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운 산
2007년 1월 26*27일 금*토(무박)
날씨 : 눈. 시계불량


귀에 대고 하는 말은 오래 남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에 대고 하는 말은
오랫 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남해바다 최고높이를 자랑하는 망운산(786m), 그러나 남해안 제1의 명산인 금산에 가려 진가가 꼭꼭 숨겨진 곳이다.

그리고 망운산을 오르는 사람은 이곳이 알려지길 두려워 한다. 깨끗한 풍모, 드넓은 기상, 아는 자만 오르리라. 금산이 남해를 찾는 손님들의 산이라면, 망운산은 남해인들이 가장 아끼는 늠름한 기상이다. 고현면 대곡마을에 있는 화방사에서 조용한 산사의 정적을 뒤로 하며 산길을 올라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보는 주변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자그마한 섬들과 강진만, 연죽저수지, 청정해역의 서상 앞바다, 멀리 지리산, 여천공단, 여수, 삼천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냈던 흔적인 듯, 평평하게 북쪽을 향하도록 되어 있고, 옆에는 제관이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된 의자가 놓여있다.   

남해에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일 먼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상주리 앞바다 세존도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정상 반대편에 있는 연대봉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5월에는 철쭉군락지의 꽃들이 만개해 가족단위나 친목회등의 모임에서 많이 찾아 오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남해읍에서 관광안내판을 따라 남해대교 방향으로 3분 정도 가면 고현면 이어마을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좌회전하여 5분 정도 가면 화방사 입구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화방사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망운산 등산로로 들어선다. 길이 험난하지 않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등반을 할 수 있다. [자료:남해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흔적:대계-화방사-망운산-중계탑-용두산-학등산-물야산-가물랑산-서상면사무소앞


2007년 1월 26일 금요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평택을 출발
토끼 잠같은 토막 잠으로 토끼 눈알처럼 발개진 눈을 부릅뜨고
05:30
대계마을을 벗어나 화방사를 향하여 오른다
왼쪽으로 다가오는 화방사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다
웅크린 산사를 더듬는 생각을 버린다

모두 침묵 속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약속이나 한 듯이 아주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슬금슬금 따라붙는 어설픈 눈발이 발밑에 깔린다
불빛 어른 거리는 극락암을 지나고
약수터를 지나면
키 낮은 관목지대가 이어진다
아마도 철쭉인가보다

고도를 높일수록 땀이 숨어 버린다
체온을 되찾으려 은밀히 몸을 떨어보지만 작은 몸부림이다
오버트라우저를 배낭 위에 걸쳐 입는다
노틀담의 **처럼
배낭 위에 오버트라우저를 걸치는 이유가 있다
배낭이 숨을 쉬게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니 땀이 나도 습기가 전혀 차지 않아 좋다
물론 모양새는 좋지 않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06:40 정상에 선다
너무 짧은 오름이다

추운데 후미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15분 가량을 떤다
털 부족한 강아지 모습으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망운산을 어둠에 버려둔채 내려섰다
뒤돌아보는 시선속에 날아드는 하얀 조각들
눈송이들이 겁없이 내린다
그것도 남해 땅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아직은 산들이 잠들어 있다
그 산아래 바다들도 잠들어 있다
내 걸음에도 졸음이 가득하다
하품이 언어가 되어 드러난다
느린 걸음이다
시간을 놓아 버린 걸음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남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 줄 알았는데
눈 뿐만 아니라 이젠 바람마저도 제법 불량스럽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저기 봉긋한 관대봉 쪽으로 자꾸 눈길은 가는데
달아나려는 눈길의 고삐를 거머쥐고 중계탑을 향하여 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허공에 매달려 껌벅이는 불빛은  등대의 빛과 매일반이다
흉물스러울 것 같은 길이 하얀 눈으로 포장되어 대번 입맛 당기는 길이 되고 만다
억새들은 눈을 이고 눕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07:29
가늘게 뜨는 실눈 속의 바다는 이쪽저쪽 양쪽으로 펼쳐진다
해를 안아 올리지 못한 게으름에 바다도 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바람에 밀리던 일행들이 바위를 벽 삼아 한숨 쉬어 간다
내 님은 어인 일인지 부름을 마다하고 길을 따라 오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군데군데 적재적소에 널린 바위들이 아름답다
싱거운 곳에 적당한 간기가 필요하 듯
바위는 그렇게 산에서는 꼭 있어야할 구성요소이다
나무가 그러하듯, 키 작은 풀꽃이 그러하듯, 바위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관대봉 능선을 일찌감치 버리고 용두봉으로 갈피를 잡았었다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은 관대봉의 모습이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작은 여자의 카매라 뷰파인더가 추위를 탄다
부족한 빛을 대신하느라 열심히 몸을 태우더니 배터리가 모자란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급작스런 마비상태 에러까지 발생했다 ㅠㅠㅠ
어휴! 불쌍한 놈 쥔 잘못 만나 힘들겠다 너무 많이 부려 먹어서인지
배터리를 교환했는데도 반응은 쇼크 상태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가며 겨우 회생 시켰는데 몇 컷 하고나니
아예 눈을 감고 뻗어버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용두봉
내님의 똑딱이를 강제로 뺏는다
내 똑딱이 하늘나라 가셨으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학등산 가는 길 작지만 칼날같은 암릉이 있다                              남쪽엔 언제나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학등산

용두봉을 내려서면서부터 혼자의 걸음이 된다
마음을 뒤에 둔 탓에 닥달은 없다
대충 맞추자는 느긋함이 있을 뿐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물야산 전망대에서 여수 바다 쪽으로 눈길을 보낸다
가는지 마는지 느긋한 화물선의 걸음 그러나 가고 있다는 족적을 남겼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물야산 가는 능선에서 돌아보면 걸어온 능선들이 들어온다
중계탑을 지나 용두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바위전망대에서 예계마을을 내려다 본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이은상님의 가고파가 생각나는 마을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괴음산,송등산, 호구산이 있는 방향으로 제법 거나한 산군들이 산그리메를 그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남해바다로 발 담그는 산자락 중에 설흘산이 있다
가천마을 다랭이 논이 유명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남해 설흘산 가천마을과 다랭이 논 풍경(사진 출처 김광석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가물랑산을 넘어서면 만나는 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서상면 사무소를 찾아 내려서면 먼저 남해스포츠파크가 들어온다
이 그림을 끝으로 망운산의 산행은 마무리가 된다

이제 보리암을 찾자던 생각은 구겨진 종이조각이 되고
사천으로 회 사냥이나 가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사천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꿈속에서 그리던 그 바다
은빛 물결 잔잔한 그 바다
막연한 그리움이다
산에서도 그리움에 몸살하고
바다를 보며 또 한 번 몸살하고
삶은 싱싱한 생선 비늘처럼
은빛 물결처럼 또 한 번 출렁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묶여있는 나른한 오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갈매기의 꿈
어슬픈 손끝으로 접어 날리는 종이 비행기같은 갈매기들의 비상
그것은 낭만적인 꿈이 아닌 치열한 삶을 향한 몸부림이다
비릿한 생선 부산물이라도 얻어 먹을까하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연육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사천에서 통영을 바라보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연육교
남해 창선과 사천을 이어 주는 다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사천에서의 시간을 접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 함양을 지난다
먹구름이 덮이는 산은 두려움으로 비친다

어디쯤일까?
무슨 산일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함양을 지나는데 막무가내 허공에 드러눕는 눈발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다
덕유산은 분명히 또 한 번 감동을 연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