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지는 禪法의 산... 덕숭산

(금선대 위의 소림초당)

 

- 산의 개요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높이 495m의 산으로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작고 아담한 산으로 소나무가 울창하다. 노적가리, 사나운 짐승의 입 벌린 형상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고, 정상에 오르면 안면도와 서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한 눈에 쏘옥 들어온다. 이렇듯 경관이 빼어나 예로부터 호서의 금강산으로 불린다.

이 산의 자랑거리는 산의 남쪽에 자리 잡은 수덕사이다. 1308년(고려 충렬왕 34년)에 창건된 사찰로, 경내의 대웅전(국보 49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손꼽힌다.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와지붕과 불룩한 배흘림기둥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또한 정혜사, 만공탑, 여승당, 보덕사 등 많은 문화재가 있으며 근처에는 충의사와 덕산온천 등 명소가 있다.

수덕산은 수덕사 등 사찰산행과 온천산행을 겸할 수 있지만 등산코스로는 가족나들이 코스 정도로 짧아 다소 아쉽다.  (출처 : 네이버테마백과사전, 한국의 산하)

 

 

- 산행일 : 2006. 2. 28(화) 맑음

- 산행자 : san001, 신기루

 

- 산행요약

■ 코스 : 수덕사~소림초당~만공탑~정혜사~정상~남릉~수덕사

■ 시간 : 산행시간 1시간39분, 총시간 2시간55분

■ 구간별

수덕사버스정류장~(5분)~매표소~(9분)~수덕사(대웅전)~(13분)~소림초당~(5분)~미륵불~(5분)~만공탑~(3분)~정혜사~(15분)~능선~(4분)~정상~(9분)~정원사갈림길~(5분)~어춘봉~(17분)~수덕사~(3분)~매표소~(6분)~수덕사버스정류장

 

 

- 산행기

 

100산 산행을 떠난 지 3개월만에 신기루님에게서 100산을 가자는 연락이 온다. 시간은 반나절 동안. 약속이 있었지만 모처럼의 제의가 반가워 어렵게 일정을 잡는다.

반나절이란 시간은 참으로 어정쩡한 시간이다. 서울 근교만 나가도 사실 돌아오기 바쁜 시간이다. 몇 개의 산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산행이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덕숭산을 선택한다.

수덕사를 품고 있는 예산의 명산. 490m대에 불과한 산이어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한번은 가야할 산이지만 하루 산행지로서는 시간이 아까워 남겨 놓았던 산이다. 이렇게 시간이 없을 때 가면 가장 좋겠다는 판단이 선다. 더구나 산림청 100대 명산에도 포함된 산이니 100산 산행이라는 명분에도 어울린다.

 

가볍게 나서지만 그래도 시간적인 여유는 거의 없다. 용산역에서 7시55분 장항행 기차를 타고 2시간 19분만에 홍성역(10:14)을 내린다. 홍성에서 수덕사행 버스가 10시30분에 있으니 모든 계획이 순조로운 듯하다. 그런데 수덕사까지의 버스 요금(2,000원)이 다소 비싼 것 같아 소요시간을 물어보니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거리상으로는 10여km에 불과한데 1시간이라니. 동네마다 경유하는 시골버스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한 탓이다. 수덕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벌써 11시15분. 올라가기 전부터 내려올 걱정이 앞선다.   

 

수덕사입구의 집단시설지구는 그야말로 관광지 분위기. 30년전의 호젓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가면 수덕사를 품에 안고 있는 덕숭산(德崇山)의 부드러운 산줄기가 온화하다. 德이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마치 수덕사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한 산세이다.

(집단시설지구)

(수덕사 일주문으로 가는 길)

  

5분만에 일주문 옆의 매표소를 지난다. 매표소를 지나면 좌측으로 초가 한 채가 보인다. 국내유일의 초가로 된 여관으로 수덕여관(충남 기념물 제103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언급된 여관으로 산사와 어울려 하룻밤 머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고암 이응로화백과 한국 최초의 여류화가 나혜석, 자유연애를 부르짖다 비구니가 된 일엽스님 등 저명한 문화예술인들의 체취가 배어있는 건물로 원래 건물주인 고암의 조카가 수덕사에 기증하여 전시공간과 템플스테이에 이용할 계획이라 한다.

(수덕사 일주문, 매표소는 일주문 직전에 있다)

(수덕사여관)

  

1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수덕사 대웅전으로 향하려면 계단식으로 세워진 몇 개의 통로를 지난다. 미지로 세계로 가는 관문 같은 기분이다.

