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931m)을 다녀와서 
백 찬기♤ | 등급변경

          대야산(931m)을 다녀와서

 

 

 

코스-A...벌바위-용추-월영대-떡바위-밀재-   정상-촛대봉-용추-주차장

       B...벌바위-용추-월영대-떡바위-밀재-정상- 피아골-용추-주차장

       C...용추게곡 자유 산행

 

참가...미림산악회

날짜...2009.8.9 오전 7시 화곡역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쏟아지듯 장대비가 내리던 날씨가 산행일을 앞두고 다행스럽게도 맑게 개었다.

더운 날씨에 연일비가 쏟아져 칠월 산행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달 산행마저 날씨가 헤살을

부린다면 어쩌나 마음을 조였다. 갈수록 날씨가 예측을 어렵게 한다. 지구 온난화가 그원인으로 추측들

하는 것 같다. 얄팍한 과학의 오만이, 분별없는 인간들의 자만이 초래한 재앙은 아닐까. 산행할 때도

더욱 경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입추를 지났으니  분명 가을임에 틀림없다.복중이긴 하지만

아침저녁으론 제법 서늘한 느낌이 들곤 한다.

 

가을이 온다

아무도 가지 않는 구부정한 산길을 따라

새들의 지저귐을 베어 물고 가을이 온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단풍잎 사이사이에

가벼운 깃털을 꽂은 붉은 입자들이 자르르

중략

이름 모를 야생화가 벙글벙글 웃는다

어디에서부터 오는 떨림일까

후략

-이민화-

 

 

가을 전령들의 요란한 심포니를 따라 한 발짝씩가을이 닥아 오고 있으리라. 계절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서겠지...

 

칠월이라 맹추(孟秋)되니 입추(立秋) 처서(處暑) 절기로다

화성(火星)은 서류(徐流)하고 미성(尾星)은 중천(中天)이라

늦더위 있다 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쏘냐

비밑도 가비 업고 바람끝도 다르도다

-7훨령-

 

 

뭉게구름 사이사이로 내비치는 하늘은 분명 가을의 빛깔이다. 조락과 생기가 황홀한 붉은 입자들이

자르르 나뭇잎에 쏟아지는 이 가을에 대야산을 향해 아침 일곱 시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좌석이

 

 

부족해 발길을 돌린 산우들에겐 미안했지만 다음 기회에 동행하기로 약속했다. 한강을 끼고

올림픽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언제나 시원하다. 여주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마침 휴가철이라

주차장엔 차를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중부 내륙고속도로 접어들자 도로가 휑하니 뚫렸다.

중원의 넓은 평야를 지날 땐 저기 어디쯤 탄금대가 자리하고 있겠지, 우륵의 가야금 소리가

 

 

귓전에 환청으로 들리는 듯하다. 또 한편으론 임진왜란의 뼈아픈 상처가 도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험준한 조령, 천혜의 요새를 두고 하필이면 여기에서 배수진을 쳤을까. 충주를

지나니 산세가 확연히 달라진다. 괴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금강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것

 

 

같다 하여 소금강으로 일컬어지는 쌍곡계곡에 들어서니 골짜기마다 피서객들로 붐볐다.

왼편으로 바라보니 몇년 전에 올랐던 칠보산이 보인다. 이산은 온통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

 

 

솔향기 그윽한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산으로 보개산과 어깨를 같이하는 산이다. 오른 쪽으론

군자산의 위용이 보일 듯 말 듯하다. 상관평을 지나 922번 도로로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벌바위골에 도착했다. 주차하기도 전에 관리원인 듯한 사람이 청소비부터 내란다. 배낭을 챙겨

 

 

내리자 단체로 한 컷 하고, 열시 사십 분경 산행이 시작되었다. 들머리에서부터 다른 산꾼들과

 

 

어울려 줄서 오르기 시작했다. 한 여름 뙤약볕  못지않은 염천에 구슬땀이 솟기 시작했다.

이번 산행엔 투병중이던 전국구님이 동참을 했고, 오랜만

 

 

강이사님도 참석해 무척 반가웠다.

산행대장이 앞장서 일행들을 인솔해 저만치 앞서 가기 시작했다. 산신령님과 하일킴 그리고

 

 

대여섯 명이 계곡을 왼편으로 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숲속을 지나는

 

 

산행이라 더운 줄 모르고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오산으로 이사를 한 김부회장의 너스레를

약념 삼아 부지런히 오르면서 보니 수량이 풍부한 맑은 계곡엔 가족들과 동료들인 듯한

피서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고, 즐거운 물놀이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함박꽃처럼 피어 있었다.

