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위봉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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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오지 ‘두위봉’을 찾아 영월로 들어선 차는 왜가리 한마리가 외롭게 물길을 거닐고 있는

동강을 건너고 철길을 따라 ‘어라연’으로 들어간다.(10:45)

 

‘연하계곡’ 입구를 지나고 ‘석항역’을 스치며 정선으로 향한다.

 

산골오지로 들어가는 ‘마차령’ 굽이굽이를 오르고 내려간다.

 

고개가 하도 굽이 굽이지니 ‘마차령’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차전초’(車前草)라고도하고,

‘마차초’(馬車草)로 불리기도 하는 ‘질경이’에 관한 애기나 한번 짚어가며 이 지루한 고개를 넘어가자.

 

질경이가 ‘차전초’(車前草)라 불리게 된 유래는 중국 한나라 광무제때 어느 무더운 여름

‘마무’(馬武)란 장군이 승전을 거듭하며 황하 북쪽 ‘황회평원’을 지날 때 그곳이 너무 가뭄이 극심한데다가 식량마저 떨어져 수많은 병사와 말들이 허기와 갈증으로 죽어가는 지경에 이른다.

 

살상가상 살아남은 병사와 말들도 심한 ‘요혈증’으로

아랫배가 불룩하고 피오줌을 누면서 차례로 죽어간다.

 

기진맥진한 마무장군은 싸움에 이기고도 전멸할 위기에 놓인 어느 날,

말을 돌보던 마부가 말을 찾다가 수많은 말 중에 피오줌을 누지 않고

건강해 보이는 말 세 마리를 발견하곤 유심히 살피니 돼지 귀같이 생긴 이상한 풀

[저이초(猪耳草)라고도 함]을 뜯어먹고 있어 마부는 곧바로 그 풀을 뜯어 국을 끓여 먹었다.

 

하루쯤 지나 피오줌이 그치고 기력을 되찾게 되자

마 장군에게 알리고 모든 병사에게 이 풀을 뜯어 삶아먹게 하니 요혈증이 깨끗이 나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광 무제는 그 풀을 마차 앞에서 발견한 풀이라 하여

‘차전초’(車前草)라 부르게 하고 온 나라에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가에 많이 자생하는데 마차가 지나갈 때 바퀴에 깔려 뭉그러지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풀이라 하여 ‘마차초’(馬車草)라고도 불리는 질경이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만큼 활용범위가 다양한 풀로 지독한 자생력을 가진 끈기의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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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길을 치고 돌던 차가 ‘탄전 기념탑’이 우뚝 솟은

‘도사곡 자연휴양림’ 입구에 들어서자 산객들이 내린다.(11:50)

 

차 두 대에서 내린 90여명의 산객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물이 세차게 흐르는 ‘큰 도사 골’을 따라 입산을 시작한다.

 

‘도사교’(道士橋)를 건너고 시멘트 블록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서 가는 일행들 위로 뜨거운 햇볕이 작열한다.

 

‘선녀교’(仙女橋)와 ‘두위교’(斗圍橋)를 지나가는 길가에 노란 씀바귀 꽃과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화사하게 피였고, 몇 채의 통나무집 펜션 들이 골짜기에 잘 어울린다.

 

휴양림골짜기 끝 둥근 원형의 아담한 공연장에 이르니 지난해 보았던 새빨간 단풍나무가

올해도 시멘트 길의 끝머리에 서서 산길로 인도하며 산행 길잡이 역을 한다.(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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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260분이라는 팻말을 보며 오르막 산길을 간다.

 

나무숲이 우거진 그늘 돌밭 길을 가노라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뜨거운 햇살이 푸른 나무 숲 사이로 눈부시게 내린다.

 

여기저기 골짜기마다 이끼 낀 돌들 사이를 맑은 물이 하얗게 부서지며 상쾌하게 흐른다.

 

돌투성이 너덜한 길이 길고도 지루하니, 영월을 지나올 때

‘김 삿갓 유적지’ 안내판을 얼핏 봤는데 이참에 김 삿갓의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라는

‘자고우음’(自顧偶吟) 시 한 수 더듬으며 가는 것이 좋겠다.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세상 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 해지네.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에게 놀림 받네.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 뿐 이니

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겠네.

 


어려서부터 객지생활로 떠돌며 살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풍류에 시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에 꼭꼭 박혀오니 즐겨할 수밖에...

 

‘도사곡’에서 1.8km에 이른 제1샘터(쉼터)를 만나 목을 축인다.(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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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상은 3.7km나 남았는데 온몸은 땀에 젖었다.

 

지난 해 이맘때 철쭉을 보려고 이산을 찾은 적이 있어 골이 깊고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며 걷자니

너무 지루할 것 같고 어차피 ‘아라리고개’를 넘어갈 바에는 ‘아라리’라도 제대로 새기며 가자는 생각으로 고된 길에 아낙들의 야릇한 한이 담긴 ‘아라리’를 하나하나 더듬으며 간다.

