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에는 궂은 날이 많았었는데 다행히 맑은 날씨를 보여주는 3월 28일(토요일), 7시 30분경 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8시 5분발 안성행 고속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안의 식당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때운다. 운임은 4400원.

8시 5분에 출발한 버스는 소요예정시간인 1시간보다 5분 늦은 9시 10분경 안성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 안의 식품점에서 빵 몇 개를 사고 고속버스가 터미널로 들어가기 위해 우회전하기 전의 넓은 차도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옥정리행 2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인지동의 기점(起點)에서 9시 40분에 출발한 버스는 9시 47분에 터미널 앞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버스는 드넓은 금광저수지를 지나서 10시 5분경 옥장동 마을회관 앞의 버스 종점에 닿는다.

버스 종점에서 옥정재까지는 약 3 킬로미터라고 한다. 새로 건설된 고속도로 밑을 지나서 차도를 따라 지루하게 45분쯤 구불구불 올라가니 경기도 안성과 충청북도 진천의 경계인, 해발 390 미터의 옥정재에 이른다.

옥정재의 모습을 카메라에 여러모로 담고 나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고개 마루에는 울타리가 가로막은 사유지가 있기 때문에 능선의 초입을 왼쪽의 비탈로 우회하게 만들어 놓은 무이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잠시 비탈의 내리막길을 걷다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십 여 분 만에 우회로를 벗어나서 금북정맥의 주능선에 닿는데 오른쪽의 사유지에는 긴 나뭇가지들을 여러 개 쓰러뜨려 놓아서 묵시적으로 출입 금지를 알리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 그대로 3월은 거의 다 지나갔지만 아직 꽃이나 잎이 나지 않은 마른 나뭇가지들과 마른 낙엽들만 눈에 띄는 황량한 등로를 30분 가까이 걷다 보면 고라니봉이라는 목제 표지판이 땅바닥에 꽂혀 있는 봉우리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 첫 번째로 쉰다.

고라니봉에서 30분 가까이 나아가면 돌탑이 있는 안부에 이르고 직진해서 10분쯤 더 오르면 금북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무이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능선분기봉에 이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마른 낙엽이 수북히 깔린 등로가 갈비들이 흩어져 있는 등로로 바뀌는 길을 5분쯤 나아가면 삼각점과 판독하기 힘든 글씨가 씌어 있는 작고 뾰족한 바위가 있는, 해발 462.7 미터의 무이산 정상이다. 
 


옥정리의 2번 버스 종점. 
 


옥정재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302번 지방도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옥정리와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신계리의 경계인 옥정재 - 해발 390 미터. 
 


옥정재 마루의 사유지. 
 


사유지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옥정재의 무이산 들머리. 
 


고라니봉 - 해발 420 미터. 
 


돌탑이 있는 안부 1. 
 


무이산 갈림길의 능선분기봉. 
 


작고 뾰족한 바위와 삼각점이 있는 무이산 정상 - 해발 462.7 미터. 
 

무이산 정상에서 두 번째로 쉬려고 하다가 다시 능선분기봉으로 되돌아와서 금북정맥길로 10분 가까이 걸음을 옮겨 바닥에 바위가 몇 개 튀어 나와 있는 봉우리에 올라 두 번째로 쉬게 된다.

여기서 30분쯤 나아가면 돌탑이 있는 안부에 이르고 직진해서 다시 30분쯤 더 나아가면 마른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바닥에 삼각점이 튀어 나와 있는 454.9봉이다. 여기서 마른 낙엽 위에 앉아서 등산화를 벗어 놓은 채로 세 번째 휴식을 한다.

다시 일어서서 낙엽 속에서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도마뱀만 두 번 목격한 호젓하고 단조로운 능선길을 1시간 가까이 오르내리니 덕성산 갈림길이 있는 능선분기봉에 이른다. 오늘의 산행중 처음 보게 되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능선분기봉에서 병무관을 가리키는 오른쪽 길로 꺾어져 2분쯤 나아가면 금북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해발 519 미터의 덕성산 정상에 닿는다. 덕성산 정상의 나무 벤치에 앉아 네 번째로 쉬다가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무이산 갈림길의 능선분기봉에서 10분쯤 걸려 오른 봉우리. 
 


무이산 갈림길의 능선분기봉에서 10분쯤 걸려 오른 봉우리에서 뒤돌아본 무이산과 무이산 갈림길의 능선분기봉. 
 


