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 오늘은 일주일 동안 준비해온 소백산 가는 날이다.. 일찍 일어나 와이프가 끓여 준 가쯔오 우동을 먹고, 어제 챙겨놓은 짐들을 다시 한번 확인, 집을 나섰다.. 일단 김밥집으로 향해서 치즈 김밥 2개를 사고, 택시를 잡아 타고, "청량리역이요~"를 외쳤다. 역에 와서 예약해 놓은 기차표를 사고, 오늘 산행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TV에서는 강원도에 대설 주의보란다.. 초보 등산인인 우리 부부는 불안불안. 나와 와이프, 와이프 회사 친구들 이렇게 3명의 등산 동행자와 같이 기차에 오른다. 06:25 안동행 무궁화호열차 (11,500원)

09:50 풍기역에 도착... 역을 나오자 마자, 기다리고 있던 마을버스를 잡아타고(요금 8백원), 삼가리매표소로 향하는데... 매표소입구에서는 오늘 소백산 입산금지란다... 눈과 바람이 많이 분단다.. 허걱~~ 이런... 얼마나 계획했던 소백산 산행인데.. 1주일 간 서로 보낸 편지가 공수표가 되다니.. 우리는 다시 뛰어서 타고온 버스를 잡아타고 풍기로 왔다... 어떻게하지.. 일단 단양에 가서 단양8경을 구경하고, 맛있는거도 먹고, 그러고 올라가자..열심히 토론하고 기차표를 끊었는데 6,700원.. 새마을호라 무지 비싸다... (10:48~11:17)풍기에서 30분 밖에는 안 걸렸는데..

기차안에서 어차피 등산도 안할텐데 하면서 싸온 김밥과 따뜻한 정종을 다 마셔버리고 단양역에 내렸다. 내려서 관광안내지도를 보니까, 전국유명 등산지도 200산에서 보았던 도락산이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닌다... 택시 기사아저씨와 열심히 가격을 흥정한 후, 만오천원을 주고 단양역에서 도락산 입구로 향했다.. 도착하니 11:50... 입장료는 택시를 타고 쑥~ 들어오는 바람에 절약!

등산로에는 태백산과 소백산이 통제를 하여 도락산으로 온 등산객들이 많다... 처음 와 보는 산에 지도도 없고, 입구에 있는 안내도 정도론 도져히 감이 안 잡힌다. 안내도에 있는 도락산 등산로는 약간의 원형이라서 한바퀴 돌아오는 소요산 같다. 보통 산행이 4,5시간 걸린다는 얘기에,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가 18:39이라 밥먹고 단양역에 가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초반부터 속도를 내었다.. 헉헉... 계단부터 숨이 턱에 찬다... 그래도 사진은 꼭 찍는다...


첫번째 휴식을 하고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 옆에서 올라는 산악회사람이 떡 한 박스랑 돼지머리를 가지고 잽싸게 올라간다.. 무지 무겁울 탠데... 올라가면서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에서는 사람들이 조금씩 밀리긴 한다... 그래도 등산 코스가 재미있다.. 올라갔다 내려왔다 정상은 보이진 않고 봉오리 두개를 넘었다..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꽃이 소나무에 살짝 피어있고, 바람에 그 모습이 바뀌어진 나무들이 즐비하다.. 가끔식 흔날리는 눈도 운치가 있다.

두시간반 오르니 도락산정상... 잡목으로 보잘 것 없는 정상이다. 964m 라고 써져 있는 정상석도 너무 새것인 것 같고... 그런데 갑자기 배가 고팠다... 아 아까 기차 안에서 김밥이랑 정종이랑 먹지 말 것을.. 배낭에 남겨진 사과와 보온병에 꿀물을 한잔 마시고, 서둘러 하산길을 나섰다.

도락산의 하산길은 더 재미있다.. 봉오리를 또 두개(채운봉과 검봉)를 넘었다.. 이제 다 끝났더 싶으면 또 봉우리가 나와서 다시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하산하면서 바라보는 신선봉과 도락산은 거대한 암릉이다... 곳곳에 만들어 논 철제 손잡이가 있어 편하다.. 그런데 철제 계간은 우리의 도가니(?)를 피곤하게 하고.. 한무리의 등산객(한 20명 정도?)은 도시락을 펴놓고 열심히 김치 냄새를 풍기며 점심을 먹는데, 우리는 빨랑 내려가서 오리탕 먹을 생각에 속도를 좀더 내었다..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는 등산객은 없고, 우리가 제일 마지막인듯.. 해가 뉘엇뉘엇지고 있는데... 큰선바위와 작은선바위를 거쳐 상선암으로 드디어 내려왔다...

정확히 4시 30분... 내려오자 마자 간이화장실에 잠시 들렸다,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올라갔을때 봐 놨던 오리탕은 시간이 도져히 않될 것 같고, 버섯찌고와 손두두, 그리고 동동주 한 바가지... 말 하지 않아도 그 맛은 제일이다... 우린 주인 아주머니한테 역에 가는 버스를 물어보고 5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나섰다... 정각에 도착하는 버스.. 손님은 우리 뿐이다... 그런데 버스비가 1,850원이란다..(우씨.. 넘 비싸다..) 택시를 타면 만오천원이라서 그거 아낄려고 버스탔는데...여하튼 20분 후에 단양역에 여유있게 도착하고, 18:39 청량리도착 1626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우리 모두는 바로 골아 떨어지고,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계란과 사이다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식당칸도 있었는데...쩝

21:37.. 청량리역에 도착... 도락산은 봄이 좋다던데... 한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