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 할거나...!!!...마이산 눈보라 속에서 *

 

1.산 행  지 : 전북 진안 마이산 

2.산행일자 : 2005.12.04(일) 

3.산행코스 : 남부주차장-고금당-비룡대-성황당-봉두

              봉-암마이봉-탑사-은수사-천황문-북부 주차장 하산.

             (산행거리:약5.2Km,산행시간:약4시간30분)

 

어제밤부터 서울 영서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바람까지 게세게 베란다 창문을 두드려댄다

한해의 마지막달 12월의 달력을 넘기는 마음이 결코 즐거울수도 없고

너무 빨리 과거가 되어버리는 시간들이 아쉬워

잠을 이루지 못한채 창문 밖으로 날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다가 배낭 챙겨들고 사당으로 향한다

 

마이산 가는 길...

밤새 내린 눈 으로 마이산 가는 길 의 가로수들...

가을빛에 등 따가운 고추 잠자리 쉬어가던

싸리나무 울타리에도... 

가을지나 허수아비도 제집 찿아 들어간

어정쩡한 회색의 들판 텅빈 수숫대도 온몸으로 하얀 눈 을 맞고 서있다

온통 소복의 하얀... 눈...눈...눈...이다

12월초의 눈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남부지방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이므로

 

어쩌면 을유년 마지막달  첫 산행을 하얀 눈 속에 빠져 버릴수 있을것 같은

설레임속에

죽암휴계소에서 아침식사겸 휴식을 하고 11시15분

마이산 산행 들머리인 남부 주차장에 내린다


 

남부주차장 들머리

한가롭고 적요하기 까지한 하얀 산자락에 한 해 동안의 모든 시름 다 던져 넣으며

색종이를 뿌려 놓은듯한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화려한 흐름이 푸른산죽과 어우러져

더...아름답다

 

20여분 편안한 들머리를 따라 오르다가 고금당 455봉 오름길부터

눈이 얼어 미끄러운 가파른 돌길이 시작되면서 일보전진 이보 후퇴로 진행이 더디어진다

능선 첫번째 표지판에서 좌측잠시 올라서면 나옹암이 있는데 우리는 우측등로를 따라

미끄러운 455봉을지나 이어지는 521봉도 통과하고 비룡대 오름길

철계단아래 길게 이어지는 능선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가며 눈 덮힌 마이산을 담아봅니다

 

 

나옹선사가 그 옛날 이 자리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며 토굴가(土窟歌)를

읊었을지도 모르는 눈쌓인 산 등성이...

금남 호남정맥 구간의 성수산과 덕태산...뒤로는 만덕산과 운장산으로 이어지는 산마루금에

봄의들꽃...여름의 진푸른 신록에 흘린 산우님들의 굵은 땀방울과...가슴시린 단풍이 숨어있고

모든것이 용서 될것같은 하얀 겨울앞에 다시 서 있습니다

잠시의 쉼속에 나를 다~내려놓지도 못하고 다시 오름길을 재촉해 나봉암에 세워진

청룡이 등천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비룡대(飛龍垈)...

마이산 최고의 전망대에 닿는다

"동으로 달리는 천마는 이미 지쳤는가?  갈 길은 먼데 그만 쓰러지고 말았구나. 

연인은 몸통만 가져가고 두 귀는 남겼는가? 

두 봉우리 이루고 하늘로 솟아있네."

태조 이성계가 고려 장군 이었을 때 마이산을 보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후에 태종 이방원이 이곳에 들러 부왕의 시를 읽고

"마이산(馬耳山)"이라 이름하여 오늘에 이른곳.  

* 마이산( 馬耳山) *

마이산은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에서 호남지방으로 갈라진 금남호남 정맥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수성암으로 이루어진  두개의 큰봉우리인 암마이봉(673m)과 숫마이봉(667m)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세계 유일의 부부봉으로

 

계절별로는 봄에는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문필봉으로 불려지며

시대별로는 신라시대에 서다산, 고려시대에 용출산, 조선초에는 속금산이라

하다 태종 12년 이후부터 말귀와 같다하여 마이산이라 불린다  한다

오름 길 만큼 가파르고 미끄러운 비룡대 내림길을 내려서면

언제 그랬냐는듯...편안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면서...


