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계곡 1) 2009년 아침가리골  http://blog.daum.net/yooyh54/143

(여름계곡 2) 2009년 십이선녀탕계곡 http://blog.daum.net/yooyh54/26

(여름계곡 3) 2009년 지리산 칠선계곡 http://blog.daum.net/yooyh54/144

(여름계곡 4) 2010년 원주 감악산계곡 ☞  http://blog.daum.net/yooyh54/304

(여름계곡 5) 2010년 석룡산 조무락골 http://blog.daum.net/yooyh54/308

(여름계곡 6) 2010년 도일봉 중원계곡 http://blog.daum.net/yooyh54/310

(여름계곡 7) 2011년 만수봉 만수골 http://blog.daum.net/yooyh54/379

(여름계곡 8) 2012년 구만산 통수골 http://blog.daum.net/yooyh54/431

(여름계곡 9) 2012년 낙영산 http://blog.daum.net/yooyh54/433

(여름계곡 10) 2012년 명지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35

(여름계곡 11) 2012년 십자봉 덕동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38

(여름계곡 12) 2012년 월성봉 수락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40

(여름계곡 13) 2013년 아침가리골 http://blog.daum.net/yooyh54/490

(여름계곡 14) 2013년 어비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94

(여름계곡 15) 2013년 지리산 백운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96

(여름계곡 16) 2013년 정선 덕산기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97

 

 

대야산 용추계곡에서 일일선(一日仙)이 된 맨발나그네

 

산 행 지 : 문경 대야산 용추계곡

산행일시 : 2013825()

누 구 랑 : 7000 산악회

산행코스 : 돌머리휴게소-용추폭포-월영대-계곡쉼터-월영대-용추폭포-돌머리휴게소

사진은 ? : 소리새, 따스한마음, 노루귀

 

 

▲  문경 대야산 용추계곡 찾아가는 길

 

▲  일일선이 되어 걸은 맨발나그네의 대야산 용추계곡 트래킹 코스

 

 

 그 덥던 올 여름도 이제 막바지에 이른 듯 하다. 하긴 절기로 보면 이미 입추(87)와 처서(823)가 지나고 백로(97)가 다가오고 있으니 이제 더워봤자 얼마나 더 덥겠는가? 마지막 더위를 잊어보고자 오늘도 계곡을 찾아 떠난다. 오늘 만날 계곡은 문경시와 괴산군의 경계에 속한 대야산 기슭에 있는 용추계곡이다. 수려함과 비경이 국토해양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에 그 이름을 올려놓은 곳이라 하니 큰 기대속에 떠난다.

 

 

▲  용추계곡 초입의 안내판 

 

 

 백두대간 중에 있는 대야산 한쪽 품인 용추계곡은 문경쪽에 위치한다. 문경(聞慶)기쁜 소식을 듣는다라는 뜻이라고 하니 조선시대 과거길의 선비들이 문경에 있는 새재를 넘어 과거 합격의 소식을 전한데서 유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 문경이 산자수명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문경을 지나는 백두대간의 거리가 지도상 약 110km에 이르는데 그 백두대간이 문경을 지나며 주흘산, 대야산, 희양산, 황장산을 빚어 놓았으니 산림청은 그 산들을 100대 명산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국립지리원 발행 지도에는 대야산(大野山)으로 되어 있으나 1798년 발행 문경현지에는 대야산(大耶山)으로 기록되어 있는 대야산은 아름다운 용추계곡과 내외 선유동(內外 仙遊洞)계곡을 문경과 괴산 양쪽에 두고 있는 산이다.

 

 

▲  마지막 더위를 보내기 위해 용추계곡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원래 정했던 코스를 버리고 가은읍 완장리 돌머리휴게소를 들머리로하여 원점회귀 트레킹이다. 들머리인 문경시 가은읍은 후백제 견훤의 출생지라 한다. 지금은 철로자전거, 석탄박물관, 이강년생가, 견훤유적지 등의 명소들을 가진 고장이다. 가은읍 완장리의 완장(完章)이란 지명은 조선의 예학자인 우복 정경세가 외선유동의 산수가 기묘하고 수려함을 감탄하며 가이 완장운(可以 浣腸云 : 골짜기가 탁트여 창자가 시원하다)’라고 한데서 유래하였다 하니 외선유동과 이어지는 용추계곡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열혈 회원들은 시간을 쪼개 대야산 정상을 밟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힘닿는대로 아니면 발길닿는대로 용추계곡을 오르며 쉬며 탁족을 하고 알탕을 즐기러 떠난다.

 

 

▲  대야산 정상을 밟은 부러운 산우님들

 

 

▲  용추계곡을 걷고 있는 맨발나그네 

 

 

 돌머리휴게소를 떠나 계곡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걷는다. 초입의 풍경부터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일개 중대병력이 앉아도 남을 만한 매끈한 너럭바위하며, 크고 작은 소와 담를 거치며 그 위를 흐르는 맑은 계곡물과 무성한 숲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계곡이 넓고 수심이 깊지 않으니 눈길 머무는 곳마다 탁족을 즐기는 사람들이 계곡 가득하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쓴 세심대. 활청담. 옥하대. 영차석 등의 글씨가 용추계곡 양쪽 옆 바위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최치원이 누구이던가? 후대에 많은 시문을 남겨 신라시대 불운의 천재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그도 가야산에 들어 신선이 되기전 이곳에 들려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런저런 글을 남겼다고 생각하니 나야말로 오늘 또 일일선(一日仙)이 된다.