선지종찰(禪之宗刹)의 가풍이 이어지는 현대 선의 종찰로 이름이 드높은 수덕사.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년) 시절 지명법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전해진다. 한국 근대 선禪의 여명을 밝힌 경허스님, 만공스님 등 고승의 체취가 아직도 남아있는 고찰이다. 

(대웅전으로 가려면 이런 건물을 몇차례 통과한다)

 

대웅전 앞에 서면 단청은 이미 빛을 발해있고 오랜 시간의 흔적만이 나무 결에 이끼처럼 배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빛감에서 오히려 우아함을 느낀다. 고려조 충렬왕 34년(1308년) 세워진 목조건물로 국보 제49호로 지정되어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목조건물이다.

(대웅전과 금강보탑)

(국보 제49호인 대웅전과 수덕사3층석탑)

(대웅전)

 

대가람답게 경내에는 이밖에도 볼거리가 많다. 고려초기에 만들어진 수덕사 3층 석탑, 금강보탑, 관음바위 등 덕숭산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수덕사만 답사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방문의 값어치가 있다. 

(관음바위)

 

덕숭산은 대웅전 좌측에서 올라간다. 산길로 접어들면 나무계단길이 이어진다. 소나무가 많은 전형적인 한국의 산, 예상하던 그 모습이다. 그런데 의외로 바위가 많은 암산이다. 주차장에서 수덕사를 향하며 바라본 온화한 기품은 사라지고 곳곳에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지대는 덕숭산의 새로운 면, 강골기질이 느껴진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금선대의 이단 구조로 된 거대한 바위벽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위면 하단에는 금선동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계단길, 주위에 바위가 상당히 많다)

(금선대 옆면)

 

바위벽 중단에는 한 채의 움막이 있다. 소림초당으로 불리는 곳으로 만공스님이 선을 하던 곳이다. 절벽과 어우러진 낙낙장송. 어찌 깨달음을 아니 얻을 수 있겠는가.  

(금선대 바위 중단에 위치한 소림초당)

 

선(禪)이란 무엇인가?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한 경지에 들어 자기의 본래 모습을 찾는 방법이다. 조용히 앉아 좋고 나쁨을 생각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관계하지 않고, 있고 없음에 간섭하지 않아서 마음을 안락 자재한 경계에 거닐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이치를 사유하고 생각을 고요히 하여, 흩어지거나 어지럽게 하지 않는 것이 곧 선이다. (수덕사 자료)

 

선의 으뜸사찰(禪之宗刹)임을 내세우는 수덕사는 선법禪法을 사찰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그래서 선을 수행하는 선원이 많다. 덕숭총림선원이라는 이름 아래 정혜사 능인선원, 견성암선원 등 덕숭산 안에도 몇 개의 선원이 있다. 특히 견선암 선원은 일엽스님이 주석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저러한 생각 속에 계단길을 오르면 곧 미륵불에 닿는다. 미륵불 몸체가 바위에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직접 조각을 한 모습이다. 그 거대한 바위를 정성으로 다듬었을 장인을 생각하면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무성한 대나무숲 옆으로는 산신각 비슷한 작은 건물이 있다. 향운각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모든 볼거리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은 차분해지면서도 눈은 바쁘다.

(미륵불로 올라가며)

(미륵불)

(미륵불 옆에 있는 향운각)

 

미륵불을 지나면 시원한 소나무숲이다. 견성암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만공탑이 있는 공터에 올라선다. 만공스님은 경허스님의 제자로 근대 선풍을 진작시킨 불교계의 위대한 선승이다. 만공탑은 만공스님의 제자들이 세운 탑이다.  

(만공탑)

(만공탑으로 올라가면서 보이는 정혜사 담장)

 

만공탑 바로 위는 만공스님이 주석하셨던 정혜사 능인선원. 산 중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너른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어떻게 하나하나의 건물이나 유적 들이 한결같이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지 가는 곳 마다 푸근한 마음이 든다. 인간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장소가 양택이며 음택이라는 한국풍수의 철학이 느껴지는 명당들이다.

정혜사 뒤는 나지막한 능선이 뒤를 두르고 앞은 시원하게 트여 용봉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절 마당에는 이끼가 덮인 바위위에 두기의 탑이 올려져 있다. 그런 형상에서 자연과 일체되는 인간의 마음이 엿보인다.

