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보다 더 길고 지루하게 열흘 이상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없다가 오랜만에 개인 날씨를 보이는 8월 16일(목요일), 5시 50분에 집을 나와서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닿으니 6시 50분. 7시 10분발 화양동행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11700원.

시외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니 서울에는 아침에 이슬비가 내려서 땅이 젖어 있는데 충청도 쪽은 구름은 많지만 비가 온 흔적도 없이 해맑은 날씨를 보여준다.

8시 50분, 청주에 도착한 버스는 무려 30분을 정차해 있다가 9시 20분에 이 버스의 종점인 화북을 향해 출발해서 10시 40분에 화양계곡 입구에 도착한다. 화양1교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10분 쯤 걸으니 화양구곡의 제 1곡인 경천벽이 나오는데 절경이라고 할 정도의 암벽이라고는 할 수 없는 평범한 모습에 내심 실망한다.

이제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지 않는 구매표소를 지나서 계곡을 따라 걷다가 화양2교를 건너니 오른쪽으로 보이던 화양계곡이 이제는 왼쪽에 보이고 화양계곡의 제 2곡인 운영담이 나오는데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는 계류보다는 계류 위의 암벽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운영담을 지나니 우암 송시열의 유적이 나오고 이어서 효종이 죽자 송시열이 새벽마다 한양을 향해 활처럼 엎드려 통곡했다는 읍궁암이 나타나는데 냇가의 흔한 기암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모습이다. 
 

화양1교 앞의 속리산국립공원 안내도. 
 

경천벽 안내판. 
 

화양구곡의 제 1곡 - 경천벽. 
 

운영담 안내판. 
 

화양구곡의 제 2곡 - 운영담. 
 

우암 송시열의 유적. 
 

읍궁암 안내판. 
 

화양구곡의 제 3곡 - 읍궁암. 
 

괴산군민의 자부심을 드러낸 화양구곡 표지석을 지나치니 화양구곡의 제 4곡인 금사담과 함께 그 위로 송시열이 정계에서 은퇴한 후에 은거하여 학문을 연구하고 수양했다는 암서재가 나오는데 참으로 멋진 옛날의 작은 별장 같은, 아담한 건축물이 계류와 바위, 숲 속의 언덕과 훌륭한 조화를 이뤄 내심 감탄한다.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보이는, 계곡 속의 못이라는 의미의 금사담은 넓은 바위 밑의 넓은 못이 상쾌함과 함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고 바위 사이로 힘차게 흘러내려가는 물살은 보기만 해도 더위를 잊을 듯하다.

계곡을 따라 좀 더 올라가니 화양3교가 나오고 그 앞에 도명산 들머리가 있다. 도명산의 능선길을 오르다가 제 5곡인 첨성대를 보고 싶어서 계곡을 따라가 보는데 찾기가 어려워 한자가 새겨진 기암과 그 앞의 멋진 계류와 바위들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능선길을 오른다. 
 

화양구곡 표지석. 
 

금사담과 암서재 안내판. 
 

금사담 부근의 맑고 시원한 계류. 
 

화양구곡의 제 4곡인 금사담과 암서재. 
 

화양3교 앞의 도명산 들머리. 
 

한자가 새겨진 기암. 
 

기암 앞의 계류와 바위들. 
 

사람들의 잦은 발길로 등로가 파헤쳐져 나무들의 뿌리가 돌출해 있는 좁은 산길을 지나니 철제 난간과 철제 사다리가 자주 등장하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비만 계속 내리다가 섭씨 33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만나자 신체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몇 번을 앉아서 쉬다가 들머리에서 2시간 만에 해발 643 미터의 도명산 정상에 닿는다.

그늘진 곳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25분 쯤 쉬다가 올라오던 길로 잠시 되내려가면 왼쪽에 뚜렷한 능선길이 보인다. 그 능선길을 따라 내려선다. 
 

철제 난간지대. 
 

도명산 오름길에 바라본 조봉산. 
 

석문. 
 

눈앞에 다가온 도명산 정상. 
 

도명산 정상 - 해발 643 미터. 
 

도명산 정상부분의 전경. 
 

학소대로 내려가는 길. 
 

도명산 정상에서 바라본 낙영산과 절고개, 코뿔소바위. 
 

암릉길을 25분 쯤 내려서면 계곡길이 시작된다. 산행중에 물이 있는 작은 계곡을 처음으로 만나서 땀에 젖은 얼굴을 씻고 땀을 닦는 타올을 헹군다. 작은 계곡에서 잠시 걸음을 옮기니 방향표지판이 나오고 그 이후로도 냇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두 번 더 건너게 된다.

계곡길을 따라 30분 쯤 꾸준히 걸으면 낙영산과 조봉산을 가르는 절고개가 나타난다. 공림사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 절고개에서 10분 남짓 쉬다가 20분 가까이 오르면 해발 684 미터의 낙영산이다. 낙영산 정상에서 10분 쯤 쉬다가 일어선다. 
 

내려온 도명산을 뒤돌아보며... 
 

도명산 하산길에 바라본 낙영산의 세 봉우리(헬리포트가 있는 681봉과 암봉인 675봉, 낙영산 정상인 684봉)와 절고개.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 곳. 
 

산행중 처음 만난, 물이 있는 작은 계곡. 
 

낙영산과 조봉산을 가르는 절고개의 방향표지판. 
 

낙영산 정상 - 해발 684 미터. 
 