 

푸름과 흰색의 청명한 색의 대비가 가슴 설레이게하는
숲길속에...더 조용해지는 마음들은 무엇일까...?

 조용조용 밟아 내려오는 등뒤로 나봉암에 우뚝 세워진 비룡대 멋진 모습이 서있다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를 두개 넘어서 고개안부에서 내려서면 탑신제가

내려다 보이는 제2쉼터이고...암마이산을 옆으로 끼고 탑사의 석탑을 쌓은

이갑용처사의 묘가있는 봉두봉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쉬어간다

* 하산길 *

일렁이는 물결치듯...흐르는 산줄기 속에 우뚝솟은 마이산...

산 전체가 지방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된 세계적으로 희귀한 타포니지형의 산...

봉우리 군데군데 패여진 굴 들은 암석내부의 풍화작용에 의한 타포니 현상이며

산 전체가 학술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 쌓인 두께가 자그마치 1500m나 된다고 하고 땅속 깊이 들어가 바위가

되었다가 다시 위로 솟는 지각변동을 하여 673m의 마이산이 되었으니

그 1억년 세월의 장구함을 우리가 얼마 만 큼이나 느낄 수 있을런지요?

  * 마이산의 암벽사면 타포니(Tafoni) 지형에 대하여 *

(타포니(Tafoni) 지형: 신생대 제4기의 빙하기와 그 뒤에 이어지는 한냉기의

내부에서 표면으로 진행한 풍화작용과 내 외부 온도차로 생기는 현상)

 

마이산을 남쪽에서 보게되면 봉우리 중턱 급경사면에 군데군데 마치

폭격을 맞았거나 무언가 파먹은 것처럼 움푹움푹 마치 거인나라의

발자국 같은 형상이 타포니 현상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된 지역이라합니다

 

 *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의 전설 한토막 *

아주 먼 옛날 산신부부가 자식들과 함께 살다가 하늘로 되돌아갈 때가 됐다.
남신은 사람이 보면 안되니 밤에 오르려고 했으나,

여신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일찍 오르자고 하여 여신의 말대로

새벽에 하늘로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새벽에 물을 길러 나온 어느 아낙네가

산신부부가 자식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승천에 실패하고 굳어서 돌이 됐다.

 

떨어져 주저앉는 순간 화가 잔뜩 난 남신이 여편네 말을 듣다가

이 꼴이 됐다며 두 아이를 빼앗고는 여신을 발로 차버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두 봉우리가 거리를 두게 됐고,

숫마이봉은 아이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고, 암마이봉은 죄스러운 마음에

돌아앉아 머리를 숙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펌)

점심식사를 끝내고 40여분 작년10월부터 보호구역으로 입산금지가 된

암마이봉을 바라만 보면서 내려서면 마이산의 상징인 탑사마당에 닿는다

 

* 마이산 탑사 *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는 탑사의 돌탑들이 계곡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가지런히 쌓아놓은 돌탑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이룰수없는 신비한 존재로

천연기념물(제35호)로 지정된 이 석탑군은 이성계가 억센 지기를 누르기 위해

쌓았다는 설과 몽골군이 쌓았다는 설도 있지만...

*눈덮힌 탑사의 흑백의 조화*

 


100년전 효령대군의 15대손인 이갑용 처사가

이곳으로 들어와 30여 년에 걸쳐 솔잎으로 생식하면서 낮에는 기도하고

밤에만 정상을 바쳐 쌓았다는 얘기가 가장 설득력을 갖고 있다한다

 

자연석 그대로 틈이 보일 정도로 쌓아 올린 탑 들이지만 거센 비바람과 태풍에도

 80여기나 되는 돌 탑들이 흔들리기는 하나 무너지지는 않는다고한다

이 기법을 " 막돌허튼식" 이라고도 하는 재미있는 용어도 있답니다

 

탑사를 돌아 내려 오는사이 하늘이 뚫려 버렸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

회한만 삽질하던 부질없는 날들...다~ 잊으라고...

