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장성봉 그리고 막장봉·악휘봉에서의 환상적인 조망 

 

 

 

                

                           가을을 알리는 소금강 휴게소의 단풍나무 한 그루

 

 


  장성봉·막장봉·악휘봉 개요


  경북 문경시 가은읍 서쪽에서 백두대간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숨은 명산인 장성봉(長城峰, 915m)은 마치 거대한 만리장성의 일부를 보는 듯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장성봉은 북쪽에서 남진하는 백두대간이 희양산(999m)에서 서쪽으로 꺾였다가 악희봉(845m)을 솟구친 후, 다시 직각으로 꺾여 남쪽의 대야산(931m)으로 치닫는 중간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따라서 장성봉을 중심으로 북쪽 악희봉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 구왕봉(898m), 희양산(999m), 애기암봉(731m), 둔덕산(970m), 대야산(931m), 군자산(948m) 등이 원을 그린 듯 에워싸고 있어 제법 심산유곡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는 산입니다(자료 : 한국의 산하). 


  막장봉(幕場峰, 868m)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과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살구나무골에서 갈라진 시묘골이 협곡을 이루어 광산의 갱도처럼 생겨 그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라 하여 막장봉으로 불리어집니다(자료: 괴산군).


  악휘봉(樂輝峰, 845m)은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의 본 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난 절경의 산입니다. 악휘봉 정상부근은 온통 기암괴석과 노송 및 고사목으로 이루어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데 인근의 희양산에 비하여 바위의 덩치가 작을 뿐 모양이나 기묘한 형상은 더 없이 아기자기하며 아름답습니다(자료 : 괴산군).

 


  산행들머리인 버리미기재

 

  2005년 9월 4일 일요일, 30여명의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목동G산악회 주관)가 추석을 앞두고 성묘를 하려는 차량들로 혼잡한 도로를 힘겹게 달려 산행들머리인 경북 문경시 가은읍 '버리미기재'에 도착합니다(11:15). 


  버리미기재는 경북 내륙지방의 사투리인 '벌어 먹이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2주전 남쪽에 위치한 백두대간 대야산 산행을 하면서 산행들머리로 이용했던 곳인데 이번에는 북쪽의 백두대간코스를 타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오늘 코스는 백두대간 제22구간(늘재∼은티재) 제24소구간(버리미기재∼장성봉∼은티재)입니다.

 

 


  버리미기재∼장성봉

 

  해발 450m인 버리미기재에서 북쪽으로 조성된 대간 길은 상당한 오르막입니다. 그러나 능선에는 그야말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폐부 깊숙이 스며듭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흘러 그 동안의 찜통더위를 과거의 뒤안길로 보내고 선선한 바람을 날리며 대간꾼들을 맞이합니다.  


  왼편에 보이는 집채만한 큰바위를 돌아가자 로프가 걸려 있는 오르막입니다. 이제는 로프가 걸려 있어도 겁이 나지 않으니 경험이 축적된 것인지 아니면 간덩이가 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로프구간을 오르는 사람들

 

                                                  뿌리를 드러낸 거목


  등산로에 쓰러져 있는 큰 나무를 보며 자연의 힘을 실감합니다. 그토록 굳건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거목도 돌풍이나 폭설 등 순간적인 외부의 힘에 의해 뿌리를 지탱하지 못하고 맥없이 쓸어졌을 것입니다. 부드러운 갈대는 이와 같은 대자연의 큰 힘을 받을 경우 넘어지기는 해도 뿌리 채 뽑히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역시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은 명언입니다.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한때 천하를 호령하듯 잘나가던 인사가 비리에 연루되어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경우를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사람은 특히 힘이 있을 때도 언제나 겸손해야 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전망바위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왼쪽에는 둔덕산(970m), 그리고 오른쪽에는 대야산(931m)이 짙은 안개구름을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버티고 있습니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둔덕산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곰넘이봉과 그 뒤의 대야산

 

                                             전망대 바위의 고사목


  능선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맞으니 땀을 식혀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한기를 느낄 정도로 으스스 합니다. 오른쪽 바위전망대에 서니 짙은 안개구름이 온 천지를 감싸 그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이던 희양산의 그림자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한 후 드디어 장성봉 정상에 도착합니다(12:13).