(정혜사 능인선원)

(바위 위에 세워진 두기의 석탑)

(정혜사 마당 앞쪽의 전망지대)

(정혜사에서 보이는 용봉산)

(내려다보는 수덕사)

  

시간은 자꾸 흘러가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덕숭산 산행을 위해서 왔지만 주마간산식으로 덕숭산을 올라가기에는 수덕사의 여운이 너무나 크다. 처음에는 산행에 비중을 두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수덕사의 의미가 커진다.

선불교의 중심에 서서 얻는 작은 깨달음이라 할까. 

 

정혜사를 끝으로 수덕사의 흔적은 어느 정도 끝이 난다. 밭으로 사용되는 너른 공터를 지나약15분 오르면 드디어 능선이다. 정상은 바로 옆에 있다.

 

덕숭산 정상은 그 이름에 걸맞게 두드러지지 않고 두루뭉술하다. 유별나지는 않아도 사방은 막힘이 없다. 이것이 덕숭산의 진가이리라. 가야산의 높고 큰 힘과 용봉산의 작지만 날카로운 힘을 중간에서 적절히 조화시켜 주는 산. 위치에 있어서도 산세에 있어서도 중용의 미를 보이고 있다.  

(덕숭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야산, 좌중앙이 가사봉, 우중앙이 원효봉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수암산)

 

선禪은 붓다의 마음이요, 교敎는 붓다의 말씀이다. 붓다의 마음인 선은   

자신의 마음을 가리켜 (직지인심 直指人心)

자신의 성품을 보고 부처가 되며 (견성성불 見性成佛)

문자를 세우지 않고 (불립문자 不立文字)

문자 밖의 소식을 따로 전하는 (교외별전 敎外別傳)

것을 지침으로 삼는다.    

그리하여 ‘자기 마음이 곧 부처(卽心卽佛)’임을 일깨우는 수행법이다. (수덕사 자료)

 

정상에서 다시 선법의 산인 덕숭산을 재조명한다. 자기 마음이 곧 부처이듯 덕숭산은 그 자체가 수덕사이다.

 

이제 갈 길이 바빠졌다. 벌써 11시30분. 2시까지는 내려가야 홍성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가 있다. 처음에는 덕산온천 방향인 궁리로 하산할 생각을 하였지만 불확실한 버스 시간에 의지할 수 없어 수덕사 방향으로 하산코스를 잡는다.

 

하산길은 남릉을 거쳐 일주문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역시 운치 있는 소나무길.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바위 사이에 자리 잡고 점심시간을 갖는다. 산과 사찰에 대한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돌아가는 시간 제약만 없다면 끝없이 이 푸근한 덕숭산에 대해 예기를 나누고 싶지만 순간 가야한다는 생각에 시간을 보니 벌써 한시간이 흐른 시간이다.

(소나무숲으로 이루어진 남릉길)

 

발걸음을 서둘러 내려간다. 그런데 자꾸 몸을 붙잡는 바위들이 나타난다. 어춘봉이라는 글씨가 음각된 바위에 오르면 올라온 길과 금선대 그리고 수덕사를 품에 안은 능선들이 한분에 들어온다. 볼거리에 자꾸 시간을 흘러간다. 아니 마음속으로는 볼거리는 최대한 보고 택시를 타려는 마음이 정해졌다.

(어춘봉이란 글씨가 새겨진 바위)

(어춘봉에서 바라보는 용봉산)

(어춘봉에서 바라보는 중앙의 금선대)

(어춘봉에서 바라보는 뒤의 삼준산 전경)

 

남릉길의 끝은 수덕사 일주문 옆.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버스를 출발하고 없다. 막상 택시마저 없다. 어렵게 화물차에 편승해 덕산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삽교역으로 그리고 예산으로... 조급한 마음과 달리 서울로 빨리 가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남릉길 끝의 대나무숲)

(주차장으로 가면서 되돌아본 덕숭산 전경)

(수덕사버스정류장 시간표)

 

결국 서울에 1시간반이 늦은 시간에 도착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조급함이 더욱 늦는 결과가 되었다. 이왕 늦을 것을 각오했다면 확실한 길을 찾아 기차를 탔으면 지금보다는 빨랐을텐데.

선법의 산을 다녀와서인지 작은 깨들음도 새삼 마음속에 각인된다.

 

너무 늦게 도착하여 신기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덕숭산에 대한 만족한 미소를 건네는 신기루님에게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