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소재 도드람산은 한자어로는 저명산(猪鳴山)이라고 불린다. 돼지굴 앞에 붙어 있는 도드람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옛날 이 산 근처마을에 홀어미를 극진히 섬기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  효자는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간호했으나 어머니의 병환은 점점 위독해 갔다.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시주를 청하러 왔다가 효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도드람산에서만 자라는 석이버섯을 따서 어머니에게 드리면 병환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효자는 석이버섯을 따기 위해 도드람산으로 올라갔다. 밧줄에 몸을 묶고 깎아지른 절벽을 내려가 바위틈을 더듬으며 버섯을 따고 있는데 어디선가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  줄 모르는 짐승이기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효자가 절벽을 올라가 보니 산돼지는 간 곳이 없고 효자의 몸을 매달았던 밧줄이 바위 모서리에 긁혀서 끊어져 가고 있었다.


효자의 지극한 효심을 가상하게 여긴 신령님이 산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하게 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 산은 돈(돼지)울음산으로 불리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도드람산으로 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한편, 옛날 삼각산 신령님이 삼각산을 처음 만들 때 마고할미에게 지리산 도드람봉을 옮겨오도록 명하였는데, 마고할미가 도드람봉을 끌고 오던 중 삼각산이 이미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버린 것이 지금의 도드람산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해발 높이가 349m에 불과한 도드람산은 매우 작은 산이다. 그러나 남북으로 이어진 능선에 암릉이 있어 바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인기가 있으며, 이곳 지역 사람들은 이 산을 "이천의 소금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드람산은 접근하기도 매우 쉽다. 중부고속국도 서이천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42번 국도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조금 들어가면 도드람산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그곳이 바로 노상주차장이다. 인근에는 SK텔레콤 인재연수원건물이 반듯하게 서 있다.


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 들어가다가 좌측의 오솔길로 접어든다.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첫 번 째 보이는 건물 마당으로 들어서면 "큰 법당"이라는 현판이 붙은 아담한 절집이 길손을 맞이한다. 바로 영보사이다. 사찰의 내력에 관한 안내문이 없어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범종각과 함께 서 있는 법당이 주변의 산세와 잘 어울린다. 이렇게 아담한 산에 큰 사찰이 있으면 오히려 조화롭지 못할 것이다.

 산행들머리

 

 올려다 본 영보사

 

 영보사 범종과 큰 법당

 

 


다시 등산로로 되돌아오니 제1봉으로 직접 오르는 길과 지름길인 제2∼제3등산로로 우회하는 길이 있다. 지름길을 선택한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지름길은 길이 부드러워 빨리 제1봉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능선 길을 따라 제1봉으로 바로 가는 것이 전망도 좋을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소꿉장난하는 것과 같은 옹달샘이 있다. 달밤에 숨바꼭질을 하던 토끼가 와서 먹으면 딱 알맞은 크기다. 길손을 위해 큰 대접 한 개와 사기로 된 물 컵 한 개가 놓여 있다.

 영보사 등산로 이정표

 

 옹달샘

 


조금 더 들어가니 험한 계곡 길과 쉬운 능선 길로 나뉘어 진다. 글쓴이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능선 길로 접어든다. 문화일보가 도드람산을 소개한 글(2007. 9. 7)에서 계곡 길은 길이 험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능선 길을 따라 오르니 드디어 제1봉이다. 로프가 걸려 있는 1봉을 오르니 조망이 매우 좋다. 중앙고속국도의 동쪽 지역이 잘 보인다. 영보사에서 주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제1봉 표석

 

 제1봉

 

 남쪽 조망

 

 북동쪽 조망

 


다시 능선을 따라가니 제2봉이다. 2봉에 오르니 북쪽으로는 가야할 제3봉이 우뚝하고 남쪽으로도 거침없는 조망이 터진다. 이 때 헬기 한 대가 무슨 출동훈련을 하는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창공을 날고 있다.

 제2봉 표석

 

 가야할 제3봉

 

 창공을 날으는 헬기

 


제2봉에서 무심코 우회하는 길을 따라 갔더니 3봉도 만나지 못한 채 도드람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도드람산 표석과 효자봉임을 알리는 새로 만든 표석이 서 있다. 효자의 전설에 따라 산 이름을 지었고 따라서 정상의 이름도 효자봉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표석에는 "기암괴석이 절묘한 경관을 이루고 있는 돌산"이라고 새겨져 있다.