돌탑이 있는 안부 2.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마른 낙엽만 눈에 띄는 황량한 등로. 
 


수북한 낙엽 속에 삼각점이 튀어 나와 있는 454.9봉. 
 


덕성산 갈림길의 능선분기봉.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덕성산 정상의 전경. 
 


돌탑과 나무 벤치, 등산안내도가 설치돼 있는 덕성산 정상 - 해발 519 미터. 
 


덕성산에서 병무관으로 하산하는 길. 
 

다시 능선분기봉으로 되돌아와서 금북정맥길로 15분쯤 나아가면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임도를 만들어 놓은 곳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덕성산 정상에서 30분 남짓 나아가니 작고 뾰족한 바위 위에 곰림 정상(?)이라는 아리송한 글씨가 씌어 있는 해발 513 미터의 봉우리에 오르게 되고 여기서 10분쯤 더 나아가면 헬리포트의 바로 위에 정상표지석과 돌탑,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516.2 미터의 칠현산 정상이다. 칠장사 근처의 명적암이라는 암자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는 칠현산 정상의, 통나무로 엉성하게 만들어 놓은 벤치에 앉아 다섯 번째로 쉬다가 칠장산을 향해 나아간다.

10분 가까이 나아가니 칠장산이 높게 바라보이는 가파른 내리막길의 바닥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쉰 봉우리에서 내려선 직후에 낙엽이 두텁게 깔린 진창길에서 큰 동작으로 미끄러져 엉덩방이를 찧은 터라 긴장해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걸음이 매우 더디어진다. 20일 전에 다녀온 서운산의 등로를 생각해서 유순할 줄 알았던 금북정맥길은 예상외로 순탄하지 않다. 능선의 기복이 심해서 평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느낌을 갖게 하는 심한 굴곡의 능선길이 여러 군데 있다. 종주해서 여러 산을 연달아 오르는 편안함을 기대하기에는 봉우리도 많고 특히 해빙기에 눈이 녹아 진창이 되어 채 다 마르지 않은 기파른 북향의 내리막길은 발걸음을 붙잡는 최대의 복병이다.

안전을 위해서 굼뜨게 진행하여 칠현산 정상에서 25분쯤 걸려서 칠순비 부부탑이라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돌탑이 있는 안부에 이르고 여기서 10분쯤 더 나아가면 헬리포트에 이르고 헬리포트에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정맥 종주자들의 리본이 가리키는, 왼쪽으로 꺾어지는 등로로 접어드니 군데군데 바위가 많은 능선길을 걷게 되고 헬리포트에서 15분 만에 칠장사 하산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르러 칠장산 쪽으로 직진한다.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임도. 
 


임도 마루에서 뒤돌아본 덕성산. 
 


곰림 정상(?) - 해발 513 미터. 
 


헬리포트와 그 뒤의 칠현산. 
 


칠현산 정상의 전경. 
 


돌탑과 삼각점이 있는 칠현산 정상 - 해발 516.2 미터. 
 


칠장산이 바라보이는, 미끄러운 진창의 가파른 내리막길. 
 


칠순비 부부탑이 있는 안부. 
 


헬리포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로 진행. 
 


바위가 있는 등로. 
 

칠장사 하산길이 있는 삼거리에서 7분 만에 금북정맥과 한남정맥, 한남금북정맥의 삼정맥이 갈라지는 분기봉에 도착하는데 분기봉 자체는 그 봉우리가 갖고 있는 중요한 의미와는 달리 지극히 평범하고 조그만 둔덕의 모습이다.

삼정맥 분기봉에서 다시 4분쯤 더 나아가면 칠장산의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헬리포트에 닿고 여기서 2분쯤 더 오르면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조그만 바위에 누군가가 칠장산이라고 써 놓은 누추한 정상표지석이 서 있는, 해발 492.4 미터의 진짜 칠장산 정상이다. 여기서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휴식을 하려고 했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추위를 느껴 다시 삼정맥 분기봉으로 되돌아와서 여섯 번째로 쉬게 된다.

이제 칠장사로 하산하려면 금북정맥의 지나온 길로 7분쯤 되돌아가면 되지만 개념도에 한남금북정맥 쪽으로도 칠장사 하산로가 표시돼 있어서 미답의 길을 따라서 15분쯤 내려가니 지능선 사이의 골짜기에 희미한 길의 흔적이 있어서 조급한 마음에 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골짜기의 한 구석에 숨어 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갑자기 튀어 나와서 펄쩍 펄쩍 뛰며 골짜기 밑으로 달아난다.