 

 

충북괴산과 경북 문경을 경계 짓는 대야산은 두 선유계곡에 물을 대고 있다. 동쪽 문경으로

 

 

흐르는 내선유계곡과 서쪽 괴산으로 흐르는 외선유계곡은  모두 대야산이 빚어낸 계곡으로

월영대에서 피아골의 계곡물을 받아 아래로 흘려보내는 내선유계곡 상류의 물줄기다. 이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 오르자 넓은 회백색 암반에 하트 모양을 한 움푹 패혀진 소(沼)가 보여 용추

 

 

계곡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자랑하는 그 유명한 용추가 바로 이곳임을 직감했다. 깊이1.5m의

 

 

위 소(沼)와 1m 깊이의 아래 소(沼)가 모두 하트모양을 하고 있는 용추소 옆에 너른 바위가

자리하고 있는 데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할 때 용트림을 하다 남긴 용비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지 못해 확인하지 못했다. 신라 말 도선대사가 왕건에 고려건국을

예언한 도선비기를 전해주었다는 이곳에서 드라마 “태조 왕건”을 촬영했다 하니 문경시에서

안내판을 세울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작년 폭우가 할퀸 상채기로 속살을 드러낸 설악의

골짜기들과는 사뭇 달랐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트 모양을 한 용추 폭포엔 사람들로

 

 

붐볐다. 용추에서 오솔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월영대가 반긴다. 달 뜨는 밤이면,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 해서 월영대(月影臺)라고 한다. 대야산 용추의 물은 `문경 선유동쪽으로

흘러간다. 월영대에 도착하니 오른 쪽으론 피아골로 오르는 길, 우린 왼쪽 밀재쪽으로

 

 

길머릴 잡았다. 선발대가 군데군데 놓은 표지판이 있었다. 떡바위 부근에서부터 조금 경사를

느끼게 했다. 밀재까지는 계속해서 한 길씩 자란 산죽이 싱그러운 느낌으로 산꾼들을

맞이해 주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아 산을 찾아왔지만, 쫓기듯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삶의 한 단면이 아닐른지...하긴, 산다는 게 자전거의 패달을 끊임없이

밟아야 하는 것과 무에 다르겠는가. 산행을 하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동안 앞서

가는 사람의 페이스를 놓지지 않으려고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같다. 힘에 부치는 줄도 모르고 쫓아만 간다면 과속으로 달리다 인생에서 넘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넘어진 곳에서 일어서기 위해 다시 산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침을 거듭하는 인사와는 달리 산은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 따라 옷만 갈아입을 뿐 언제나 정좌하고 우릴 반겨준다, 산행의 도를

말하기 전에 그 미학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넘어지기 보다는 체력 수준에 맞춰

보폭과 속도를 조절해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앞서려고 하지 않고 산에 순응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빠른 산행도, 남보다 앞서는 산행도, 또 더 높이 오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밀재에서 좌측 방향은 조항산임을 알 수 있겠고 우측으로

정상 가는 길임을 표지판이 인도한다. 산행하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다.바람이

 

 

땀을 식히며 조망을 보려고 암릉에 오르니 일순간 시원한 바람이 폐부에 닿는 것 같다.

잠시 오르니 대문바위 표지판이 보이고 가파른 밧줄 구간.., 커다란 둥근 바위가

나타나고 단애 쪽으로 가서 조망을 보니 시원하다. 계속 밧줄과 암릉이 자주 나타난다.

 

 

대야산 정상인 줄 알았는데 오르고 보니 저 앞에 대야산 정상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시작해 대야산 정상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되었다. 적당한 숲을 찾아 도시락을 폈다.

 

 

 

 회원들이 따로 준비해 온 음식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조망은

 

 

썩 좋았다. 동북쪽 2시 방향으론 조령산이, 남서쪽 7시 방향엔 어렴풋이 속리산이

우람한 자태로 우뚝 솟아 있는게 아스라이 보일 듯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크고 작은

 

 

산맥들이 마치 출렁이는 바다처럼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한데 높이 930.7m, 대야산으로

표기된 정상석 옆에는 삼각점이 보이고 눈에 거슬리게 이정목이 나뒹굴고 있다. 명색이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백두대간상의 산인데 조금 소홀한 느낌이다. 식사를 하는

도중 청설모 한 마리가 주위를 맴돌고 있다. 눈을 들어 보았다. 뭉게구름 사이사이로

내보이는 벽공을 보니, 일석 선생의 청추수제가 떠올랐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가을 하늘에는 얼 하나 없구나! 뉘 솜씨로 물들인 깁일러냐?

남(藍)이랄까, 코발트랄까, 푸른 물이 뚝뚝 듣는 듯하다.

” 언제부턴가 내 심장은 저 창공에 조그만 조각배가 되어 한없는 항해를 계속하여

 마지않는 알뜰한 향연을 이 철이면 누리곤 한다.

-일석-

 

 

머지 않아 저기 저 하늘도 금새 푸른 물이 뚝뚝 듣는 듯 파랗게 바뀌어지겠지...식사를 마치곤

곧장 일어섰다. 이젠 뒷정리를 말끔히 하는 것은 산꾼들이면 누구나 다 잘하고 있어 다행이다.

우리 후손들에 물려 줄 귀한 자산인데... 소홀할 수 있겠는가, 내림길이 조금은 험하긴 해도

 

 

피아골을 택했다. 다소 가파르긴 하지만 조심조심 내려서면 집합 시간에 맞춰 원점회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월령대에 이르렀을 땐 피서객 수가 더 늘어난 것 같았고  골짜기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런 데까지 와서...정상주 한 잔으론 조금 부족했던지 산신령께서 목이

 

 

출출하단다. 일행은 다시 자릴 잡고 누룽지 막걸리로 한 잔씩 했다. 반가운 얼굴들 속에

잠수정님이 보이지 않아 서운했다.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 도착해 인원 점검을 마치고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귀경길에 올랐다.

  

                                            목  어 : 백 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