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영각사 못미쳐 도로에서 시작-남덕유산-서봉-덕유교육원(5시간 50분)




10:25
대형버스들이 궁뎅이를 쭉 빼면서 더는 못간다 떼 뱃장이다. 소위 차의 길이란 것이 너무 좁아 몸 돌릴데가 따로 없으니
주차가 아니라 어떡허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뭐 그런 궁리를 하는 것 같다 애초 버스의 덕을 조금이라도 보려는 심산은
하지 않았으니 착한 산꾼들 인삼밭 옆 도로에 버려졌어도 산으로 들어가려는 열망은 아무도 못말린다 아니 말리려다가
는 뼈도 못추리게 맞을지도 모르지......

산동네를 쳐다보니 다행히 영각사가 그리 멀진 않은 곳에 있겠다 싶고 그저 허연 머리채를 구름속에 숨긴  산의 벗은 몸
뚱아리가 유혹하는지라 심장이 외피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출동할 것만 같아 허겁지겁 산으로 숨어든다





인삼밭 옆에서 조금 당겨 훔쳐보는 남덕유의 몸매가 멋지다





시인의마을을 지나 한 15분쯤 땀이 나도록 걸었나했는데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비탈에서 줄서기' 전례 없는 첫경험에 저으기 놀란다. 하기야 늘 평일에 산행을
해 왔으니 토욜, 일욜의 길막힘은 생소하기만하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럿셀을 하며 도망칠 궁리를 할터인데 사람이 낡으니 용기도
다 도망을 간건지 그냥 하염없이 기다린다. ㅎㅎ 낡음과 동시에 철 들었는지도.

댓발짝 걷고 기다리고 반복되는 상황은 명절날 막힌 도로 사정과 별 다를바 없으
니 흘린 땀에 젖은 몸이 추워 벗었던 겉옷을 챙겨입었다. 하봉에서 도망나온 길과
만나는 삼거리 영각재에서 또 한 없이 늘어지는 기다림이다.





월성재에서 몇 번이나 속으며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만났던 삿갓봉을 지나 뒷짐지고 멀찍이 선 무룡산이
저만 쏙 빼먹은 날 기다리며 늘 섭섭해서인지 하얗게 눈 흘긴다





잘 다려 각진 군인의 옷처럼 날이선 산릉들을 따라가면 왼쪽으로 꼬리를 틀면서 향적봉이 구름 아래 누워있다





찍사들은 긴 대열을 이탈해서라도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눈동자 굴리기 운동을 한다





하봉에서 흘러내려 깍지 낀 손가락 마디 뒤엔 영각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살짝 모습을 나타내길래 흰구름 무더기가 걷히기를 기다리는데 더 많은 무게에 짓눌러
천왕봉도 반야봉도 눈을 감는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참 멋진 능선이다 어느님의 품보다 일등급이다 황홀해서 어질어질
멀리 가야산 불꽃이 가늠되고 못가본지 제법 오래된 만물상능선 생각에 입맛만 다신다





드디어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육십령에서 올라 온 할미봉이 어두운 얼굴로 나타났다





왼쪽 볼록한 부분이 남덕유산 고스락이지만  여기서 보면 전망대가 잘난척 하는치, 주연인척하는지 더 높다





이름 그대로 뾰족한 삿갓봉이 손짓을 하지만 오늘은 서봉으로 가야한다
눈이 깊어 힘이 몇 배로 드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푸름이 깊어 자칫 빠질것같은 파란하늘 아래 봉우리는 석화가 되어 어깨를 들섞이고
석류 속 보석처럼 계단에 박혀있는 산님들 기다림에 지친 마음을 조금 달래준다





전망대

목젓 젖히고 올려다보는 그림 탓에 목마름이 해결되고 짬짬히 줄을 서서 원샷으로
셔터를 누른다 바람은 꽤나 맵게 얼굴을 할퀴지만 다행히 손은 덜 시리다 샷질할
만한 날이다









내려다보니 조금 전 내가 섰던 곳에 또 다른 생각을 가진 님들이 우리를 향해 점점 다가온다





철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바위를 에돌아 나가고 마지막 사면에 다리힘 모아 주면 저어기는 고스락이다





