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위봉을 다녀와서

산행일시: 2009. 5. 16.

산행코스: 단곡 → 감로수샘터 → 갈림길 → 두위봉 → 주목군락지

             → 샘터 → 도사곡휴양지

산행시간: 4시간 30분

일기정보: 온 종일 비

 

 오늘 뵈올님은 아리랑가락이 살아 숨 쉬는 정선에 있는 두위봉이다.

궁상각치우인 오음계뿐 아니라 12율명으로 우리민족의 얼과 한을 오묘하게 담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가 금방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기대감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 일행은 10시 15분경 들머리인 단곡에 이르러 가느다랗게 내리는 빗줄기를 맞았다. 일기예보 대로 비가 온다고 해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온지라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오르리라는 마음뿐이라 그저 좋을 뿐이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나뭇잎 사이로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조용히 내려오는 빗줄기는 감각과 시각의 차원을 넘나들며 주위의 녹음을 더욱 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더욱이 갈증으로 시달리며 메마른 대지는 사분사분 내리는 비로 해갈이 되어 새로운 생을 이어나가듯 촉촉한 윤기를 더해 짙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산행하면서 뚝뚝 떨어지는 비가 가끔씩 등줄기를 타고 들어가도 시원하게 느껴지고 왜 이제 왔느냐고 응석을 부리는 너스레가 지워지지 않을 정으로 친근함까지 함께 한다.

 

촉촉이 젖은 노면을 따라 조금씩 오르면서 녹색의 물결에 일렁이고 자연색 물감으로 물들인 색감이 주변의 색조화장 마저 멋스럽게 해준다. 감로수 샘터에 이르러 정상까지는 식수가 없으니 이곳에서 준비하라는 친절한 안내문구가 등반객을 위한 배려에 감사를 전한다.

 

시원하게 가로지른 잘 닦인 임로를 따라 가면서 옛 생각과 함께 명상을 하노라니 색 다른 맛으로 전해오는 산행의 미각! 감로수 샘터를 뒤로하고 정상을 향해 가면서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에서 10여분을 더 가니 여기서부터 철쭉군락지로 어른 키를 넘기는 나무사이로 꾸불꾸불 틀어진 길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다. 아직 철쭉이 피지 않고 몽우리가 진채 만개를 기다렸지만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빗줄기도 제법 굵어졌다.

 

봄 날씨와 다르게 서서히 추위를 느껴 체온을 유지하려고 동작을 크게하며 20여분 후에 두위봉에 이른다. 비가 오는 중이라 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하얀 운무만이 뿌옇게 머물러 있었다.

 

비를 맞으며 2시간 산행하니 체온이 떨어지면서 체력이 소진될 뿐 아니라 거센 바람으로 기온이 떨어져 오싹한 추위는 참기 싫을 정도로 수위가 높아져 갔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로 중간지점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오로지 가야만했다.

 

두위봉을 내려와 산쪽 쉼터에 이를 무렵 저 너머에 걸터 앉은 운무를보며 비를 소재로 몇 자 적어본다.

 

           비

 

         비, 비가 내린다.

        

        산 좋아 달궈진

        내 심장 식히랴

 

        비, 비가 내린다.

 

들머리를 떠나 계속 비를 맞으며 산행하면서 3시간 30여분 만에 주목군락지에 이른다.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 어쩜 저리 반듯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신비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아래부터 위를 보며 나무 틈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좀처럼 환하지 않았다.

 

빼곡하게 우거진 산림은 그동안 내린 비로 더욱 아름다운 채색으로 몸단장을 마치고 이에 질세라 상큼한 내음이 코 끝에 머무르니 오늘의 우중산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날머리에 이를 무렵 샘터를 지나 아스팔트 임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오늘의 산행을 말해주 듯 빗줄기는 더욱 굵었지만 계곡으로 내려가 손발을 씻고 옷매무새를 고친다.

 

비를 맞으며 오르내린 산, 산행 하면서 생각나는 말.

 

         정상에서 모든걸 숨겨준 운무!

            산행하며 알게된 참다운 진리!

               두위봉을 떠나며 하고픈 속말!

                  언제라도 부르면 다시금 오리!

                     

                  2009. 5. 17. 양촌리 이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