 

/ 아저씨 나쁜 건 경상도 아저씨

  맛보라고 조금 줬더니 볼 적마다 달라네. / -아라리-

 

제2샘터에서 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마신다.

 

산객일행들이 둘러앉아 곡차를 한잔씩 마시기에 기웃거려 한잔 걸치고 올라간다.

 

통나무 계단이 길게 그리고 깔딱 고개를 이루며 ‘자작나무 군락’을 통과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1800여년의 역사를 살아온 ‘주목 군락 지’로 들어선다.(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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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고문님이 보여주는 곰 발바닥을 닮은 ‘곰 취나물’을 주어들고,

서너 명이 품을 만한 주목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뒤

능선 삼거리인 ‘큰 도사고개’에 올라선다.

 

일행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점심을 들고 있다.(13:50)

 

한뫼 일행들(김 종인고문님, 신양수회장님, 김유웅 부회장님, 박 충건대장, 진 인화총무,

곰돌, 달건 그리고 안 천순님 등등)이 달건이 준비한 밥과 반찬들을 널려놓고,

오르면서 뜯었다는 곰 취나물에 이것저것 듬뿍 싸며

안 천순님이 협찬한 곡차를 부딪치는 자리에 한자리차고 끼어들었다.

 

긴 골짜기를 벗어난 서쪽능선 길에 연분홍 철쭉꽃이 군데군데 피였고,

여기저기 멧돼지들이 나무뿌리를 캐먹으려고 흉하게 파헤쳐 놓았다.

 

/ 앞 남산에 딱따구리는 생 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의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 뚫어 / -아라리-

 

1300고지의 암 봉인 ‘전망대’에 올라서자마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모자가 날아가고 머리가 헝클어진다.(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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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걸린 모자를 신 회장님이 챙겨 받아들고 시원한 골짜기와 능선을 조망하니

골짜기를 오며 답답했던 기분이 일시에 개운해진다.

 

바람이 너무 세차 좁은 바위 위에 서있으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 담 넘어 갈 적엔 큰 맘 먹더니

  문고리 잡고선 발발 떠네. / -아라리-

 

정상으로 가는 오르락내리락 짙푸른 능선 길을 가다가

커다란 포대에 하나 가득 나물을 짊어지고도 나물을 훌 트며 가는 아저씨를 만난다.

 

나는 아무리 봐도 뭐가 나물인지 모르니 멀건이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그는 나를 얼-핏 보고 잔잔한 웃음을 남기며 지나간다.

 

/ 당신은 날 알기를 흙 사리 껍질로 알아도

  나는야 당신 알기를 공산명월로 알지요 / -아라리-

 

주능선의 산죽쉼터를 지난다.(14:37)

 

여기가 지도상의 1460고지인가. 정상0.9km의 팻말이 서있고,

지난주에 가평 ‘연인산’에서 우리를 홀리며 길을 잘못 잡게 했던

다래나무가 파릇한 순을 돋우며 잔잔히 널려있는 구릉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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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길에도 푸른 나무숲속에 가끔가다 보이는 연한 분홍빛 철쭉이 아름답다.

 

/ 달릉 아저씨 질릉 조카야 불고지 동서아니냐

  속곳 벗고 달려드는데 골낼 놈이 누구냐 / -아라리-

 

내려가는 능선 길에서 풀 섶에 덮인 헬기장을 지나고, 오르는 길에

수 백 년 된 노거수 주목군락을 만난다.(15:10)

 

너무 늙어서 비바람에 부러지고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경고문이 서있다.

 

정말 상처투성이의 주목들이 애처롭게 서있다.

 

오늘따라 후미대장을 보던 전 양규님이 오질 않아 내게 넘어온 무전기로

자꾸만 후미가 어떠냐며 챙겨서 같이 산행하기를 부탁한다.

 

점심때 후미에 여러 명이 남은 것은 분명한데 얼굴을 잘 모르니

행보가 느린 나를 앞서갔는지, 저 뒤에 떨어져 오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짝 있는 일행이 분위기 찾아 먹을 것 싸들고 새 구멍으로 나무숲을 찾아들어

알-콩 달-콩 사랑타령이라도 하면 낸들 어이하리까.

 

/ 사랑방에 시아버님은 일없는 것도 변이지

 울타리 밑에 개구멍은 왜 그리도 막는지 / -아라리-

 

걱정 반 근심 반으로 자그마한 봉우리인 사북 쪽 해발 1466m의 ‘두위봉’(斗圍峰)에 올랐다.(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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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이 작년 그대로 나무판에 ‘두위봉’이라고 적혀있을 뿐 촌스런 모습 그대로다.

 

서둘러 구릉건너편 또 다른 정상을 향해 안부로 내려간다.

 

그곳 헬기장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비지땀을 흘리며

두 번째 정상인 해발 1465m의 정선 쪽 암 봉인 ‘두위봉’에 올라서니,(15:35)

 

건너편 암반 봉우리에 이미 도착한 김 종인고문님이 뒤처진 나를

카메라에 담으려 손을 올리라고 하기에 두 손을 번쩍 쳐들고 맘껏 환호성을 지른다.