남덕유를 내려 월성재에서 삿갓봉 무룡산으로 달아나는 덕유주능선









돌아보니 전망대가 발아래 있다





저어기 돼지코구멍같이 생긴 구름 아래 지리산 천왕봉이 숨어있다





전망대를 조금 당겨서





13:16
3.8키로를 2시간 50분만에 ㅎㅎ 줄 서느라 느림보 산행
정상석 탈환을 위해 몸부림치는 님들 덕분에 인연에도 없는 분들을 모델로





남덕유에서 보는 장수덕유(서봉)





할미봉이 분화구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청설모같은 눈이 있길래





서봉 가는 비탈 눈도 깊고 습설이라 몹시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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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 오름에 돌아보는 남덕유는 편안한 모습이다





서봉 사면





서봉에서 바라보는 덕유주능선





남덕유 부채살같다





14:05
서봉 헬리포트에 서니 갑자기 푸르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온다









실제론 이 지점이 서봉이라야  맞는데 헬리포트에 정상석이 있다





실제 고스락에서 서봉 정상석이 있는 헬리포트를 대놓고 바라본다 남덕유(동봉)과 서봉은
바로 붙어있는 것 같은데 오르내림이 제법 빡세기도 하고 눈길이어서인지 잠시 쉬는 시간

빼고 45분이나 걸렸다





서봉 아래에 있는 샘으로 가려다 러셀이 되어있지 않아 포기하고 제법 긴 휴식 시간(20여분)을 가진다
바위 뒤에 숨어서 서봉을 훔쳐보는 서봉의 그림도 괜찮다. 봄엔 서봉 오름에 참마리를 만났는데...






제법 멋진 기암이 있어 당겼는데 전혀 표현이 되지 않았네





서봉을 뒤돌아보며 덕유교육원을 향해 내려선다









잠시 환하게 밝아지던 서봉쪽이다. 바람은 구름을 덮었다 씌웠다 야단법석이다





서봉과 남덕유(동봉) 사이엔 심술궂은 구름이 춤을 추고













서봉의 사면





계곡 아래 가운데 덕유교육원이 내려다 보인다 오늘의 날머리이다





서봉을 내려오다 오르는 산님들을 담는다





바람벽





산내음 표찰을 단 산님들을 능선에서 만났는데 내가 알고 있는 그 산내음인가? 누군가가 흔적을 남겨놓고 갔다





2009년 봄에는 육십령을 들머리로 할미봉을 지나 서봉으로 달려갔는데 그 할미가 치마주름을 펄럭이며 달려온다





온통 주름투성이인 할머니 치마자락을 조금 당겨서

길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 하길래 걷는 법을 조금 바꾸어 속도를 내어보니 경사가 급한 곳에서 제어기어가 제 성능을
발휘 못해 한소쿠리나 되는 미꾸라지를 잡는다 ㅋㅋ 앞으로 꼬꾸라질 듯 숙여서 내려가도 언제나 그 속도를 앞질러

가는 발뒤꿈치 4발짜리 건성 아이젠은 나를 아예 미끄럼쟁이로 만들어 버린다. 체면도 있고해서 되도록 안 미끄러지
려 나무마다 붙들고 도와달라 통사정을 하다보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팔이 아프다 너 용을 너무 쓴거지 그치?

그 비탈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비틀거리던 내 뒷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음주운행이라 딱지 떼었을 것
같다 술주정뱅이가 따로 없는 비틀거림 그리고 허우적거림 상상만해도 웃긴다. 올라오는 산님에게 길을 비켜준다고
한 걸음 옆으로 떼었다가 허벅지까지 빠지는 바람에 올라올 수 없어 끄응~  ♨ 용을 쓰기도 했고 볼꼴 못볼꼴 다보여
준 것같아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진다. 나무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을 것 같다 내 꼬락서니 보고 말이다.





드디어 교육원 부속건물들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이때만해도 산행시간 약속(6시간)을 겨우 지켰으니 다행이다했는데
'오름에서의 기다림 그리고 눈이 너무 깊어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가파른 구간에서의 위험' 때문이었는지 후미
가 완전히 하산 하기까지는 버스에서 2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다 다행히 불상사 없이 하산해서 다행이었다






16:15
덕유교육원에 도착
식당을 빌려 여산님들이 직접 끓인 떡국을 맛있게 한사발씩 비웠다 떡 반 고기 반이었으니
그 맛 진짜 거시기했음다 김치도 기가 막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