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이 서러운 백두대간 22구간 (저수령-도솔봉-죽령)


 

2008.   5.   18. (일) 흐림 
 

산사랑방, 꼭지, 산거북이 
 

일출 05:18 / 일몰 19:26 / 음력 4.14


 



 

 



 

 

 


▣ 구간별 산행기록


 

05:00 저수령

05:32 촛대봉

07:16 1084봉

07:31 배재

08:04 싸리재 <단양유황온천2.7km>

08:40-08:50 흙목정상

09:03 철탑

10:25 모시골(모시골마을1.7km/저수령9km)

11:20 묘적령(사동리3.7km) 자구지맥 분지점

11:32-11:42 전망바위 휴식

12:10-12:30 묘적봉

13:33 전망바위

13:48 헬기장 도솔봉

13:55-14:05 도솔봉

15:00 삼형제봉(도솔봉1.7km/죽령4.3km)

15:46 흰봉산 갈림길(1286봉)

16:32 샘터

17:00 죽령


 

총 산행시간 : 12시간 (20.18km) / 누적거리 : 439.59km


 

▣ 대간종주 거리 : 20.18km / 누적거리 403.59km (포항셀파 기준)

                              저수령→3.98←배재→1.00←싸리재→2.60←뱀재→4.05←

                              묘적령→1.05←묘적봉→1.70←도솔봉→5.80←죽령           

                 

▣ 접근거리 : 없음

▣ 식수위치 : 도솔봉샘터(죽령1.3km지점)

▣ 위험구간 : 없음

▣ 교    통 : 자가운전 서대구I.C-예천I.C-928번(예천방향)-28번(영주방향)-927번(단양방향)-저수령

                차량운행거리 142km / 1시간50분소요

▣ 차량회수 : 죽령⇒저수령 / 문경대강택시 25,000원 (011-485-2911) 차갓재.저수령.죽령.고치령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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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오늘 진행하는 도솔봉구간은 무엇보다 조망이 탁월한 곳입니다.

묘적봉에서 도솔봉, 삼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마루금은 남조천을 끼고 활처럼 둥글게 휘어지는데

도솔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야말로 사후 세계의 마지막인 도솔천임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지요.

도솔봉과 삼형제봉에 일부 암릉 구간이 있긴 하지만 전형적인 육산이라 걷기도 좋고

만개한 철쭉과 온갖 야생화가 어우러진 마루금은 천상의 화원이었습니다.


 

아마 소백산이 가까워 오기 때문에 그러한 것으로 여겨지네요.

육산이지만 군데군데 전망처가 많아 조망이 트이는 것이 매력이었고,

주 능선에는 장의자까지 쉬어가라며 발걸음을 붙잡아서 시간을 잊은 채 산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꼭지가 가다가 쉬고, 가다고 쉬고 땡 잡았지요.

보통은 10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우리는 2시간이나 더 보태 12시간이나 즐기며 걸었습니다.


 

저녁 늦게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큰 조망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흐린 날 많이 발생하는 가스층과 연무가 시야를 방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요.

밤부터 내린다던 비는 엉뚱하게도 오전 8시부터 내리기 시작하였고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그때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비가 계속내리면 묘적령쯤에서 탈출할 계획까지 세웠지요.

그런데 2시간 후에는 비가 그쳤습니다. 산거북이아우가 도술(?)을 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구름이 지나가고 난 후, 하늘이 맑아지더니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졌는데

그건 우리에게 다가온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어쨌든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지만

인간이 자연 앞에서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지요.

만개한 철쭉과 산 사면을 곱게 물들인 미나리냉이, 쥐오줌풀, 솜방망이,

황금무늬가 있는 흰붓꽃, 앵초, 홀아비꽃대, 당개지치, 둥글레, 산괴불주머리.. 등등

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야생화가 꽃길을 열어주어 축복받은 대간산행이 되었습니다.


 

특히, 도솔봉은 꿈에도 가고 싶다며 노래하던 부산의 산거북이님과 동행할 수 있어서 좋았고

죽령까지 무탈하게 산행을 끝낼 수 있어서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투구봉에서


 



 
 


                                                                           ▲뒤돌아본 솔봉방향


 



                                                        ▲옥녀봉에서 자구산으로 이어지는 자구지맥능선


 



                                                                                    ▲대강면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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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거북이’님과의 동행


 

토요일저녁

산거북이아우와 내일 대간산행을 함께하기로 약속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평소와는 달리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그와는 어느 날 바람처럼 스쳐가듯이 온라인에서 만났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었다.