머리에 어깨위에 사정없이 쏟아 붇습니다


탑사에서 조금 올라서면 수마이봉 아래 오롯이 들어 앉은

은수사로 내려서는 길에도 계속 눈이 쏟아집니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열일곱 열여덟의 이쁜 꿈속으로 빠져들어

답답했던 마음들 모두 벗어놓고 좋아라 어쩔줄 모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마음껏 줏어 담아봅니다.

 

* 눈내리는 은수사 풍경 *

 

조선태조 이성계가 신인(神人)으로부터 조선건국의 계시를 받았다는

몽금척도와 금척의 복제품과 동양에서 가장 큰 법고가 있으며

방문객들도 이법고를 울려 볼수 있는데 눈이 너무 쏟아지는 바람에

모두들 그냥 지나버리고 마는것 같았다

이 법고를 세번 울리면서 소원을 빌며 이루워 주신다는데

또...북소리 또한 아름다워

눈 내리는 날... 몇 백리 까지 퍼진다는 둥~둥~울리는 북 소리에...나를 얹혀

눈 길 따라 날려 보낼수도 있었던것을...

* 천연기념물 제386호인 청실배나무 *

코끼리의 형상으로 수호신장이 되어 은수사를 품에 안고있는 수마이봉 자락의

은수사 경내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마이산을 찾아와 기도를 마친 뒤,

증표로 씨앗을 심었는데 그 씨앗에서 싹을 틔었다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도 있고,

이성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진안고원의 중심에 위치하며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마이산은

숫마이산 (667m)는 하늘을 뜻하는 天山 암마이산 (673m)는 땅을 듯하는

 地山 으로 기록에 남겨져 있다고 한다.

 

비둘기 집이 되어버린 화엄굴 ... 안에서

 

비둘기들은 이 눈 밭에 어디가서 길잃고 헤매이고 있나 한마리도 없고

못 마시게 되어버린 약수만...집주인이 되어 지키고있습니다

화엄굴 앞에서...

미끄러운 북부 주차장 내림길 계단..모두가 눈속에 덮혀버렸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가장 소중한것은 혼자 가질수 없게 만드셨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

그래서 모두들 보라고, 모두가 가지라고...

 

먼 곳에라야 참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 신의 참~ 섭리의 의미를 생각하며

산행길 내내 시선을 끌어 당기는 마력으로,

기이한 모습과 아름다운 형상으로 우뚝 솟은 겨울설산...암봉 마이산의 산행을 접습니다...*

돌아오는길 풍경들...


*돌아오는 길...일기예보는 계속 남부지방 대설주의보 를 발표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농촌에 눈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듯 초록의 기억을 더듬고 있는

옷 벗어 버린 나목의 가지위에도...

억새도 제 몸 흔드는것이 조용한 울음이었던것을

이제야 알았을까...?

하얀 눈물방울 주렁주렁 달고 있다

 

어이 할거나 ~~~!!!

대책 없는 사랑처럼 퍼 부어대는 이 눈바람을...

 

그리운 정 속 앓이로 뭉개져

먼~세월 그렇게 지켜가는 바위능선엔

바람에 놀라 쫒기듯 떨구어 내는 마지막 단풍 한잎

제 자리 찿지 못해 헤매이고

 

꼭지 빠지지 않고

까치밥으로 털리지도 않은 알몸의 감 들이

눈 속에서 빠알간 웃음을 무더기로 웃고있다

 

눈이내려

하얗게 덮어버린

12월의 첫 주말 마이산의 하늘엔

거꾸로 매달린 안개 꽃 처럼 하늘거리는

눈발이 날리고

 

나는

먼~훗날 어쩌다 생각나면

그냥 웃어도 좋을 내 하루를 남긴다

 

*  마이산 산행을 마치며 세실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