멋진 소나무와 기암이 어우러진 암봉인 675봉을 뒤로 하고 몇 분 더 걸으면 헬리포트인 681봉이 나타나고 그 앞에는 깎아지른 듯한 가파른 오르막의 능선이 시선을 압도하는 무영봉이 보인다. 
 

문장대가 바라보이는 속리산릉.

 

암봉인 675봉 정상 1. 
 

암봉인 675봉 정상 2. 
 

무영봉이 바라보이는 헬리포트인 681봉.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야 하는 무영봉. 
 

세 개의 손가락 같은 기암을 지나서 내려서니 범바위 안부다. 여기서 10분 가까이 쉬다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서 로프를 잡고 험한 암릉을 오르니 해발 742 미터의 무영봉이다. 많은 지도에 낙영산으로 잘못 기재돼 있는 무영봉에 주저앉아 20분 쯤 쉬면서 무더위에 지친 몸으로 가령산까지 종주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무영봉의 북쪽 지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지도와 개념도에 표기된 등로를 이용해서 계곡으로 내려가서 계곡길을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도명산에는 방향표지판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절고개와 낙영산 정상에 무성의한 방향표지판이 한개씩 설치돼 있을 뿐, 무영봉에는 방향표지판이 전혀 없으니 인쇄해 온 지도와 개념도를 지형과 세심히 대조하면서 등로를 잘 찾아서 내려가야 한다.

무영봉에서 8분 쯤 내려서니 능선삼거리가 있는 735봉이 나오는데 오른쪽의 주능선길과 계곡길로 빠져서 하산하게 되는 왼쪽의 지능선길이 좁게 나 있다. 왼쪽의 지능선길로 내려서는데 등로가 꽤 가파르고 험하다. 20분 남짓 내려가서 무영봉의 북쪽 지능선상의 첫 번째 봉우리인 652봉에 닿는데 여기서 두 번째 봉우리인 546봉 못미처의 안부에서 내려서서 인봉골이라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학소대에 이르는 것으로 지도와 개념도에 표기돼 있다.

652봉에서 십여분을 더 내려와서 안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닿지만 바로 앞의 암봉이 546봉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희미한 등로의 흔적이 보이는 좁은 비탈길로 잠시 가다가 등로가 여기서 끊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안부로 되돌아가서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비탈길로 무작정 내려서니 두텁게 쌓인 낙엽 속으로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가파른 비탈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무심코 붙잡은 나무가 다 썩은 나무라서 밑둥이 잘라져서 폭삭 쓰러진다. 죽어서 말라붙어 썩은 채 서 있는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리며 간신히 인봉골의 지계류로 추정되는 계곡까지 내려갔지만 등로는 보이지 않는다. 발을 잘못 디디면 두터운 낙엽 속으로 종아리까지 빠져 들어가는 계곡을 허우적대며 내려가면서 이끼가 많이 낀 바위들을 손으로 잡으며 등로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다.

30분 이상 계곡을 여러 차례 건너며 등로를 찾지만 등로는 보이지 않아서 조바심이 나고 탈진할 정도가 된다. 그러다가 희미한 등로의 흔적을 찾아서 그 길로 나아가니 등로는 차차 뚜렷해지는데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계곡과 조금 멀어지기도 하는 등로는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계곡과 수십 미터 떨어진 등로에서 높은 곳의 계류가 길게 떨어지는 멋진 수직폭포를 보았지만 사진을 찍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 볼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지쳤다.

화양계곡의 지계곡인 인봉골의 계류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기 시작하는 하류에 이르러서야 리본들이 가끔 눈에 띌 뿐이다.

범바위 안부 근처에서 화양계곡까지 이어지는 인봉골은 화양계곡의 지계곡 중에서 가장 긴 계곡이다. 한없이 기나긴 인봉골의 계곡길을 내려가는데 서서히 넓어지는 등로는 좌우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을 택해 내려서니 넓은 화양계곡이 보이고 철제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니 보도블럭이 깔린 길이 나오고 학소대 안내판이 보이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화양계곡 입구에서 서울로 가는 막차 버스의 출발시각인 19시 30분이다. 가령산까지 가서 자연휴게소로 내려왔어도 이 시각까지는 내려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는 화양계곡에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핸드폰을 꺼내 택시를 호출하니 청주에서 서울로 가는 막차 시각인 21시까지는 청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닿을 수 있다고 한다. 요금은 4만 4천원. 비싸다고 생각됐지만 성수기에 민박집을 이용하면 더 비쌀 테고 무더위와 길을 잃고 헤맨 장거리 산행에 지쳐 꼼짝하기도 싫다.

택시를 불러서 20시 53분에 가까스로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할 빵과 음료수를 사서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22시 40분에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데 비록 몸은 고단했지만 체내의 노폐물을 땀으로 모두 배출하고 나니 기분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계곡에서 얼굴만 몇 번 씻고 발도 한번 담가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고 또한 화양구곡도 절반도 채 보지 못했지만 초행길의 화양구곡 구경과 도명산, 낙영산, 무영봉 종주는 나름대로 가치 있었고 가 보지 못한 산들에 대해 더욱 부푼 마음으로 기대하는 계기가 됐다. 
 

무영봉과 기암. 
 

낙영산과 무영봉을 가르는 범바위 안부. 
 

범바위 안부 바로 위의 바위(범바위?). 
 

무영봉 오름길에 바라본 낙영산의 세 봉우리와 조봉산. 
 

무영봉 정상 - 해발 742 미터. 
 

능선삼거리가 있는 735봉. 
 

무영봉의 북쪽 지능선상의 첫 번째 봉우리인 652봉.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