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의 도명산을 다녀와서




[8시10분 도명산을 향하여]
화양계곡에 자리 잡은 도명산은 계곡의 아름다움에 비해 높이만을 놓고 볼 때
그저 평범한 산에 불과하지만,명산이 갖춘 절경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햇빛의 산행공지가 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10시45분 화양동 주차장의 성황당]

아침부터 짙은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린 후텁지근한 날씨
오늘은 모처럼 주엽역에서 카르페디엠님과 동행하여 신사역에 도착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백곰님,슬치님,아이님,초목님,복덩이님.발비님 등등
안면이 있는 분들은 더 반갑게 느껴지고
처음 만나는 님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워봅니다
산행은 이처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주고
울창한 숲에 몸을 담그며 야생화 활짝 피어있는 길을 걷다 보면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어느 순간에 끈끈한 정으로
새록새록 이어주니 누구의 소개도 필요치 않는 아름다운 만남의 공간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싣고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려갑니다
휴가철인데도 한산한 음성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증평 나들목을 빠져나와 좌회전하여 592번 지방도로를 들어섭니다
버스 안에서 내비치는 수채화 같은 차창 밖 풍경
길섶의 스쳐가는 이름 모를 들꽃들은 손 내밀면 잡힐 것 같고
초록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꿈길인 듯 빠지는 계곡길을 굽이돌아 버스는
화양동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11시10분 운영담 도착]

오늘의 산행은 화양동 계곡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화양 3교- 도명산- 학소대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산행입니다
산행 초입의 팔각정 휴게소 좌측의 천년 노송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발걸음을 잡습니다
화장실 좌측의 샛길을 빠져나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지나니
화양 계곡의 운치가 자연의 넉넉함을 느끼게 합니다
화양 2교에 도착합니다
자주 내린 비로 인하여 제법 많은 물이 흐르는
댐에서 쏟아내는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무거운 마음을 깨끗히 씻어 줍니다
댐 위쪽은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는 운영담인데 유락시설과 피서객들이 오염시켜
그 명성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11시15분 금사담,암서재]

계속 이어지는 길은 산객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포장도로지만
가로수가 우거지고 널찍한 계류와 동행하니 
힘도 들지 않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걸을만한 길입니다
곧이어서 우암 송시열 선생의 유적지가 있는 금사담과 서원철폐의 원인이 되었다는
화양서원에 도착합니다
우측의 한창 중건중인 화양서원의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달리
강 건너 누각은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많은 사람이 물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울려대며 더위를 잊고 있습니다
분위기 좋은 곳에는 유락시설의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바람이 솔솔 불어와 앉아서 쉬어가기에는 너무 좋은 곳입니다



[11시20분 화양 제 3교에서]

송시열 선생이 효종의 승하를 슬퍼하면서 매일 새벽 엎드려 통곡했다는 읍궁암을 거쳐
하마소ㆍ아서재 등의 명소에 시선을 빼앗기며
행락객이 무수한 집단시설지구를 지나서 화양 3교에 도착하니
오른쪽에 "도명산 입구 2.8km"라고 쓰인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다리를 건너면 화양계곡으로 곧장 향하는 길이고
우측은 첨성대를 거쳐 도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목조계단으로 시작되는 도명산 정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주치는 산자락마다 짙푸른 초록빛이 싱그럽고
끝없이 바라보이는 계류에는 아담한 바위들이 숲과 어울린 풍경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계류의 우측으로 이어지는 암벽에는 분재 같은 노송들이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고
미끈한 암반 위로 흘러내리는 청류는 유혹의 대상입니다

[11시25분 정상과 첨성대 갈림길을 지나며]

목조 계단을 지나자마자 초입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비알길
짙푸른 산자락은 여름 숲이라는 실감을 절로 느낍니다
무성한 풀과 나무에 가려져 길조차 불분명하게 가려있고
군데군데 주황색 원추리꽃과 색색의 푸짐한 들꽃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장맛비로 인해 습기가 많이 느껴지고
발바닥의 감촉이 폭신폭신한 육산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비가 오지 않으니 다행스럽고
사방의 산봉우리가 어느 순간에 초록 숲의 커튼 속에 가려집니다
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온몸은 땀과 열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거친 숨결을 토해냅니다 
힘들고 행여 온통 초록인 산길이 심심하고 지루할까봐 이름 모를 들꽃들은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작은 암릉길은 지루함을 잊게 해줍니다