지금은 친형제처럼 두터운 정이 들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그를 대하면 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시내에서 만나 간단한 인사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산행을 함께하며

많은 얘기들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이런 기회는 자주 없을 것이다.

그것도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이다가 10시쯤 잠이 들었나보다. 2시에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얼른 눈이 떠진다.

출발하면서 아우에게 전화하고 경북대학교 북문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새벽 2시50분


 

학교정문 앞에는 꼭두새벽인데도 학생들이 시끌벅적하여 젊음의 열기가 넘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산에 가는 우리는...?

잠시 후 그가 나타났는데 젊은 학생들의 시선이 아니라면 뜨거운 포옹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손을 굳게 잡는 것으로 반가움을 대신한다.


 

중앙 고속도로를 달려 안동휴게소에서 커피한잔씩 하고 예천 나들목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대강택시에 전화를 한다. 어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터라 지금 이 시간에 죽령으로 도착할 수 있는지

물으니 이미 5시에 예약한 손님이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차량은 산행 후에 회수하기로 하고

예천I.C를 빠져나와 저수령으로 향한다.


 


 

05:00 저수령

고도 850m, 결코 낮은 고개가 아닌데 바람마저 조용하다.

문이 굳게 닫힌 휴게소건물이 을씨년스럽지만 정원에 만개한 철쭉꽃이 아름다운 자태로 객을 맞이한다.

날이 훤하게 밝아온다. 별들마저 삼켜버린 하늘은 낮은 구름을 드리우고

상쾌한 아침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이다.


 

산문에 들어선다. 일찍 일어난 새들의 지저귐이 감미롭고

초목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기가 좋아 코를 벌렁거리며 길게 심호흡을 한다.

깨끗하고 맑은 기운이 전신에 퍼진다. 우리는 이것을 앤돌핀이라 한다.

앤돌핀은 뇌신경을 자극하여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그 호르몬은 체내의 암세포를 죽인다고 하니

여기가 사람을 살리는 곳? 의사 앞에서 웬 주책을..@@


 



 

 



                                                                                          ▲투구봉에서


 



                  

 

 


초반부터 가파른 경사길이다. 거친 호흡이 촉진제가 되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산거북이아우는 거북이(?) 그 특유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뒤를 따른다.


 

05:32 촛대봉에 올라선다. ‘붉은병꽃나무’가 화사한 꽃잎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2002년 단양군에서 세웠다는 잘 다듬은(?)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는데 너무 딱딱하다.

제멋대로 생긴 자연석으로 했으면 좋았을걸..

 


 


 

만개한 철쭉과 야생화


 

촛대봉을 내려서니 이름모를 하얀 꽃들이 군락을 지어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미나리냉이’였다.

줄기가 젓가락같이 생겨서 시골사람들은 젓가락나물이라 부르는 홀아비꽃대도 지천에 피어있다.

앵초의 그 독특한 미소는 어디 가서나 이채롭다.

특히 덕유산에서 엄청 많았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 이곳에서 또 만나게 된다.


 

헬기장에는 철 늦은 할미꽃이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우측사면으로는 더러 낙엽송 군락지가 보이고 좌측은 잡목이 주종이다.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대부분 생김이 비슷비슷하여 나는 구분을 잘 못한다.

그냥 통틀어서 신갈나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 잎이 큰 것이 특징이다.

붉은 병꽃나무도 많고 흰 꽃을 피우는 나무도 보인다.


 



                                                                                ▲앵초와 노랑무늬 흰붓꽃


 



                                                                                    ▲솜방망이와 할미꽃


 



                                                                                ▲미나리냉이와 개별꽃


 



                                                                             ▲큰애기나리와 홀아비꽃대


 




 

 

                                                                                       ▲흙목정상  



 



 
 



                                                                                          

 



 


 

08:04 싸리재 4거리안부

싸리나무는 보이지 않고 큰애기나리가 군락을 지어 피어있고

<단양유황온천 2.7km / 원용두마을 2.66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갑자기 후두둑 나뭇잎 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는 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걱정이다. 곧 그치겠지 생각했지만 계속 내린다.

