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곡 산, 떡 갈 봉

2006년 12월 2일 토요일
날씨:맑음, 시계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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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월악주유소-중치재-406봉-등곡산-떡갈봉-450봉-쇠사리재-성천교(3시간10분)

 

등곡산에 오르면 월악영봉이 가까이서 손짓한다. 발밑으로 중부권 제1의 명소인 충주호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등곡산 산행은 넉넉잡아 4시간이면 족하다.등산로 중간중간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정상에서는 비록 물은 줄었지만 충주호의 또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나들이하기 좋은 봄철 가족산행지로 적격이다.


정상에 서면 양옆으로 충주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마치 다도해의 올망졸망 모여 있는 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월악영봉 뒤로 주흘산(1천1백6)과 조령산(1천26)이 버티고 있다.조망은 정상보다 전위봉(前衛峰)이 더 뛰어나다. 귀경길에 수안보.능암.돈산.이천온천등에서 피로를 푸는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떡갈봉은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월악산과 마주보며 수석처럼 솟아 오른 산이다. 본래 이 산자락에는 4개의 마을이 있었는데 충주호가 생기면서 마을이 수장되고 주민들은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예전 주민들을 이 산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떡갈봉에 산나물과 송이버섯이 많기 때문이다. 이 산은 유난히 노송군락이 많고 공기가 맑아 송이가 서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상의 조망은 그리 시원치 않으나 정상을 지나 동쪽 능선길로 가면 충주호를 환히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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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주유소 앞에서 바라보는 월악산의 모습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산행지는 출발점에서 가까운 충북권이기에 마치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는 느긋함이 있습니다

백그라운드에는 월악산이 버티고 있어 든든하기도 합니다만
뒤에 달고 가는 걸음엔 그리움이 업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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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것이 담긴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 갈 길이 산모퉁이를 돌아 나갑니다
우리에겐 늘 갔던 길을 되집어 돌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그곳은 내 행복의 우선 순위가 되기도합니다
 삶의 전부이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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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월악주유소에 버스와 기사님을 두고
왔던 길 100m쯤 되 올라가니 중치재길 안내판이 눈에 잘 띄게 매달려 있습니다

시멘 포장길을 오르며 마음을 먼저 앞 세우자 다짐합니다
그저 넉넉한 마음으로 몸을 단련한다는 단순한 생각 하나만 챙기자 했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늘 산행에서 바랄 건 거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노송과 마른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충주호, 월악산이 전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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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약간 앞당겨 혼자  입산합니다
들어오라 손짓하는 리본은 있었지만 초반엔 가시넝쿨에다 길은 아무데나 있고 또한 없기도합니다
가던 걸음 멈추고 유심히 살피니 그저 너 알아서 오르라합니다

포장도로 따라 조금 더 오르면 편한 길이 있는데도 고난의 길을 택한데는
내 마음의 방 하나를 아집이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지요
참 못난 아집입니다

덕분에 바라지 않았던 그림 들어옵니다
고난 뒤엔 언제나 위로가 따르는가 봅니다
위로가 느껴지면 자축을 하는거지요
자! 힘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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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길이 보이고 충주호도 모습을 드러내고

바짝 세우는 날등을 오르느라 엉금엉금입니다
아직 눈은 보이지 않는데 바닥이 얼어서인지 약간 미끄럽습니다

남들 고속국도 탈 때 홀로 비포장 길에서 끙끙거리고 있으니 꼴찌는 따 논 당상입니다
봉우리 하나 올라서서 겨우 허리를 펴니 북서쪽으로 확연한 길이 앞장섭니다

약한 내림길이라 속도를 올리고서야 겨우 꼬리를 붙잡습니다

회장님 후미에서 거북이 한 분에게 붙들려(?) 가시는데
슬그머니 동행인척 따라 붙었더니 낌새 알아챈 거북이님 얼른 길을 비켜줍니다

길은 순한 오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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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이 채 못되어 등곡산정에 섭니다
멀리서 볼 땐 제법 조망이 열리겠거니 했지만 역시 노송으로 둘러쳐진 병풍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소나무만으로도  빽빽한 그물망입니다  가을철엔 송이가 제법 나올 것 같습니다

등곡산정에서 떡갈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몇군데 가파른 내림길이 있어
눈이 깊진 않지만 미끄럼에서 해방되려면 아이젠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내려서던 산님이 미끄럼을 타다 나무를 붙잡고 능수버들처럼 휘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서야
서푼어치도 안되는 자존심 버리고 아이젠에게 자유를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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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가진 건 쫓김으로부터의 해방 즉, 여유있는 시간입니다