 

성경 말씀에 이르기를

“너의 갈길 다가도록 인도하여 너를 높은 산에 오르게 하시니 너는 행복자로다”라고 했다.

 

두 손을 번쩍 쳐들고 환호하는 이 순간 나는 행복한 자다.

 

그 곳에는 ‘두위봉’(斗圍峰)이라고 적혀있는 정상석이 서있고 앞선 정상보다 훨씬 멋있는 곳이다.

 

잠시 땀을 닦은 후, 내쳐 일행들이 기다리는 1464고지의 암반 봉우리를 향해 허겁지겁 속도를 낸다.

 

꽤나 넓고 풍광이 좋은 암반 위 ‘두위봉 철쭉꽃 시 비’가 서있는 곳에서 일행들과 합류한다.(15:42)

 

점심 먹고 헤어진 뒤 처음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일행들이 서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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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짐에 곰돌이가 싸온 골뱅이 무침과 정 신자님이 차에서 준 부침개가 그대로 있어

잠시 쉬면서 먹고 가자고 붙들었더니 더 내려가서 먹자고 떠나버린다. 좀 쉬고 싶은데...

 


막 피어나는 사랑/ 꽃샘바람에 움츠리다 가

살랑이듯/ 작은 몸짓으로 부르면

가까이 와/ 수줍은 햇살이 되고

설렘이 된다.

두리 뭉실 두위 봉에/ 연분홍 물결

짱짱한 몸짓이 된다.

 


부랴부랴 ‘철쭉꽃 시비’를 읽고, 고달프지만 일행을 뒤따라 ‘철쭉 군락지’로 내려간다.

철쭉은 꽃망울만 푸짐하게 몽우리지운 채,

아직도 꽃샘바람에 움츠리고 있는지 딱 작년만큼 아주 조금씩 그것도 감질나게 피웠다.

 


너무나 아쉬워 어쩌다 환한 꽃나무 한그루 잡고 폼 한번 잡은 뒤 내려간다.

 

‘철쭉 군락지’ 끝 무렵 밋밋한 잡초위에 일행들이 자리 잡고 기다리며 골뱅이를 치우자고 서두른다.

 

/ 수수밭 삼밭 다 지내 놓고서

  빤빤한 잔디밭에서 왜 이렇게 졸라 / -아라리-

 

골뱅이와 부침개를 내 등짐에 넣고 다니는 이유가 좀 뭐하지만

워낙 뒤처지는 걸음마로 한번이라도 산행에서 고수들과

잠시 조우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서 무거워도 감수하고 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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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와 부침개에 김 고문님의 매실차로 잠시 여유를 찾고 떠난다.

 

산마루 길 능선 갈림길을 지난다.(16:05)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일명 아라리 고갯길이다.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

 

더듬더듬 거리며 가는 길 차라리 다치지만 않는다면 굴러가리라.

 

/ 나는 널 안고 너는 날 안고 단둘이 꼭 끌어안고

  여산 폭포 돌 굴리 듯 달달 굴러보세 / -아라리-

 

‘아라리 고개’를 내려가면서 ‘아라리’도 다 끝나 가는데 무전기가 또 속을 끓인다.

일마다 이상하게 꼬일 때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던가.

 

후미에 어느 아낙이 배가아파서 정상에 있으니 챙겨보라 고라 하는데

이를 어쩔거나 내 실력에 어찌 다시 한참을 내려온 정상을 다시 가랴.

 

김 고문님과 고전무용을 한다는 아가씨와 셋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 참을 기다리는데

남정네 일행이 있어 천천히 내려 올 거라는 무전을 받고 긴 한숨 내쉰다.

 

/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만 펄펄 나 구요

  이 내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 나네. /

 

해발 1150m의 ‘산 대나무 길’을 지나고 ‘감로수 샘터’에 도착해 갈증을 푼다.(16:35)

 

그곳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김 부회장과 안 천순님을 만나 함께 ‘박달나무 길’을 무딘 발로

달달거리며 내려가니 ‘단곡’골짜기에 발을 담그고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일행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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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멀고먼 산행 길의 마지막임을 알려주는 바리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무 숲 길을 벗어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단곡 천’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17:08)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버스로 ‘정선아리랑학교’를 지나서 ’

함백‘의 골짜기에 자리한 공장식당으로 들어간다.

 

산악회 임원이 돼지 한 마리 잡고 ‘곤드레 밥’에 취나물로 푸짐하게 준비한 하산 식을 곡차와 함께 즐긴다.

 

곤드레 밥이 옛날 배고픈 시절 시레기 넣은 비빔밥 같은데 막상 먹어보니 맛은 그만이다.

 

해 저무는 산골짜기 길도 굽이치며 한참을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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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26. 9(음력 4월 10일) 토요일
 

 

 

 

 

 

 

 

 

글:안상도    편집: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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