낙엽이 두텁게 깔려 있는 짧은 골짜기를 10분 가까이 내려오니 농로로 내려서게 되고 내려온 지점의 바로 왼쪽에 정상적인 등로의 날머리가 있다. 수십 미터 정도만 더 능선길로 나아갔으면 정상적인 등로로 내려왔을 텐데... 농로를 따라 10분 가까이 내려가니 칠장사 일주문이 보이고 그 밑에 주차장과 버스 정류장이 있다. 
 


칠장사 하산길이 있는 삼거리. 
 


삼정맥 분기봉. 
 


칠장산 정상표지석이 있는 헬리포트와 그 앞의 진짜 칠장산 정상. 
 


삼각점이 있는 진짜 칠장산 정상 - 해발 492.4 미터. 
 


되돌아온 헬리포트와 그 뒤로 보이는 칠현산. 
 


바닥에 갈비들이 푹신하게 깔려 있는 삼정맥 분기봉. 
 


한남금북정맥의 초입. 
 


날머리까지 10분쯤 내려가게 되는 짧은 골짜기. 
 


내려온 골짜기의 바로 왼쪽 옆에 나 있는 정상적인 등로의 칠장산 날머리.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칠장사에 올라가서 유서 깊은 고찰인 칠장사의 모습을 분주하게 카메라에 담고 있으니 해가 질 녘이라서 관람객이 한 사람도 없는 경내에는 보수 공사를 하는 일꾼들과 스님, 불자들만 있는데 스님과 불자들이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본다.

칠장사의 약수터에도 들러 바위 위에 고여 있는 시원하고 맛있는 샘물도 한 바가지 들이켜고 버스 종점이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마침 죽산으로 가는 3-2번 버스 막차가 들어온다.

5분 이상 종점에서 대기하다가 18시 55분이 되어 출발한 버스는 19시 15분경 이 버스의 기점인 죽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근처의 식당을 두리번거리다가 한 식당에서 추어탕을 시켜 먹고 20시가 조금 넘어서 터미널로 되돌아와서 여기서 남서울버스터미널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리고 동서울까지는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동서울행 막차표를 끊는다. 운임은 5100원. 막차 출발시각인 20시 30분보다 8분쯤 늦게 도착한 동서울행 직행버스는 20시 40분경 출발하여 어두운 차도를 질주하여 정확히 한 시간 만에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은 칠장사 앞에서 죽산으로 가는 막차 시각에 맞추려면 - 막차 직전의 버스는 14시 50분에 칠장사 종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다. - 시간 여유가 꽤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예상외로 아주 빠듯하게 진행됐고 게다가 예상외로 가파르고 미끄러운 북향의 내리막이 많아서 애먹었는데 3월에 이 구간을 종주하려면 거꾸로 칠장사 쪽에서 시작하는 게 나을 듯하다.

총산행시간은 8시간 25분이 걸렸는데 휴식시간인 1시간 35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6시간 50분인 셈이다.

경관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평범한 네 개의 육산을 연달아 종주하게 됐는데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 왔었지만 대중교통편에 의한 접근이 쉽지 않아서 계속 미뤄 왔었던 덕성산, 칠현산, 칠장산 종주를, 인터넷을 통해 옥정재 근처의 옥정리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있음을 파악하고 옥정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무이산까지 포함한 긴 종주를 하게 되어 뿌듯함이 오히려 더 커진 산행이었다.

호젓한 능선길에서 이른 봄의 황량한 정경만 단조롭고 지루하게 보고 왔지만 아무도 없는 산길의 정적을 달래주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은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음악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을 평온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고 예상외로 능선의 기복이 심하고 내리막길도 가파를수록 진창으로 미끄러운 곳이 많아서 애먹기도 했었지만 비교적 긴 종주 후의 성취감은 온 마음을 가득 채울 정도로 흐뭇하고 상쾌한 것이었다. 
 


칠장사 일주문. 
 


칠장사 대웅전과 죽림리 삼층석탑. 
 


안성 봉업사 석불입상. 
 


칠장사의 부도. 
 


칠장사의 약수터. 
 


주차장과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칠장사 일주문 앞. 
 


죽산시외버스터미널의 버스시간표. 
 


죽산시외버스터미널. 
 


오늘의 산행로 - 옥정리에서 칠장사까지 약 15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