어디가 뱀재인지 솔봉인지를 모른 채 빗속을 2시간 가까이 걸었나보다.


 

10:25 모시골안부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더니 하늘이 밝아진다.

<모시골마을1.7km,저수령9km>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데 우측으로 내려서면 모시골이다.

서쪽 하늘이 맑으면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아우의 말에 “설마?”하며 서쪽을 바라보니

정말 서쪽하늘이 맑게 개이고 있었다. 비는 그치고 빗물을 머금은 꽃들의 청초한 모습이 아름답다.

 


 



                                                                                     ▲싸리재 4거리 안부


 



                                                                                           ▲모시골


 



                                                                                      ▲비는 멈추고..


 



                                                                                    ▲두 번째 묘적령


 



                                              ▲너무 아름다워 옥녀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모래재너머 자구지맥 능선


 


 


 

묘적봉의 아름다운 조망


 

11:20 묘적령

<모래재1.95km,모시골정상7km>라는 묘적령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보통 ‘령’은 안부 즉 ‘재’를 말하는데 이곳은 봉우리와 같다. 우측으로 하나의 산줄기가 떨어져나간다.

여기가 모래재~옥녀봉~자구산~남산으로 이어지는 ‘자구지맥’분지점이다.

대간은 훼손지역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우측으로 가면

자구지맥능선으로 빠질 수 있으므로 알바하기 쉬운 곳이다.


 

봉우리를 내려서면 3거리 안부인 두 번째 묘적령이고 여기서부터 소백산국립공원이다.

<저수령10.7km,사동리(절골)3.7km>라고 표기된 커다란 이정목과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도솔봉구간만 산행한다면 사동리에서 출발하여 묘적령~도솔봉~삼형제봉~흰봉산~사동리로

내려서는 원점회귀코스가 좋을 것이다.


 

묘적령에서 10분쯤 오르니 멋진 전망바위가 있다.(11:42)

시계가 맑아 끝없이 펼쳐지는 산마루가 옅은 운무와 더불어 선경을 연출한다.

모두 퍼질고 앉아서 잠시 휴식하며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본다.

대간 마루금도 마루금이지만 좌측으로 펼쳐지는‘자구지맥’능선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모래재에서 흘러내리는 은계천과 그것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은계마을의 풍경이 정겹고 아늑하다.

탄성을 지른다. 가고 싶은 산줄기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그 풍경들이 아름다워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으니 아우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며 가르쳐준다.

아우는 예전부터 카메라에 조예가 깊다.

그의 사진들을 많이 보아온 터라 사진을 찍어놓으면 구도가 그의 것과 비슷하다.

오늘, 그의 생생한 가르침덕분에 또 다른 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걸음은 더디고 산행시간은 자꾸만 늘어난다. 꼭지가 앞서서 가며 우리를 기다린다.


 



                                                                                         ▲묘적봉

 

                     

 

                                                 ▲무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시는지..


 



                                                                       ▲가야할 도솔봉과 뒤로는 삼형제봉

 

 

                                               ▲또 옥녀봉으로 눈길이 간다. 옥녀야~~! 이제 옥녀의 이름도 한 번 불러보고.. 


 



                                                                               ▲지나온 묘적봉


 

전망대에서 30여분 올라서니 묘적봉인데 작은 돌탑이 세워져 있다.

정상석은 없지만 동판을 붙여 묘적봉이라 새겨놓았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꼭지가 상치 쌈을 준비해 왔는데 대간은 먹은 만큼 간다며 많이 먹기를 권하니

아우가 입맛에 맞는지 잘 먹어준다. 배가 부르면 오를 일이 걱정이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도솔봉과 멀리 삼형제봉이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깎아지른 암봉과 사진으로 많이 보아왔던 나무계단이 보이고

아우는 이미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짓한다. 저 양반이 거북이가 맞긴 맞나?

곧이어 꼭지도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늘 내가 꼴찌네.

정상부에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다. 그런데 정상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건 도솔봉의 전위봉이었다.

 


 


 

미륵보살이 머무는 도솔천


 

13:48 헬기장 도솔봉

전위봉을 내려와 잡목 숲을 헤치고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는 도솔봉이다.

촛대봉의 것과 같은 까만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40~50명의 산님들이 헬기장을 가득 메우고 식사중이다.

