대와 견암폭포 그리고 고견사의 경내에서>

<古見寺에서>
아무런 부담 없이 내 발 품을 팔며 고견사의 경내로 들어 갑니다.
의상 원효스님께서 창건하셨다는 견암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고 보면 이제는
전설 속으로 사라지는 아쉬운 전설만 남긴 채 초라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흔적은 이곳 경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은행나무와 의상대사가 수도 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과 의상봉에서 수도하셨음이 그 증거가 아닌가 생각 됩니다.


<의상봉 오르기 전 암봉에서>


<의상봉을 뒤로하고>

<의상봉 가는 길에서>
고견사의 경내를 둘러보고 의상대를 향하여 오릅니다.
이 길은 너덜에다가 고도를 상당히 요구하는 구간이 많습니다.
별유샘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 한잔을 하면서 자신에게 또 다시 인내를 요구합니다.
이따금씩 뒤를 돌아보면 가조 벌판과 우뚝 솟은 의상봉이 파란 하늘아래로
모습을 드러낼 때면 자신도 부끄러운 양 또 다시 몸을 감추는 과정에서
우두재 안부에 닿습니다.
벌써 고도 1000고지에 왔습니다.
북 사면에는 춘삼월의 잔설이 남아있어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혹시 의상봉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 했는데
우회하는 과정에서 보니 사다리를 이용하여 오르게 됩니다.
  



<의상봉에서 함께한 고추장님과 가조벌판을 향하여 한컷을>

<의상봉에서>
나의 산행 스타일은 산행하면서 볼 수 있는 것을 다 보고 가야 한다는 지론이고 보면
몇몇 사람들이 의상봉을 뒤로하고 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의상봉 올라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조망을 즐깁니다.
마냥 여유로워지는 조망에서 왜 산을 찾는가의 기쁨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들어온 풍경은 저 멀리 지리산까지 조망이 다가 옵니다.
가야산의 줄기와 건너편에 미녀봉이 드러누워 나를 유혹하고 있으며
발 아래의 평화로운 가조 벌판의 논두렁 태우기에서
옛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어느새 고추장님도 올라와 조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의상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별유산 정상>


<내가 가야 할 매화산을 바라보며>


<별유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주능선:사진 뒤 능선>

<별유산>
아쉬운 조망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내려 옵니다.
가야 할 능선이 내 눈앞에 파노라마로 다가 옵니다.
의상봉이 자꾸만 나를 붙잡는 바람에 시선이 뒤를 향합니다
순간의 방심으로 하마터면 암봉에서 넘어질 뻔 합니다.
잠시 후 대 삼각점이 있는 별유산 정상에 왔습니다.
이곳이 상봉이긴 하지만 의상봉에 가려 약간 홀대 받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남서쪽의 의상봉이 뚜렷하며 지리의 주능선까지 보입니다.
비계산과 죽전 가는 길과 매화산으로 가는 능선의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그리메와 언제나 고생만 하시는 허영대장님>


<가야산과 매화산을 바라보며>

<작은 가야산>
북쪽 방향의 죽전 가는 길 표시를 따라 들어 섭니다.
아직도 이곳은 낙엽의 흔적이 지워져 있지 않았으며 때로는 얼어있는
눈들이 낙엽의 비트 속에서 우리 산 꾼들의 미끄러짐을 유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숨을 몰아 쉬며 첫 봉우리를 오르면 억새 밭 가운데
H 자의 시멘트 블록의 헬기장을 만납니다.
철쭉인지 진달래인지 모를 관목지대를 통과하면
그림 같은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 집니다.
고추장님은 내가 사진 찍는 사이 앞으로 추월하여 갑니다.
이제 또 다시 혼자인 것 같습니다.
평탄한 산길에서 여유를 부려 보고 있는 사이 산악대장님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도 여유롭게 홀로 개인산행을 하고 싶은
욕망과 많은 인원을 통솔해야 하는 어려움 등…...
그러는 사이에 우렁찬 바위의 모습이 가야산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작은가야산에 닿습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보며:의상봉과 장군봉이 보인다>

<산상 만찬>
작은가야산 이라는 암봉을 지나쳐 평평한 안부에서 식사하는 회원들을 만남니다.
여기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가져온 반찬을 꺼내 놓으니 만찬이 따로 없습니다.
웬만하면 점심을 간단히 하는 나로서도 오늘 점심이 푸짐한 산상의 만찬이 된 것 같습니다.
이곳부터는 또 다시 고도900에서 1000사이를 오르락 내리막의 반복의 연속이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마도 의상봉 이라든가 아니면
매화산의 코스가 짧기 때문에 연계하는 산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봉 가는 길과 작은가야산의 암봉을>