행여 조망이 열릴새라 여기 빼꼼, 저기 빼꼼 눈치 살리느라 고개가 바쁩니다
옥정호의 한 부분과 닮은 지형과 충주호가 들어오는데 아무리 뒤져도 조망은 노송이 쳐 논 그물망에서 허우적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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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 걷다보니 왼쪽에서 올라와 귓등을 때리는 북풍 바람에 뺨이 얼어붙는데
오른쪽 사면은 양지라 눈이 많이 녹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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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방 하나에 월악이 들어섰습니다

몸은 떡갈봉을 향하는데 마음의 방에서 떠나지 않고 시선을 모조리 빼앗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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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관목처럼 낮춘 나무들이 눈에 띄길래 내려갔더니 역시 조금의 노력으로 조망이 열립니다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흔전만전 눈만 내 두르면 아무데나 조망이 열리던 산릉은 정말 축복입니다

월악을 오른쪽에서 호위하는 괴산군과 충주쪽의 산군들이 도열을하고 있습니다
도토리 키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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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봉의 불꽃은 타오르고 수그러든 하봉, 중봉의 라인도 선명합니다
앞쪽에 엎드린 능선은 등곡산정을 향해 오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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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노송 사이를 비집고 들어 선 등곡산을 겨우 잡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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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차 귀히 얻어낸 그림입니다

홍수 속에 갈증은 이를 두고하는 말인가합니다
아무데서나 눈만 열면 보일 것 같은 충주호의 자락 보기가 이처럼 어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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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 내 자리 하나 보이자 냉큼 올라 앉습니다

충주 뒤로 문경쪽이니 이속에 주흘, 조령이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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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갈림봉에서 조망되는 월형산입니다
제일 뒤에 선 줄엔 넉넉한 대미산릉이 될 듯도 하지만 그저 짐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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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갈림봉에서 떡갈봉 자락 뒤로 눈 덮힌 소백산 연화봉이 들어섭니다
산이 높아서 소백산이라 꼽은 것이 아니라 유독 눈이 깊은 것 같아 자세히 관찰하니 육안으로 천문대가 희미하게 잡힙니다

연화봉 이 하나의 발견으로 기쁨이 복받쳐오릅니다
목마른 호들갑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길은 한참을 낮추었다가 올라 설 채비를 하려는지 겁나게 내려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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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의 모습은 수산리 쪽에서 보는것이 더 아름답다고 여겨집니다
수산리에서 보덕암을 거쳐 하봉, 중봉, 영봉을 오르던 길들이 너무 멋들어져서 다시 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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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키 큰 노송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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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시력 좌우 안경을 쓰고도 1.2
이 그림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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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참나무 사이로 흔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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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갈림봉에서 조망 되는 떡갈봉입니다
떡갈봉으로 오르는 길은 산의 허리에 밟으며 길이 옆으로 주욱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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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봉
놀며, 놀며 오르니 등곡산에서 떡갈봉까지 1시간 15분이 걸렸습니다
청주 흥덕 산악회 떡갈봉 표지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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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하는 자리에서도 월악을 안고서 먹습니다
오늘 길은 이 월악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행복은 이처럼 간접적으로도 옵니다

다만
행복이라는 느낌을 향해 문을 열어놓는 사람에게만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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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3
마지막 내림길에서 월악을 보며 마침표를 찍습니다.

예상대로 내림길은 짧습니다
시간을 보니 또 하나의 산을 탐해도 족할만큼 넉넉합니다

월형산을 넘보다가 또 감에게 덜미를 잡힙니다
어떤 산님 산의 날등 오르듯이 비호의 흉내를 내며 감나무 위에 올라섭니다

하나, 둘 따 담다가 성에 차지 않는지 가지를 흔들어댑니다
등짝에도 쿵하고 떨어지고, 머리통에도, 무차별 가격에 에고고@@@ 피난입니다
휴전을 한 뒤 감을 줏어보니 모두 부상입니다

잘 익은 넘은 아예 털퍼덕 자리보전하고 죽탱이가 되고
조금 똘똘한 넘들은 경상에다 중상도 있습니다

뒤따라 내려 온 산님들과 합세해 산상 감 파티를 엽니다
점심상에 시큰둥하던 내 입에도 감이 들어가니 또 행복하다고 웃습니다
깨지고 터진 감 하나에도 행복한 단순무지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