된 비알길을 올라 능선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줍니다
비로소 시야가 트이면서 짙은 녹음이 깔린 주변의 산과 그 너머 다른 산들이 조망됩니다
송림이 울창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먼저 도착한 스케치님과 초목님이 우측의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쉬고도 싶은데 곧장 치고 올라갑니다
물론 이런 다짐들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며
그저 아무런 긴장감 없이 하는 산행이면 너무 밋밋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
내 나름으로 고행을 자초하면서 재미나 느껴볼 생각으로
오늘만큼은 정한 규칙에 불과할 뿐입니다


[12시 전망바위에서]

어느 순간에 다시 시작되는 된 비알길
이 순간 눈앞에 보이는 것은 천근 무게로 내딛는 내 발걸음이며
간절하게 생각나는 것은 시원한 한 모금의 물뿐입니다
배낭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들을 때면 애초의 약속이고 다짐이고 다 포기하고
미지근한 물이나마 마음껏 들이키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땀을 닦아내고 위쪽을 쳐다보니 선두팀의 슬치님과 회원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 역시 턱 끝에서 헐떡입니다
채 한 시간도 걷기 전에 온몸은 땀으로 질펀하게 녹아내리고
발길은 끈적끈적한 더위에 눌어붙어 땅바닥에서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잠시 쉬어가시죠"
슬치님의 말 한 마디를 매정하게 뿌리치고 발걸음을 다시 옮깁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관성의 힘으로 나아갈 뿐이며
고개를 들어 발밑으로 펼쳐진 그윽한 주변의 풍경을 볼 기력도 없고
그뿐만 아니라 시원스럽게 울어 대는 매미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정상까지 쉬지 않고 곧장 가리다는 여정은 애초의 단호한 다짐은
너무나 쉽게 허물어져 버립니다
철계단을 지나 온몸으로 부대껴 싸우다 보니 그로기 상태가 되어
정상을 눈앞에 앞두고 휴식을 취합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비로소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바위에 섭니다
정상과 건너편 산등성이의 짙푸른 녹음과 그 녹음이 감춰 놓은 화강암의 바위들이
흰빛을 내며 수줍은 듯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들은 녹음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선명한 색채 대조를 보여 줍니다
여름 산은 녹음만으로는 단조로울까 봐 그 사이사이에 마치 강한 터치의 손놀림으로
굵은 점을 찍듯이 화강암의 암벽들을 그려 놓았습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보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가 한여름 더위를 피하지 않고 애써 더위를 찾아 싸우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처음의 다짐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불혹의 몸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확인도 하면서 일상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작은 행복들
이를테면 한 모금의 물이라든가, 짧은 휴식들, 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그늘
때로는 적당한 게으름 등등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행락객들이 한여름 피서를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면서 삶의 여유를 찾는다면
더위를 쫓아 비장한 각오로 산행에 나서는
나는 오히려 몸과 마음을 팽팽하게 긴장시킴으로써
일상의 작은 것들이 주는 행복을 뒤늦게 확인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갈증에 포도 한 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며 떠날 준비를 하는데 선두팀의 슬치님이 도착합니다
포도를 권하며 잠시 담소를 나눕니다
왜 이렇게 땀이 많이 나는지 알 수 없다는 슬치님의 말에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도 안 된
잠을 못 자서 그럴 것이라는 말로 나는 태연하게 대꾸합니다



[12시30분 도명산 정상]

많은 사람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배낭을 둘러메고 선두팀과 합류하여 정상을 향합니다
정상을 향할수록 화감암으로 이뤄진 슬랩 지대와 밧줄들이 수시로 나타나
모처럼 릿지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정상에 도착합니다
눈에 익은 속리산의 연봉들이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며 장쾌한 파노라마로 달려옵니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 밑에는 정상 643m를 알리는 오석의 표지석이 서 있고
산자락 사이를 끼고 푸른 띠처럼 뻗어나간 화양계곡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산들은 멀리까지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산 너울을 만들어 아득히 퍼져나갑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암반과 노송들이 여름철 산을 찾는 등반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하고 기암괴석의 절벽 위에 노송들이 절경을 연출합니다