  정상에는 아담한 규모의 돌에 해서체의 한자로 白頭大干 長城峰(백두대간 장성봉)이라고 쓴 표석이 놓여 있습니다. 

 

                                     장성봉 정상 표석


  장성봉 정상에 서면 북쪽의 좌에서 우로 칠보산·악휘봉·구왕봉·희양산이 선명하고, 동으로는 애기암봉(741m), 서로는 막장봉(887m), 그리고 남으로는 곰넘이봉 뒤로 대야산과 둔덕산이 손짓한다는데 오늘은 사방이 안개구름에 쌓여 아무것도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산행을 시작할 때 좋았던 날씨가 왜 이렇게 심술을 부려 아무것도 보여주는 않으려는지 그 높은 뜻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표석을 배경으로 급히 증명사진을 찍고는 정상을 벗어납니다.

 

 


  막장봉(887m) 왕복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다시 오르는 길목에는 처음 보는 야생화 한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진행하니 막장봉 0.7km, 절말 5.7km, 장성봉 0.5km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막장봉으로 분기되는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해 막장봉으로 진행합니다. 막장봉은 대간 등산로에서 서쪽으로 약간 벗어난 지점에 있어 일부러 가야 하는 곳입니다. 내려서는 길과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는 구간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소요됩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막장봉으로 가는 도중 그토록 짙게 드리워졌던 안개구름이 걷히고 어느새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남쪽에서 북상하고 있는 태풍"나비"의 영향으로 바람이 세게 불어 안개구름이 저 멀리 다 날아 가버린 모습입니다.


  막장봉 정상에 다다르니(12:47) 먼저 도착한 선두일행(10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상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는 한 쪽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꺼냅니다.


  필자가 식사를 하는 사이에 선두는 떠나고 홀로 물에 말은 밥알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는 서둘러 삼거리로 되돌아옵니다. 막장봉에서 서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투구봉을 지나 제수리치에 이르지만 오늘은 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막장봉 정상표석

 

                                              막장봉 정상의 조망(1)

 

                                          막장봉 정상의 조망(2)

 

                                                   막장봉 정상의 조망(3)

 

                                         목동 G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장성봉 갈림길∼악휘봉 삼거리

 

  다시 북쪽으로 이어진 대간 길에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쾌적한 산행을 합니다.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암군(岩群)으로 형성된 희양산의 바위가 태양을 받아 뻔쩍뻔쩍 빛나고 있습니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부드러운 능선 길이 오랫동안 계속 이어집니다. 

 

                                   등산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희양산

 

                                          왕 개구리 머리처럼 생긴 바위


  흡사 왕 개구리 머리처럼 생긴 바위를 지난 오르막에는 두 명의 등산객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들을 뒤로하고 오르니 후미대장(O씨)이 혼자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여기서 O대장을 만난 것은 정말 이외입니다. 그러고 보니 선두그룹과 필자만이 막장봉을 다녀왔을 뿐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들르지 않고 대간 길을 계속 간 모양입니다.

 

  O대장은 부인과 함께 산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후미대장을 맡아서 부인과는 이산가족이 되어 뒤에 처진 2명의 회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 책임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입니다. 


  필자도 옆에 앉아 과일을 한 개 깎아 먹고는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악휘봉까지 들리려면 너무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능선의 왼쪽에 서 있는 아름다운 노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데 뒤에서 오는 남자 등산객 한 명이 "야호"라는 구호를 가슴에 한이 맺힌 듯 세 번을 반복하여 외쳐댑니다.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했다하면 세 번을 외치니 평소에 산에서 인간이 내는 고함소리를 싫어하는 필자로서는 고문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움직여 이후부터는 소음공해에서 해방됩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부드럽고 긴 능선 길을  오르내리기를 계속합니다. 안부에 자라고 있는 엄청나게 큰 노송을 바라보며 세월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전망대 바위에 서니 악휘봉과 칠보산이 가까이 조망되는 데, 특히 악휘봉에서 서쪽으로 내려가 칠보산으로 오르는 길목의 대 슬랩구간을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방금 다녀온 막장봉인듯