잡목이 많아 전망은 별로다. 소백산 방향으로 조망이 트이지만 천문대능선이 희미하다.

헬기장을 내려서니 곧이어 암봉으로 이루어진 진짜 도솔봉이 우측에 버티고 있다.

대부분의 산님들은 좌측 길로 가지만 우리는 우측의 가파른 비탈을 오른다.


 



                                                                                          ▲도솔봉 전위봉


 



                                                           ▲도솔봉 오름길.. 역시 천국가기는 힘들어~~ 


 



                                                                 ▲지나온 대간마루금과 계속 보고싶은 옥녀봉능선 


 



                                                                            ▲가야할 삼형제봉과 1286봉


 



                                                                       ▲도솔봉에서 바라본 솔봉방향의 조망

 


 

자연석의 정상석뒤로는 삼형제봉이 손짓하고 소백산능선은 희미하지만 뚜렷한 윤곽을 드러낸다.

좌측엔 돌탑이 세워져 있고 돌탑너머로 지나온 대간능선과 첩첩한 봉우리들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두 팔을 벌려 그들을 가슴으로 맞이하고 싶다.

남조천따라 펼쳐지는 계곡의 풍경은 또 어떤가. 봄의 왈츠가 이런 것이리라.

옛날 죽령에는 김유신과 죽지랑을 모신 사당이 있었다고 한다.

그 죽지랑을 대상으로 한 ‘모죽지랑가’에는 “가는 봄이 그리워 모든 것이 서러워 운다.”고 했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가는 봄이 서럽게 느껴진다.


 

불교에서 도솔봉(도솔천)은 사후세계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한다.

장차 부처가 될 미륵보살이 머무는 곳, 즉 천국을 의미한다.

뭐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절경이며 아름답다.

가야할 소백산의 장대한 능선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시계는 벌써 2시를 가리킨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다.

저수령에서 9시간이 걸렸지만 지루하거나 결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솔천에서는 시간도 멈추는가 보다.


 

도솔천을 뒤로하고 이제는 사바세계의 151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올라서면 삼형제봉이 반져줄 것이다. 꼭지는 이제야 지치는지 무척 힘들어한다.

산거북이아우는 7시간이 산행 한계라고 했지만 9시간을 넘겼는데도 전혀 피곤해보이지 않는다.

대간의 정기를 톡톡히 받았나 보다. 나는 무릎이 시큰거려서 다리를 절둑거리며 오른다.


 



                                                           ▲도솔봉 암릉구간 너머로 소백산이 시야에


 



                                                                                    ▲산거북이??


 



                                                                                   ▲백두대간 도솔봉


 



 

 



                                                             ▲삼형제봉 오르는 151계단(?)에 설치된 이정목

 


 

15:00 삼형제봉

도솔봉에서 1시간정도 걸린 셈이다. 정상석은 없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조망이 좋다.

지나온 대간마루금과 오똑솟은 도솔봉, 멀리 솔봉아래는 계곡따라 싱그러운 봄빛이 흘러내린다.

다음에 가야할 천문대와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의 장쾌한 마루금도 시야에 들어온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 후에야 1286봉이 어깨를 내민다.

우측으로 우회한다.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안부에는 <죽령3.3km/도솔봉2.7km>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좌측으로 가면 흰봉산인데 그리로 가면 사동리로 하산할 수 있다. 죽령은 우측이다.

무릎이 계속 시큰거려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맨 뒤에 쳐져서 내려간다.

아우는 변함없이 처음과 같은 걸음걸이다.


 

죽령에 먼저 도착하면 1시간만 자기를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절뚝거리는 나를 오히려 아우가 기다려주었다.

무려 12시간이 걸렸지만 모두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멋진 조망과 함께 산행 내내 야생화꽃길을 걸으며 즐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산죽 길을 내려서니 소백은 어서오라며 손짓하고 산괴불주머니는 잘 가라며 노란 손을 흔든다.

오늘의 행복을 죽령에 남긴다.


 



                                                                                ▲뒤돌아본 도솔봉


 



                                                                                ▲연두빛 봄의 왈츠


 



                                                                     ▲1286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소백산


 



                                                                                ▲당개지치와 쥐오줌풀


 

 

 

                                                                                    ▲벌개덩굴과 둥글레


 



                                                                           ▲오늘의 행복을 남겨둘 죽령 날머리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