[구름에서 폭포수가]

문득 뒤편의 하늘을 보니 먹장구름이 순식간에 몰려 오고 있습니다
저 멀리 허공을 가로지르는 희뿌연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장관을 이루며 쏟아집니다
너무 황홀한 모습에 빨려 들어가 후두두둑 숲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조차 듣지 못합니다
도망가 듯 학소대 쪽을 향하여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비가 올 확률이 없다는 백곰님의 공지만 믿고 판초우의며 재킷까지 죄다 빼놓고 온 마당에
흠뻑 비 맞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상황입니다
번개와 천둥소리까지 동반한 빗줄기가 사정없이 쏟아집니다
궁여지책으로 움푹 패인 바위 밑에 기대어 비를 피하지만 온몸이 흠뻑 젖어 버립니다
그 와중에도 카르페디엠님이 손수 만들었다는 샌드위치를 아이님과 나눠 먹는 즐거움
분위기 탓인지 맛이 너무 좋습니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 ,거짓말처럼 하늘이 빗줄기를 거둬들입니다
좀전의 후텁지근한 날씨는 순식간에 시원함으로 바뀌고
빗물에 샤워한 온갖 초목들이 토해내는 향기는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더 느끼게 합니다
숲은 길쭉길쭉 뻗은 신갈나무들과 적송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닫힌 하늘 밑 작은 틈새로 야생화꽃들이 무덤을 이루고 여기저기 피어있습니다
낮게 엎드린 풀은 눈썹을 열고 큰 나무의 밑에서 춤을 추고
온갖 꽃은 입 벌리고 함초롬히 빗물을 머금어 싱그럽습니다
암벽용 샌들을 신고 왔기에 물이 흥건한 산길은 미끄럽기 때문에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1시 마애삼존불 도착]

물기가 흥건한 왕모래가 깔린 급경사길이 시작되고
철계단과 쇠 난간,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은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하늘을 찌를듯한 거대한 바위가 나타납니다
충북의 유형문화재이며 도명산 제1 경승지로 손꼽힌다는 마애삼존불입니다
좌측의 수직암벽에 부처님을 선각으로 새겨 놓은 마애삼존불은
고려시대 초기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안내문이 있고 그 밑에서는 물이 샘솟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목마른 등반객이 한 잔의 시원한 석간수를 마실 수 있는 것 또한
부처님이 중생에게 베푸는 자비로 생각하며
부처님을 새길 정도로 돈독한 옛 선인들의 종교적 발원이 경이로우면서도
새삼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삼존불 아래쪽 널찍한 안부에는 비 때문에 점심을 거른 골리앗님을 비롯하여
초목님,여행스케치님,분홍고양이님 등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골리앗님의 야채까지 준비한 비빔밥을 직접 만드는 모습,그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힘들게 올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먹는 이 즐거움
한여름 더위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고,세상 그 어떤 진귀한 음식보다
달고 맛있습니다



[1시35분 두꺼비의 출현]

아이님,카르페디엠님과 같이 먼저 자리를 뜹니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면서 산은 더 짙은 초록빛입니다
비 그친 직후의 햇살 아래,구름 모자를 쓴 암봉이며
길섶마다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꽃무리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빛과 향기로 가득찬 세상이
바로 눈앞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앞서가던 카르페디엠님이 갑자기"악"하며 비명을 지릅니다
무심결에 놀라 확인해 보니
온몸이 울퉁불퉁한 갑옷 같은 두꺼비의 갑작스런 출현 때문입니다
지네에게 제물로 바쳐질 뻔 했던 처녀를,목숨바쳐 구한 전설을 떠올리면
친근감이 느껴질만도 한데 보기에 너무 징그러운 모습입니다
수시로 나타나는 두꺼비 때문에 흠칫흠칫 놀라는 카르페디엠님의 모습이
처음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1시50분 아치 철다리 도착]