 

                                왼쪽의 칠보산 그리고 오른쪽은 가야할 악휘봉

 

                                        왼쪽 뒤로 멀리 보이는 군자산

 

                         가운데 악휘봉, 왼쪽의 절록한 부분은 칠보산으로 향하는 대슬랩구간 


  내리막길의 왼편으로는 절리로 된 바위봉우리가 꼭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쌓아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적지만 서울 도봉산의 최고봉인 만장봉의 바위봉우리와 비슷합니다. 능선의 중간에 서 있는 아름드리 노송을 몇 차례 만난 후 잡목이 무성한 헬리포트를 지나자 이제부터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집니다.


  후미 대장과 헤어지고 난 후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할 때까지(15:12)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채 쓸쓸히 홀로 걸어왔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맨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길입니다(空手來 空手去). 가족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의 힘으로 끌고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반자가 없는 혼자만의 산행도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이겠지요.   

 

                                        악휘봉 삼거리

 

 

  악휘봉(845m) 왕복         
 
  삼거리에 이르자 전혀 망설이지 않고 악휘봉으로 향합니다. 이 길은 지난 6월 중순 마분봉·악휘봉·칠보산 연계산행을 하면서 지나갔던 길이라 눈에 익습니다. 악휘봉 정상에는 2∼3명의 등산객들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악휘봉 오름 길에 서 있는 명물 입석(立石)을 카메라에 담은 후 계속 올라가는 데 뜻밖에도 같은 산악회 소속 등산객 2명이 내려옵니다. 

 

                             악휘봉의 명물인 입석

 

                                                 입석에서 바라본 조망


  정상에 오르니 다행히도 산행동지 한 명이 한가하게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습니다. 악휘봉에서의 조망은 실로 환상적입니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막장봉과 장성봉 그리고 애기암봉이 만리장성처럼 드러누워 있고, 동남쪽으로는 구왕봉너머 희양산이 희멀건 바위자랑을 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칠보산과 군자산이 선명합니다.

 

  특히 북동쪽으로는 조령산과 주흘산너머 월악산의 영봉과 중봉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시계가 넓게 트이니, 짙은 안개구름으로 인해 장성봉 정상에서 홀대받았던 설움을 이곳에서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지난번 이곳에 섰을 때는 주변의 조망도 그리 좋지 않았고 특히 등산객들이 넓은 정상을 무질서하게 정복하고 있어 정상표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필자를 포함한 두 명만이 악휘봉을 전세 내어 마음껏 카메라를 눌러댑니다. 이렇게 조망이 좋은 산의 정상에 서면 솔직히 내려가기가 싫어지지만 언제까지나 퍼지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립니다.  

 

                        악휘봉 정상표석(1)

 

                                             악휘봉 정상표석(2)

 

                    서쪽의 칠보산(우측)과 그 뒤로 보이는 군자산(중앙 뒤)

 

                           은티마을(좌측 맨뒤로 보이는 조령산, 그 오른쪽은 주흘산)

                           좌즉 맨 뒤로는 월악산 영봉이 육안으로 보였지만 사진에는 흐릿함 

 

                                                    북쪽의 마분봉(?)

 

                                     남쪽의 지나온 능선(중앙은 장성봉)

 

                         가야할 동남쪽 능선(구왕봉과 희양산)

 

 

                                          서쪽하늘과 구름


  은티재와 은티마을

 

  남쪽으로부터 청화산·조항산·대야산·장성봉을 거쳐 줄곧 북쪽으로만 진행되던 백두대간은 악휘봉 어깨(삼거리)에서 동남쪽으로 크게 꺾여진 채 구왕봉과 희양산을 향하여 줄달음칩니다. 