 도드람산 정상인 효지봉

 

 효자봉 표석

 


정상에 서니 중부고속국도와 제2중부고속국도가 나란히 달리다가 남쪽 끝에서 마치 새끼줄처럼 합쳐지며, 동쪽으로는 명품인 이천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들판너머 이름 모를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동남쪽의 중부고속국도

 

 동쪽 조망

 


정상에서 땀을 식힌 후 오르니 못한 제3봉을 밟기 위해 능선을 따라 거꾸로 내려간다. 등산로가 이외로 잘 조성되어 있다. 아까 우회하면서 올려다 볼 때에는 전혀 길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토록 선명한 길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3봉은 이외로 넓은 바위이다. 이곳에서 왕사마귀 한 마리가 잠자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곤충의 세계에서도 어김없이 발생하는 약육강식의 원리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 3봉에서의 전망도 정상에서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제3봉

 

 잠자리를 잡아먹는 왕사마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 북쪽으로 이동한다. 돼지굴로 가려면 북쪽으로 이어진 가파르고 험한 직벽의 바위를 몇 차례 타고 넘어야 한다.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으나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효자문으로 가려면 오른쪽 로프가 있는 곳으로 내려서야 한다. 돼지굴과 효자문 다 가고 싶지만 문화일보에 사진이 게재된 효자문방향으로 내려선다.

 북쪽 능선의 암봉

 

 돼지굴로 가는 험한 길

 

 효자문 안내도

 


효자문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서니 그기에 사진으로만 보던 효자문이 나타난다. 좁은 바위 틈새에 큰돌이 끼어 덮개 모양으로 지탱하고 있는데, 언제 밑으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매우 불안한 모습니다.

 뒤돌아본 가파른 철계단

 

 효자문

 

 뒤돌아본 효자문

 


효자문을 지나 왼쪽으로 걸어가니 그기에 돼지굴을 알리는 이정표와 이 글의 맨 처음에 소개한 도드람산 유래에 관한 안내문이 서 있다. 돼지굴 이정표를 보고 철 계단을 오르면서 보니 큰바위 사이에 호리호리한 사람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틈이 있다. 이것이 돼지굴이라고 한다. 아까 능선을 따라 넘어왔으면 이곳으로 도착하게 되어 있다. 마침 3명의 등산객이 넘어오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초보인 모양이다. 십년 감수하였다고 한다. 직벽에 설치되어 있는 쇠갈구리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돼지굴

 

 직벽의 안전시설물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정상에서의 조망보다는 별로 좋지 않아 다시 철 계단을 이용해 내려온다. 이제는 하산할 차례다. 고속국도 방향으로 내려선다. 중간에 그야말로 청정한 물이 흘러내리는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의 이름이 "석이약수"다. 절벽 아래서 샘솟는 차고 시원한 석관수의 맛이 일품이다. 약수터 옆에 서 있는 안내문을 보자.

 석이약수

 


『--- 중략---.  효자는 스님이 알려준 대로 석이버섯을 따서 약수물로 어머니에게 달여 드렸더니 약의 효험이 있어서 어머니의 병이 완치되었다. 그래서 이 약수를 석이약수라 정하였다.』


석이약수를 지나 호젓한 산길을 한참 동안 걸어가니 고속도로변이다. 그런데 등산로로 이용되는 길을 SK건설에서 공사관계자 이외에는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것도 아닌데 통행을 못하게 하면 등산객들은 고속도로변으로 가라는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고속국도로 걸을 수는 없는 일. 길손이 들어서자 매어둔 개도 불청객이 찾아왔음을 알아차렸는지  짖어대지만 이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쉽게 통과하니 바로 SK연수원이다. 약 3시간 동안의 널널한 산행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SK연수원에서 바라본 도드람산

 


도도람산은 정상을 포함하여 4개의 암봉이 차례로 솟아있어 등산로가 매우 아기자기하고, 북쪽에는 효자문과 돼지굴이 있는 등 돼지울음소리에 관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명산이다. 등산로도 우회로가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고 접근하기도 매우 편리하며, 이천 방면의 조망이 매우 좋은 산이다. 산행 후 이천의 쌀밥이나 곤지암의 소머리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이천의 온천에서 피로를 푼다면 금상첨화가 될 터이다. (2007.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