매미소리와 새소리만 들릴 뿐 적막한 숲길입니다
나무들이 저들대로 몸을 흔들며 나를 손짓하고
매미와 새들이 각자의 노래로 숲의 세상을 치장하며 나를 반기는 것
꽃들이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것들이
귀를, 눈을 통하여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옵니다
울창한 적송들과 신갈나무가 어울린 숲 사이로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는
암봉들도 숨바꼭질합니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개울가가 나타나고
공림사와와 화양구곡을 가르는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산책로 같은 숲길이 시작됩니다
우측의 계류에는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물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숲은 습기까지 가득 머금어 후텁지근합니다
화양구곡을 향하는 야생화들이 즐비한 숲길을 빠져나오니
아치형의 큰 철재 다리가 나타납니다


[2시 학소대 도착]

다리로 올라서니 우측의 자연스럽게 휘어진 계류 옆으로 멋진 바위가 나타납니다
청학이 바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하여 부르는 학소대입니다
다리를 건너 아이님,카르페디엠님을 포함한 6명의 일행은 학소대를 향합니다
풍부한 수량의 물과 골 깊은 바위 사이 노송에 바람은 서성이고
아름다운 구곡을 이루는 집체만한 바위들이 절경입니다

누구랄 것 없이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건너편의 학소대를 향하여 건너다가 깊은 물에 휩쓸려 풍덩 빠지고 맙니다
카르페디엠님도 덩달아 헛발을 딛어 물속으로 다이빙
바위에 부딪쳐 몸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배낭과 핸드폰 모두 물에 젖어 이만저만 낭패가 아닙니다
물속에 빠진 나를 보며
엉뚱한 착상에 빠지고 싶을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어느새 학소대가 슬그머니 몸을 통째 끌고 와 물속에 빠지고
나무들도 거울을 들여다 보는지 물속에 푸른 몸을 비추어 줍니다
속속들이 드러나는 그리움들을
깊은 물길 속에 빠트려 놓고 옷을 갈아 입은 뒤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첨성대를 향하여]

능선에는 하늘을 향해 키 재기를 하려는 듯 높이 자란 초록의 나무들이 시원스럽습니다
강가의 자연스럽게 얽어맨 나무 울타리도 멋스럽고
길섶엔 개망초와 야생화들이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 있어 보도 불럭 길이지만 아름답습니다
혼자 뒤쳐저 동행하는 계류와 아무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긴 호흡을 맞추며 걸어갑니다
아기자기한 느낌은 없지만 시원한 느낌을 주는 집체만한 바위들 사이로
청류가 잔잔히 흘러가고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 어디에서도 맡을수 없는 싱그러운 숲의 냄새들
더없이 내가 고요해지면 매미 소리 새소리가 오케스트라로 들립니다
파장이 다른 그들의 숨소리와 나는 일치가 됩니다

[3시10분 첨성대 도착]

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라해서 이름이 부쳐진 와룡대와
큰바위가 구름을 뚫고 솟았다는 능운대,이름에 걸맞지는 않습니다
우측의 채운사로 향하는 갈림길과 민박집,간이 매점을 지나 화양 3교에 도착하니
건너편 산자락에 기괴한 암봉이 우뚝 서 있는데 이것이 첨성대입니다
첨성대는 그 위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바라보는 자체만으로 그냥 아름답고
학소대에서부터 시작하여 계곡의 모든 지명과 아름다움을
내 작은 책갈피에 담기에는 풍경들이 너무 큽니다
다리를 건너니 우리가 올랐던 산행 초입입니다



[3시15분 산행을 종료하며]

많은 행락객이 물가에서 피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맑고 깨끗하던 청류도 하류로 향할수록 오염되어 탁한 빛입니다
운치 있는 집단시설의 한자릴 자치하여 오늘의 산행을 뒤돌아봅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내가 걸어온 도명산과 화양구곡을 가슴에 담으며
건너편 금사담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없이 쳐다 봅니다
오늘도 그저,넉넉한 산을 닮고 싶어
올무에 걸려 빈 마음 산에 두고 욕심만 잔뜩 짊어진 채
화양구곡의 넓은 품을 벗어납니다
내 욕망을 씻어주는 변함없는 물소리에 젖어
영영 못 이룰지라도 산을 닮고 싶은 꿈을 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