  악휘봉에서 삼거리로 되돌아와(15:45) 은티마을로 하산할 때까지 다행히도 정상에서 조우한 남성과 함께 걷게 되어 길동무가 됩니다. 위에서 혼자 걷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동반자가 있으니 '혼자 너무 늦어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면 어쩌지'하는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고 다소 느긋한 마음이 됩니다. 이른바 군중심리가 작용한 탓이지요.


  삼거리에서 은티재 방향으로 가는 길은 처음에는 상당히 미끄러운 흙 길입니다. 그런데 까마귀 한 마리가 크게 끽끽거리며 머리 위에서 울고 있습니다. 미물인 까마귀도 태풍 "나비"가 올 것을 미리 감지하고 이를 동료들에게 알리는 신호인지 모르겠습니다. 등로에 키가 큰 고사목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가운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정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노송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비쩍 마른 고사목

 

                                        은티마을 방향의 조망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길

 

                                                남쪽의 애기암봉

 

                                                    구왕봉과 희양산

 

 


  그림 같은 은티마을을 내려다 본 후 로프를 잡고 내려선 다음 이어지는 하산 길에 넓고 큰 바위로 된 대슬랩지대를 통과합니다. 보조 로프는 없지만 내려서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겨울에는 바위사면에서 미끄럼을 타기 십상입니다. 은티재까지 오는 길도 꽤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은티재에 도착하니(16:50) 봉암사 측에서 백두대간인 구왕봉방면으로 진행하는 길에 출입금지 안내문을 달아 놓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현 위치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물이 마른 계곡을 따라 하산합니다. 오후 다섯시가 지난 숲 속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곡의 물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데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지 자꾸만 의심이 들 정도로 길이 생소합니다.


  마을 도로에 이르자 사과, 감, 고추, 수수, 벼 등 농부들이 1년 동안 애써 가꾼 오곡백과가 가을의 저녁 햇살을 받아 무르익고 있습니다.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과수원의 사과를 보고는 한 개 따먹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곧 자신을 책망하면서 뉘우칩니다. 어떻게 키운 과실인데 이방인이 함부로 손을 대겠습니까?    

 

                                                      사  과

 

                                                         고  추

 

                                                               감

 

                                                                수    수

 

                                                               벼


  마분봉 등산안내도와 남근석 그리고 은티마을 유래비를 지나자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합니다(17:30). 은티재를 출발한지 40분만입니다. 계곡으로 내려가 찌든 땀을 씻으니 신선놀음에 도끼자루가 썩는 줄을 누가 알리오. 오늘 산행에 6시간 1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코스는 버리미기재/장성봉/막장봉갈림길/막장봉/막장봉갈림길/악휘봉삼거리/악휘봉/악휘봉삼거리/은티재/은티마을입니다.

 

                                      은티마을 유래비와 장승

 

                                      주차장 옆 계곡

 


  귀경길은 죽음의 길

 

  추석을 2주일 앞두고 성묘를 하려는 차량들로 도로가 주차장이 된 날입니다. 운전기사가 여러 가지 교통정보를 종합해 그래도 가장 무난할 것이라는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진입했지만 이미 도로 위에는 차량이 홍수를 이루고 있어 죽음의 길로 변합니다.

 

  그러나 먼저가신 조상을 생각하면서 묘소를 돌보기 위한 차량이 많아 도로가 정체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름휴가 길의 교통정체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조상을 섬기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아직도 살아 숨쉼을 뜻하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전통이 언제까지 존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O대장이 제조한 더덕주를 한 잔 마신 후, 위성TV로 'KBS 열린음악회'와 '도전 골든벨' 그리고 'MBC 제5공화국' 등을 차례로 시청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의 초인종을 누른 시각은 자정이 조금 지난 때입니다. 새벽에 집을 나서 소위 차수(次數)가 바뀐 시간대에 들어왔군요. 집 근처에서 출발하는 산악회를 이용해 택시비가 추가로 들지 않은 것도 큰복입니다. 다음부터 추석을 앞둔 일요일은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악휘봉 정상에서 만끽했던 황홀한 조망을 머릿속에 그리며 긴 하루를 마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