 

 

   

▲  용추폭포의 봄, 가을(문경시청 홈페이지에서 퍼 옴)

 

 

 

▲  용추폭포

 

▲  용추폭포에서 시원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맨발나그네

 

 그렇게 10여분 올랐을까... 만나지는 곳이 문경팔경중의 하나요 용추계곡의 백미인 용추폭포이다. 상단폭포 아래 하트형으로 깊게 파인 윗용추가 있고 다시 암반을 타고 흘러내려 아랫용추를 만든다. 그 아래에 용이 승천하기 전 알을 품었다고 하는 웅덩이를 이룬다.

수만년 동안 깍이고 패인 하트 형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폭포 양쪽 바위에는 비늘 모양의 흔적이 있으니 사람들은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할 때 남긴 용비늘이라고 전설을 만들어 냈다. 용추폭포 아래에는 무당소가 있으니 수심이 3m 정도로 물 긷던 새댁이 빠져 죽은 후 그를 위해 굿을 하던 무당마져 빠져 죽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어째거나 지금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이리저리 줄이 쳐져 볼썽사납기는 하나 안전을 위한 조치라니 참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  청~산~이~~~~가 절로 내뱉어지는 폭포 안마

 

▲  충청도 양반인 소리새도 오늘은 예외없이....

 

 용추폭포에 잠시 머물다 다시 길을 떠난다. 산죽과 나무들이 울창한 완만한 산길을 걷는다. 그야말로 시간에 쫒겨 걷던 그동안의 산행과는 차별화된 걷기이다. 그렇게 걷다가 함께 걷고 있던 소리새와 월영대 지나 한적한 계곡에 자리를 잡는다. 무성한 숲과 흐르는 계곡물이 조화를 이루어 태고의 적막까지 느끼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다. 나무들은 상쾌한 향기를 나눠주고 바람과 물을 껴안은 계곡은 음이온으로 나그네들의 온 몸을 감싸준다. 그곳에서 폭포안마도 즐기고 물속에 몸을 담그니 더위도 놀랐는지 금새 온 몸에 찬기운이 돈다. 물에 들락거리며 준비한 얼린 맥주를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이라 우기며 들이키니 신선이 따로 없다. 너무 자주 들먹여 식상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바로 오늘 같은 날이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월영대

 

 

  

▲  월영대에서 정다운 산벗들인 따스한마음과 황산과 함께

 

 

 팔월 염천에 오한을 느끼며 이제 슬슬 하산을 결정한다. 조금 내려오니 올라갈 때 지나쳤던 월영대이다. 휘영청 밝은 달이 중천에 높이 뜨는 밤이면 희디흰 바위와 계곡을 흐르는 맑디맑은 물 위에 어린 달 그림자가 더할 나위없이 낭만적이어서 월영대(月影臺)라 하였다고 문경시청 홈페이지는 전한다.

바쁜 생활속에 달그림자 볼리없건만 왠지 아름다운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지는 곳이다. 그곳 월영대에서 산7000산악회의 회장을 비롯한 여러명을 만나 한참을 머문다. 비록 월영대에 있다는 술상바위에 주안을 차려놓고 한잔술을 기울이지 못함이 못내 섭섭하지만 일행들과의 물놀이만으로도 또다시 일일선(一日仙) 모드로 전환이다. 정말 좋다. 대야산이 은밀하게 감춰두었던 비경속에 하루를 머물며 일일선이 되는 호사를 누렸으니 더 바랄것이 무엇이던가? 멋진 풍광과 정겨운 벗들이 있어 행복한 신선놀음이다.

 

 

▲  미혼탕에 젖어 더 정겨운 산벗들

 

 그렇게 신선놀음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인 돌머리휴게소로 향한다. 돌머리휴게소에는 산악회가 준비한 오리백숙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버섯인가를 넣고 끓였다는 오리백숙은 그동안 먹어왔던 오리백숙과 차별화된 맛을 내니 이또한 즐거운 일이다. 산에서 만난 정겨운 벗들과 그 오리백숙에 다시 소주 몇잔을 털어넣으니 곧바로 계곡에서 먹었던 반야탕이 미혼탕(迷魂湯 :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 물, 즉 사람의 혼을 미혹하게 하는 음료)으로 바뀌어 버린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  별점 5개에 빛나는 대야산 용추계곡

 

 

 그동안 꽤 많은 계곡을 걸어보았지만 이곳 대야산 용추계곡에 별점 5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계곡이다. 깊은 숲과 예쁜 골을 가진 용추계곡에서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신라시대 최치원을 흉내 내보고, 조선의 예학자인 우복 정경세가 외선유동의 산수가 기묘하고 수려함을 감탄하며 가이 완장운(可以 浣腸云 : 골짜기가 탁트여 창자가 시원하다)’이라 말한 의미도 읊조려 본다. 이제 슬슬 계절이 바뀌어 화려한 가을 단풍을 보러 떠나야 하겠지만 혹시 다음해의 어느 여름날 계곡이 생각날 때면 달려오고 싶은 용추계곡이다.