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angio/18340685

  

발길따라, 구름따라2(불곡산->도락산)


 

 일시: 2010년 3월 13일(토요일)


 

 코스: 양주시청->불곡산상봉->상투봉->임꺽정봉->부흥사->도락산->염불암


 

 소요시간: 약 7시간(휴식 및 점심시간 포함 슬로우~슬로우)


 

 나에게 있어 산은 어머님 품 같은 존재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어느 도시든 간에 그 도시를 대표하는 어머님 같은 산이 있다. 서울은 북한산이 있고 부산은 금정산이 있다.


 

 직장 관계로 자주 집에 못 오지만 집 근처에 가까운 산들이 즐비해 난 항상 즐겁다. 우리집 근처에는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 사패산, 불곡산 등이 있어 나를 기쁘게 해준다.


 

 오늘은 양주시의 진산인 불곡산과 그 인접한 도락산을 만나러 가는 날로 정했다. 높이로 따지면 500M도 안되는 산이지만 바위 암릉이 너무나 아름다운 산이다. 아침 8시경 우리 집 내무장관이 싸 준 김밥과 과일을 챙겨 길을 나섰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제법 등산객들이 많다.


 

 양주역 2번 출구로 빠져나와 길을 건너 양주시청 가는 버스를 타고 등산로 초입에 들어섰다. 바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로가 연결되어 오를 수 있는 것이 불곡산 산행의 장점이다.


 

 불곡산의 특징은 바위 암릉이 많아 조망권이 뛰어나고 보루가 많다는 것이다. 보루란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군대의 GP같은 곳이다. 산행 내내 이러한 GP를 접하면서 이곳이 그 옛날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불곡산은 정상인 상봉을 비롯하여 상투봉, 임꺽정봉 등 암봉이 많아 경치가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주 능선을 타고 암봉을 하나하나 만나러 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드디어 상봉에 섰다. 저 멀리 사패산과 그 너머 도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분이 상쾌해 진다. 봄은 왔지만 산 정상 주변 응달에는 아직 눈이 그대로 있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상봉에서 임꺽정봉에 이르는 산행길은 거리상으로는 얼마 안되지만 바위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불곡산 산행의 최고 묘미이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을 보니 우리나라가 갑자기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여러 코스의 불곡산 등산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가는 코스는 바로 상봉에서 임꺽정봉에 이르는 주 암릉코스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 북한산이 제일 큰형이라면 수락산이 둘째형, 셋째가 불곡산, 막내가 불암산 인 것 같다.


 

 이제 주 능선을 벗어나 부흥사길로 접어들었다. 눈이 그대로 있어 무척 미끄럽다. 갑자기 조용함이 밀려오고 온 사방이 쓸쓸해 보였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등산객들로 시끄러웠던 주 능선이었는데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 이 순간은 너무나 조용하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부흥사는 작은 절이다. 하지만 그 터는 제법 넓다. 불곡산에는 백화사라는 절이 남쪽에 있고 그 반대편에 부흥사라는 절이 있다. 백화사는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 코스상에 있지만 부흥사는 오가는 사람이 없는 아주 조용한 절이다. 나는 이런 조용한 코스를 좋아한다.


 

 어느 정도 내려오니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작은 계류를 만난 것이다. 부흥사는 이 계류를 끼고 있다. 부흥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너무나 조용하고 아늑하다.


 

 부흥사를 조금 지나니 등산객들을 위한 불곡산장이 아담하게 보였다. 목재 건물로 아주 멋들어지게 만들어 놓아서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아 끄는 매력이 넘쳐난다. 산과 계곡 그리고 길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불곡산장. 연인들의 밀회장소로도 그만인 것 같다.


 

 지금부터는 도락산 코스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도락산은 불곡산장을 조금 더 내려와서 삼성공원묘지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묘지 입구 좌측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면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도락산으로는 향하는 이정표와 함께 숲길이 나타난다. 아주 넓은 공원 묘지를 바라보며 한 인생을 살다가 간 그들의 삶의 드라마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도락산은 불곡산과는 다르게 따스한 육산이다. 멋있는 바위 암봉도 없다. 그러나 숲길 웰빙산책 코스로는 제격이다. 높이는 불곡산과 비슷하나 성격 자체가 다른 산 같다. 이웃한 산이 성질이 서로 다른 것도 묘미 중에 묘미다. 즉 같이 이웃한 산으로 불곡산이 남성의 상징이라면 도락산은 여성인 것이다. 도락산 정상에 정상석이 없는게 아쉽다.

 염불암 쪽으로 내려오면서 마음 한 군데가 아파왔다. 00개발이라는 회사가 산을 파헤쳐 채석장을 만들어 놓았다. 멋진 산 한 편이 푹 패여 내장을 다 드러내고 있었다. 양주시민들이 지금 00개발회사를 상대로 도락산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오전 9시 34분에 시작한 나의 여정은 오후 4시 40분에 막을 내렸다. 염불암은 대한불교 보문종(성북구 보문동 보문사)으로 비구니들의 도량이라 한다. 염불암을 지나 도로쪽으로 내려오는데 온 동네 개들이 나를 보며 짖어댄다. 성질 같아서는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집 주인 입장에서 보면 충직한 개이니 내가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간 개들은 나를 싫어한다. 그 이유가 뭘까~궁금해진다.


 

 큰 도로에 서니 차들이 쌩쌩 지나간다. 도로가에서 택시나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좀처럼 오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기로 했다. 최대한의 미소를 지으며 손짓으로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 4번의 실패 끝에 한번의 챤스가 왔다.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였다. 은평구 녹번동에 일을 보러 간다고 했다. 난 중간에 버스 잘 다니는 정류장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송추입구까지 태워다 주는게 아닌가! 너무 고마워서 산에 갈 때 가지고 간 사탕을 드렸더니 매우 좋아한다. 사람사는 정이 아직 남아있어 마음 좋았다.

 송추->의정부->전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리턴하니 몸도 상쾌하고 마음도 상쾌하다. 오늘 하루 멋진 산을 타게 해준 자연에게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