<큰재인 임도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이곳까지는 제비꽃님과 함께하면서 또 다른 대화를 합니다.
산행중의 대화 속에도 산행하는 속도가 의외로 빠릅니다.
그 만큼 많은 산행경력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등로 주위로 깔린 소나무 잎과 떡갈잎이 갈색으로 지천에 널려 있지만
수 많은 등산객들에 의해 진 눌려 뭉개진 모습에서 아쉬움을 표출하는
사이에 내리막에 다다르니 큰재 고개마루인 임도에 닿습니다.
지도를 보니 북쪽에는 마장동거쳐 치인리로 향하고
우측 임도는 죽전리로 향하는 곳입니다.
임도를 건너 다시 숲 길로 들어서면서 우측 사면능선으로 올라 붙습니다.



<단지봉에서 제비꽃님과 주위의 암봉>

<단지봉에서>
큰재 임도에서 25분 정도면 삼각점이 있는 단지봉에 오릅니다.
10여평의 평평한 봉우리에서 해인사와 가야산을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남산제일봉을 들르지 않고 곧장 내려가는 이곳은 고은암을 거쳐 해인사로
가는 방향이고 우측 비탈길로 내려서는 길이 우리가 가야 할 매화산 코스인 것이다.


<넘어지려는 암봉을 세워줘~잉>


<매화산 주변 암봉전시장에서>

단지봉에서 5분쯤 걸려 내려서면 안부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이넘이재이다.
다시 직진하여 오르고 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다.
먼저 가던 고추장님이 넘어져있는 것이다.
다리에 근육결련이 일어나 꿈쩍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어떤 기술도 없지만 일단 안정을 취하고 운동선수들이 하는 방식으로
근육을 이완시켜 봤지만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마침 산악대장님께서 민간요법인 침으로 해결해 봤지만
양쪽 다리 모두가 경련이 온다고 하니 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계속 주무르고 침을 놓고 하는 사이 좋아졌습니다.
휴~ 정말 다행입니다.




<매화산의 암봉 전시장과 끈질긴 생명력의 소나무>

<매화산=남산제일봉에서>
매화산을 오르지 말고 그냥 천천히 내려가라고 당부를 해 놓고 954봉으로 향하는 코스인
등로를 따라 잠시 내려서니 이곳 역시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비경의 암봉들이 마치 먼저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촛대바위와
마치 한 송이의 연꽃과도 같은 연꽃바위가 있는가 하며
그 石花(석화)속에 꿀을 찾아나선 벌꿀마냥 암봉을 만지면서 돌고 도는
산객들은 岩花(암화) 속의 꿀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얽히고 설킨 와중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는 끈질긴
생명력의 소나무가 마치 우리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오봉산과 깃대봉을 바라보며:가운데 산이 오봉산 그뒤 능선에 약간오른봉이 깃대봉>


<청량사 주위의 암봉>

혹시 몰라 매화산으로 발길을 바삐 움직입니다.
그런데 내려가야 할 고추장님이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근육경련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아무튼 천만 다행입니다.
이곳에서 조망도 일망무제입니다.
청량사로 이어지는 암봉 군락은 마치 만여개의 불상인 만불상을 연상케 합니다
. 다만 아쉬운 것은 내 자신이 인간이기에 수 많은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운 극치를 글로써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나의 無知(무지)가 그냥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랫만에 저도 한컷/청량사 가는 길/그 주위의 암봉들>

<산행을 마치면서>
항상 산행을 마치면서 아쉬움이 동반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일찍 내려와 해인사을 찾아 닫혀있던 내 마음을 열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닫히고 무엇이 열려있는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를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열고 닫히는 마음이 과연 사람 뜻대로 된다면
마음 때문에 상처받은 아픔이 있을까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 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고추장님과 산행을 같이 하면서 저에게도 느낌이 있었습니다.
주로 홀로 산행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고
준비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졸작으로 쓰여진 글들을 끝까지 읽어주심에 감사 드리며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6. 03.09.
청 산 전 치 옥 씀.




<깃대봉을 바라보면서/남산제일봉 북사면의 암봉들>

<일정정리>
11:05 산행시작(고견사주차장): 고견사1.5/의상봉2.7/마당재2.0
11:25 고견사
11:48 우두산고개(의상봉0.4/고견사0.7/장군봉2.7)
12:00 의상봉
12:20 별유산(우두산): 의상봉1.6/비계산6.2
13:00~13:30 점심 & 휴식.
14:10 단지봉(삼각점): 1028.6
15:00~15:30 근육경련으로 도와 줌.
15:20 매화산(남산제일봉)
16:10 산행종료(해인사 시외버스정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